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윈터 리그 (7)
“누, 누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조광훈이 눈을 크게 뜨며 말을 더듬었다.
“도널드 왓슨이요.”
“그 친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애 아니야?”
조광훈이 혼란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네, 맞아요. 그 도널드 왓슨이요.”
“그 도널드 왓슨이 한국에 오겠다고 했어? 정말이야?”
“구단에서만 결정해 주시면 됩니다.”
“근데…… 그 친구, 무슨 일로 말이 많지 않았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게 설마?”
조광훈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선수이긴 하죠.”
나는 왓슨에게 있었던 사건 사고를 이야기하면서, 마지막 폭행 사건은 충분히 억울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는 걸 강조해서 말했다.
내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허허허…….”
조광훈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도널드 왓슨의 실력만큼은 말 안 해도 아시잖아요. 데려오기만 하면 주전 중견수 문제는 바로 해결될 겁니다.”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긴 한데, 하…… 혹시 그 친구가 한국 와서 또 사고 치면 어쩌지? 그럼 일이 복잡해질 텐데.”
조광훈이 걱정스러움을 쉽게 감추지 못했다.
“그럴 리는 절대 없을 거지만, 만약에라도 그렇다면 제가 위약금 물어드리겠습니다.”
“근데 왓슨이 한 말은 진짜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라서 말이야.”
조광훈은 찜찜함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은 듯했다.
“본인한테 직접 들었습니다. 언론에서 한 번도 인터뷰를 안 해줬더라고요. 그래서 모르고 계셨을 겁니다.”
“음……. 믿어도 되는 거겠지? 본인 말만 믿고 덜컥 영입했다가 알고 보니 거짓말이면 우리 모두 난감해지잖아.”
그의 말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왓슨의 부르르 떨리던 몸과 눈빛을 직접 본 이상, 그의 진심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 얘기는 언제쯤 공개하는 게 좋겠어?”
“계약하자마자부터 여러 말이 나올 게 분명하니까요. 저랑 단장님은 곧장 한국으로 가서 기자회견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그래야겠네.”
조광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럼 영입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무튼 강 대표 생각에는 괜찮을 거라는 거지?”
“그럼요. 물론입니다.”
“음……. 그래, 한번 가보자. 어차피 나도 더 떨어질 곳도 없어.”
조광훈이 고민 끝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가지를 해결할 차례였다.
“단장님, 그리고 또 하나 제안 드릴 게 있는데요.”
“또 뭐가 있다고?“
조광훈이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를 추천드리고 싶어서요.”
“그건 또 누군데?”
멀티 포지션이라는 말에 조광훈의 표정이 살짝 밝아졌다.
“지난 시즌에 더블즈에서 방출된 서성민 선수요.”
“아……. 성민이?”
서성민이라는 말에 조광훈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위치타자에 도전했다는 건 들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긴 했어?”
“물론이죠. 덕분에 타격에서 약점을 많이 보완했습니다.”
“음……. 근데 변화구에 약하다는 게 그렇게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조광훈이 믿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여러 번 갸웃했다.
“이제부터 좌투수 만날 때는 우타석에 서면 되니까요. 휘어 나가는 변화구 약점은 자연스럽게 보강되지 않겠습니까?”
“이론적으로는 맞긴 한데. 이게 그라운드에서는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니까.”
조광훈은 여전히 미덥지 않은 눈빛이었다.
왓슨을 제안하는 방식과는 다를 필요가 있었다.
“단장님, 제가 제안했던 거 거절하셨다가 후회하신 적이 몇 번이나 되시죠? 아니, 그렇지 않았던 적이 있으시긴 했나요?”
“어……. 그건 그렇네.”
나의 거침없는 팩트 폭격에 조광훈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실 겁니다. 만약에 단장님이 그래도 끝까지 거절하신다면 저로서는 다른 구단을 만나보긴 해야죠. 근데 서성민 선수가 다른 팀에 가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또 얼마나 슬프시겠어요.”
“알았어. 알았어. 영입할게.”
조광훈이 거세게 손짓을 하며 내 입을 막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결정하신 겁니다.”
“근데 성민이는 메인 포지션이 어디라고 봐야 하는 거야?”
“제가 같이 훈련해 보니 2루, 1루, 좌익수로는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겁니다. 지금 재규어즈에 주전 2루수가 확실하지 못한 상황이잖아요. 아마 서성민 선수를 영입하신다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겁니다.”
“에에, 아무리 그래도 서성민이 당장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그럼요.”
“음……. 그건 좀 너무 나간 거 같은데?”
“주전 경쟁이야 스프링캠프 때 결판나겠죠.”
나는 조광훈을 향해 입꼬리를 한껏 올렸다.
조광훈 단장의 승인을 받자마자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우선 왓슨이 우리 에이전시와 계약을 먼저 진행한 후에, 현지에서 조광훈과 왓슨이 만나 재규어즈 입단 계약서도 작성했다.
서성민도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설렘을 감추지 못하며 재규어즈와의 계약을 완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도널드 왓슨 ㅋㅋㅋㅋ 아무리 급해도 폭행범을 영입하네. 메이저리그에서도 커버 못 치고 포기한 선순데, 재규어즈 정신 나갔냐?
