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지 (1)
나는 서성민과 본격적으로 일대일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서성민 스스로가 기본적인 체력 훈련은 워낙 열심히 하고 있는 덕분에 나는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에이전시에서 훈련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빨리 좋은 계기를 만들어서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다.
선수가 마음이 편해지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다행인데…….
정보창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큰 성과는 없었다.
내가 생각해 온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수밖에.
나는 공이 가득 담긴 박스를 구석에서 가져왔다.
개인 훈련을 마친 서성민이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 이번에는 선구안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을 해 보려고 하는데요.”
“네.”
서성민은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란색 공에는 무조건 스윙, 흰색 공은 스트라이크일 때만 스윙, 빨간색 공은 걸러내는 거예요.”
변화구에 대처하는 스윙 훈련을 하는 것보다 볼을 걸러낼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르는 게 훨씬 빠르지 않을까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시는 대로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배팅 머신에 공을 세팅하는 사이 서성민은 배트를 휘두르며 타격 준비를 했다.
나는 색깔을 최대한 불규칙하게 섞어서 공을 세팅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서성민이 손을 들며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위이잉-
이제 잠시 후면 배팅 머신에서 공이 튀어나올 거다.
퉁-
첫 번째 공은 파란색이었다.
색을 확인한 서성민은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딱!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뒤이어 날아온 파란 공도.
딱!
딱!
시원하게 맞아 나갔다.
역시 기본적인 콘택트 능력은 갖춘 선수였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워밍업이었고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퉁-
드디어 흰색 공이었다.
서성민은 잠시 움찔하더니 스윙을 하지 않고 흘려보냈다.
하지만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아슬아슬하게 걸쳐 들어갔으니 헷갈릴 만도 한 상황이었다.
퉁-
또 하나의 흰색 공.
이번에는 서성민이 배트를 휘둘렀다.
틱!
하지만 서성민에게서 먼 곳으로 날아온 공이라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
딱!
틱!
흰색 공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빗맞는 타구가 눈에 띄었다.
딱!
딱!
하지만 이것도 점점 적응이 되어 가는지, 정확도가 훨씬 높아졌다.
퉁-
그리고 드디어 빨간색 공이 튀어나왔다.
서성민은 관성적으로 배트를 휘두르려다가 겨우 멈춰 세웠다.
퉁-
연달아 나온 빨간 공에도 배트를 잘 참아냈다.
딱!
다시 파란 공에는 시원한 타격이 이어졌다.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그럼 일단 이건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다시 평소 배팅 훈련처럼 해 보죠.”
“알겠습니다.”
“아까처럼 패스트볼은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흘러나가거나 떨어지는 변화구는 그냥 걸러내는 거예요. 대신에 변화구도 스트라이크로 들어온다고 판단되면 스윙하셔야 합니다.”
“네.”
서성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호흡을 골랐다.
나는 태블릿을 들고 배팅 머신의 설정을 조절했다.
상대 투수는 좌투수.
서성민이 가장 어려워하는 유형이었다.
과연 방금 훈련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위이잉-
머신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퉁-
첫 번째는 패스트볼이었다.
딱!
딱!
역시나 깔끔하게 스윙이 이루어졌다.
일단 예감이 좋다.
이제 슬슬 변화구가 늘어날 텐데, 과연 어떨까?
퉁-
드디어 좌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
서성민의 최대 약점이었다.
후웅-
완전히 빠지는 볼임에도 서성민의 배트는 허공을 돌았다.
처음이라 그런 거겠지?
퉁-
과연 이번에는?
후웅-
이번에도 여지없이 배트가 헛돌았다.
퉁-
틱!
헛스윙을 했다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서인지, 스윙에서 자신감이 떨어진 게 느껴졌다.
퉁-
이제는 확실하게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패스트볼에도 서성민의 배트는 움직이지 못했다.
모든 공에 주저하다 보니 패스트볼에도 타이밍이 늦기 시작했다.
‘흠……. 이 방법도 아닌 건가.’
나는 결국 머신을 멈춰 세웠다.
서성민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여전히 쉽지가 않네요.”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훈련해가는 게 좋을까요?”
서성민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이제까지 해 오셨던 대로 기본적인 훈련은 꾸준하게 해 주시고요. 변화구 보완은 제가 더 고민해 볼게요.”
약점을 보완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법이 좋다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서성민은 상황이 분명 달랐다.
너무도 확실하면서도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방출을 당했으니,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보완하고 갈 필요가 있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 * *
마침 정인규가 고교 야구 대회 참석 때문에 근처에 오게 되면서 에이전시 숙소에 들렀다.
정인규는 가장 먼저 마이클 스콧 이야기부터 꺼냈다.
“대표님, 경기 봤어? 마이클 스콧 대박이더라.”
“솔직히 나도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스콧은 데뷔 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후로 재규어즈 에이스 1선발로 불리기에 충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발 투수 경험이 부족해서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공격적인 피칭으로 이닝당 투구를 절약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데뷔 전에서 한 번 자신감이 붙으니 이후 경기에서도 도망가지 않는 피칭을 보여줬다.
“마이너리그 경험도 없는 선수라던데 이런 선수는 어떻게 찾은 거야?”
“열심히 뛰어다니면 어떻게든 다 되더라고.”
“다시 봐도 대박이다. 대박. 재규어즈 팬들 지금 난리 났잖아.”
