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두 번째 연봉 협상 (3)
버팔로즈와 더블즈의 준플레이오프는 결국 버팔로즈의 3승 1패 승리로 끝났다.
더블즈의 시즌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고지훈과 최정환의 시즌도 마무리됐다.
경기를 마친 고지훈과 최정환이 숙소에 도착했다.
“선배, 고생 많으셨어요. 정환이도 고생 많았다.”
나는 고지훈과 최정환을 번갈아보며 첫마디를 건넸다.
“마지막에 아쉽게 져서 정말 아까운데, 그래도 이제 시즌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시원하긴 하다.”
특히 고지훈의 얼굴에서는 홀가분함마저도 느껴졌다.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고 나면 승부욕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지훈에게는 이번 시즌이 다른 어떤 시즌보다 힘들게 느껴졌을 테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반면, 최정환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아까웠어요. 정규 시즌에는 버팔로즈한테 밀렸어도, 단기전에서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잘했어. 네가 잘했으니까 이 정도까지 왔던 거지.”
5판 3선승제의 단기전이었던 만큼 4선발 투수였던 최정환은 준플레이오프의 모든 경기를 불펜 투수로 던졌다.
그렇게 최정환이 중간에서 1-2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준 덕분에 마지막까지 경기를 치열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경기 후반에 역전을 많이 허용했던 더블즈답지 않은 성과였다.
“석훈 선배랑 성주 선배가 확실히 좋은 타자이기는 한 것 같아요.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 때려주니까 상대팀 입장에서는 힘이 쭉쭉 빠지던데요.”
시리즈 내내 오석훈과 박성주가 합작해서 더블즈 투수진을 붕괴시켰다.
그나마 최정환이 등판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두 선수의 활약을 멈추게 할 도리가 없어 보였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최정환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혹시…… 내년에 선배가 다른 팀으로 가시는 거 아니에요?”
최정환이 고지훈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뭐…… 우리 대표님이 결정해 주시는 대로 하는 거지.”
고지훈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선배는 이제 아무 걱정 마시고 편히 쉬세요. 제가 좋은 결과 만들어오겠습니다.”
“그럼 며칠 동안 집에 가서 쉬다가 와도 되겠지?”
“물론이죠.”
“우리 대표님이 계셔서 든든하네.”
고지훈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최정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정환아, 너한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저한테요? 어떤 건데요?”
궁금해하는 최정환을 향해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마무리 투수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 거 같아?”
“제가 마무리 투수를요?”
최정환의 가장 큰 약점은 확실하다고 할 만한 변화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변화구 구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패스트볼이 가진 강점을 깎아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변화구 구사 능력만 키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팀의 1, 2선발을 맡는 에이스 투수로 올라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프로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최정환은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였다.
물론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선수가 갑자기 마무리 투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정환이 가진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분명해 보였다.
패스트볼로 삼진을 잡아내는 것으로는 최정환이 리그 최고였으니까.
“너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추진할 생각은 전혀 없어.”
“음……. 갑작스러워서 결정하기가 어렵네요. 혹시 선배님 생각은 어떠세요?”
최정환이 고지훈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고지훈도 함께 고민하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구위나 탈삼진 능력만 보면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것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투수는 가능하다면 선발로 자리 잡는 게 좋지 않을까? 불펜 투수가 선발 투수보다 인정을 못 받는 건 사실이잖아.”
고지훈의 의견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선발 투수는 로테이션에 맞춰서 구단에서 철저하게 등판 일정을 관리해 주지만, 불펜 투수는 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도록 대기해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래서 저로서도 확실하게 얘기하기가 어렵네요. 이게 정환이한테 잘 맞는 옷일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아무래도 그런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현실적인 상황은 그렇다는 건데, 내 생각에도 정환이 네가 만약 마무리 투수로 전향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와 고지훈의 의견을 들은 최정환이 잠시 고민을 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포스트시즌 등판하면서도 그렇고, 올스타전에서도 9회에 등판해 봤을 때도 그렇고 짜릿하기는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지.”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 등판해서 승리하는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서 있을 수 있다는 희열은 오직 마무리 투수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이었다.
“그렇게 보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어떤 부분이 제일 걱정되는데?”
“마무리 투수면 제구력이 좋아야 할 텐데,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몸 쪽을 의도해서 던진다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을 때나 들어갔던 거라서요.”
