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쉽지 않은 FA 협상 (10)
나와 대화를 나누고 몇 시간쯤 지나서, 마음의 결정을 한 고지훈이 연락을 해왔다.
고지훈의 선택은 버팔로즈였다.
나는 고지훈의 결정을 확인하자마자 최민성 버팔로즈 단장에게 연락을 했다.
최민성은 하룻밤 사이에 혹시라도 선수의 생각이 바뀔까 두려웠는지,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곧장 만나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새벽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고지훈을 데리고 버팔로즈 사무실로 향했다.
잠시 후, 나는 고지훈 옆에 앉아 그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지훈은 힘차게 서명을 하고는 최민성 단장과 계약서를 주고받아 또 한 번 서명을 했다.
두 장의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며 고지훈의 FA 계약은 공식적으로 체결됐다.
서명을 마친 최민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지훈에게 악수를 건넸다.
“고지훈 선수, 우리 다음 시즌에 좋은 결과 만들어봅시다.”
고지훈이 최민성의 손을 맞잡으며 답했다.
“버팔로즈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제 고지훈 선수와 한 팀이라니 든든하네요.”
두 사람은 밝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계약 축하드립니다.”
옆에 있던 나도 일어나 손뼉을 쳤다.
주변에 있던 버팔로즈 관계자들도 손뼉을 치며 계약을 축하해 줬다.
최민성이 나에게도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강 대표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버팔로즈랑 고지훈 선수 모두에게 좋은 계약이 될 겁니다.”
나는 최민성과 악수를 나누었다.
-고지훈의 영입으로 기분이 매우 좋다.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
“그럼 입단식 장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나와 고지훈은 버팔로즈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단식 장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구단의 사진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단식 장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도 고지훈을 반기고 있었다.
고지훈은 버팔로즈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버팔로즈 구단 로고가 있는 포토존에 섰다.
최민성은 버팔로즈 구단 점퍼를 가져와서 직접 고지훈에게 입혀줬다.
더블즈 유니폼이 아닌 다른 구단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힘차게 손뼉을 치며 그에게 축하를 보냈다.
이제 진짜 버팔로즈 유니폼을 입은 고지훈은 파이팅 하는 자세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그러고는 최민성과 악수를 나누며 또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공식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 에이전시에서 따로 더블즈와 버팔로즈 팬들에게 보내는 영상을 촬영해서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이제 고지훈의 FA 협상은 이제 완전히 마무리됐다.
작년 나준호의 협상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힘든 일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훨씬 지치는 기분이었다.
* * *
계약 체결을 마치고 나는 고지훈과 에이전시 숙소로 출발했다.
“선배, 고생 많으셨어요.”
“내가 무슨 고생을. 대표님이 열심히 해주셔서 좋은 결과 얻은 거지.”
고지훈이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근데 버팔로즈로 결정하신 이유가 뭐예요?”
아무리 더블즈의 제안에 옵션 비중이 크다고 해도 5억 원을 포기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솔직히 더블즈한테 많이 섭섭하더라고. 아무리 FA 투수치고 나이가 많은 편이라 미래 성적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데뷔해서부터 이제까지 내가 팀을 위해서 노력한 게 있는데 그걸 인정해 주는 것 같지 않아서.”
고지훈의 표정에서 그의 감정이 어떤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더블즈만큼이나 버팔로즈도 좋은 팀이니까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으실 거예요.”
내 한마디에 고지훈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에이전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와 고지훈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펑! 펑!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졌다.
“선배, 축하드려요!”
“버팔로즈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불이 켜지고 오석훈과 박성주가 다가오더니 버팔로즈의 새로운 동료가 된 고지훈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줬다.
이주혁도 밝게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잘 부탁한다.”
고지훈이 오석훈과 박성주를 한 번씩 안았다.
“선배, 우리 내년에 우승할 수 있는 거죠?”
박성주가 설렘을 숨기지 못했다.
“열심히 해서 우승해 보자.”
“나이스! 버팔로즈 우승 가자!”
박성주는 주먹을 불끈 쥐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희 둘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마운드에서는 최대한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중요한 타이밍에 연달아서 너네들 만날 때는 진짜 죽겠더라고.”
고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저도 선배 선발 등판 때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어떻게 깨끗하게 오는 공이 하나도 없어요. 어우 정말.”
“서로 심하게 버거운 상대였지.”
박성주의 투정 어린 한마디에 고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선배 선발 경기 때 화끈하게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오석훈이 고지훈을 보며 밝게 웃었다.
“그래, 내년에 힘 합쳐서 잘해보자.”
