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쉽지 않은 FA 협상 (1)
박성주가 올스타전에서 부상으로 받은 SUV를 처음으로 개시하는 날이었다.
동시에 박성주가 면허증을 딴 지 고작 이틀이 지난 날이기도 했다.
나와 오석훈, 소영준, 마이클 스콧, 장수영 그리고 이주혁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으로 차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박성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주야, 잘할 수 있지?”
“걱정 마세요. 저 어제 면허 땄다니까요.”
박성주 혼자만 자신감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래, 잘 부탁한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다들 편히 쉬고 계세요. 가서 신나게 놀아야 하니까.”
“알겠는데. 앞에 봐.”
나는 좌석 위에 달린 손잡이를 다시 한번 꽉 움켜쥐었다.
“SNS에 우리 놀이공원 간다고 올려둘까요?”
오석훈이 차로 이동 중인 우리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말했다.
“미리 말했다가 놀이공원 난리 나는 거 아냐?”
박성주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그래 봐야 우리가 1시간이면 도착할 텐데 별일 있겠어?”
“에이, 그래도 우리가 다 얼굴이 알려져 있는데요. 팬들이 너무 많이 모이면 놀이공원에도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걱정스럽긴 하죠.”
박성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일단 올려보기는 하자. 혹시 팬들이 알아봐 주시면 같이 즐겁게 놀면 되지.”
“네. 그럼 지금 바로 올릴게요.”
오석훈이 업로드를 하는 동안 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 오오.”
최대한 조용히 해주려고 했는데도, 불안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소리는 어쩔 수 없었다.
분명히 초겨울에 가까운 날씨인데도 등에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장거리 여행을 하는 듯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다행히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돌아갈 때는 그냥 내가 운전해야겠다.’
나는 이마를 훔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거쳐 들어가는 순간, 나를 포함해 모든 선수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우와, 오석훈이다!”
“대박! 진짜 왔어!”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기다리던 팬들이 가득했다.
“사인 좀 해주세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함께 사진을 찍어 달리는 팬들은 물론이고, 어떻게 알고 가져왔는지 야구공과 배트를 들고 다가와 사인 요청을 한 팬도 있었다.
“대표님, 우리 사인해 주고 있어도 되죠?”
“그럼요. 일단 팬들하고 시간 보낸 다음에 놉시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오석훈에게는 역시나 여성 팬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린이 팬들은 마이클 스콧에게 많이 몰리는 것 같았다.
소영준과 박성주, 장수영에게도 적지 않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놀랍게도 나에게도 사진을 찍자고 다가온 팬들이 꽤 많았다.
그렇게 입구에서부터 팬 사인회가 이뤄지는 동안, 깜짝 놀란 놀이공원 관계자들이 출동해서 인원 통제를 진행해 주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팬사인회는 두 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오랜 시간 서서 팬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체력 소모에 우선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으로 들어갔다.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당장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식당이 그곳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팬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팬들의 사진 촬영은 물론이고 SNS 업로드까지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었다.
└드림 에이전시에서 단체로 떴네. 지금이라도 가야 하나?
└오늘 저기 갔던 사람들이 위너네.
└남자들끼리 놀이공원 가기 쉽지 않은데.
“스콧, 놀이기구 타는 거 좋아해?”
“무서운 건 안 타봤어. 보기만 해도 아찔한 걸 도대체 왜 타는지 모르겠어.”
스콧의 한마디에 소영준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아 그래? 그럼 여기서 제일 유명한 거 하나만 타고 가야겠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거 있거든.”
“그거 무서운 거 아니야?”
“스콧, 그거 엄청 무섭…….”
내가 스콧에게 한마디를 하려고 하자 소영준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아니야. 어린이들도 타는 건데 뭐. 시원하게 바람 한 번 쐰다고 생각하면 돼.”
소영준은 밑에서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무튼 무서운 건 아닌 거지?”
“그럼.”
소영준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잠시 후, 스콧은 롤러코스터의 벨트를 맨 채 소영준 옆에 앉아 있었다.
“So, 이거 좀 이상한데?”
“뭐 문제라도 있어?”
“벨트는 왜 매는 거야? 그냥 편하게 한 바퀴 도는 거 아니야?”
“놀이 기구 탈 때 원래 벨트 다 매잖아. 안전하려고 하는 거야.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 수도 있으니까.”
소영준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스콧을 달랬다.
“그래? 진짜 무서운 거 아니지?”
스콧은 두꺼운 벨트가 신경 쓰이는지 여러 번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승객 여러분 출발하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직원의 안내 멘트를 시작으로 롤러코스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탁탁탁탁.
롤러코스터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실내 탑승장을 빠져나갔다.
외부로 나간 롤러코스터는 점차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이거 뭐야? 어디까지 이어져있는 거야?”
레일의 높이와 현란한 동선을 확인한 스콧의 눈이 한껏 커졌다.
“어어? 이거 뭐지? 놀이 기구를 잘못 탄 건가?”
소영준의 발연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스콧의 얼굴빛은 하얘졌다.
꼭대기에서 잠시 멈춰 선 롤러코스터는 스콧의 구속보다도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악!”
스콧은 너무 놀랐는지 눈을 감지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몇 분 후.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 스콧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했다.