아직까지 그날의 트라우마를 날려버리지는 못한 것 같았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긴 하지.
그러자 고지훈이 웃으며 최정환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야, 158km/h까지 던지는 애가 뭐가 걱정이냐. 나는 150km/h 한 번만 던져보고 싶다. 나이 먹으니까 더 안 되는 거 같아.”
“선배는 제구가 좋으니까 가능한 거잖아요.”
“연습하면 다 돼. 내가 도와줄게.”
“정말요?”
“이번 겨울에 나랑 같이 훈련하자.”
고지훈이 최정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짜 한번 해볼까요?”
최정환이 이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가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면 필요한 건 뭐든지 도와줄게.”
나는 모든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 * *
더블즈의 포스트시즌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연봉협상도 시작됐다.
이번에는 최정환의 연봉 협상을 위해 더블즈 단장을 찾았다.
“어서 오십시오. 강 대표님.”
나는 김규상 더블즈 단장과 인사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다음 시즌 투수 구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지훈의 !@x$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불펜 투수진의 문제는 이번 시즌 내내 더블즈를 힘들게 했던 부분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더블즈가 다음 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문제였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할 제안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다시 등장한 특수문자.
고지훈에 대해서 무언가 숨기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건데,
이제까지 경험으로는 특수문자가 등장했을 때, 유쾌한 상황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김규상 단장은 과연 고지훈과 관련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단장님, 이번 시즌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이제까지는 현장에서 열심히 해준 거고, 지금부터가 단장의 시간인데요.”
김규상은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야기를 건넸다.
“소식 들었습니다. 성민이가 현우 씨 에이전시로 갔다더라고요.”
“네, 그렇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성민이가 참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더 안타깝더군요.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내년에 다시 그라운드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현우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기대되는데요?”
“더블즈 상대로 결승 홈런 때릴지도 모릅니다.”
나의 자신 있는 대답에 김규상이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러시죠.”
나는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 펼쳤다.
그사이 김규상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환이가 올해도 선발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줬죠. 우리 팀 4-5선발로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고요.”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규상의 말을 들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이닝 소화가 살짝 아쉽습니다. 4-5선발 자원이기는 하지만, 경기당 평균 이닝이 6이닝을 넘겼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요. 4.10인 평균 자책점도 조금만 더 낮춰서 3점대로 들어오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솔직히 말해서 틀린 말이 아니라 나로서도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세부적인 데이터야 우리 모두가 확인하고 왔을 테니까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김규상이 이해했다는 듯, 가지고 있던 종이 한 장을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4선발 투수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적인 건 틀림없으니까요. 당연히 연봉은 올려 드려야죠. 지난 시즌 최정환 선수 연봉이 6천만 원이었죠?”
“네, 맞습니다.”
“100% 인상해서 1억 2천만 원이면 충분히 이번 시즌에 보여준 가치를 보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00% 인상이라…….
솔직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작년에 비해 기복이 확 줄기는 했지만, 아직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건 확실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방에 넙죽 받기는 조금 그렇잖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하기는 합니다만, 여기서 조금 더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김규상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나는 내 말을 이어갔다.
“중요한 경기에서도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줬잖습니까. 포스트시즌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등판하기도 했고요.”
“그럼 에이전시에서는 어느 정도 생각하고 계시죠?”
“1억 5천만 원 정도 받을 만한 가치는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잠시 고민하던 김규상은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조율을 마치고 확정된 다음 시즌 연봉은 1억 3천만 원.
최정환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그렇게 최정환의 연봉 협상은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마무리됐다.
순탄하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서 다행이긴 한데, 왜 마음 한구석에서 쎄한 기분이 드는 걸까.
그건 그렇고 말하려고 했던 얘기는 해두고 가야지.
“단장님, 제가 개인적으로 제안을 드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어떤 거죠?”
“더블즈에 지금 필요한 게 불펜 투수잖아요.”
“그렇죠.”
정규 시즌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불안한 불펜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를 한 명 추천해 드릴까 하는데요.”
“마무리 투수가 있나요?”
생각지 못한 한마디에 김규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멀리서 찾자는 건 아니고요.”
“그럼 어떻게……?”
“우리 정환이 보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보직이라니요?”
김규상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했다.
“정환이를 마무리 투수로 전환해 보면 어떨까 해서요.”
“뭐, 뭐라고요?”
역시나 김규상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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