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윈터 리그 (4)
나와 이주혁 그리고 알렉 토마스는 또 다른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어제 찾았던 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플레이 볼!”
경기가 시작되고, 우리는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기록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나는 데이터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비교하며 꼼꼼하게 선수들을 살폈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달리 상위 팀들의 경기가 아니다 보니 확실히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오늘도 우리는 한 카페에 앉아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파워 있는 타자는 물론이고 제구력이 좋아 보이는 투수까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획에 없던 투수까지 만난 이유는, 먼 미국까지 출장을 온 이상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선수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각기 다른 이유로 함께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네요…….”
나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게요. 리스트 업을 많이 해뒀으니까 당연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요.”
이주혁의 반응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후우- 그러게요.”
새삼 이주혁을 포함해서 우리 에이전시 식구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게 감사해졌다.
“Kang, 너무 걱정하지 마. 캘리포니아로 이동해서 다른 선수들도 찾아보자고. 미국에 선수들이 이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
토마스가 나를 위로하려고 한마디를 던졌다.
“대표님, 그럼 지금부터라도 캘리포니아 쪽 선수들로 넘어가 볼까요? 토마스가 거기 선수들 자료도 예전에 보내줘서 제가 정리를 해두긴 했거든요.”
이주혁이 자료를 넘기며 나에게 물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요…….”
“네……?”
내가 고민에 잠기자 이주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토마스, 왓슨 경기가 언제라고 했죠?”
왓슨도 이번 윈터리그를 뛰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따가 저녁에 경기 있을 거야. 곧 시작할 것 같은데.”
토마스가 시계를 보며 답했다.
“그럼 우선 머리도 식힐 겸 나가서 한 게임 더 보고 올까요?”
나의 권유에 우리는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우리는 곧장 이동해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관중석에 앉으니 1회 말도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중견수로 수비를 하고 있는 왓슨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Kang, 솔직히 여기 두 팀에서는 적당한 선수를 찾기가 어려웠어.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한 명 있기는 하지만, 한국 리그에서 원하는 유형은 아닐 것 같아서.”
“그렇죠. 아무래도 한국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건 장타나 홈런이니까요.”
나는 왓슨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그사이 1회 말이 끝나고, 2회로 접어들었다.
이제 왓슨이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왓슨이 나오네요.”
나의 한마디에 이주혁은 물론 토마스도 경기에 집중했다.
“플레이 볼!”
상대 투수는 왓슨을 의식했는지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펑!
“볼!”
펑!
“볼!”
정면 승부를 피하며 헛스윙을 유도해 보려는 전략인 것 같았는데, 왓슨은 조금도 움찔하지 않았다.
2 볼 0 스트라이크.
고의사구로 피해 갈 게 아니라면 이제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카운트였다.
투수가 숨을 고르고 드디어 세 번째 공을 던지는 데,
왓슨은 기다렸다는 듯이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따악!
“오오!”
나는 물론 이주혁과 토마스도 벌떡 일어나 날아가는 공을 바라봤다.
밤하늘을 비행하던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홈런!”
“와아아아-“
3루심이 손가락을 돌리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확실히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는 여지없네요.”
“파워도 좋은 데다 머리싸움도 좋은 친구니까.”
토마스는 3루를 지나 홈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는 왓슨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지는 왓슨의 수비 이닝.
왓슨은 넓은 외야의 중심에 서있었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가 치열하게 이어지는데,
결국 타자의 배트가 힘껏 돌며 공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
딱!
타구는 외야로 쭉쭉 뻗어나갔다.
동시에 왓슨이 뒤로 돌아 타구가 떨어질 위치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펜스 쪽으로 달리던 왓슨은 낙구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편안하게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왓슨의 진짜 플레이는 지금부터였다.
딱!
다음 타석이 시작되고, 타구가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자마자 왓슨은 앞으로 돌진하듯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타구는 아무리 중견수가 빠르게 달려와도 그 앞으로 떨어질 것 같은 코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중견수였다면 1루타를 내주고 편안하게 잡는 것을 선택했을 것 같은데,
왓슨이 공을 향해 달려가는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오? 설마 진짜 저걸 잡을 수 있으려나?”
왓슨은 공만 보고 달려오더니 결국 팔을 쭉 뻗으며 슬라이딩까지 했다.
그렇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나 싶었지만,
“아……. 볼 빠졌네요.”
아쉽게도 공은 글러브에 한 번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걸 확인한 주자가 2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질주하는데,
뒤늦게 공을 집어 든 왓슨이 2루수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2루수가 공을 잡자마자 달려오는 주자를 태그 하는데,
“우와아아아-“
“아웃!”
2루심은 확신에 차서 주먹을 들어 올렸다.
