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윈터 리그 (6)
“오! 그럼 정말 잘된 거 아니니? 근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
올리비아는 기뻐하다 말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구단에서 온 제의는 아니고요. 한 에이전시에서 저랑 계약하고 싶대요.”
“그래도 좋은 소식이지. 에이전시랑 계약을 한다면 구단을 찾기가 훨씬 쉬워질 텐데.”
“아무래도 그렇긴 하죠.”
“정말 잘됐네!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내년부터는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지 않을까?”
올리비아는 말하면서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도널드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런데 걸리는 게 하나 있어요.”
“어떤 점이?”
올리비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도널드는 잠시 고민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에이전트인데요. 한국 리그로 진출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에요.”
도널드는 올리비아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한국? 아시아에 있는 그 한국?”
“네, 그곳에서 경기를 뛰면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한 번도 생각 못 한 방법이긴 하지만, 좋은 제안인 것 같은데?”
“그렇죠.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어떤 점이 고민스러운 거야? 계약 조건이 너무 기대 이하라서?”
“아니요…….”
그러고 보니 연봉이 얼마일지도 묻지 않았다.
당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한국 무대 진출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여러 가지로 선택해 볼 만할 것 같은데?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니?”
“……엄마요.”
“응? 내가?”
올리비아의 눈이 한껏 커졌다.
“제가 외국에 나가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엄마가 이곳에서 혼자 지내야 하잖아요.”
“도널드, 아직도 어린아이 같구나.”
올리비아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엄마가 어린애도 아니고, 혼자 지내지 못하는 것도 아니잖니.”
“여기서 혼자 지내시면 위험하잖아요. 무슨 문제가 생겨도 제가 바로 오기도 어렵고.”
왓슨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 느껴졌다.
“그럼 나도 같이 한국에 가면 되지. 이번 기회에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도 재밌겠는데.”
“그렇지만 거기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 통해서 일하기도 어려울 텐데요?”
“친구들이야 만들어가면 되지. 일이야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하면 되는 거고.”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올리비아의 밝은 표정과는 달리 왓슨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당연하지. 우리 아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뭐가 문제겠어.”
“그럼…… 한국 무대에 가봐도 괜찮겠어요?”
“물론이지. 나도 당장 내일부터 한국어 공부부터 시작해야겠는데?”
올리비아의 표정에는 설렘이 느껴졌다.
그녀의 반응을 보자 이제야 왓슨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 * *
바로 다음 날 오후.
우리는 도널드 왓슨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왓슨, 가족들하고 이야기 나눠 봤어요?”
“네, 아내도 그렇고, 어머니도 도전해 보라고 하시네요. 그리고 어머니도 한국에 와서 생활해 보고 싶다고 하시고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그제야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혹시 우리 가족들이 한국에서 지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나요? 한국어를 전혀 못하니까요. 생활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은데.”
“당연하죠. 안 그래도 이제 우리 에이전시에서도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었거든요. 아, 혹시 괜찮으시다면 차라리 우리 에이전시에서 지내셔도 돼요. 왓슨이 원정 경기를 가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72경기는 원정 경기를 치르다 보니 절반은 홈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
게다가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구단이 많기도 해서,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내가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답하자 왓슨은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그리고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나는 이제 Kang의 진심을 믿기는 하지만, 드림 에이전시가 나를 메이저리그로 보내줄 수 있는 에이전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들어요. 아무리 한국 무대에 스카우터들이 와서 관찰을 한다고는 해도, 메이저리그 구단에 나를 제대로 알리고 계약을 체결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니까요.”
왓슨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는 됐다.
아무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카이 코퍼레이션과 제휴가 되어있다고 해도 우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험도 없고, 소속 선수 중에 메이저리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보통 에이전시가 가지지 못한 강점이 하나 있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어있었다.
“잠깐만요.”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우리 에이전시 SNS 채널 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왓슨에게 화면을 보여줬다.
“이게 우리 에이전시 SNS 채널이에요. 보다시피 구독자가 80만이죠. 채널을 운영한 지 아직 1년도 안 됐으니, 앞으로 구독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거예요. 이 채널이 왓슨을 홍보하는 메인 채널이 될 거예요. 우리 채널을 구독한 사람들은 아마 거의 대부분 야구에 관심이 많을 테니까, 아무래도 야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미국 팬들이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닐 테고요.”
“오…….”
왓슨은 우리 채널을 직접 보자 조금 더 믿음이 가는 듯했다.
“우리 에이전시 자체적으로 강력한 마케팅 채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미국 현지 에이전시와도 제휴를 맺고 있어요. 게다가 다음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려는 선수가 세 명이나 있어서, 저도 그만큼 메이저리그 쪽에 관심이 많고요.”