소영준에게 원망의 말을 할 힘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놀이공원 곳곳에서 파는 아이스크림과 스낵을 하나씩 먹으면서 다음 장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우리 이거 해서 상품 좀 받아 가죠.”
장수영이 공을 던져 인형을 맞추는 코너를 손으로 가리켰다.
“어서 오세요!”
직원이 반가운 손님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맞아줬다.
“저희 이거 해봐도 되죠?”
“잠시만요!”
직원이 급하게 공을 집어 든 장수영을 말렸다.
“지금 못해요?”
“지금 하실 수 있는데요. 장수영 선수는 투수잖아요. 그냥 하시는 건 너무 반칙이고, 왼손 투수니까 오른손으로 던져주세요.”
“오른손으로는 안 던져 봤는데.”
잠시 몸을 푼 장수영이 오른손으로 자신 있게 공을 던져보는데,
왼손과는 달리 제구력이 그리 좋지 못했다.
턱. 턱.
맞추려던 인형과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수영이도 오른손으로는 못 던지는구나.”
장수영이 던지는 내내 아쉬워하는 반면에, 직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이클 스콧도 반대 손인 왼손으로 던져야 했다.
“오 마이 갓! 너무 어려워!”
역시나 국내 리그에서 최고라고 불리고 있는 프로 선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 오석훈이 공을 집어 들었다.
“오석훈 선수는 타자니까 편하게 원하시는 방식으로 던지셔도 돼요.”
정말?
투수가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후회할 텐데.
예상대로 직원의 기대와는 달리,
텅.
“나이스!”
텅.
“공 좋다!”
오른손으로 공을 쥔 오석훈은 완벽하게 모든 목표물을 맞혔다.
“어, 어어. 너무…… 잘 맞히시는데?”
완벽한 피칭이 이어질수록 직원의 표정은 흙빛이 되어가고 있었다.
텅.
“그래, 다 맞춰버려! 우리가 상품 싹 쓸어 가자!”
텅.
박성주도 물론 완벽했다.
소영준과 나로 이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직원은 야수들의 송구 능력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하게 치러야 했다.
직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최고 기록의 상품으로 걸린 큼지막한 인형 여러 개를 선물로 건넸다.
“가시기 전에 사인 한 장만 해주고 가세요.”
“당연하죠.”
직원의 요청에는 조금도 고민 없이 모두가 사인을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에서 마련된 게임을 하고, 마주친 팬들과 인사를 하며 해가 저물 때까지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 계획대로면 밤에는 한강으로 이동해서 유람선을 타며 서울의 야경을 즐길 생각이었는데, 놀이공원에서 보냈던 일정만으로도 녹초가 되어버렸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대로 뻗어버렸을 정도였다.
* * *
어느새, 스콧이 떠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이주혁, 소영준과 함께 스콧을 공항으로 데려다줬다.
캐리어를 밀고 출국장으로 걸어가는 스콧의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남아서 더 재밌게 놀자고 하고 싶었지만,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 시기가 아니면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날 시간이 없을 테니까.
“Kang, So, Lee. 보고 싶을 거야.”
“스콧, 조심히 지내다가 스프링캠프 때 만나.”
스콧은 나에게 포옹을 하고는 소영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So하고는 시범경기 때 만날 수 있겠지?”
“그래야겠지.”
펠리컨즈와 재규어즈의 스프링캠프 장소가 멀어서 만날 가능성은 희박했다.
“Lee도 고마웠어.”
이주혁과도 포옹을 마친 스콧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러 들어갔다.
스콧은 완전히 들어가는 동안에도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우리를 아련하게 바라봤다.
나는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스콧을 배웅했다.
스콧이 출국장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우리도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 대표님도 이제는 조금 쉬시겠네요?”
소영준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니. 아직 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무슨 일이 끝이 안 나냐? 나는 죽어도 못할 거 같다.”
소영준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구단도 그렇겠지만, 에이전시도 시즌 끝나면 할 일이 더 많잖아.”
“그나저나 왜 펠리컨즈는 연봉 발표를 안 하지?”
“너 말고도 아직 협상이 안 끝난 선수들이 있는 거 여럿 같던데.”
본인의 연봉을 궁금해하는 소영준에게는 이유를 지어내서 대충 둘러댄 상황이었다.
어떻게 말해도 그리 기분 좋을 만한 소식은 아니었으니까.
“하……. 펠리컨즈는 이제 연봉 협상도 말썽인가 보네. 내 협상도 아직이라고 했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확 이적이나 해버릴까?”
“가고 싶은 팀이 있어?”
“아니 뭐. 아무래도 선수 은퇴하기 전에 우승 한 번쯤은 해보고 싶긴 하지. 펠리컨즈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가능성이 높지 않은 거 같으니까.”
“솔직히 그렇긴 하다.”
최하위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팀이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재창단에 가까운 개혁이 있지 않은 이상은 어려울 테니까.
나는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소영준의 연봉 협상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바로 고지훈의 FA 협상이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자 고지훈의 FA 공시 절차는 문제없이 완료되었다.
이제 고지훈은 모든 팀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FA 선수가 되었다.
이제 또 한 번 최고의 FA 계약을 만들어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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