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숨겨진 보석 (4)
최우진은 마운드로 달려나가 투수 코치에게 공을 건네받았다.
-지금 등판하는 선수는 1학년 최우진 선수네요.
-결승전에 1학년 투수가 올라왔다는 건 대단한 일인데요? 스코어가 3:0이라서 리드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안심할 수 있는 점수 차는 아니거든요.
-투구 수 제한 규정 때문에 이미 지난 경기에서 많은 투수가 등판한 수천고는 오늘 경기에서 등판시킬 수 있는 왼손 투수가 없어서요. 좌타자들을 막아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입니다.
-이어지는 진한고의 두 명의 왼손 타자를 상대하겠군요. 과연 수천고 벤치의 전략이 통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우진은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나는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그의 피칭을 지켜봤다.
먼저 패스트볼로 시작했다.
펑.
펑.
던지는 공마다 안정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걸 보니 역시 제구력은 좋은 것 같았다.
공을 던지기 직전에 공을 숨기는 동작이나 던지는 순간의 팔 스윙도 좋아 보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131km/h.
133km/h.
132km/h.
전광판은 물론이고 이주혁이 들고 있던 스피드건에 찍힌 패스트볼 구속도 130km/h대 중반을 넘어가지 못했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등학교 1학년 선수라는 걸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거긴 한데,
방금 2학년 안범석의 150km/h를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봐서 그런지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슬라이더.
프로 선수의 슬라이더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고교 수준에서는 충분히 괜찮은 수준으로 보였다.
역시나 구속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최우진 선수는 왼손 투수인 데다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기는 한데요. 아직까지 압도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아직 1학년 선수니까요. 오늘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등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게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이어지는 두 명의 타자만 승부하고 내려간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전력 피칭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플레이 볼!”
승부가 시작되려고 하자 내 손에 땀이 쥐어졌다.
이제까지는 진한고를 응원했는데,
지금은 잠시 최우진을 응원하게 됐다.
“우진아, 제발 잘해라.”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그를 지켜봤다.
최우진은 다리를 쭉 내디딘 뒤에 힘껏 공을 던졌다.
펑.
“스트라이크!”
타자는 몸을 움찔하기만 했을 뿐 스윙을 하지는 못했다.
갑자기 공이 느리게 날아오다 보니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웠을 게 분명했다.
-일단 초구는 스트라이크로 잘 던져줬습니다.
-방금 안범석 선수의 패스트볼을 봐서 그런가요. 최우진 선수의 공이 유독 느리게 느껴지네요.
-아마 상대 선수들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적응하기가 힘들 거예요.
두 번째 공을 던지는데, 이번에는 타자의 배트가 힘껏 돌았다.
틱!
배트를 휘두르는 타이밍은 결코 늦지 않았다.
그럼에도 타자가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최우진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을 정확하게 걸치며 들어갔기 때문이다.
중계에서도 보여주는 화면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제 결정구를 보여줘야 할 타이밍인데요. 패스트볼의 구위가 압도적이지 않고,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고민스럽겠어요.
-과연 수천고 벤치에서 어떤 사인이 나올까요?
배터리 코치에게 사인을 받은 포수는 이를 최우진에게 전달했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최우진은 재차 던질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다시 힘껏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처럼 들어가다가 타자에게서 먼 곳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지려는 것 같았는데,
-볼이 완전히 빠졌어요. 포수가 팔을 쭉 뻗었는데도 전혀 잡을 수 없는 공이었습니다.
-주자가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에 있었다면 허무하게 한 베이스를 내줄 뻔했습니다.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은 피칭이었는지 최우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모자를 한 번 썼다 벗었다.
1 볼 2 스트라이크.
아직은 투수가 유리한 볼 카운트였다.
다시 벤치에서 사인이 전달됐고, 최우진은 또 하나의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패스트볼이었다.
구속이 그리 빠르지 않은 공이었기 때문에 타자는 자신 있게 배트를 돌았다.
틱!
하지만 이번에도 빗맞는 타구가 파울 존으로 날아갔다.
중계 화면을 보니 이번 공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살짝 벗어나는 공이었다.
-타자가 계속 커트해냅니다. 집중력이 정말 좋네요.
-최우진 선수의 구위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타자와의 승부를 더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투 스트라이크까지는 잘 잡았는데, 결정구가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네요.
다시 한 번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 보려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던진 슬라이더는 각도가 밋밋했다.
딱!
공은 여러 번 바운드되며 아슬아슬하게 내야수들의 수비망을 뚫고 내야를 빠져나갔다.
