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윈터 리그 (2)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맞붙는 두 팀은 현재까지 같은 지구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팀이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답게 경기력도 만만치 않았다.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양 팀 선발 투수들의 경기 운영도 수준급이었고,
딱!
딱!
“홈런!”
타자들 중에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이미 영상으로 확인했던 선수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영상에서 좋다고 판단했던 선수들은 역시나 실제 경기에서도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메이저리그 콜업이 임박한 선수들이야 한국 무대에 도전할 이유가 없을 테니 제외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위주로 꼼꼼하게 정리를 마쳤다.
3시간 정도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제 미리 약속을 잡은 선수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볼 차례였다.
* * *
경기가 끝나고 나와 이주혁 그리고 알렉 토마스는 미리 약속한 선수들과 만나기 위해 조용한 카페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홈런을 때려낸 파워가 좋은 1루수로, 많은 팀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갔다.
물론 그에게서도 정보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단 자신감 좋네.
기대를 가지고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해외 리그요……?”
그는 해외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 무대에도 요즘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요. 충분히 기회를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거예요.”
“음…….”
한 번 찌푸려진 그의 얼굴은 쉽게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 야구의 수준도 절대 무시할 수 없어요.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들도 성적이 안 좋아서 방출된 사례도 많아요.”
메이저리그가 아니라고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치기 쉬운 리그라는 걸 어필하기 위함이었는데…….
그의 표정을 보니 이것도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닌 듯했다.
그럼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이 남아있긴 하지.
“혹시 마이클 스콧 알아요?”
“어, 스콧? 들어봤던 거 같은데.”
그가 스콧을 아는 눈치인 것 같자 나는 이주혁에게 눈빛을 보냈다.
토마스에게도 보여줬던 마이클 스콧이 재규어즈 팬들에게 응원 받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마이클 스콧이 얼마 전에 한국 무대로 진출했는데, 이번 시즌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지금은 팬들한테 이 정도로 인정받고 있어요.”
화면을 보던 그는 관중의 엄청난 함성에 잠시 흥미를 느끼는 듯하더니 얼마 못 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내 기억에 마이클 스콧이 여기서도 그리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선발 투수로서 약점이 있긴 했지만, 우리 에이전시와 한국 코칭스태프들의 도움으로 약점을 하나 하나 보완해가고 있죠. 물론 선발 기회도 보장받으면서요.”
“음……. 그 정도 수준의 선수가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다는 건, 거기 리그 수준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 아닌가?”
이제 그의 눈빛에서는 한국 야구에 대한 무시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불쾌한 감정을 힘겹게 억누르며 한국으로 진출했던 선수들이 발전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선수는 한국 야구나 우리 에이전시에 도움이 될 수 없겠지.
하는 수없이 다음 선수를 만나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선수는 중장거리 타자로 분류되는 중견수였다.
-야구 실력을 지금보다 월등하게 키우고 싶다.
정보창으로도 의지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뭔가 다를 것 같다는 행복한 예감이 들었다.
“해외 무대에 진출해 볼 생각은 있나요?”
“오브 콜스, 내가 야구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생각해 볼 수 있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제가 경기 영상도 보고 아까 경기도 봤는데, 우리나라에 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거든요. 한번 도전해 볼 수 있겠어요?”
“근데 어느 나라에서 오셨죠? 일본인가요?”
뭐라고?
내가 일본인처럼 생겼나?
“아니요. 대한민국이요. 대. 한. 민. 국.”
불쾌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고 한국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왓? 사우스 코리아? 오 마이 갓! 거기 전쟁 중인 나라 아니야?”
갑자기 그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서 전쟁이 나올 줄이야…….
하…….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하지?
“전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전쟁 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거기 핵 쏘고 그러는 나라잖아.”
그는 두 손으로 폭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요란하게 소란을 떨었다.
“우리가 핵 쏘는 게 아니에요. 거기는 노스 코리아. 우리는 사우스 코리아. 사우스! 남쪽!”
“노스든 사우스든 결국 전쟁 중인 나라 아니야? 휴전이라는 건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고.”
“뭐…… 완전히 가능성이 0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한국 사람들은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어요.”
“오 마이 갓! 전쟁 너무 무서워 절대 못 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생명이 위험한 나라에서 뛰고 싶지 않아. 절대로.”
그는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에이, 그냥 포기하자.
마지막으로 약속을 잡은 선수와 자리를 만들었다.
-버스를 타고 원정 경기를 다니는 것에 극심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원정경기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길어도 4,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땅덩이가 큰 미국에서 버스로 이동한다는 건 차원이 다르게 힘든 일이었다.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법했다.