└게다가 도널드 왓슨은 작년에 제대로 된 경기도 못 뛰었다는데, 경기력이 괜찮기는 하려나?
└그래도 이제까지 한국에 왔던 외국인 선수 중에서 이 정도 네임밸류는 없지 않냐?
└그건 팩트지. 비교할 만한 선수가 아예 없다고 봐야지.
└저 정도 커리어를 100만 달러에 영입한 거면 저렴하긴 하다.
└화제의 중심이 되고 싶었다면 확실히 성공은 한 듯하다.
└근데 뜬금없이 서성민은 뭐냐? 도널드 왓슨이랑 세트로 방출 선수들 수집하는 것도 아니고.
└딱 보니까 드림 에이전시에서 억지로 왓슨이랑 같이 끼워 판 거네. 재규어즈가 호구처럼 덥석 문 거고.
└어차피 서성민 연봉도 별로 안 높을 텐데, 그냥 2군 뎁스 탄탄하게 해놓는다고 생각한 거겠지.
└2군 뎁스 키울 바에 그 연봉 나한테 줘라. 내가 가서 라커룸 청소 깨끗하게 해둘게.
* * *
도널드 왓슨과의 계약을 완료하자마자 나는 조광훈 단장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 땅을 밟자마자 나는 재규어즈 구단에서 마련해 준 차량을 타고 재규어즈 경기장에 준비된 기자 회견장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동안 기자들이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들을 정리하고 답을 적어내려갔다.
몇 시간이 지나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광훈 단장과 함께 기자 회견장으로 들어가자 여러 기자들이 노트북을 보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조광훈 단장이 마련된 테이블에 앉는 순간 사회자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우선 먼 길 와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도널드 왓슨 선수의 영입과 관련해서 기자회견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여러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도널드 왓슨을 영입하시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되시나요?”
기자의 질문에 조광훈이 먼저 마이크를 집었다.
“지난 시즌에는 외야 포지션의 선수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외야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조광훈의 답변을 듣고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왓슨 선수는 경기장에서도 거친 벤치클리어링을 수차례 일으켰고, 경기장 밖에서도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폭행 사건으로 상대방에 전치 12주의 중상해를 입히고 지난 1년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선수가 한국 무대를 밟게 해도 괜찮을까요?”
이번에는 내가 대화를 이어받았다.
“우선 왓슨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저희 에이전시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사건은 왓슨 선수에게도 억울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어떤 억울한 상황이죠?”
“왓슨 선수는 자신의 어머니께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하시던 일과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면전에서 직접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도저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거친 욕설이었습니다. 입에 담고 싶지도 않고요.”
“허…….”
기자 회견장에는 낮은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왓슨 선수가 저질렀던 폭행이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매체에서도 그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고, 이 때문에 오해가 계속 커져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에이전시로서도 이번 영입이 상당히 부담스러우셨을 텐데, 추진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도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왓슨 같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선수가 다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선수니까요.”
곧바로 또 하나의 질문이 던져졌다.
“드림 에이전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돕는 게 목표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전직 메이저리거를 영입한 건 기존 노선에서 살짝 달라졌다고 봐도 될까요?”
“저희가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선수만을 돕겠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왓슨 선수는 여전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과거의 전력 때문에 억울하게 발목이 잡혀 있었습니다. 이런 선수가 자신의 목표인 메이저리그 복귀를 이루게 도와주는 것도 저희 드림 에이전시가 추구하려는 가치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대표님께서는 도널드 왓슨 선수가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그의 목표가 터무니없다고 판단했다면 한국에 데려오고자 하지도 않았겠죠.”
“혹시라도 도널드 왓슨이 한국에서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킨다면 에이전시에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 기자의 질문에 기자 회견장이 잠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 자리에서 약속드리겠습니다. 만약 왓슨 선수가 또다시 물의를 일으킨다면, 선수의 퇴출은 물론이고 에이전시에서도 책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긴데?
└인간적으로 애먼 새끼가 우리 부모 욕했는데 그렇게 폭행 안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근데 그 말이 진짠지 아닌지 증거가 없잖아.
└또 사고 치면 강현우가 책임진다잖아.
└아무리 그래도 왓슨 사건사고 전적만 해도 한 페이지가 넘는데, 우리나라 경기장에서 봐야겠나?
└이유가 어찌 되었건 풀타임 주전급 메이저리거를 한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긴 하다.
└왓슨의 장점이자 단점이 수비가 엄청 공격적이라는 건데, 올해 재규어즈는 왓슨 호수비로 무실점으로 막든가 무리하게 슬라이딩해서 대량 실점하든가 둘 중 하나일 듯.
└과연 왓슨이 내년 시즌에 벤치클리어링을 하게 될까?
└상대팀에서 일부러 자극하는 거 아냐?
└잘못 건드렸다간 싹 밀어 버릴 거 같은데?
└한 번쯤은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벤클은 너무 약해. 미국산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지.
└싸움하는 게 뭐가 좋다고 받아들여.
└솔직히 다른 사람 싸움하는 거 구경할 때가 제일 재밌잖아.
기자회견 이후로도 왓슨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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