고지훈이 오석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시간이 늦기는 했지만 파티해야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박성주가 나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나는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너 얼마 전에는 지훈 선배랑 같이 밥 먹는 게 너무 싫다고 하지 않았냐?”
그러고 보니 아직 1년도 안 된 일이었다.
“성주가 그런 얘기를 했었어?”
눈이 커진 고지훈이 박성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그건 옛날 일이죠. 지금은 완전 달라요. 제가 선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박성주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본 우리는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다섯 사람은 조촐한 파티로 고지훈의 계약을 축하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자마자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블즈 고지훈이 버팔로즈로????
└더블즈 미쳤냐!! 고지훈을 놓치면 어쩌자는 거냐.
└4년 계약한 거 보니까, 6년 제안했다는 건 뻥이었나 보네.
└솔직히 더블즈에서도 이 정도는 투자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고지훈 커리어 생각해 보면 과한 액수도 아닌 거 같은데?
└더블즈에서 이거보다 낮게 부른 거면 진심 노답이다.
└고지훈이 더블즈 떠나고 싶어 하던 선수도 아니었으니까, 아마도 더블즈에서 후려치지 않았을까 싶다.
└고성표도 못 잡아, 집토끼 고지훈도 못 잡아. 더블즈 내년에 어쩌려고 그러냐.
└이적해도 하필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 치열하게 했던 버팔로즈로 갔네.
└다음 시즌 버팔로즈랑 더블즈 경기 꿀잼이겠다.
└그럼 버팔로즈에는 드림 에이전시 소속 선수만 세 명이네.
└그것도 세 명 다 핵심 of 핵심 선수잖아. 이 정도면 강현우가 버팔로즈 사장하고 맞먹어도 될 거 같은데.
* * *
나는 또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고지훈의 FA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협상이 끝나자마자 갑작스럽게 연락을 했는데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줬다.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강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죠?”
내가 찾아온 사람은 작년 이맘때쯤 나를 찾아와 영입 제안을 했던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이었다.
그동안 스카이코퍼레이션은 국내 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며 규모를 조금씩 확장해가고 있었다.
“강 대표님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더라고요. 회사도 잘 운영하고 계시고, 대형 계약도 이끌어 내시고. 처음 세웠던 가치도 하나둘씩 실현하고 계시고. 정말 활약이 대단하십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 다음 시즌 준비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뭘까요?”
“스카이코퍼레이션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서요.”
“어떤 제안이죠?”
“저희 드림 에이전시와 스카이코퍼레이션이 힘을 합쳐서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요?”
“프로젝트요?”
김상욱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내 말에 집중했다.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 선수라면 오석훈, 박성주 선수인가요?”
“거기에 재규어즈 마이클 스콧 선수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도전하고 싶은 선수가 더 생길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드림 에이전시는 저희 스카이코퍼레이션의 현지 네트워크가 필요하시겠군요?”
일일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를 하니 여러모로 편했다.
“네, 메이저리그 구단에 저희 선수들을 홍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매니지먼트와 훈련은 저희가 확실하게 책임지고 진행할 거고요.”
아무리 한국 무대에서 성적이 좋았다고 해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국내 선수들을 상대로 잘했다고 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따라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보러 와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직접 만들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스카이코퍼레이션과 드림 에이전시가 함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걸까요?”
“네, 메이저리그로 이적하게 된다면 그때 발생하는 에이전시 수수료의 절반을 스카이코퍼레이션에게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낸다면 총액만 수백억 원일 테니, 이적 수수료의 절반이면 큰 액수이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만의 힘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스카이코퍼레이션과 함께 진행하는 게 훨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인 건 분명했다.
우리 선수의 목표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만 있다면, 수수료의 절반이라고 해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좋은 조건이네요.”
김상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대신에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거죠?”
“선수가 이적할 팀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저희가 가지고 있으면 합니다.”
에이전시는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주는 구단과 계약해서 더 많은 수수료를 받고 싶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에이전시에게 좋은 선택지와 선수가 원하는 선택지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김상욱이 고민을 하는 동안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혹시 선수가 이적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거절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국내 잔류를 선택하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요.”
“메이저리그 이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계약 규모가 확 줄어들 텐데요.”
아무리 국내 FA 시장이 커졌다고 한들, 미국 시장에 비교하는 건 무리였다.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희가 스카이코퍼레이션에 합당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도록요.”
리스크를 대신 감수해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몇 가지 세부적인 조항들까지 조율을 마치고, 며칠 뒤 공식적으로 스카이코퍼레이션과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서 소속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든든한 협력 업체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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