그렇다면 한국 무대가 제격이지.
변함없이 한국 무대에 대한 소개와 성공 사례를 설명해 줬다.
“흠……. 근데 한국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내가 거기서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신경 쓰이는 게 뭐예요?”
“영화로 보니까 도로가 포장이 잘 안 돼 있어서 그런지 차가 많이 없던데? 전기도 잘 안 들어오는 것 같고.”
얘는 도대체 언제적 영화를 본 거야?
한국처럼 전기 잘 들어오는 나라가 어디 있다고.
요즘 TV도 안 보나.
“그거는 옛날 얘기예요. 나 태어나기도 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랑 비교할 수가 없어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의 경제력에 대해서까지 설명해야 하는 걸까.
“나는 시골 생활은 싫거든요. 대도시에서 살아서요.”
“그거라면 걱정할 게 없어요. 한국의 도시 문화를 한번 경험해 보기만 하면 앞으로 다시 미국에 오고 싶지 않을걸요? 미국에서는 밤에 돌아다니기도 무섭잖아요. 한국은 밤늦게 혼자 다녀도 위험하지 않아요.”
“음…….”
말로만 들어서는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비슷한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리고 음식이 너무 입맛에 안 맞던데?”
이제 음식까지 나오는구나.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서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보기로 했다.
“한국 음식 중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게 엄청 많아요.”
“한식당에 가서 먹어봤는데, 거기서 파는 모든 게 다 매웠어. 하나도 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그날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는지 매운 음식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국에 매운 음식만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해외 음식 파는 곳도 얼마나 많은데요.”
“음……. 글쎄요.”
여전히 시큰둥한 그의 표정을 보니 당장이라도 마이클 스콧을 불러오고 싶었다.
스콧이 설명해 주면 한 방에 해결될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이 선수도 패스.
* * *
“후우-”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매년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오는 구단 해외 스카우터들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다.
이제까지 매년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선수를 데려왔던 거구나.
동시에 마이클 스콧이 정말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거라는 사실도 이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이미 스프링캠프 때부터 우리와 인연이 있었으니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어렵겠지.
“Kang, 너무 실망하지 마. 만약 여기서 원하는 선수들이랑 계약을 못 하면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어. 거기서도 윈터 리그가 곧 열릴 거거든.”
토마스는 실망한 나를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재규어즈 조광훈 단장이 나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긴 하겠지만 어쩌겠나, 그렇다고 아무 선수나 제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리고 내일도 경기가 있으니까 거기서도 좋은 선수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아서 이주혁, 토마스와 함께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만났던 선수들보다 경기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선수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우리의 회의는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몰려오는 피곤함에 잠시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팔을 위로 쭉 뻗고 고개를 돌려보는데,
“어……? 저 선수?”
나는 한 선수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분명히 TV에서 많이 봤던 선수인데, 갑자기 마주치니까 순간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도널드 왓슨 아니에요?”
이주혁이 곧바로 알아봤다.
“맞죠? 도널드 왓슨!”
도널드 왓슨은 야구 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메이저리거였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물론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제어하지 못해 수차례 거친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킨 선수로도 유명했다.
나와 중견수로 포지션이 같은 데다 나도 저렇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보고 싶어서 관심 있게 보던 선수였다.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인데, TV에서만 보던 메이저리거를 직접 보다니.
명성에 걸맞게 가까운 곳에서 보니 덩치가 무서울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그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토마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나에게 물었다.
“왓슨이랑 인사 나눠보고 싶어?”
“어? 정말 그럴 수 있어요?”
“그럼, 나랑 알고 지낸 지 오래돼서 아주 친하거든. 잠깐만 기다려.”
말을 마치자마자 토마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도널드 왓슨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토마스가 나와 이주혁을 가리키며 무언가 이야기하자 왓슨이 좋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함께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오, 정말 오네요.”
나는 메이저리거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쉽게 감추기가 어려웠다.
도널드 왓슨이 가까이 올수록 그의 덩치는 조금씩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드디어 왓슨이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토마스는 왓슨과 나를 번갈아 보며 소개해 줬다.
“인사해. 이쪽은 한국 프로야구 에이전트 Kang, 여기는 야구선수 도널드 왓슨이야.”
토마스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왓슨이 나에게 손을 뻗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도널드 왓슨입니다.”
“강현우라고 합니다.”
나는 왓슨과 악수를 나누었다.
힘이 얼마나 센지 가벼운 악수에도 손이 얼얼해질 정도였다.
겨우 손을 빼서 고개를 들어보자 그에게서도 정보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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