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올스타 브레이크 (2)
마이클 스콧이 연습 투구를 하는 순간부터 나와 이주혁의 시선과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스피드건도 다시 들어 올려 구속을 측정했다.
가볍게 캐치볼을 하는 것처럼 던지는데,
153km/h.
154km/h.
구속만큼은 여전히 장난이 아니었다.
이주혁이 믿기 어렵다는 듯 여러 번 눌러 확인했다.
“우와, 패스트볼 구속이 더 좋아진 거 같은데요?”
“지난번에 만났을 때 150km/h 초반 정도라고 말했죠?”
“네, 평균이 95마일 정도라고 했으니까요.”
이어지는 슬라이더의 연습 투구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142km/h!
“방금 던진 게 슬라이더 맞죠? 패스트볼이 아니라?”
“휘어가는 각도 보니까 그런 거 같은데요.”
“와. 슬라이더를 이런 구속으로 던지면 타석에서 대처를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연습 투구가 끝나고 경기가 시작됐다.
이미 아웃 카운트가 하나 올라가 있는 상황에다 바로 앞선 투수가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간 덕분에 주자는 없었다.
점수 차도 다섯 점 차로 뒤지고 있어서 그리 터프한 상황이 아니었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는 시작됐다.
상대할 첫 타자는 좌타자였다.
이제까지는 좌타자를 상대로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과연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마이클 스콧은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펑!
156km/h.
펑!
157km/h.
패스트볼을 던질 때마다 포수 미트가 찢어지지는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0 볼 2 스트라이크.
이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유인구 혹은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을 결정구를 던질 타이밍이었다.
앞선 두 번과는 다르게 마이클 스콧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세 번째 사인 만에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리를 힘껏 내디디며 공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가는 것 같더니 아래로 살짝 떨어졌다.
스플리터를 던진 것 같은데, 떨어지는 각도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신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처럼 날아가다가 떨어지는 공이었기 때문에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띡!
배트가 공의 윗부분을 때리며 땅에 바운드됐다.
빠른 구속 탓인지 바닥에 튀면서 높이 떠올랐다.
그사이 타자는 전력을 다해 1루로 달렸다.
3루수가 공을 잡기 위해 급히 뛰어왔다.
공을 잡자마자 1루수를 향해 힘껏 던지는데,
“세이프!”
체공시간이 길어진 탓에 아웃을 시키기는 무리였다.
마이클 스콧은 1루심의 세이프 판정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느새 다음 타자가 타석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좌타자였다.
게다가 힘이 좋아 보이는 덩치 큰 선수였다.
마이클 스콧은 1루에 있는 주자를 흘끗 살펴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틱!
154km/h의 빠른 공에도 타자는 예상했다는 듯 배트를 휘둘렀다.
빗맞았기에 다행이지,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가 나왔다.
포수도 이 사실을 느꼈는지 마이클 스콧과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스콧은 공을 아까보다 더 힘껏 던졌다.
패스트볼 구속이 158km/h까지 나왔다는 것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볼!”
몸 쪽 높은 코스를 노리고 던진 듯한데, 힘이 들어갔는지 너무 높게 들어갔다.
빠른 공이라 배트를 움찔했을 법도 한데, 타자는 전혀 꿈쩍하지 않았다.
마이클 스콧은 방금 던진 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고개를 한 번 갸웃했다.
1 볼 1 스트라이크에서 이제 세 번째 투구였다.
마이클 스콧의 손을 떠난 공은 바깥쪽으로 날아가는 듯하더니 꺾여서 스트라이크 존 가까이로 휘어졌다.
앞 타자에게 스플리터로 안타를 맞은 탓에 불안했는지, 이번엔 슬라이더를 백도어로 던져보는 것을 시도했다.
“볼!”
하지만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포수는 공을 잡은 채로 잠시 동안 그대로 멈춰 심판의 콜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었을 만한 공이었다.
2 볼 1 스트라이크.
이제 볼을 하나 더 던지는 여유를 부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카운트였다.
펑!
“볼!”
이번에 던진 공도 스트라이크 존을 많이 벗어났다.
게다가 곧이어 던진 공도 볼 판정을 받으며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기분 나쁜 내야 안타에 볼넷까지 내주면서 벌써 두 타자를 상대로 모두 출루를 허용했다.
더그아웃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감독의 생각이 어떨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부터는 우타자가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펑!
펑!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 다음에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두 타자를 상대로 모두 삼진 아웃.
역시 우타자를 상대로는 자신 있는 승부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이닝에도 마이클 스콧이 등판했다.
이번 이닝에도 우타자를 상대로는 위력적이지만, 좌타자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었다.
