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올스타 브레이크 (1)
흥겨운 축제였던 올스타전이 끝나자 선수들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무더위로 떨어졌을 체력을 보충하며 본격적인 순위 싸움을 위한 재정비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구단은 포스트시즌 선수 등록의 마감을 앞두고 마지막 전력 보강을 위해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시즌 경기가 절반 가까이 남은 상황이라 포기하거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팀은 없었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용병 선수들의 교체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기도 했다.
한편.
나는 이주혁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마이클 스콧의 경기력을 직접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서, 문제가 없다면 곧바로 에이전시 계약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계약 과정이 길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우선 편도 티켓만 구매했다.
스프링캠프 때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석으로 두 장 구매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기라서 그런지 비행기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비즈니스 석이 비싸기는 해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해야 할 일도 많은 데다 휴식도 취해야 했으니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우리는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부터 노트북을 펴놓고 마이클 스콧의 세부 데이터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과거 데이터만큼이나 지난 스프링캠프 이후의 데이터도 중요했다.
이주혁이 최근 데이터까지 업데이트해서 정리해둔 덕분에 수월하게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정신없이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이주혁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이번에 가시면 마이클 스콧만 만나고 오실 생각이신가요?”
“아무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내가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혹시 괜찮으시면 제 지인 한 명 만나 보시는 건 어떠세요?”
“지인이요?”
“미국 대학 야구 선수들을 매니지먼트 해주고 있는 분이 있어서요. 이왕 가게 된 거 잠깐이라도 만나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는 건가요?”
“회사를 크게 차려서 하는 건 아니고요. 선수들한테 필요한 데이터 제공해 주면서 관리해 주고 있는 분이에요.”
매니지먼트를 해주지는 않고 선수 본인의 데이터와 상대 선수의 데이터를 제공해 주는 정도의 에이전트인 것 같았다.
“그분이 현지 선수들도 많이 알고 있겠네요?”
“그럼요. 그 지역에 있는 웬만한 미국 대학 선수들은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상대 선수로라도 분석을 해야 하니 데이터도 충분히 가지고 있을 테고요.”
“만나 보죠. 우리가 일정이 빡빡한 것도 아니니까요.”
현지 네트워크를 가진 전문가와 인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느새 비행기가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비즈니스 석의 쾌적함에 감탄할 틈도 없이 비행기가 떠오르자마자 다시 자료를 꺼내 들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기내식을 먹을 때만 잠시 휴식을 취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마이클 스콧의 영상을 몇 번이고 되돌려봤다.
종종 눈에 띄는 다른 선수들도 데이터를 비교해 보며 유심히 살펴봤다.
도착이 몇 시간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 * *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 한 대를 빌려 곧장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했던 탓에 숙소에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다행히 이주혁이 길을 잘 알고 있어서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국내 아마추어 야구장보다 관중석이 조금 더 많은 정도의 작은 경기장이었지만, 시설은 프로 못지않았다.
주변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도 있었다.
우리는 마실 것과 먹을 것 몇 가지를 사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관중석을 채우고 있었다.
아무리 몇몇 실력 있는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해도 대학 선수들이 뛰는 아마추어 경기일 뿐인데.
왜 스포츠의 나라라고 불리는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 아시아권 관계자들도 몇 명 와 있는 거 같은데요.”
“그렇네요. 스카우트들이 와 있는 건가.”
고개를 돌려서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야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평소에도 종종 관찰하러 오긴 할 텐데, 오늘 상대팀 선발 투수가 꽤 잘하는 선수더라고요.”
문득 걱정스러워졌다.
“설마 마이클 스콧을 보러 오지는 않았겠죠?”
“에이, 설마요.”
그렇겠지?
당장 선발로 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럴 리가 있을까?
나와 이주혁이 관중석에서 자리를 찾아 앉으려는데,
“어? 강현우 씨?”
어딘가에서 익숙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미국에 있는 대학 야구 경기장에서 한국말을 듣게 될 줄이야.
누가 나를 알아본 거지?
놀라움보다는 반가움에 고개가 돌아갔다.
내 눈앞에 있는 한국인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 단장님?”
바로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이었다.
“여기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그러게요. 이런 곳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요.”
나는 최민성과 악수를 나누었다.
-내년 시즌에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라도 용병 선발 투수를 교체할 계획이다.
-마이너리그 투수와의 계약이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버팔로즈는 지금 3위였다.
