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드림 에이전시 전지훈련 (4)
3주 동안 훈련을 진행하면서 선수들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한 체력을 탄탄하게 준비해둔 건 물론이고, 각각 선수들에게 필요한 훈련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선수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성장을 거둔 선수는 마이클 스콧이었다.
고지훈과 함께 훈련하며 변화구에 대한 제구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코스의 슬라이더와 스플리터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졌다.
최정환의 변화도 만만치 않게 두드러졌다.
아직도 완벽하게 몸 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확실했다.
게다가 패스트볼의 구위는 이번 시즌에도 변함이 없었으니, 이번 시즌 마무리 투수로서 보여줄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했다.
도널드 왓슨과는 국내 투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를 함께 보며 새로운 리그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각 팀의 핵심 선수들에 대한 정보부터 전달을 해줬는데, 그것만 해도 수십 명이 되다 보니 시간 여유가 전혀 없었다.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료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에이전시 전지훈련의 마지막 날 밤이었다.
내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곧장 각자 소속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서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할 시간이었다.
괌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즐기기 위해 우리는 다 함께 마당에 모여 식사를 했다.
“대표님, 오늘이 벌써 마지막 날이네.”
소영준이 밤공기를 마시더니 감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많이 아쉬운가 본데?”
“아쉽지.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 얼마나 여유롭고 좋아.”
“훈련만 하면 재미없을 거 같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팬들 응원 소리도 들으면서 경기를 해야 재밌지.”
“그것도 그렇긴 한데, 이것도 좋잖아. 휴양지에서 여유 있게 시간 보내는 것도. 여기 클럽도 기가 막히더라고, 바닷가도 보이고.”
“내년에도 오자.”
“정말?”
“우리 선수들한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면 다시 안 올 이유가 없지.”
“제대로 열심히 해봐야겠는데.”
“이번에 커리어 하이 찍으면 자유시간 두 배로 줄게.”
“나이스! 딱 기다려.”
소영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졌다.
나는 소영준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른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널드 왓슨은 같은 팀 동료이기도 한 마이클 스콧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사이 많이 친해졌는지 불편함이 느껴지 않았다.
나는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왓슨, 선수들하고는 많이 친해졌어요?”
“선수들이 다들 잘해줘서요. 그리고 정말 즐거웠어요. 이렇게 여러 선수들이랑 같이 운동을 해본 건 처음이었는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왓슨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미국에서는 팀 훈련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고생 많았어요. 훈련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스콧이 여러모로 도와준 덕분에 할 수 있었죠.”
왓슨의 답을 듣고 나는 스콧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스콧도 고생 많았어.”
“땡큐 마이 보스. 우리 에이전시 덕분에 정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스콧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일어나자, 서성민이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휴, 선배가 기다려주시는 동안 마음고생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몇 달 동안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한다는 게 절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진짜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치지 않으시는 게 더 중요해요. 몇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혹시라도 부상당하면 너무 아쉽잖아요.”
처음부터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오버 페이스를 하다 보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나와 서성민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다가온 고지훈이 내 옆에 앉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성민이 형, 나랑 승부할 때는 오른손으로 때려줘.”
“너랑 할 때는 무조건 왼손으로 해야지. 내가 네 변화구를 어떻게 감당하겠어.”
“아휴, 형이랑 같은 팀 됐어야 했는데. 이제 석훈이랑 성주는 상대로 만날 일 없어서 좋은데, 형이 문제야.”
“자식, 엄살은. 내가 석훈이랑 성주랑 비교가 되나.”
고지훈의 말에 서성민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중요한 타이밍만 아니었으면 좋겠어. 상대팀으로 형 만나면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고지훈은 물론 서성민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려있었다.
소속 선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괌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3주 동안 지냈던 숙소를 정리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괌, 내년에 다시 만나자!”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하늘과 푸르게 반짝이는 바다를 뒤로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탔다.
드림 에이전시의 첫 번째 전지훈련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 * *
선수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선수들은 각 구단에서 직접 진행하는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기 위해 이동했다.
그사이 최우진은 텅 비어있는 훈련장에서 나와 정인규에게 개인 과외에 가까운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우진이 몸 많이 좋아졌네.”
정인규가 최우진의 어깨를 만져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에이전시 선수 형들이랑 훈련하니까 힘이 세지는 거 같아요.”
“어? 이야. 이제 근육이 장난 아니네.”