역시 밋밋한 변화구는 타자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결국 첫 번째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7회 말 1 아웃, 주자는 1루.
출루가 이루어지자마자 수천고 불펜은 다시 한 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펜에 있는 오른손 투수는 실전에 가까운 전력 피칭을 하며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도록 몸을 풀고 있었다.
동시에 또 한 명의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어느새 최우진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번 타자와의 승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팀이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진한고가 기회를 얻는 건 좋은데, 최우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다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내 손에도 땀이 쥐어졌다.
굳이 지금 상황의 장점을 하나 꼽자면,
주자가 있을 때 최우진이 어떤 피칭을 보여주는 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었다.
“플레이 볼!”
사인을 받은 최우진은 1루에 있는 주자를 눈으로 견제하며 공을 던졌다.
펑!
“스트라이크!”
역시 첫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통과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공도,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2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최우진은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는 결정구를 힘껏 던졌다.
그가 던진 공은 타자의 몸 쪽 낮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틱!
타자가 배트에 맞추기는 했지만,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향합니다! 수비 잘 해줘야 해요!
-유격수가 2루수에게, 2루수가 1루수까지! 더블아웃이 완성됩니다!
“아웃!”
2루심은 물론 1루심도 주먹을 들어 올리며 아웃을 선언했다.
“와아아아-”
수천고를 응원하던 관중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우진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더그아웃으로 달려갔다.
“휴- 잘했다!”
나는 마운드를 내려가는 최우진을 향해 손뼉을 쳤다.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줬다.
이제 7회가 마무리되고, 8회로 이어지며 최우진도 교체됐다.
8회부터는 경기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진한고의 마운드는 실점을 하지 않고 8회 초를 막아줬다.
그리고 안범석이 없는 수천고의 마운드는 끊임없이 위기를 겪었다.
-수천고가 경기 후반에 위기를 여러 번 맞네요.
-안범석 선수가 내려가고 난 이후에는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이닝이 없어요.
스코어 3:2.
9회 말 2 아웃.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투수와 수천고 수비수 그리고 진한고 타자는 물론이고 관중들의 집중력까지 최고조였다.
틱!
진한고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높게 떠올랐다.
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아닐 거라는 걸 예감한 듯 배트로 땅을 한 번 내리치고는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반면, 타구의 낙하지점을 재빠르게 판단한 수천고 중견수는 이미 공이 날아올 곳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행을 마친 타구는 중견수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웃!”
“와아아아아-”
중견수는 공을 잡은 글러브와 함께 두 팔을 들어 기쁨을 드러내며 동료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함성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수천고 더그아웃에서 모든 선수들이 달려 나왔다.
-이번 대회의 우승 팀은 수천고였습니다!
-오늘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수천고는 정말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진한고도 아쉽게 준우승에서 멈추기는 했지만, 충분히 멋진 모습 보여줬습니다.
상대 팀이었던 진한고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서 수천고 선수들을 향해 축하의 손뼉를 쳐주고 있었다.
나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을 향해 손뼉을 쳐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 * *
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진한고 라커룸을 향해 달려갔다.
도중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범석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좋은 피칭을 한 안범석과도 인사를 나눠보고 싶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후배들을 위해서 꼭 응원의 한마디를 해주는 게 더 중요했다.
드디어 진한고 라커룸 앞에 도착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많은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쉽게 감춰지지 않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고개를 두리번거려 보니 진한고 감독님이 눈에 띄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강현우라고 합니다.”
“오, 만나서 반가워요.”
내가 인사를 건네자 감독도 반갑게 나를 맞아줬다.
“어, 강현우 선배다!”
“대박! 진짜 강현우야.”
몇몇 후배들은 목소리를 듣고는 나를 알아봤다.
“자자, 잠깐 여기 주목!”
어디선가 등장한 정인규가 손뼉을 치며 다가왔다.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선수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 학교 선배님이자 지금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고 계신 강현우 대표님이 여러분을 위해서 여기까지 와주셨습니다. 잠깐 집중합시다.”
정인규가 살짝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이제 모든 선수들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승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결승전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주인공이잖아요.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결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저도 언제나 우리 후배님들 응원하겠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후배들이 손뼉을 쳐주었다.
그리고 다가온 후배 선수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으며, 고생했을 후배들과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는 걸 보니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진한고 후배들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이번에는 수천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수천고 라커룸이 열리더니 선수들은 이제 하나둘씩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수천고 선수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안범석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수천고 유니폼에 등번호 28번을 달고 있는 선수가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우진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 방해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대화를 마친 최우진과 부모님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최우진!”
나는 크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과연 우진이는 나를 바로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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