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올스타 브레이크 (6)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비로 들어서면서 전화를 걸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데,
“강 대표!”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화를 끊고 조광훈에게 다가갔다.
“단장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 옆에 카페에서 차라도 한잔하면서 얘기 나누지.”
나는 조광훈과 함께 호텔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선수 등록이 가능한 마지막 날까지 다른 팀과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 볼 생각이다.
-내년에도 성적이 좋지 못하면 단장직에서 사퇴할 계획이다.
나와 마주 앉은 조광훈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마음고생을 드러내듯 힘든 기색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오늘 나와의 만남이 그에게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좋은 소식이라는 게 뭐야?”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풍겨오는 기대감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이번에 좋은 투수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요.”
“투수가 있다고?”
조광훈이 의자에서 튕겨 오른 것처럼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혹시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야구 관계자가 들었을까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지금 재규어즈에서 투수 자원 하나 추가되면 괜찮으신 거 맞죠?”
“그걸 말이라고 해? 좋은 투수는 언제든지 두 팔 벌려 환영해야지.”
겨우 평정심을 되찾은 조광훈은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더니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이번에도 결국 다른 팀하고 트레이드 카드 맞춰 봐야 아는 거 아냐?”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트레이드가 아닙니다.”
“그럼?”
“외국인 선수요.”
“정말? 어떤 투순데?”
조광훈은 역시나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곧바로 태블릿과 데이터를 꺼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가 태블릿으로 영상을 재생하는 동안 조광훈은 데이터를 들고 가서 꼼꼼하게 살펴봤다.
“전형적인 파이어볼러 투수예요. 패스트볼 구속이 150km/h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는 없다고 보셔도 돼요.”
영상을 재생하자 조광훈은 데이터를 잠시 내려놓고 유심히 스콧의 투구 폼을 살폈다.
재규어즈의 레전드 투수 출신답게 투구를 보는 동안만큼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던지기 직전까지 숨기는 동작도 훌륭하고, 끌고 나오는 과정도 좋고.”
“지난번 버팔로즈랑 연습경기를 할 때도 오석훈, 박성주 선수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어요.”
“약점은?”
“아직 떨어지는 변화구가 완성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타자에 비해서 좌타자 상대로 어려움을 겪는 편이고요.”
“나이도 어린 편이고, 아직 투수로 완성됐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육성형 용병으로 봐야 할까?”
“네. 이번에 스플리터를 배워서 연습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려워서요. 하지만 실전 경험만 쌓이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수가 될 겁니다.”
“아직 메이저리그 경험을 해 본 적은 없지? 우리 스카우트들이 보내 왔던 리포트에서 한 번도 이름을 못 본 거 같아서.”
조광훈은 데이터를 뒤적이며 나에게 물었다.
“…… 아직은 마이너리그 경험도 없습니다.”
“마이너리그 경험도 없다고?”
“아직 대학생이라서요.”
“허, 허허허.”
조광훈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패스트볼, 슬라이더만큼은 국내 무대에서 충분히 통합니다. 드래프트 하위 순번에서 지명받는 건 문제없는 수준의 선수고요.”
“음…….”
조광훈은 잠시 고민을 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될 거라는 확신은 하고 있다는 거지?”
“물론이죠. 그런 게 아니었으면 제가 에이전시 계약을 제안하지도 않았겠죠.”
조광훈도 내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리 잡는 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아무리 육성형 용병이라 해도 늦어도 내년에는 성적을 보여 줘야 할 텐데.”
“그 정도는 문제없을 겁니다.”
“……근데 내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이번에는 거절하지 못하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현재 재규어즈의 순위, 선수단의 상황, 조광훈 단장이 처한 입지를 종합해 본다면 답은 금방 나왔다.
나의 선수 분석 능력이 완벽하다는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조광훈이라고 해서 이걸 모를 리 없었다.
“마이클 스콧, 이 친구 경기 투입까지 얼마나 걸릴까?”
“당장 가능합니다. 원하신다면 후반기 첫 경기부터 등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올스타 브레이크 끝나려면 며칠 안 남았어.”
나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답했다.
“마이클 스콧 선수가 이미 한국에 와서 훈련하고 있거든요.”
* * *
바로 다음 날, 나와 이주혁은 마이클 스콧과 함께 재규어즈 경기장으로 향했다.
구단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 유니폼을 입고 앰블럼 앞에서 조광훈과 함께 오피셜 사진 촬영까지 진행했다.
야구 협회에서 최종 승인만 나면 곧바로 방금 찍은 사진으로 보도자료가 나갈 예정이었다.
물론 이수민에게는 이 모든 사실을 미리 얘기해두었으니, 다른 기자들이 부랴부랴 작성하는 동안에 벌써 가장 먼저 기사를 업로드하겠지만 말이다.
조광훈은 나와 스콧을 데리고 구장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줬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경기장이라 무덤덤했던 나와는 다르게 스콧은 곳곳을 볼 때마다 만족스러워했다.