“저 진짜 열심히 했어요.”
최우진이 뿌듯해하며 밝게 웃자 나도 궁금함에 다가갔다.
어깨와 허벅지를 보니 확실히 탄탄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 진짜 얼마 전이랑 완전히 다르네.”
“작년의 저를 생각하면 이제 큰 코 다칠 거예요.”
최우진이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구속도 많이 올라갔겠는데?”
“원래는 잘해도 134km/h에서 135km/h 안 넘었는데, 얼마 전에 재보니까 140km/h까지도 나와요.”
“정말? 전지훈련이 효과가 있긴 했나 보다.”
“서성민 선배랑 고지훈 선배가 훈련하는 대로만 따라 해도 잘될 거 같아요.”
“그럼, 그렇게만 하면 못할 수가 없어.”
“대표님, 코치님. 근데요, 한두 달 만에 구속이 10km/h 이상 오를 수도 있어요?”
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에게 물었다.
“한두 달 만에 10km/h가? 아무리 어린 선수라지만 그게 가능한가? 정 코치님 그런 경우 본 적 있어요?”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어린 선수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정인규에게로 고개를 돌려보는 데 그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쎄…….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어린 선수들은 계기가 있으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긴 해서. 근데 한두 달 사이에 그 정도 변화가 있었다는 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는 선수 중에 그런 선수가 있다고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최우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와 정인규를 보며 물었다.
“음……. 뒤에서는 오랫동안 열심히 훈련해놓고 말로만 그런 거 아니야? 그런 애들 있잖아. 매일 놀았다고 해놓고 알고 보면 밤새도록 연습하는 애들 있잖아.”
“그런 거겠죠?”
“그렇게까지 갑자기 좋아지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약물을 한 게 아니고서야.”
“에이, 뭐야. 걔네들 나한테 거짓말했어.”
최우진이 얼굴을 삐죽하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우진이는 지금처럼만 하면 돼. 다른 선수들하고 비교할 필요가 없어.”
“알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친구들에 대한 배신감이 줄어들지는 않은 듯했다.
“우진아 이제 다시 훈련 시작해 볼까?”
“네, 코치님.”
글러브를 집어 든 최우진은 정인규의 코칭을 받으며 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펑!
펑!
“나이스 볼!”
불과 두 달 사이에도 많이 성장한 것을 보니 내 입가에는 깊은 미소가 지어졌다.
* * *
그사이 구단들의 스프링캠프가 마무리됐고, 국내로 돌아오며 시범경기가 이어졌다.
각 소속 팀에서 주전 급 타자로 꼽히는 오석훈과 박성주, 소영준 그리고 나준호는 컨디션 조절을 하며 정규 시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부상만 없다면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은 시범 경기를 소화하며 조금씩 투구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특히 마이클 스콧은 그간 훈련한 대로 좌타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변화구를 구사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려고 노력했다.
아직 타자들의 타격감이 최고치가 아니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어주었다.
최정환은 세이브 상황에 관계없이 9회에 등판하며 마무리 투수로의 시작을 알렸다.
아직은 시범경기인 탓에 정규 시즌의 긴장감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시범 경기 동안에는 실점하지 않고 9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장수영의 9회 등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 2년 차 시즌답게 작년보다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서성민은 개막전 1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시범경기부터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다.
오랜만에 리그에 스위치타자가 등장하는 순간이라 그런지 야구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부응하듯 서성민은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석에 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2루수와 1루수를 오가면서도 무난한 수비를 선보이며 재규어즈 내야의 알짜배기 역할을 톡톡하게 해주었다.
내가 조광훈 단장에게 자신 있게 말한 대로, 시범경기를 치르는 사이 서성민의 주전이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은 도널드 왓슨은 모든 시범경기에 출전하며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까지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좋은 편이다 보니 시범경기 때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중견수 수비나 주루에서는 문제라고 지적할 만한 부분이 없었지만, 아직 한국 투수들의 스타일에 적응을 하지 못했는지 타격에서 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투수들에 비해서 타자는 초반에 적응하기가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겪는 일이기는 했다.
그래도 시범경기 마지막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는 것이 한 가지 위안거리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시범경기까지 모두 마무리되고, 드디어 시즌이 개막하는 날이 다가왔다.
고지훈과 마이클 스콧은 각자 소속 구단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이 됐고, 서성민도 1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각 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다른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드디어, 또다시 새로운 대장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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