열성적인 재규어즈 팬이기도 한 정인규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즐거운 얘기도 잠시 나는 정인규에게 서성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인규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사실 우리 학생들 중에서도 제일 조언해 주기 어려운 게 변화구 대처가 안 되는 거거든.”
“그렇긴 하지.”
오히려 타격 자세나 볼 카운트에 맞는 수 싸움 같은 부분은 옆에서 도와주기가 훨씬 쉬웠다.
“훈련 방법이야 있긴 한데…… 그걸 한다고 당장 이번 겨울 동안에 바로 약점을 극복하는 건 어렵지 않겠냐?”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게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변화구 대처 못 하는 선수가 어딨겠어. 다들 잘 치고 있겠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기대했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서성민 선배가 수비 포지션은 여러 개 소화할 수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 투수랑 포수 빼고는 모든 포지션에서 경기 뛰어봤으니까.”
“그럼 차라리 수비를 더 보강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밀고 나가는 게 어때? 내야에 외야 수비까지 커버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잖아. 지금 프로 1군에 그런 선수는 없을 텐데?”
“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팀에 여러 포지션을 맡길 수 있는 선수가 있으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 그런 선수가 한 명만 있어도 감독이 대타 활용하기가 수월하잖아. 그리고 그런 선수는 웬만하면 2군 보내기도 어려울 테고.”
“그렇다고 해서 서성민 선배가 수비를 잘하는 편은 아니긴 하단 말이야.”
수비만큼이라도 확실한 강점 요소였다면 당장 방출되지는 않았겠지.
“그러니까 앞으로 수비 훈련만 죽을 듯이 시키라는 거지. 그래도 기본은 할 수 있을 거 아냐?”
정말 그 방법이 최선일까.
공격이 안 되면 반쪽짜리 선수일 텐데.
“타격에서 나아질 방법은 없을까? 콘택트 능력에는 경쟁력이 있고, 스피드도 좋으니까 이 능력을 포기하기는 아깝잖아.”
“그러니까 대수비나 대타 역할을 노리는 게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냐는 거야.”
“음…….”
내가 고민을 끝내지 못하는 것 같자 정인규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너도 프로 생활하면서 여러 선수들 봐 왔겠지만, 아무리 30홈런 칠 수 있을 만큼 파워가 좋은 선수라고 해도 변화구 대처가 불가능하면 1군에서 버텨낼 수가 없잖아. 우리 주변에도 그런 애들이 어디 한둘이었냐?”
“……그건 그랬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라도 해서 1군 선수가 될 수 있으면 정말 행운인 거 아니냐? 내가 그 정도 상황만 됐어도 나로서는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
정인규의 말도 분명히 틀린 건 아니었다.
일단 이 문제는 혼자서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그나저나 우리 학교 후배들은 올해도 잘하더라.”
고교 대회 16강에서도 승리하면서 이제 8강전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 팀 선수들이 조직력이 좋아. 보통 서로 잘하려고 하다가 팀플레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학교는 그런 부분에서 애들이 팀 퍼스트 마인드가 확실하거든.”
말하는 내내 정인규의 표정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경기 한번 가서 봐야겠는데?”
“우리 결승전 올라가면 보러 올 거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 아무리 바빠도 그날은 무조건 가야지.”
“결승전은 서울 돔 경기장에서 할 거야. 고등학생 선수들이 거기서 경기를 해 본다는 건 진짜 엄청난 영광이다.”
정인규는 자신이 경기를 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설레는 표정이었다.
잠시 후, 정인규는 팀에 복귀할 시간이 되어서 떠났다.
그를 보내고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서성민에 대한 고민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정인규의 조언도 좋은 전략이긴 했지만, 최고의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근데 그 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뭘 어떻게 더 해 봐야 할까?
내가 아는 방법은 다 해 본 것 같은데.
조언을 조금 더 구해 봐야 하나?
그럼 조언은 누구한테…….
“아!”
이분이 왜 이제야 떠올랐지.
* * *
나는 곧장 차를 몰아 대학교 야구장으로 향했다.
대학생 선수들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나는 드디어 감독님과 만날 수 있었다.
“감독님!”
“어유 우리 강 대표님께서 또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주셨네.”
내가 찾아온 사람은 바로 유성환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이라면 뭔가 해결책을 주실 수 있지 않을까?
“감독님께 꼭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얼마든지요.”
유성환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내가 서성민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자 유성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성민 그 친구도 장점이 많은 친구지. 타고난 재능은 많은 친군데 말이야.”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아무리 유성환이라도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럼 이 방법을 제안해 보는 건 어때?”
그러다 내 눈이 절로 번쩍 뜨일 만한 한 가지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 못 해 본 방법이긴 한데요……. 정말 그게 가능할까요? 요즘 선수 중에는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라서요.”
메이저리그로 시야를 넓혀 봐도 몇 명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웬만해서는 시도하기 어렵지. 보통 선수들보다 몇 배는 더 훈련을 해야 하니 죽도록 힘들 테고, 구단 지도자들의 지지도 있어 줘야 하니까.”
“음…….”
“근데 성민이는 기본적으로 콘택트 능력도 좋고, 파워도 있는 편이니까. 그 약점만 보강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씀은 100% 동의합니다.”
유성환 감독의 설명을 듣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친구 성실하잖아. 내외야 넘나드는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살아남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인 거 같은데. 그 정도 선수라면 이것도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지 않겠어?”
“그렇죠. 한번 제안해 보겠습니다.”
본인만 동의한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방법이라는 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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