오석훈과 박성주는 물론이고 마이클 스콧도 충분히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선수였다.
나는 곧바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당장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나 계약 경험이 없다는 건 약점이긴 하죠. 하지만 다른 에이전시 보다 왓슨에 대한 효과적이고 확실한 마케팅을 해줄 수 있는 곳이라는 건 확실하지 않겠어요?”
“음……. 알겠어요. 그럼 나는 언제쯤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을까요?”
단도직입적인 물음이었다.
“왓슨은 언제 가고 싶어요?”
“솔직히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다음 시즌에 바로요. 한국 무대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내 목표는 하루빨리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는 거거든요.”
“왓슨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될 수 있게 만들어볼게요. 다만 한국 무대에서 충분히 실력을 검증해야 하는 건 말 안 해도 알고 있죠?”
“물론이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어느 곳이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거니까요.”
왓슨의 눈빛에서는 뜨거운 결의가 느껴졌다.
이제 내가 마지막 부탁을 해야 할 차례였다.
기본적인 내용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만 확실하게 약속해 줬으면 하는 게 있어요. 아니, 해주면 좋은 게 아니라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켜줘야 해요.”
“어떤 거죠?”
“이제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돼요. 실수로라도요. 그것만 확실하게 약속해 준다면, 나도 왓슨이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도와줄게요.”
만약 왓슨이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왓슨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없어지는 건 물론이고 우리 에이전시와 구단의 신뢰도도 땅바닥에 떨어질 수 있었다.
“물론이죠. Kang의 말이 아니었어도 나는 앞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신께 다짐했거든요.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예요.”
“그럼 다 됐네요.”
내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토마스, 내가 정말 이 결정을 하는 게 옳은 거겠죠?”
도널드가 깊은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토마스를 보며 물었다.
“도널드, 너는 아직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야. 이번 선택이 분명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
토마스가 도널드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왓슨이 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Kang, 당신을 믿어볼게요.”
“왓슨, 한국 무대에 가기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요. 대신 연봉은 아마 100만 달러가 최대치가 될 거예요. 한국 리그에 처음 진출하는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상한이 정해져 있거든요.”
왓슨이 메이저리그에서 받던 연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액수였다.
“당장 연봉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는 않아요. 다시 메이저리그에 갈 수만 있다면.”
“그럼 저는 지금부터 왓슨이 뛸 팀을 구하러 가봐야겠네요.”
나는 왓슨을 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왓슨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이주혁과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재규어즈 혹은 다른 구단의 단장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차례였다.
재규어즈에서 왓슨 같은 유형의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했지만, 그가 가진 리스크 요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에 나서줄지를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일단 부딪쳐 보는 수밖에.
약속했던 대로 가장 먼저 재규어즈에 연락을 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을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마침 조광훈 단장은 몇 달 뒤에 있을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와있는 상황이었다.
스프링캠프 준비로 바쁠 텐데 나의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시간을 비워줬다.
하지만 거대한 사이즈의 나라답게, 지도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는데도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나 필요했다.
짧은 여행에 가까운 이동을 마치자 재규어즈가 캠프로 사용할 훈련장이 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광훈 단장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어이구. 우리 강 대표를 미국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조광훈은 역시나 반갑게 나를 맞아줬다.
“단장님, 스프링캠프 준비는 잘 돼가세요?”
“캠프 준비야 이미 우리 구단 직원들이 다 해뒀고, 나야 미리 와서 확인만 하는 거지.”
“마이클 스콧이 빨리 스프링캠프 오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났던데요.”
“하하하하. 그놈 참 기특하네. 내년에는 얼마나 더 잘하려고 그러는 거야?”
조광훈은 스콧을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호탕하게 웃었다.
“이미 한국 무대에 적응도 다 마쳤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 거두겠죠.”
“으하하하.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면 MVP 받는 거 아니야?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네.”
조광훈이 또 한 번 호탕하게 한참을 웃고 나서야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나저나 강 대표가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야?”
“단장님하고 상의할 게 있어서요.”
“나랑 상의를? 설마…… 정말 외국인 타자 찾는 데 성공한 거야?”
조광훈이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재규어즈에서 딱 맞는 선수는 찾았습니다. 한 가지 문제만 빼면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강 대표 믿고 있으면 다 될 줄 알았어! 안 그래도 우리 스카우터들이 보내온 자료로는 영 시원치 않아서 고민이었는데. 어떤 선수야? 영상은 있어?”
조광훈이 과도한 흥분 상태인지라 나는 잠시 한 템포 뜸을 들인 뒤에야 답했다.
“저희가 도널드 왓슨이랑 계약해 보려고 하는데요……. 재규어즈에 어울릴 만한 선수일 거 같은데, 영입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과연 조광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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