“경기장이 너무 아름다워.”
“시즌이 시작되면 관중석에서 응원가가 울려 퍼질 거야.”
“응원가?”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경기를 할 때 가장 놀라는 부분이었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한국에는 응원단도 있고 선수마다 응원가도 있어. 스콧은 투수라서 응원가는 없을 텐데, 재규어즈 타자들이 공격할 때는 응원단이랑 팬들이 미친 듯이 응원해 줄 거야.”
“와우! 기대되는데?”
“대신 상대팀 응원도 만만치 않을 거야.”
“오우.”
스콧이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광훈이 스콧을 보며 물었다.
“스콧, 혹시 오늘 가볍게 피칭 좀 해 볼 수 있나? 감독이랑 투수코치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
“물론이죠.”
스콧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스콧과 이주혁이 재규어즈 감독, 투수 코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스콧이 지내게 될 집을 구하러 다녔다.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였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집을 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 * *
스콧과 재규어즈의 계약이 야구 협회의 승인을 받자마자 나와 구단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번에도 역시나 나에게서 먼저 소스를 전해 받은 이수민의 기사가 가장 먼저 업로드됐다.
며칠 동안 경기를 못 봐 야구에 굶주리고 있었을 팬들은 새로운 선수의 영입 소식이 들려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균 구속 152km/h! ㄷㄷ 제대로 파이어볼러네.
└누군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데, 아는 사람이 있나?
└사진만 봐서는 야구 진짜 잘하게 생겼는데, 과연 실력은 어떨지.
└공 던지는 영상도 못 찾겠네. 단장은 어디서 이런 듣보잡 투수를 데려왔냐. 이런 선수를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네.
└잔여 시즌 연봉이 30만 달러인데 옵션이 15만이라 기대치가 그리 높은 선수는 아닌 듯.
└대학 리그 선수라고 함. 마이너 경험은 없고.
└메이저 경험이 없는 선수는 많이 봤는데, 마이너 경험도 없는 선수가 한국 온 건 처음 아니냐?? ㄷㄷㄷ
└단장이 경질 앞두고 마지막 발버둥을 쳐 보는구나.
└강현우가 추천해서 영입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에이전시 계약도 했고.
└그래? 그럼 복권이라고 생각하고 긁어 보려는 건가?
└뜬금포라도 터져 주면 땡큐고, 아니면 내년에 다시 뽑아야지.
└근데 설마 강현우가 친정 팀에 이상한 선수 보냈겠냐, 에이전시에도 영입할 정도면 뭔가 있겠지. 까더라도 던지는 거 한 번은 보고 까자.
나는 재규어즈 구단 로비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커뮤니티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과연 첫 경기를 보고 나서는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기사에 달린 댓글을 거의 빠짐없이 읽어보고 나서야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얘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내 말을 듣기라도 했는지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선배!”
“인마, 지금이 몇 시야? 빨리 안 와?”
나는 김재형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툭 쳤다.
“선배, 그동안 잘 지내셨죠?”
김재형은 나에게 다가와 안겼다.
당연히 김재형에게도 정보창이 보였다.
-조금씩 좋아지는 경기력에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1군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체력 부담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김재형은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정보창의 정보가 정확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줬던 후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김재형을 우리 에이전시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지난해에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을 때 다른 에이전시와 계약을 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선수랑 친하다고 해도 상도를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동안도 간간이 스치듯이 인사를 나누기는 했는데 경기 준비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오래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었다.
다행히 지금은 후반기 시즌이 시작하기 전이라 부담 없이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재형아, 요즘에 수비가 점점 늘어가는 거 같더라.”
“아휴, 아직 멀었죠. 실책을 안 하려고 집중하는 데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 정도 실책도 안 하면 사람이겠어?”
내 칭찬에 김재형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근데 오늘 경기도 없는데 여기까지 오셨어요? 많이 바쁘실 거 같은데?”
“내가 새로운 투수 하나 재규어즈에 추천해서 계약했거든.”
“아, 새로 온다던 그 외국인 투수요?”
벌써 소식을 확인했는지 바로 아는 눈치였다.
“맞아. 앞으로 잘 좀 부탁할게.”
“선배가 추천한 선수가 우리 팀에 왔으니까 이제 우리 팀 순위도 쭉쭉 올라가겠는데요?”
“나도 열심히 노력해 볼게. 그래도 내 친정팀인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우리 회사 소속 선수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재규어즈가 잘할 때 더 기분이 좋았다.
“선배, 배고픈데 밥 좀 사주세요.”
김재형이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
“그래, 나가자. 비싼 걸로 골라.”
“아싸, 제대로 에너지 충전해야지.”
“대신에 나중에 FA 대박 나면 네가 사야 한다.”
“그럼요. 당연하죠.”
나는 김재형과 어깨동무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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