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포스트 시즌 라이브 (2)
우리의 라이브 방송은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시작하기 30분 전에 진행하기로 되어있었다.
그 시간이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들 준비됐지?”
“어휴 물론입니다.”
여유 있게 답한 소영준과는 달리, 장수영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수영이는 너무 긴장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많이 떨리네요.”
“마운드에서는 하나도 안 떠는 애가 왜 이렇게 긴장을 해.”
나는 장수영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어깨를 주물러줬다.
“경기보다 이게 더 떨리는 거 같아요.”
“편하게 해. 잘할 필요도 없어. 우리끼리 노는 거니까.”
장수영이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굳어있는 표정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이제 옆에 앉은 마이클 스콧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스콧, 컨디션 괜찮아?”
“퍼펙트!”
스콧은 언제나 그렇듯 밝은 미소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맞춰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나는 높은 톤으로 인사하며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 라이브 시작한다.
└멤버 구성이 다채롭네. 서로 팀도 다르고 포지션도 다르고.
└스콧도 있네? 한국어로 대화 주고받는 게 가능한 건가?
└이미 K-용병 됐다는 얘기가 있던데.
“잠시 후면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시작할 텐데요. 미리 당부 말씀드리면, 저희는 철저하게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을 위한 편파 방송을 할 계획입니다.”
└무조건 상대 팀 까는 건가?
└고지훈이랑 오석훈, 박성주 맞대결할 때 어떻게 하나 궁금하네.
└화면은 방송으로 보면서 해설은 이걸로 들어야겠네 ㅋㅋㅋ
나는 고개를 돌려 소영준을 보며 물었다.
“오늘 더블즈의 선발 투수는 고지훈 선수죠. 타자가 보는 투수 고지훈은 어떤가요?”
소영준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정말 짜증 나는 스타일이죠. 차라리 파이어볼러는 어떻게든 타이밍을 맞춰 볼 수 있는데, 고지훈 선배 같은 투수는 예상할 수가 없어요. 구종 다양하지, 제구력도 좋지, 같은 구종도 구속을 다르게 완급 조절해서 던질 수 있으니까요. 타자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피곤한 선수예요.”
소영준이 상상만으로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고지훈 선수 상대로는 어떻게 승부하는 게 좋을까요?”
“……글쎄요. 제가 그걸 알았으면 고지훈 선배 상대로 잘 쳤겠죠? 이번 시즌에도 겨우 안타 하나 쳤을걸요? 그것도 빗맞아서 얻어걸렸어요.”
└솔직한 거 보소 ㅋㅋㅋ
└웃프네.
└찾아보니까 진짜 안타 하나 쳤어 ㅋㅋㅋ
└소영준은 솔직해서 좋아.
“이제 버팔로즈에서 중심 타선을 구성하고 있는 두 선수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고지훈 얘기만 하다가 끝나네.
└버팔로즈 선발 투수 소개는 안 해 주시나요?
└버팔로즈 투수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오늘 저희 방송 콘셉트는 편파 진행이라고. 다른 선수들 이야기도 하기는 할 텐데, 우리 선수들 얘기만 해도 너무 많아서 시간이 날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대로 편파네 ㅋㅋㅋ
└진행 깔끔하다.
“경기 시작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이제 우리 타자 선수들 얘기해 드려야죠.”
나는 시계를 보며 급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버팔로즈에는 오석훈, 박성주 선수가 있어요. 오늘도 역시나 3번, 4번 타자로 출전하죠. 장수영 선수가 보기에는 어떤가요?”
이번에는 장수영을 보며 물었다.
“개인으로만 봐도 강한 선수들인데 더 무서운 건 두 선수가 세트로 움직인다는 거죠. 패키지 상품처럼. 오석훈을 겨우 넘었다 싶으면 뒤에 박성주가 나오니까 투수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죠. 한고비 넘었는데 또 큰 고비가 있으니까요.”
└패키지 상품 ㅋㅋㅋㅋ
└진짜 산 넘어 산이네.
“이번에 장수영 선수는 두 선수 상대로 전적이 어땠죠?”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제가 이기기는 했어요. 두 선수 상대로 합쳐서 안타 한 개 맞았을 거예요.”
내 물음에 장수영이 머쓱해하며 답했다.
그러자 조용히 듣고 있던 소영준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에이 뭐야, 재수 없어. 얘는 다 맞는 말만 하니까 더 싫어.”
└맞는 말만 해서 재수 없대 ㅋㅋㅋㅋ
└결론 : 오석훈, 박성주 다 대단한 선수지만, 결국 나를 이기지는 못했다.
└결국 승자는 장수영이라는 건가.
└그러고 보면 장수영이 이번 시즌에 대단하긴 했네. 팀 성적만 좋았어도 세이브 더 많이 올렸을 텐데.
“마이클 스콧은 어때요?”
“와우! 나는 두 선수를 처음 상대하자마자 스타가 될 거라고 확신했어. 메이저리그 콜업 됐던 선수들하고 크게 다르지가 않았으니까.”
스콧이 두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이주혁이 급하게 통역을 하기는 했지만, 사이사이 벌어지는 시차는 어쩔 수 없었는데,
└뭔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의미 전달은 되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나도 순간 내가 영어 잘하는 줄 알았다.
└언어를 몰라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네 ㅋㅋ
다행히 스콧의 자유분방한 손짓과 다채로운 표정만으로도 의미 전달을 하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화면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경기가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이제 경기 시작하네요. 더블즈의 선공입니다.”
“더블즈 공격일 때는 에이전시 식구들이 핵심이 아니라서 우리가 별로 할 게 없겠는데요.”
