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드림 에이전시 전지훈련 (1)
연봉 협상부터 FA 협상, 소영준의 연봉 조정 신청에 도널드 왓슨의 영입, 서성민의 팀 구하기까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어느덧 새해가 밝았고, 한겨울이 찾아오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우리를 찾아왔다.
오늘은 우리 에이전시에서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대로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날이었다.
2월부터는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전까지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FA 계약자들인 나준호와 고지훈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준 덕분에 여유 있는 전지훈련을 기획할 수 있었다.
갑자기 준비한 전지훈련이었지만 정인규가 코치 시절 경험을 살려 꼼꼼하게 준비를 해준 덕분에 문제없이 떠날 수 있었다.
오석훈과 박성주, 나준호, 고지훈, 최정환, 소영준, 장수영, 서성민은 물론 마이클 스콧과 도널드 왓슨 그리고 최우진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통역과 매니지먼트에는 이주혁이 있고, 훈련 코치로는 정인규가 있었으니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갖출 것은 모두 갖춘 전지훈련 팀이었다.
괌 현지에서 만나기로 한 마이클 스콧과 도널드 왓슨을 제외하고는 모두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화물 수속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다섯 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치고 나자, 드디어 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부가 아플 정도로 추웠던 한국과는 달리 따뜻함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한국과 시차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차 적응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짐을 찾아 입국장을 나서자 드디어 괌의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의 또 다른 동료 두 명을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오, 마이 브로!”
우리를 발견한 마이클 스콧이 캐리어도 내팽개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마이 브라덜 스콧!”
스콧의 가장 베스트 프렌드인 소영준이 제일 먼저 뛰어나갔다.
“브로,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스콧이 없으니까 엄청 심심했지.”
둘은 공항 한가운데서 잃어버렸던 형제라도 찾은 것 마냥 서로를 끌어앉았다.
“두 사람이 원래 저렇게 친했나?”
나와 함께 걷던 고지훈이 부둥켜안은 둘을 신기해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여러 가지로 잘 맞더라고요. 완전히 베스트 프렌드 됐어요.”
“친하게 지내는 게 보기 좋네.”
어느새 스콧과 소영준은 어깨동무까지 하며 하나가 되어 있었다.
우리의 시선을 끄는 건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덩치 큰 사내가 보였다.
바로 도널드 왓슨이었다.
왓슨은 에이전시에 이제 막 합류하기로 한 데다, 메이저리그 경험까지 있는 선수다 보니 시즌을 준비하는 혼자만의 루틴이 있을 것 같아 존중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왓슨은 새로운 에이전시 동료들과 가까워지고 싶다고 하며 참여하겠다고 했다.
대신 왓슨의 가족들은 미국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난 후에 한국에 오기로 했다.
메이저리거의 훈련 방법을 직접 보는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공부가 될 테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와! 진짜 도널드 왓슨이야.”
선수들은 왓슨을 보고 신기한 듯 웅성거렸다.
“진짜 싸움 잘하게 생겼다.”
소영준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사이 내가 가장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왓슨,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별말씀을요. 에이전시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으니 감사하게 훈련해야죠.”
내가 이주혁을 사이에 두고 왓슨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른 선수들이 왓슨이 신기한지 하나둘 다가왔다.
“왓슨, 아임 유얼 팬!”
박성주는 짧은 영어임에도 자신 있게 그에게 다가갔다.
“땡큐. 만나서 반가워.”
왓슨은 박성주를 시작으로 소속 선수들과 하나하나 인사를 나누었다.
“진짜 몸이 장난 아니다. 메이저리그 가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나.”
오석훈은 누구보다 왓슨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우리 식구들을 다 만났으니까, 숙소로 이동하시죠.”
나를 포함한 선수들은 이주혁과 정인규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다.
* * *
렌트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이동하자, 우리가 앞으로 3주간 머무를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나와 정인규가 가장 먼저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선수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 실려 있던 각자의 캐리어를 집어 들었다.
정인규가 가장 먼저 들어가서 대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들어가며 숙소를 둘러보는데,
“이야, 기가 막히다. 기가 막혀.”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곳이었다.
훈련을 하게 될 연습장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데다, 쾌적한 건물은 물론이고 널찍한 마당까지 있는 훌륭한 숙소였다.
거기에 따뜻한 날씨와 하늘까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인규가 나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앞으로 나갔다.
“자, 그럼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셔서 간단하게 짐 정리하시고 1시간 정도 쉬시다가 아주 가볍게 훈련 진행해 보겠습니다.”
“네? 훈련이라니요?”
소영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무슨 문제 있나요? 정리하는 데 1시간으로 부족한가요?”
“아니, 코치님 그게 아니라…… 이렇게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에 따스한 햇볕을 놔두고 첫날부터 훈련을 해요?”
“오늘은 가볍게 몸 푸는 정도로만 진행할 겁니다. 다들 이따 봅시다.”
정인규는 소영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주고는 캐리어를 밀고 숙소로 들어갔다.
“아니, 나 너무 당황스럽네.”
소영준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른 선수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다들 캐리어를 밀고 숙소로 들어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러분! 이렇게 그냥 바로 훈련을 하신다고요? 따스한 햇볕이 안 느껴지세요? 이건 괌 하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소영준이 외치듯 말해보지만 누구도 집중해 주지 않았다.
