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치열한 순위 싸움 (1)
이제 훈련장에는 서성민 말고도 또 한 명의 선수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후. 후. 후.
바로 고지훈이었다.
딱 두 선수가 훈련하는데도 훈련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서성민은 고지훈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훈련을 도왔다.
두 사람은 워밍업을 하는 것부터 체력훈련까지 진지하게 임했다.
기본적인 훈련이 끝나자 이제는 아예 밖으로 나가서 훈련을 이어갔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흘러내리는 더운 날씨였지만 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같은 팀 소속으로 오랫동안 함께 했던 덕분인지 얘기를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이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지훈은 가까운 거리에서 가볍게 주고받는 캐치볼을 시작으로 조금씩 피칭의 강도를 높여갔다.
서 있는 위치를 조금씩 멀게 하면서 마지막에는 100m 거리까지 멀어져서 공을 주고받았다.
펑.
펑.
고지훈이 공을 던질 때마다 서성민은 편안하게 공을 받아 주었다.
서성민은 외야수 훈련도 열심히 하는 선수답게 먼 거리에서 공을 던질 때의 정확도도 높았다.
마지막으로는 30-40미터 거리에서 피칭을 이어갔다.
펑.
펑.
유연하게 움직이는 고지훈의 몸을 보니 컨디션이 좋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제야 둘의 훈련이 잠시 멈췄다.
“성민이 형, 잠깐 쉬었다 하죠.”
“그래. 물 좀 마시자.”
두 선수가 물을 마시기 위해 다가오자 나도 일어나서 다가갔다.
“선배, 몸 상태는 어떠세요?”
나는 고지훈과 서성민에게 시원한 생수를 건네며 물었다.
“완벽해. 던지는 동안 아픈 곳도 없고, 공도 만족스럽네.”
고지훈은 만족스러운 듯 밝게 웃으며 물을 마셨다.
그와 몸을 스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을 던지는 동안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기분이 좋다.
혹시 미세한 통증이라서 그냥 넘기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정보창으로 확실하게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정환이 다음 날에 선발 등판하시는 건 들으셨죠?”
“응, 안 그래도 투수코치님이 어제 말씀해 주시더라고.”
“오늘 불펜 피칭까지 하실 건가요?”
“응. 조금이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옆에서 나와 고지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성민이 물을 한 모금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훈아, 괜찮으면 너 피칭할 때 타석에 서봐도 될까?”
“형이 타석에 서주면 나야 좋지. 라이브 피칭도 되고.”
“고맙다.”
고지훈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듣자 서성민의 표정이 그제서야 밝아졌다.
“어느 쪽 타석에 설 거야?”
“실전에서 너 상대한다면 좌타자로 서야 하는데, 요즘 우타자 훈련을 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우타자로 서볼까 하는데?”
서성민이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며 물었다.
“대표님, 그렇게 하는 게 좋겠죠?”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밝게 웃으며 호응하자 서성민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고지훈이 물을 마시다 말고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이랑 상대 팀으로 만나면 정말 까다롭겠어. 왼손 타자일지 오른손 타자일지도 생각해야 해서.”
“내가 더블즈 다시 들어가 볼게.”
서성민이 웃으며 답하는 것과는 다르게 고지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내년에는 내가 더블즈에 없을지도 모르지. 사람 일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런가?”
두 사람의 특별할 것 없는 대화였는데, 나에게는 중요한 단서를 주었다.
무조건 더블즈에 잔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닌 거구나.
일단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뜨거운 태양 볕에서 계속 서 있다가는 일사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라이브 피칭은 안으로 들어가서 하시죠. 밖이 너무 덥네요.”
“안 그래도 그러자고 하려고 했는데. 빨리 들어가자. 너무 덥다.”
우리는 서둘러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햇볕이 없는 곳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이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고지훈과 서성민의 훈련은 실내 연습장에 들어가서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 * *
나는 오랜만에 경기장을 찾았다.
가장 치열하게 순위 싸움 중인 버팔로즈와 더블즈가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였다.
치열한 순위 경쟁만큼이나, 티켓 예매 전쟁도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얼마나 많은지, 입구에서부터 좌석까지 이동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겨우 자리에 앉아서 경기장을 보니 정말 장관이 따로 없었다.
만원 관중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에서 웅장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3위 버팔로즈와 4위 더블즈의 맞대결입니다.
-두 팀의 게임차가 두 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번 맞대결 3연전에서 혹시 더블즈가 싹쓸이를 한다면 순위는 곧바로 바뀔 수 있죠.
-그런 점에서 3연전의 첫 시작인 오늘 경기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더블즈에서는 최정환 선수가 등판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최근 경기력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기대해 볼 만합니다. 문제는 더블즈의 불펜 투수진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죠. 과연 리드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이 이를 지켜줄 수 있을지가 오늘 경기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1회는 더블즈의 선공으로 시작됐지만, 제대로 된 공격이 나오지 않아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제 더블즈의 선발 투수인 최정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정환은 마운드에서 심호흡을 깊게 내쉬고는 피칭을 시작했다.
펑!
155km/h.
펑!
156km/h.
-구속만 봐도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겠어요. 최정환 선수가 1회부터 구속을 거의 최대로 끌어올렸어요.
