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쉽지 않은 FA 협상 (2)
드디어 우리 드림 에이전시의 첫 번째 FA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FA 계약은 선수를 위해서도 중요했고, 우리 회사의 수익 차원에서도 중요했다.
액수가 크다 보니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이주혁과 함께 며칠 밤을 새워가며 고지훈이라는 선수를 어필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FA 협상 시즌을 앞두고 여러 스포츠 매체에서는 FA 주요 선수들에 관한 기사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물론 고지훈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래도 고지훈은 더블스에 남지 않을까? 프랜차이즈 스타인데.
└프로에 그딴 게 어딨어. 돈 많이 주는 데로 가는 거지.
└고지훈은 이번에 B등급 아닌가?
└ㄴㄴ A등급임. 지금 연봉도 높은 수준이라.
└A등급이면 이적 불가네. 어느 팀에서 데려가겠냐.
└고지훈이 애매하긴 하네. 베팅하자니 내구성 걱정되고, 그렇다고 안 하자니 아깝고.
└FA 투수 영입할 돈으로 타자 영입하는 게 진리지. 투수는 키워 써라, 용병 잘 뽑거나.
└문제는 이번 시즌에는 나준호 같은 S급 타자가 없다는 거…….
└그럼 그냥 아껴뒀다가 내년을 노려야지. 별수 있나.
구단이 투수 FA를 영입한다는 건 타자보다 훨씬 리스크가 컸다.
타자는 30대 중반이 되더라도 기량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투수는 높은 확률로 그렇지 못했다.
FA 자격을 취득한 나이만 보면 고지훈이 나준호보다 한 살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였다.
그랬기 때문에 사실 쉽지 않은 협상이었다.
게다가 FA 시장에 흔히 S급이라고 불리는 리그 에이스로 평가받는 선수가 여럿 있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고지훈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구단들이 전력 보강을 위해 FA 선수 영입에 관심을 접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이유로 나준호보다는 훨씬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 같았다.
어떤 전략으로 나가야 할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둬야 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 * *
지금 시기에도 훈련장으로 와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최정환은 시즌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시작했다.
이제 막 시즌을 마무리했으니까 며칠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음에도, 최정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구력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개인 훈련을 자청했다.
혹시 더블즈에서 마무리 투수로의 전환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제구력은 필요한 능력이니까.
마침 훈련장에는 서성민도 있었다.
서성민은 지금까지 훈련장에서 거의 살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투수와 타자다 보니 서로 훈련 메이트로서는 좋은 조합이었다.
제구력을 가다듬어야 하는 최정환은 타자를 세워두고 라이브 피칭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상대 타자로 함께 하는 서성민으로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패스트볼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훈련장으로 들어섰을 때는 막 워밍업을 마치고 라이브 피칭을 준비하고 있는듯했다.
배트를 쥐고 준비 중인 서성민과 먼저 눈이 마주쳤다.
“대표님, 오셨어요?”
“오늘도 훈련장이 분주하네요.”
“열심히 해야죠.”
“요즘 오른손으로 타격하는 건 괜찮으세요?”
“아직 많이 부족하기야 하겠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거의 80% 이상의 시간을 오른손 타격 훈련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구단에서 연봉 협상이나 FA 계약이 마무리되고 나면, 선배를 필요로 할 만한 구단에 선배 영입을 제안해 보려고 해요.”
냉정하게 말해서 서성민이 한 구단의 전력을 단숨에 상승시켜줄 만한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구단이 FA나 용병 영입과 같은 굵직한 전력 보강을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야 서성민을 제안해 볼 수 있었다.
“제가 뛸 팀을 찾을 수 있겠죠?”
서성민의 표정에는 순식간에 걱정이 내려앉았다.
“그럼요. 수비에서 유틸리티 역할도 해주면서, 타격에서 약점까지 보완하기만 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죠.”
“열심히 훈련하고 있겠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선배 팀을 찾아올 테니까요, 그 부분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성민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선을 돌려 피칭을 준비 중인 최정환을 바라봤다.
“정환아, 몸 컨디션은 어때?”
“시즌하고 거의 다른 게 없어요. 구속이야 조금 떨어진 거 같긴 한데, 밸런스는 지금도 만족스러워요.”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거니까, 너무 무리하면 안 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최정환이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피칭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두 사람의 훈련을 지켜봤다.
“정환아 준비됐으면 훈련 시작해 볼까?”
“네, 선배님.”
서성민이 묻자 최정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서성민은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다가갔다.
“정환아, 처음은 오른쪽 타석에 설게.”
“네.”
“선배, 제가 몸 쪽으로 던져도 괜찮으시겠죠?”
“그럼, 얼마든지 맞춰도 되니까 편하게 던져.”
서성민이 호기롭게 답했다.
물론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겠지.
이제 최정환의 투구가 시작됐다.
펑!
펑!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몸 쪽 꽉 찬 코스로 던지지는 못했다.