오직 스콧만이 소영준에게 다가가 호응해 줬다.
“스콧, 너는 어떻게 생각해?”
“So, 그래도 훈련해야지. 몸 푸는 정도로만 한다잖아.”
“스콧…… 너까지 이럴 거야?”
소영준이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스콧을 바라봤다.
“영준아, 어서 들어가자.”
나준호까지 다가와서 소영준을 데리고 들어갔다.
“선배…….”
결국 소영준은 스콧과 나준호에게 끌려가듯 숙소로 들어갔다.
선수들은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 짐 정리를 시작했다.
이제는 에이전시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2인 1실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은 선수들을 묶어서 방을 배정해 줬다.
선수들이 준비하는 동안 나와 이주혁은 중간중간 찍은 사진들로 에이전시 SNS에 포스팅을 했다.
└와! 날씨 봐라. 미쳤다.
└한국은 엄청 추운데, 저기는 따뜻하겠지.
└나도 저기서 훈련시켜 주면 미친 듯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소영준은 훈련하기 싫은 얼굴인데??
└근데 저 어린 친구는 누구지? 프로 신인은 아닌 거 같고, 완전히 처음 보는 거 같은데?
└고교 야구 결승 때 등판했던 투수랑 닮은 듯.
└수천고 최우진 같음.
└엥? 최우진이 누구길래 저길 따라감?
└안범석은 어디 가고 쟤가 들어가 있냐.
└강현우의 간택을 받은 선수가 바로 저 선수인가?
잠시 후,
“자, 다들 모이셨죠?”
정인규가 선수들의 숫자를 세며 출석을 확인했다.
“네!”
모두들 활기차게 대답하는데, 표정이 좋지 못한 딱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하아……. 이건 아닌데.”
여전히 소영준은 지금의 현실을 믿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있었다.
“가볍게 운동장 다섯 바퀴 뛰고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볍게 몸 푼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달려봅시다.”
“네!”
“혹시라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휴식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처음부터 무리하다가 다치면 안 되니까요.”
정인규의 말에 모두들 스트레칭을 할 뿐인데,
딱 한 사람만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조금 안 좋은 거 같아서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소영준이 정인규를 보며 얼굴에 힘든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더니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러자 정인규는 소영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어깨를 주물러줬다.
“음……. 소영준 선수는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다른 선수보다 두 배는 더 뛰셔도 거뜬할 거예요.”
“코치님이 어떻게 알아요? 정말 힘들다니까 그러네.”
“어떻게 알긴, 내가 너를 학교 다닐 때부터 봐왔는데. 네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은지, 안 좋은 척하는 건지도 구분 못할 것 같아?”
“아니……. 코치님, 정말이라니까.”
소영준의 투정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어서 뜁시다. 출발!”
정인규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즐깁시다!”
선수들은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날씨 너무 좋다!”
“아침까지만 해도 패딩 입고 있어도 추웠는데, 편하게 반팔만 입고 훈련하니까 너무 좋다.”
부담 없는 트레이닝이어서 인지 선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나도 함께 달리며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말을 건넸다.
“스콧, 컨디션 괜찮아?”
“퍼펙트! 날아갈 것 같아.”
“왓슨은 어때요?”
“굿!”
왓슨도 천천히 달리는 동안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몇 바퀴 돌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거친 호흡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헉. 헉. 헉.
마지막 바퀴를 지나가고 나서는 하나같이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첫날 훈련은 가벼운 워밍업 정도로 마무리됐고, 저녁에는 정인규가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지금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본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도와주기 위해 가장 먼저 거치고 가야 하는 과정이었다.
이미 자기만의 훈련 방식이 정해진 선수들보다는 아직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한 선수들 위주로 면담이 진행됐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은 둘째 날부터 시작됐다.
조만간 시작될 구단 스프링캠프 때는 체력적으로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전지훈련의 기본적인 목표는 스프링캠프를 위한 체력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칭부터 만만치 않았다.
“헉. 헉. 헉.”
“으아아악!”
“진짜 더럽게 힘드네.”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체력 훈련은 언제 해도 힘든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각 선수별로 필요한 훈련이 더해졌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훈련이 힘들기는 했는지, 늦은 밤이 되기도 전에 숙소의 불은 모두 꺼졌다.
그리고 어느덧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 4일 차.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선수들을 불러 보았다.
“자, 우리 선수들 전지훈련하느라 고생이 많이 힘들었죠?”
“훈련하는 거 재밌어요!”
“코치님 훈련 프로그램 너무 좋아요.”
“하루만 쉬고 싶어요!”
훈련 중독자들다운 답변 사이로 익숙한 소영준의 현실적인 답변이 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괌까지 와서 훈련만 할 수는 없지.
“남은 기간에도 열심히 훈련하려면 쉬는 날도 있긴 해야겠죠? 내일은 자유 시간입니다.”
“예에에에!”
내 말에 선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내일은 자유롭게 시간 보내면서 푹 쉬시기 바랍니다. 다음 날부터는 다시 열심히 훈련해야 하니까요.”
드디어 드림 에이전시 전지훈련 중에 처음으로 맞는 휴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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