하지만,
펑!
“볼!”
펑!
“볼!”
-결국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킵니다. 중요한 경기라서 몸에 힘이 들어갔을까요? 제구가 평소보다 더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공 하나에 힘을 싣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무엇보다 볼넷을 내주는 건 정말 피해야 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져 주려면 더더욱 중요해요.
허무한 첫 타자 출루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
최정환이 각성했는지 다시 공격적인 투구가 이루어졌다.
펑!
구속은 처음보다 3, 4km/h가 낮아졌지만 위력은 그대로였다.
틱!
타자가 최정환의 힘을 이겨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시원한 탈삼진에 더블즈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이제 버팔로즈의 3번 타자 오석훈이 타석에 섰다.
리그 타율 1위를 기록 중인 데다 스피드도 있는 선수라 더블즈 선수들이 분주하게 사인을 주고받았다.
최정환은 이번에도 흔들리지 않고 패스트볼로 승부를 했다.
오석훈도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
틱!
하지만 공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
공이 빗맞았음을 직감한 오석훈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1루를 향해 달렸다.
3루수가 문제없이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이제 2아웃 주자는 1루.
안심할 틈도 없이 다음 타자 박성주가 타석에 섰다.
1루에 있는 주자는 언제라도 달릴 것처럼 최정환의 심기를 건드리려 애썼다.
하지만 최정환은 그의 플레이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피칭을 했다.
펑!
4번 타자를 상대로도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후웅-
슬라이더는 날카롭게 꺾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패스트볼을 한가운데로 던지는데,
펑!
“스트라이크 아웃!”
허를 찔린 박성주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그대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
눈이 정화되는 듯한 시원시원한 투구에 더블즈 팬들은 환호했다.
이어지는 더블즈의 공격 이닝.
최정환의 호투에 호응하듯 더블즈 타자들의 배트는 과감하게 돌아갔다.
딱!
“달려! 달려! 달려!”
시원한 장타가 터지는 것은 물론이고,
따악!
“우와아아아-”
“홈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도 터져 나왔다.
더블즈 더그아웃과 관중석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3위에 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정환도 동료 타자들의 시원한 타격에 호응하듯,
펑!
펑!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전력을 다해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승부를 이어갔다.
어느덧 7회, 스코어는 7:2.
최정환의 오늘 경기 투구 수는 100구를 넘어가고 있었다.
힘이 빠질 수 있을 법한 타이밍이었다.
딱!
딱!
버팔로즈 타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배트를 매섭게 돌렸다.
-최정환 선수도 투구 수가 많아지면서 공에 힘이 빠지는 것 같네요.
-초반부터 전력으로 공을 던졌기 때문에 평소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많을 겁니다. 더블즈 벤치에서는 교체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자 1루 상황에서 버팔로즈 4번 타자 박성주가 타석에 들어왔다.
박성주는 루킹 삼진을 당한 굴욕을 씻기 위해 칼을 갈고 나온 듯했다.
결국,
따악!
박성주의 배트에 맞은 공은 하늘 높이 날아갔다.
“아…….”
공이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최정환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반면, 버팔로즈 응원석에서는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와아아아-”
“박성주! 박성주! 박성주!”
-버팔로즈의 4번 타자 박성주 선수가 추격의 불씨를 살리는 중요한 투런 홈런을 터뜨립니다.
-최정환 선수가 박성주 선수의 벽을 넘지 못하네요.
-이제 스코어는 7:4예요. 말 그대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그렇게 최정환은 박성주와의 승부를 마지막으로 6.1이닝 동안 4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제 더블즈도 불펜 투수들이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더블즈 불펜진이 7회를 잘 막아내고, 더블즈 타자의 추가 득점으로 여유를 만들어 두는 데 성공했다.
-9:4의 스코어로 더블즈가 앞선 상황에서 8회 말 수비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더블즈 불펜의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야구에서는 다섯 점 차도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는 스코어예요.
-과연 더블즈 불펜진이 남은 아웃 카운트 6개를 잘 막아줄 수 있을까요?
드디어 8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5점 차의 리드를 잘 지켜주기를 바라는 더블즈 팬들의 애절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딱!
앞선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오석훈의 2루타를 시작으로,
따악!
박성주의 투런 홈런까지 터져 나오며 이번 이닝에만 3점을 득점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9:7까지 가까워졌다.
더블즈는 활용 가능한 모든 불펜 투수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한 이닝에도 여러 번의 투수 교체가 이루어졌다.
덕분에 꾸역꾸역 버팔로즈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9회 2아웃,
틱!
버팔로즈 타자가 때린 타구는 하늘 높이 떠올랐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웃!”
힘겹게 더블즈의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자,
“와아아아-”
“사랑한다, 무적 더블즈!”
더블즈 팬들의 웅장한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더블즈가 오늘 중요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합니다!
-이제 두 팀의 승차는 단 1경기. 버팔로즈와 더블즈 두 팀 중 어느 팀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과연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될 팀은 어느 팀이 될까요?
긴장된 표정으로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던 최정환도 이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겨웠던 1승이자 마지막까지 3위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중요했던 1승이었다.
이제 내일 선발 투수인 고지훈의 어깨에 3위 싸움의 향방이 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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