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되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지 (3)
서성민에게 스위치타자를 제안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블즈에서는 서성민이 포함된 방출자 명단을 발표했다.
그것 때문인지, 서성민은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말 그대로 미친 사람처럼 훈련을 했다.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 그리고 내야, 외야 수비에 필요한 기본기 훈련까지.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야수들이 하는 훈련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라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울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무리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실내라고 해도,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더운 날에 저렇게 훈련을 한다는 건,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년에 반드시 프로에 복귀하고 싶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렌다.
나는 훈련장에서 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서성민을 지켜봤다.
요즘 타격 훈련은 거의 오른손으로 위주로 진행하고 있었다.
틱!
틱!
틱!
아직 오른손 타격의 정확도가 그리 높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타악!
타악!
제대로 맞기만 하면 굉음을 내며 쭉쭉 뻗어갔다.
원래 타고난 것이 오른손잡이라 그런지 왼손으로 타격할 때보다는 파워가 더 느껴졌다.
딱!
딱!
스윙을 하면 할수록 조금씩 정확도도 좋아지는 것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도대체 언제 쉴 생각이지?
“선배, 잠깐 쉬었다 하시죠.”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서성민의 타격이 멈췄다.
“언제부터 와 계셨어요?”
“한참 전이긴 한데요. 훈련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감탄하면서 보고 있었어요.”
이제야 배트를 내려놓은 서성민은 얼굴에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갑자기 오른손으로 타격한다는 게 역시 쉽지 않네요. 맞추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파워는 오른손으로 치실 때가 훨씬 더 좋아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오른손잡이라 그런지 스윙할 때 힘을 주기가 더 쉬운 것 같더라고요.”
“이러다 오른손 거포 되시는 거 아니에요?”
“에이, 거포 욕심까지는 없고요. 그냥 라인업에만 들어갈 수 있으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서성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웃었다.
“선배, 지금 훈련하는 걸 촬영해서 올려 봐도 될까요?”
“영상으로요?”
“예.”
“제가 훈련하는 걸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까요? 석훈이나 성주도 아니고.”
서성민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프로 구단에서도 우리 채널을 보고 있을 테니까요. 선배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그런 거라면 해 보는 게 좋겠네요.”
서성민은 이제야 이해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촬영팀에 급하게 연락을 했다.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일단 간단한 장비만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우타석, 좌타석을 각각 훈련하는 장면과 함께 자막으로 스위치 타자에 도전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넣었다.
영상이 올라가자 팬들의 반응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스위치 타자를 한다고?
└타격이 잘 안되니까 뭐라도 해 보긴 해야지.
└왼손으로도 잘 못 쳤는데 오른손이라고 뭐가 다르겠나.
└ㅇㅈ. 좌투수 흘러나가는 변화구는 거의 눈 감고 휘두르는 수준이던데. 평생 야구만 해 왔는데도 안 되는 거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기술 배우는 게 맞는 듯.
└그래도 서성민이 수비는 내야에 외야까지 커버하는데, 타격에서 조금만 받쳐주면 그래도 쓸 만해지지 않나? 연봉도 별로 안 될 거 같은데.
└말이 내야 외야 커버지, 수비도 솔직히 잘하는 포지션은 딱 몇 군데뿐이잖아. 나머지는 자리에 그냥 서 있는 수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지.
└그냥 왼손으로 치던 거나 더 연습하지. 쓸데없이 일만 더 벌이네. 아무리 강현우라도 이번 거는 조금 무리수인 거 같다.
└쟤도 다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하는 건데, 한 푼이라도 도와줄 거 아니면 그냥 입 닫고 응원이나 해줘라.
└서성민이 뛸 만한 팀이 있을까? 아예 노답인 팀 아닌 이상 데려가는 건 큰 의미 없을 것 같은데.
└우리 사회인 야구 팀으로 불러오고 싶다. 씹어 먹을 거 같은데.
사람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스위치 타자가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한 손으로 잘하기도 어려운데,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고 해서 되겠냐.’
어쩌면 두 가지를 연습할 시간에 선택과 집중을 해서 한 가지를 두 배로 연습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지금의 서성민에게는 이번 시도가 효과적일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 * *
나는 고지훈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박정준 교수를 찾았다.
이렇게 밝은 표정은 그를 만한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지훈이 몸이 정말 많이 괜찮아졌어.”
검사 자료를 다시 보면서도 뿌듯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다렸던 소식이네요.”
나도 입가에 걸리는 미소를 막을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치료가 3개월 이상 걸렸다면 FA 요건을 채우는 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겠지.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할 수는 없는데,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시즌 마무리될 때까지는 크게 문제없을 거야.”