소영준이 심심하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올스타전에서 췄던 춤 보여주세요!
└오, 좋다! 그때 겁나 웃었는데.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갑자기 춤을 추겠다고?
“재밌긴 하겠는데…….”
내가 무어라고 하기도 전에 소영준의 엉덩이는 이미 의자에서 떨어진 뒤였다.
“아무 음악이라도 하나 깔아 주세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성큼성큼 테이블을 돌아 앞으로 걸어 나갔다.
스태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음악을 재생했다.
음악이 들리자마자 소영준의 몸은 흥겹게 움직였다.
이 모습을 보던 마이클 스콧도 흥을 숨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와우! 판타스틱 페스티벌!”
└야구 중계 보려고 켰는데 춤판을 보고 있게 될 줄이야.
└나 방금 켰는데, 이거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아마 더블즈 공격 이닝에는 계속 지금 춤 보게 될 듯.
흥겨운 춤은 1회 초 더블즈의 공격이 끝나자 겨우 마무리될 수 있었다.
“1회 말, 이제 마운드에는 고지훈 선수가 등판합니다.”
“드디어 야구 좀 제대로 볼 수 있겠네요.”
소영준이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장수영을 보며 질문을 던졌다.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저는 선발 등판을 해 본 건 아니라 조금 다를 수도 있긴 한데. 불펜에서는 정말 긴장되다가도, 막상 올라가면 보통 시즌 경기하고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고개를 소영준 쪽으로 돌려 물었다.
“타자는 어때요? 막상 타석에 서면 안 떨리나요?”
“저요? 글쎄요……. 저희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 본 적이 없어서 무슨 기분일지 모르겠는데요.”
└가 본 적 없어서 모른대 ㅋㅋㅋ
└오늘 방송 중에 제일 빵 터졌다.
└펠리컨즈…… 힘내라.
나는 급하게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드디어 이제 초구 던집니다.”
화면 속 고지훈은 마운드에서 힘껏 공을 던졌다.
“역시 처음부터 투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네요.”
“고지훈 선배의 문제는 바로 저거예요.”
소영준이 갑자기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투구에 문제가 있어요?”
“스트라이크 존 코너로 던지는 거까지는 좋다 이거예요. 근데 저렇게까지 구석으로 던지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 게다가 투심이라 우타자 몸 쪽으로 떨어지는 공이잖아요. 저걸 어떻게 치냐고요.”
“투수로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소영준을 보니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타자가 공략은 할 수 있게 해 줘야죠.”
└진짜 문제를 얘기하는 줄 알았더니 결국 칭찬이네.
└소영준이 빡친 건 진심인 거 같은데 ㅋㅋ
└고지훈 제구가 사기긴 하지.
결국, 꿈틀거리는 패스트볼에 빗맞은 땅볼이 나왔다.
수비수들도 집중력이 높은 경기답게 실수 없이 플레이를 했다.
2번 타자와의 승부도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두 개가 올라갔다.
그리고 이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는 3번 타자 오석훈이었다.
“또 한 명의 우리 에이전시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나는 오늘따라 더 반가운 마음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오석훈은 갑자기 배트를 짧게 쥐며 번트 모션을 취했다.
“오, 번트를 대는 건가요?”
하지만, 모션만 취했을 뿐 금방 배트를 거두어들였다.
그러자 장수영이 입을 열었다.
“오석훈 선수 같은 경우는 스피드가 정말 빨라서요. 언제든지 장타만큼이나 내야 안타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거든요.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고민해야 할 게 많아요.”
“정말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은 여러모로 상대 선수를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네요.”
소영준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사이에도 경기는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었다.
초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0 볼 1 스트라이크.
고지훈은 두 번째 공을 힘껏 던졌다.
아무리 오석훈이라도 이렇게 꿈틀거리며 날아가는 공을 제대로 맞히기는 어려웠다.
“아, 빗맞았는데요! 코스가 애매해요.”
빗맞은 타구는 절묘하게 3루수, 포수, 투수의 가운데에서 멈춰 섰다.
3루수가 재빠르게 잡아 보았지만,
-세이프!
이미 오석훈이 1루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고지훈 선수로서도 아쉽게 됐어요. 잘 던지고 땅볼 유도까지 잘했는데, 오석훈 선수에게 운이 따랐어요. 이런 건 투수로서도 어쩔 수가 없죠.”
이제 4번 타자 박성주가 타석에 들어오는 동안, 장수영이 대화를 이어받았다.
“이런 상황이 정말 골치 아프거든요. 타석에는 힘 있는 타자가 서 있고, 1루에는 발 빠른 선수가 있으면 아무리 투 아웃이라고 해도 생각할 게 많아요.”
고지훈은 등 뒤에 선 오석훈을 흘끔흘끔 살피며 투구를 했다.
고지훈은 투심 패스트볼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내더니,
후웅-
결국 박성주의 배트가 허공을 돌게 만들었다.
“우와! 지금 슬라이더는 완전히 스트라이크처럼 들어가다가 휘어나가네요.”
나는 절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공에 어떻게 배트를 안 내냐고.”
소영준도 손뼉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결국 고지훈은 박성주를 아웃으로 돌려보내며 이닝이 마무리됐다.
“정말 고지훈이기에 던질 수 있는 공이었네요.”
이후로도 두 선발 투수는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워낙 양 팀 투수들이 좋은 제구력을 가진 덕분에 초반 이닝이 빠르게 진행됐다.
스코어는 0:0으로 팽팽했다.
고지훈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7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이 이어질 차례였다.
“어? 어어?”
누군가의 외침에 내 시선은 화면을 향했다.
무슨 상황인지를 확인하자마자 나는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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