커브로 타이밍을 뺏는 전략은 효과적이었던 반면에 아직 스플리터는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투구 수 40개를 넘기고 나서야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우타자에게는 한 번의 출루만을 허용할 때, 좌타자에게는 네 번이나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위기관리를 잘해서 실점을 허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 * *
경기가 끝나고 나는 이주혁과 출구에서 마이클 스콧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선수들이 짐을 들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스콧!”
나는 마이클 스콧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를 본 마이클 스콧은 긴가민가하는 것 같더니 이내 믿기 어렵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왔다.
“오 마이 갓! 이게 누구야? 정말 오랜만이야!”
빠르게 다가와 짐을 내려놓더니 나와 이주혁에게 포옹을 하며 유쾌하게 인사를 나눴다.
이주혁의 통역으로 우리의 대화는 시작됐다.
“스콧 그동안 잘 지냈지?”
“그럼, 나야 항상 잘 지내고 있지.”
“혹시 시간 괜찮으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반가운 친구들이 왔는데 당연히 가야지.”
마이클 스콧은 짐을 다시 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우리는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피자 가게에 들어왔다.
피자 라지 사이즈 두 판에 스파게티까지 주문했다.
하나둘씩 차려지는 음식을 먹으면서 지난 몇 달 동안 있었던 근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우! 그럼 Kang은 이제 회사 대표님인 거야?”
내가 에이전시를 설립했다는 말에 스콧의 눈동자가 또 한 번 커졌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난 처음부터 Kang을 알아봤어. 나한테도 친절하게 도움 준 걸 보면 아주 퍼펙트 한 에이전트가 될 거 같아.”
스콧이 나를 보며 밝게 웃더니, 무언가 생각을 되살리려는 듯 골똘히 생각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스프링캠프 때 상대했던 선수들 이름이 뭐였더라……?”
“석훈이랑 성주?”
“아! 맞아. 그럼 Oh랑 Park도 Kang의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는 거야?”
“그럼, 당연하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두 명이나 있는 거야? 와우! 정말 대단한데.”
스콧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놀랍다는 감정을 한껏 드러냈다.
그동안 있었던 오석훈과 박성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을 때쯤 되자 정말 묻고 싶었던 물음을 던졌다.
“스콧은 어때? 야구하는 데는 어려움 없어?”
“솔직히 쉽지는 않아. 생각했던 것처럼 되지는 않더라고,”
스콧의 얼굴에 걱정이 내려앉았다.
-스플리터를 연습 중이지만 실전에서 많이 활용해 보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등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보창에서 보이는 내용도 이미 예상했던 대로였다.
“앞으로 야구를 계속할 생각이지? 프로 무대에서?”
미국 대학생 중에서는 야구를 하다가도 전공을 살려 다른 직업을 갖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들었다.
“그럼.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꼭 공 던져보고 싶거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둔 게 있어?”
“글쎄……. 일단 드래프트 신청해 봐야지. 지명받아서 마이너리그에 가면 많지는 않아도 돈을 받으면서 야구 할 수 있으니까.”
대학 졸업하면 취업해야지와 같은, 어찌 보면 틀에 박힌 대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가면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더라도 좋은 대우는 받기 어렵지 않겠어? 대학 리그에서 선발 투수도 아니고 롱 릴리프로 뛰던 선수인 건데.”
“음……. 그렇긴 한데, 나한테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니잖아.”
미국 대학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스스로 한국 프로 무대 진출을 고민할 수 있을 확률은 0에 가까웠다.
“그럼 이 방법은 어때?”
“어떤 방법?”
스콧이 궁금한지 등을 떼서 몸을 가까이 당겼다.
“한국에 와서 선수 생활을 해 보는 거야.”
“한국……?”
“물론 메이저리그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트리플 A 수준의 선수들은 꽤 있는 편이거든. 물론 에이스 선수 중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있고 말이야.”
“맞아, 그건 알고 있어.”
스콧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떠오르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나서 메이저리그로 돌아간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고.”
“오호.”
조금씩 스콧의 눈빛이 반짝이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는 선발 투수로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한두 번 못했다고 2군으로 내려보내지도 않을 테니까, 갑자기 부상을 당하는 것만 아니면 1군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아가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거야.”
성적이 부진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나는 그럴 리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와우…….”
스콧이 나지막하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 생각에는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 같은데, 어때?”
“근데…… 내가 가서 선발 투수로 잘할 수 있을까?”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내가 이 멀리까지 왔을까?”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스콧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어. 근데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줄 수 있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라서 말이야.”
“물론이지. 고민해도 되고 거절해도 돼. 그건 너의 선택이니까.”
한 사람의 미래를 크게 바꿀 중요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게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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