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올스타전 (3)
소영준은 엉덩이를 요란하게 흔들어대며 타격을 준비했다.
움직일 때마다 입고 있던 치마가 바람을 타고 나풀나풀 움직였다.
짤랑 짤랑 짤랑.
동시에 달려 있던 방울에서 소리가 나왔다.
이 장면을 꼼짝없이 보고 있어야 했던 투수는 집중하기가 어려운지 쉽사리 공을 던지지 못했다.
투수의 표정을 본 소영준은 아까보다 더 힘차게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방울 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소영준 선수가 움직일 때마다 방울들이 울리는 소리가 여기 중계석까지 들리는데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을 요란한 복장에 방울 소리까지 울리면 투수가 제대로 승부를 할 수가 없죠.
-소영준 선수가 정말 재미있는 볼거리를 만들어 주네요.
투수는 힘겨운 준비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딱!
타구에 배트가 맞자마자 소영준은 두 팔을 들어 올리고는 펄쩍펄쩍 뛰며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누가 봐도 대형 홈런을 때려낸 타자의 세리머니였다.
하지만 공은 멀리 날아가지 않아서 중견수가 편안하게 잡을 수 있었다.
“아웃!”
소영준은 심판의 콜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싸매더니 결국 바닥에 그대로 누워 데굴데굴 굴렀다.
그런 소영준을 본 팬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소영준 선수의 모션만 봤을 때는 당연히 홈런인 줄 알았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쉽게 홈런을 못 쳐서 저러는 줄 알겠어요.
이제 공수교대가 이루어지고 소영준이 수비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데, 그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형 탈을 쓴 선수가 들어오고 있는데요? 누구죠?
-유격수 자리로 간 것 보니까 소영준 선수인 것 같은데요. 등번호를 보니 맞네요, 소영준 선수입니다.
-저렇게 큰 인형 탈을 쓰고 있는데 앞이 보이기는 한 걸까요?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커다란 인형 탈을 쓰고 나온 소영준이 묵직해진 머리를 움켜쥐고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봤다.
오른손으로 인형 탈을 받쳐 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로 부피가 컸다.
“플레이 볼!”
경기가 다시 시작되자, 소영준은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수비 자세를 취했다.
공교롭게도 타구는 소영준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굴러오고 있었다.
소영준은 평소 경기와 다름없이 몸을 날렸지만, 인형 탈이 균형을 잃으며 순간 시야가 가려졌다.
“뭐야? 하나도 안 보여.”
인형 탈을 제대로 쓰려고 손을 움직이는 사이에 공은 소영준의 정강이를 정통으로 때렸다.
“아악!”
아무리 바운드되고 있는 공이라고는 해도 야구공을 제대로 맞으면 정말 아팠다.
일단 통증은 접어두고 공을 집어서 1루를 향해 힘껏 던졌다.
“아웃!”
물론 심판의 콜이 소영준의 고통을 줄여주지는 않았다.
소영준은 정강이를 부여잡고 그대로 드러누웠다.
손으로 비벼대며 통증을 잠재워 보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다.
“뭐해? 빨리 일어나.”
옆에 있던 선수가 다가와 소영준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이번 거 진짜 아파.”
“거짓말인 거 다 알아 인마.”
“진짜라니까.”
상대 선수는 소영준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일어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소영준 선수가 이번에는 드러누워서 액션을 보여주네요.
-오늘 정말 한순간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유니폼을 걷어 보면 멍이 들었을 것 같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는데, 경기장에 있는 누구도 진짜라고는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진짜 아픈데…….”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선수들은 올스타전에 뽑힌 선수들답게 눈이 정화되는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투수들은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삼진을 잡아냈고, 타자들은 시원시원한 스윙으로 반격했다.
수비수들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관중들의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따악!
홈런 더비 결승에서 박성주와 승부를 겨뤘던 박병훈도 과감한 어퍼스윙으로 커다란 홈런을 선보였다.
“와아아아-”
팀의 첫 번째 득점이자 스코어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홈런이었다.
“박병훈! 박병훈! 박병훈!”
내야 베이스를 돌던 박병훈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관중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경기 중반에 드디어 역전 홈런이 터집니다.
-홈런 더비 결승 진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박성주 선수 못지않게 큼지막한 홈런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미스터 올스타 경쟁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는데요.
반면, 3루 수비를 하며 날아가는 타구를 지켜보던 박성주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감돌았다.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공수가 교대되고 오석훈이 타석에 들어서자 박성주도 대기 타석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타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석훈은 빗맞은 타구에도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곧바로 박성주가 타석에 들어섰다.
박성주가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지켜보는 사이에,
“2루! 2루 달린다!”
오석훈은 주저하지 않고 2루로 도루를 했다.
“세이프!”
어렵지 않게 도루에 성공했다.
오석훈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3루를 향해 도루를 시도했다.
3루 도루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포수가 당황하며 공을 던져봤는데,
“세이프!”
오석훈은 빠른 스피드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오석훈 선수의 스피드는 역시나 오늘도 엄청나군요.
-2루에서 3루로 가는 도루도 저렇게 잘하는 선수예요.
오석훈이 도루로 혼을 빼놓고 난 다음에 상황을 마무리한 선수는 바로 박성주였다.