“대박이네.”
공격적인 슬라이딩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강한 송구로 결국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수비에서는 물론이고, 왓슨이 타석에 섰을 때도 그의 공격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았다.
딱!
왓슨은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서 힘껏 배트를 돌려 타구를 외야로 보낸 뒤에 전력을 다해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
타구는 정확하게 중견수와 우익수 중간에 떨어지고 나서 펜스를 향해 굴러가고 있었다.
“Run! Run! Run!”
시원한 장타가 터지자 왓슨의 동료들은 물론 지켜보던 관중들도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팬들의 환호에 흥분했는지 왓슨은 2루에서 멈추지 않고 3루 베이스를 향해 내달렸다.
2루 베이스를 밟고 3루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움직임에선 조금의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타구에 3루까지 달린다고?”
그의 거침없는 공격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아웃!”
이번에는 아쉽게도 공이 왓슨보다 먼저 베이스에 도착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여전하네요.”
“왓슨은 수비도 그렇고 타격이나 주루도 너무 공격적인 게 문제야. 공격적인 것을 조금만 자제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텐데 말이야.”
토마스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저 선수는 저게 매력이잖아요.”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왓슨은 특유의 공격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세밀함은 떨어지는 플레이였지만, 그의 월등한 피지컬이 이를 보완해내고 있었다.
* * *
경기가 끝나자 우리는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토마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Kang, 우리 이제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보자. 여기서는 만나볼 만한 선수를 다 확인했으니까.”
“음……. 그전에 이 방법은 어떨까요?”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다른 좋은 방법이 있으세요?”
이주혁이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널드 왓슨을 한국으로 데려가 보는 거예요.”
“왓슨을요?”
이주혁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전혀 예상도 못 해본 카드인데?”
토마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왓슨의 실력이 지금도 논란의 여지 없이 훌륭하다는 건 분명한데, 팀이 없어서 경기를 못한다는 건 너무 아까운 손실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오늘도 보니까 확실히 잘하긴 하던데요.”
이주혁이 기억을 되살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경기를 뛸 수 있다면 한국 무대에 진출하는 게 왓슨에게도 좋은 제안이 되지 않을까요?”
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왓슨은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도전하겠다고 할 것 같은데?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실력이 검증된 선수니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긴 하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팀에서도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건, 올해도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흐음……. 냉정하게 말해서 그렇긴 하지.”
토마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근데 아무리 우리가 제안을 해도, 한국 구단 중에서 왓슨을 영입하려고 하는 팀이 있을까요?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이주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재규어즈에서는 호타준족의 중견수가 필요하거든요. 정확하게 왓슨 같은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야구 실력으로는 반박할 여지가 없긴 한데요. 이제까지 왓슨이 보여줬던 사건 사고를 한국 구단이나 팬들이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오히려 한국이 그런 부분에서는 미국보다 더 엄격한 면도 있잖아요. 그런 것까지 고려해 보면 왓슨 영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이주혁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맞아. 사실 지금 왓슨이 팀을 못 구하고 있는 건, 단순히 얼마 전에 있었던 폭행 사건 하나 때문이 아닐 거야. 이제까지 여러 사건 사고와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누적돼서 그렇게 됐을 테니까.”
토마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네, 저도 그 부분을 고민하기는 해봤는데요. 하지만 왓슨이 경기장에서 보여줬던 문제들은 그의 강한 승부욕 때문에 있었던 일이었고, 마지막으로 있었던 폭행 사건은 우리가 다 들은 대로 충분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었잖아요.”
“그 말씀도 충분히 일리가 있기는 한데…….”
이주혁은 여전히 걱정스러움을 해결하지 못한 듯했다.
나는 토마스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토마스, 왓슨이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인 거죠?”
“음……. 한 가지 분명한 건,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애가 많이 바뀌긴 했다는 거야. 다혈질적이었던 성격도 많이 줄어들었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왓슨이 이전하고는 성격이 달라지기도 한 데다, 마지막 폭행 사건도 왓슨이 분명히 억울했던 일이었잖아요. 재규어즈 구단하고 팬들에게 그 부분을 잘 설명한다면,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이주혁과 토마스의 표정을 살폈다.
“그렇게 되기만 하면 왓슨한테도 그렇고 우리 에이전시에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일단 시도는 해보죠. 왓슨이든 구단이든 한쪽이라도 반대한다면 그때 가서 포기하면 되는 거니까요.”
나는 이주혁과 토마스의 반응을 살폈다.
“그래, Kang의 말이 맞네. 그럼 왓슨한테 바로 연락을 해볼까?”
토마스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할 것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네, 일단 만나서 물어보죠.”
후우-
기대가 되면서도 이렇게 긴장되는 제안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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