긴장한 탓인지 구속도 그리 빠르지 않았다.
결국 서성민이 피칭을 멈춰 세웠다.
“정환아, 지금보다 더 몸 쪽으로 던져도 돼.”
“몸 쪽 의식하면서 던져보려는 데도 쉽지가 않네요.”
최정환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고개를 갸웃했다.
“편하게 던져. 정말 맞춰도 되니까.”
“네…….”
최정환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느껴졌다.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서 다시 피칭을 이어가는데,
펑!
펑!
여전히 몸 쪽 제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에게도 트라우마를 이겨낼 시간이 필요하겠지.
* * *
이제 나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고지훈을 만나러 갔다.
수아가 좋아할 만한 또 하나의 큰 인형을 사들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와! 아저씨 감사합니다.”
인형을 건네주자마자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선물하는 맛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고지훈은 밖으로 나와 조용한 카페에서 자리를 잡았다.
요즘 고지훈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훈련 일정도 없고 경기 일정도 없었다.
시즌 스트레스 없이 며칠 동안 편하게 휴식을 취해서인지 그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았다.
“얼굴이 정말 좋아 보이시는데요?”
“FA 계약하는 시기가 되면 스트레스 받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경험해 보니까 마음이 그냥 편하네. 현우만 믿고 있으면 다 해결될 거라는 생각도 들고.”
“그럼요. 저만 믿고 기다리시면 되죠. 선배한테 제일 좋은 계약으로 보답할 거니까요.”
내 말을 들은 고지훈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이 생긴 건가?”
“아직 협상이 진행되기 전인데, 선배의 마지막 생각도 들어보려고요. 선호하는 팀이나 계약에 넣고 싶은 조건이 있으신지도 궁금하고요.”
“음……. 솔직히 나는 제일 인정받을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어.”
“더블즈가 아니더라도요?”
“같은 조건이라면 더블즈를 굳이 떠날 생각은 없지만, 꼭 더블즈를 떠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이 부분에서만큼은 지난번 나준호 협상보다는 수월할 것 같았다.
“혹시 계약에 넣고 싶은 조건은 있으세요?”
“음……. 선발 투수 보직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해. 내 실력이 확 떨어지면 그때 가서는 불펜 전환도 고려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야.”
선발 투수 보장 조건이라.
고지훈을 영입할 구단이라면 당연히 선발로 활용하겠지만, 계약서에 조항으로 넣는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내가 고민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는지 고지훈이 한마디를 더했다.
“너무 어려운 조건이지?”
“선배가 원하시는 조건이니까요. 최대한 가능하게 만들어볼게요.”
어려운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처음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략을 잘 세울 필요가 있었다.
“구단들이 나를 영입하려고 경쟁이 붙겠지?”
고지훈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죠. 국가대표 선발 투수가 FA 시장에 나왔는데, 제안을 안 할 리가 있나요.”
나는 평소보다도 더 톤을 높여서 답했다.
“직전 시즌에서 두 번이나 부상으로 라인업 제외됐다는 게 계속 신경 쓰이긴 하네.”
“선배, 저만 믿으세요. 저 강현우잖아요.”
내가 내 입으로 뱉은 약속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테니까.
* * *
FA 계약이 가능한 날짜가 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선 원 소속팀인 더블즈와 협상을 진행했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더블즈 단장실을 찾았다.
“강 대표님, 어서 오세요.”
김규상 더블즈 단장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아줬다.
나는 정보창에 보일 내용에 집중했다.
-선발 투수의 영입으로 선발 투수진을 안정화할 계획이다.
-고지훈의 !@x$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선발 투수진의 안정화는 모든 팀들이 원하는 부분이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최정환이 마무리로 보직을 전환하게 된다면, 더더욱 중요해지는 부분이겠지.
여전히 특수문자로 가려진 정보창 내용이 그대로 있기는 했지만, 고지훈의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김규상은 최정환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정환이는 어떻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혹시 보직에 대해서는 현장 스태프하고 이야기를 나눠보셨습니까?”
“감독하고 투수 코치에게 전달은 했습니다.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서, 결정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신중하게 고민하셔야죠.”
스프링캠프 전까지만 확답을 들어도 시즌을 준비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으니까.
“그럼 이제 고지훈 선수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그러시죠.”
나는 답하는 동시에 준비해온 자료를 펼쳤다.
“우선 고지훈 선수가 그동안 더블즈를 위해 공헌해 준 부분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구단 입장에서도 고지훈 선수가 필요하기도 하고, 전력 유지를 위해 잔류시켜달라는 현장의 의견도 있었고요.”
더블즈에서 고지훈을 필요로 한다는 건 이미 정보창으로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김규상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희는 3년 20억 제안 드립니다.”
“……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총액 자체도 터무니없이 낮았고, 게다가 계약 기간도 4년이 아니라 3년이라고?
계약 기간부터 총액까지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숫자들이었다.
에이……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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