“그럼 조만간 경기를 뛰어도 괜찮을까요?”
“지훈이가 남은 시즌에서 한 경기라도 더 뛰는 게 좋은 상황이겠지?”
검사 자료를 내려놓은 박정준이 나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요. 고지훈 선수 개인적으로 중요한 상황이기도 하고, 더블즈 팀 차원에서도 고지훈 선수가 복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거든요.”
“음……. 굳이 내가 말을 안 하더라도 잘 알고 있겠지만, 당장 공 개수를 무리해서 많이 던지면 몸 상태가 다시 안 좋아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남은 시즌에는 투구 수 조절을 했으면 좋겠는데…….”
“그 부분은 선수한테도 당부를 해 두고 구단에도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확실하게 답해주니까 마음이 조금 놓이는구만.”
“더 해 주실 말씀 있으신가요?”
“그리고 항상 얘기하지만, 지훈이 투구 폼이 몸에 부담을 주는 건 맞으니까, 계속 조심하면서 관리를 해 줘야 해. 절대 빠지지 말고 치료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네, 알겠습니다.”
“혹시 중간에라도 상태가 안 좋아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찾아와야 하고.”
“명심하겠습니다.”
나의 힘찬 대답에 박정준도 이제야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곧장 고지훈에게 박정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당부도 물론 빼놓지 않았다.
고지훈은 내가 말한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훈련할 때 꾸준히 정보창을 업데이트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었다.
그날 이후로 고지훈은 실전 경기 복귀를 위한 훈련을 하면서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꾸준한 치료에 훈련량까지 조절한 덕분에, 다행 피칭 과정에서 몸에 무리를 느끼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지훈의 몸 상태는 조금씩 실전 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정규 시즌 경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버팔로즈와 더블즈의 치열한 3, 4위 경쟁이 압권이었다.
버팔로즈가 연패에 빠지며 3위를 내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 더블즈도 덩달아 연패에 빠지며 승부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후로도 승리를 추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더블즈는 어느덧 5위 바이킹스와의 승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더블즈의 다급한 상황을 보여주듯 김규상 더블즈 단장이 나와 급히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강 대표님, 어서 오세요.”
나는 김규상과 악수를 나누고는 마주 앉았다.
-고지훈을 정말 복귀시켜도 되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
-마무리 투수가 확실하지 않아서 고민이 깊다.
김규상의 정보창은 다급한 더블즈의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지금 더블즈의 심각한 약점은 선발 이후 등판하는 불펜 투수들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중반까지 리드하다가도 마지막에 역전당하는 경기가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9회를 확실하게 책임져 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그날그날 불펜 투수 중에서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9회를 책임지는 집단 마무리 체제였다.
국내 여건상 시즌 중에 불펜 필승조 투수로 활용할 선수를 영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약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사실상 확정이 됐지만, 이 약점을 보강하지 못한다면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김규상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제가 이렇게 대표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요. 고지훈 선수 관련해서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어떤 점인가요?”
“지훈이도 그렇고 트레이닝 팀에서도 이제는 복귀해도 괜찮을 거라고 하던데……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여러모로 조심스럽네요.”
선수가 괜찮다고 해서 등판을 시켰더니 쓰러진 것이 불과 몇 달 전 일이니, 우려하는 것도 과한 반응은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등판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대신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투구 수 조절은 부탁드립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한데…….”
김규상이 내 눈치를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지훈이 자체가 워낙 욕심이 있는 선수다 보니까, 그 부분이 어렵죠. 현장에서도 에이스 투수가 기 안 꺾이게 해 주려다 보면 무턱대고 자제시키는 것도 쉽지 않을 테고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제가 충분히 얘기해 두겠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대답의 내용과는 달리 김규상의 표정에서는 아직 찜찜함이 느껴졌다.
나는 새로운 화제로 전환했다.
“이제 슬슬 내년 시즌도 생각하고 계시죠?”
고지훈의 FA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히 그래야죠. 시즌도 거의 끝나가니까요.”
“이번 시즌 보니까 겨울에 투수 쪽 보강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네요. 모든 포지션이 다 중요하기야 하지만 투수 파트는 언제나 쉽지 않네요.”
김규상이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고지훈 선수만큼은 문제없이 경기 뛸 수 있도록 서포트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FA 선수를 앞둔 선수의 원 소속팀에서 투수 보강이 필요하다는 건 나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시즌 성적만 뒷받침된다면 겨울에 확실하게 칼자루를 쥘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