오석훈과 박성주가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타격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반면에, 투수 쪽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용병 투수들이 기대와 달리 확실하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단장님이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단장의 할 일이라는 게 별거 있나요.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좋은 선수들 있나 보는 거죠.”
최민성은 능글맞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단장이 시즌 중에 단순 스카우팅을 위해 직접 미국 경기장까지 찾아왔을 리는 없었다.
원하는 용병 투수와의 계약이 수월하지 않으니 직접 온 거겠지.
“단장님께서 대학 야구 경기까지 보러 오셔도 돼요? 요즘 바쁘실 텐데.”
“머리 식히기도 할 겸, 대학 야구 수준은 어떤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와 봤습니다.”
최민성은 여유 있게 웃으며 답했다.
다행히 마이클 스콧을 보러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 단장님 얼굴이 좋으신 거 보니, 오셔서 좋은 선수들 좀 찾으셨나 봅니다?”
“아휴, 그랬으면 이미 한국으로 돌아갔겠죠.”
“버팔로즈에서는 어떤 선수가 필요하시려나요?”
내 물음에 최민성이 깊은숨을 내쉬며 답했다.
“용병 선수한테 기대하는 역할이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타자는 홈런 꽝꽝 때려 주고, 투수는 한 경기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면 최고죠. 거기에 왼손이면 말할 것도 없고요.”
“타자야 우리 성주도 있고 석훈이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건 없으실 거 같고. 그럼 투수 쪽이시겠네요?”
나는 정보창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모르는 척 물었다.
“투수든 타자든 용병 선수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거니까. 다양하게 열어 놓고 봐야죠.”
최민성은 두루뭉술한 대답만을 늘어놓고는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현우 씨는 어떤 선수한테 관심이 있으셔서 오셨으려나. 정신없이 바쁘실 에이전트께서 이렇게 멀리까지 직접 오셨다는 건 대단한 선수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과연 누구일지 궁금한데요?”
나라고 손쉽게 원하는 답을 해줄 수는 없지.
“에이전시 입장도 비슷하지 않겠어요? 한국에 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면 언제든 환영이니까요. 제가 더 열어놓고 봐야죠.”
최민성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간 괜찮으시면 식사 한번 하시죠. 이렇게 멀리서 만난 것도 반가운데, 제가 대접 한번 하겠습니다.”
“단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면 당연히 가야죠.”
최민성이 무슨 생각으로 제안했는지 의도가 뻔히 느껴지기는 했지만, 단장과 친분을 더 쌓아 두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
* * *
“플레이 볼!”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자 내 시선도 바빠졌다.
무엇보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최민성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어떤 선수를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내려는 것 같았다.
아직 마이클 스콧이 등판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바쁘게 자료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척했다.
시선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가능성이 있을 만한 또 다른 선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문득 선 데빌스의 불펜 쪽을 보는데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바로 마이클 스콧이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눈을 마주친 것 같기도 한데 우리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러고 보니 혹시 선발 투수가 좋은 피칭을 한다면 오늘 그가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왕이면 빨리 끝나는 게 좋을 텐데.
그사이 선 데빌스 선발 투수가 피칭을 시작했다.
띡!
띡!
타자는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러 봤지만,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선 데빌스의 선발 투수는 결국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스피드건으로 확인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7km/h.
미국 무대에서는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럼에도 코너 코너를 찌르는 제구력으로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가 초반을 넘어가면서 생겼다.
띡!
띡!
상대 타자들은 선 데빌스의 선발 투수가 던지는 공에 끊임없이 스윙을 하며 파울을 만들어 냈다.
계속되는 커트 때문인지 완벽한 제구력을 보여줬던 초반과는 달리 애매한 공들이 눈에 띄었다.
때문에 투구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계속된 상대 타자의 끈질긴 승부에 투수는 살짝 지친 기색이었다.
결국,
따악!
“와아!”
“홈런!”
타자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으면서 결국 경기장 중앙을 넘어가는 대형 홈런까지 터져 나왔다.
선 데빌스의 더그아웃에서 투수 코치가 걸어 나왔다.
마운드에 있던 선발 투수는 자신이 교체될 것임을 이미 예상했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투수 코치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설마 스콧이 벌써 나올까요?”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불펜으로 향했다.
그리고 불펜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향해 달려 나오고 있었다.
“드디어!”
나와 이주혁의 표정은 동시에 밝아졌다.
마운드로 달려 나오는 투수는 우리가 기다리던 마이클 스콧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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