따악-
박성주는 이제 됐다는 듯이 깊은숨을 내쉬며 배트를 멀리 던지며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오! 또 날아갑니다. 쭉쭉 뻗어가는데요. 과연 어디까지 날아갈까요?
-홈런! 박성주 선수가 또 한 번의 대형 홈런을 때려냅니다. 연타석 홈런이에요!
박성주의 표정에는 이제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1루에 있던 박병훈이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졌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박성주는 내야 다이아몬드를 도는 동안 자동차운전 세리머니를 하며 그 순간을 즐겼다.
그리고 어느덧 올스타전도 9회에 접어들었다.
9회 초에 5:4 스코어에서 등판한 투수는 장수영이었다.
시즌 동안 엔젤스 팬들에게 편안한 9회를 보여주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수영은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9회 말이 되었다.
-벌써 9회 말이네요. 이번 올스타전의 마지막이 될 이닝에 최정환 선수가 등판합니다.
-스코어가 단 한 점 차이밖에 나지 않거든요. 만약 이 상황에서 올라오는 타자 중에 결승타를 치는 선수가 있다면 미스터 올스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최정환이 마운드에 섰다.
비록 실전 경기는 아니었지만 9회 말에 등판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점수 차는 고작 한 점.
그냥 세이브도 아니고 터프 세이브 상황이었다.
처음 해 보는 마무리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최정환 스스로도 궁금했다.
펑!
155km/h.
펑!
157km/h.
다른 투수들이 가볍게 던진 것과는 다르게 최정환은 실전 경기를 방불케 하는 피칭을 보여줬다.
타자는 예상하지 못한 강속구가 날아오자 어안이 벙벙한 듯 멍하게 서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본 구속 중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고 있습니다.
-올스타전에서 이렇게 시즌 경기처럼 전력투구하는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요.
-타자들이 타격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방금까지 130km/h대 공을 보다가 157km/h짜리 공을 보면 칠 수가 없죠.
펑!
“스트라이크 아웃!”
최정환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데 필요한 공은 단 세 개였다.
다음 타자를 상대로도 다르지 않았다.
펑!
펑!
패스트볼로 가볍게 스트라이크를 잡은 다음에.
‘변화구로 한번 승부해 볼까?’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포크볼을 힘껏 던졌다.
‘아. 실수했다.’
딱!
하지만 원하는 만큼 떨어지지 않은 공은 안타로 연결됐다.
-한 점 차 상황에서 2루타가 터집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쫄깃쫄깃한데요?
-여기서 안타 하나면 충분히 동점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한 점 차 타이트한 리드 상황에서 주자는 2루.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기를 마치려면 아웃 카운트가 두 개나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지금이 실전 경기라면 어땠을까?
과연 나라면 이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까?
최정환은 다시 투수판을 밟고 섰다.
‘그냥 자신 있는 공으로만 던지자.’
어차피 자신은 마무리 투수 경험이 없는 선수였다.
무엇보다도 올스타전에서까지 굳이 피해 가는 승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대로 정면으로 붙어보자.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최정환은 세 개를 모두 패스트볼로 던졌다.
-최정환 선수가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네요.
-마지막 이닝은 한국시리즈 9회 말을 보는 것 같은데요.
-과연 최정환 선수가 무실점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요?
이제 9회 말 투 아웃.
최정환은 등 뒤에 있는 2루 주자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투구를 이어갔다.
펑!
패스트볼은 역시나 스트라이크 존을 시원하게 통과했다.
틱!
이번에는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 겨우 맞추기는 했지만, 페어 존으로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공이었다.
최정환은 모든 힘을 다해 힘껏 공을 던졌다.
펑!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저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최정환 선수가 올스타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해결해 내면서 승리를 지켜냅니다.
-올스타전의 메인 경기도 이렇게 짜릿하게 한 점 차 승부로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볼거리 많고 승부까지 치열한 올스타전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남은 시즌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멋진 승부 기대하겠습니다.
올스타전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이제 시상식만을 앞두고 있었다.
소영준은 만장일치로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올해 미스터 올스타는 큼지막한 홈런이자 팀을 승리로 이끈 결승타를 때려낸 박성주가 차지했다.
부상으로는 최근에 출시된 SUV가 제공됐다.
경기장에 차량이 들어오자 박성주는 생일 선물을 받는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며 다가갔다.
박성주는 미스터 올스타 패널을 들고 자동차 보닛 위로 올라가 포즈를 취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오석훈과 소영준이 다가와 자동차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관심을 가졌다.
“이야, 차 진짜 좋다.”
“석훈아 내가 태워 줄게. 영준 선배도 타세요, 제가 운전할게요.”
박성주가 자동차 보닛을 손으로 비비듯 만지며 말했다.
“너 면허는 있지?”
“이제 따면 되죠. 면허는 금방 딸 수 있잖아요?”
박성주의 한마디에 오석훈과 소영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선수들과 팬들이 순위 경쟁의 무게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올스타전이 마무리됐다.
앞으로 며칠 동안의 휴식일까지 마무리되면 다시 치열한 순위 싸움의 순간으로 돌아가야 했다.
물론 휴식일이라고 해서 야구의 시간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미니 스토브리그라고 해도 될 정도의 이슈가 준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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