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새로운 시즌의 시작 (4)
오른손 타자로 타석에 선 서성민은 배트를 몇 번 휘두르며 타격 준비를 마쳤다.
-서성민 선수가 우타석에 선 모습을 처음 보는데요.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네요.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석에 서는 건 처음인데요.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보시죠.
상대 투수는 갑자기 바뀐 타자의 위치에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바깥쪽 코스로 날아온 스트라이크였다.
서성민은 공이 지나간 코스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투수의 피칭이 이어졌다.
투수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펑!
“볼!”
투수의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 먼 쪽에서 꺾여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던지려고 한 듯한데요. 원하는 만큼 들어오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성민 선수를 상대로는 좌투수의 흘러나가는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는데요. 우타자로 타석에 서다 보니 그 공을 던질 수가 없게 됐죠.
-서성민 선수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기에는 확실한 방법인 것 같은데요?
-드림 에이전시의 강현우 대표가 권유한 방법이라고 하던데, 지금까지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아 아쉬웠는지 투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준비를 했다.
서성민도 배트를 다시 움켜쥐며 타격할 자세를 취했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투수는 다시 한 번 힘껏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들어오는 공이겠다.’
볼의 궤적을 확인한 서성민이 드디어 처음으로 스윙을 하는데,
띡!
아쉽게도 공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파울 존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1루수가 끝까지 쫓아가 보지만 관중석으로 넘어가며 잡지 못했다.
1 볼 2 스트라이크.
서성민에게 불리한 볼 카운트가 됐다.
-투수 입장에서 볼 카운트가 유리한 상황에서는 변화구로 승부를 하려고 하겠죠?
-서성민 선수가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 선수인 건 분명하거든요. 다만 좌투수 입장에서는 흘러 나가는 변화구를 던질 수 없다는 게 정말 아쉽겠어요.
투수는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하고는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다.
잠시 후, 투수의 공이 날아오는데.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려고 한 것 같은데, 각도가 날카롭지 못했다.
‘이 정도면 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서성민은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배트에 맞자마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 오오!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좌익수가 끝까지 따라가 보는데요. 과연 잡을 수 있을까요?
서성민은 1루 베이스만 바라보며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베이스에 거의 다다르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며 몸을 날렸다.
그사이 날아가는 타구를 따라가며 확인하던 3루심이 손가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홈런!”
홈런이 선언되자 재규어즈 팬들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재규어즈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성민 선수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냅니다!
-재규어즈 첫 번째 시즌 첫 번째 득점을 홈런으로 기록하네요.
-어? 하하하. 그런데 지금 서성민 선수가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어요. 공이 어디 있는지 확인을 못해서 지금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것 같은데요.
-서성민 선수, 홈런이에요! 제가 가서 말해주고 싶네요.
-옆에 있는 선수나 코치가 전달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슬라이딩을 하고 일어난 서성민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데 분주했다.
공이 어디 갔는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담장을 넘어간 공이 보일 리 없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서성민이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펠리컨즈 1루수가 다가갔다.
“선배, 홈런이에요.”
“어, 홈런이라고?”
서성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1루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1루심은 손가락을 돌리며 홈런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제서야 서성민은 벌떡 일어나 흙을 가득 묻은 유니폼을 털어내며 내야 다이아몬드를 돌기 시작했다.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 펠리컨즈 팬들도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루 베이스에 서서 이 모습을 보던 소영준도 중계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작게 손뼉을 치며 서성민을 축하했다.
“성민 선배 축하해요.”
“영준아 고맙다.”
서성민은 소영준을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2루와 3루를 거쳐 홈 베이스를 밟은 서성민이 재규어즈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는데,
방금까지 뜨거웠던 재규어즈 더그아웃은 고요했다.
스콧과 왓슨의 시선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기장에 고정되어 있었다.
-재규어즈 선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앞만 보고 있어요.
-이적 후 첫 홈런이기도 하고 오른손으로 때려낸 첫 홈런이기도 하니까요. 무관심 세리머니를 할 만한 타이밍이긴 하네요.
-재규어즈 선수들이 언제쯤 환호를 보내줄까요?
서성민이 혼자서 조용히 장비를 내려놓는 동안에도 무관심 세리머니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서성민은 조용히 장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다음 타자까지 아웃되고 나서야,
“서성민 나이스 샷!”
“선배, 축하해요!”
재규어즈 동료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성민은 동료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언빌리버블 홈런!”
스콧과 왓슨도 서성민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땡큐.”
서성민이 짧은 영어로 답하는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던 스콧은 선취점을 뽑아준 서성민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는지 포옹까지 했다.
“Seo, 정말 최고의 스윙이었어.”
“스콧, 나 방금 진짜 홈런 친 거 맞는 거지?”
서성민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퍼펙트한 홈런이었어. 내가 Seo의 홈런이 결승타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줄게.”
스콧은 서성민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6회 초 0:1 재규어즈의 리드 상황에서 스콧이 마운드에 섰다.
리드하고 있어서인지 스콧의 표정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펑!
“스트라이크!”
펑!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트를 자신 있게 던지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지만,
딱!
딱!
펠리컨즈의 1, 2번 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맞으며 주자 1, 2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주자가 득점권에 가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스콧 선수가 연속 안타를 맞는 경우는 드문 데요. 갑자기 흔들리고 있네요.
-위기 상황에서 3번, 4번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분위기를 끊어주기 위해 재규어즈 투수 코치가 통역과 함께 마운드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길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투수 코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스콧의 피칭이 이어졌다.
위기 상황인 만큼 스콧의 표정은 진지했다.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데,
딱!
타구는 쭉쭉 뻗어가며 펜스에 가깝게 날아가고 있었다.
동시에 중견수 도널드 왓슨이 맹렬하게 타구를 따라가고 있었다.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 잡은 건가요?
시선을 타구에 고정한 왓슨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팔을 쭉 뻗으며 펜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쿵!
얼마나 강하게 부딪쳤는지 몸이 튕겨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넘어지지 않고 자세를 잡은 왓슨은, 글러브에 있는 공을 꺼내 곧바로 2루를 향해 던졌다.
주자들은 다시 원래 있던 베이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잡았습니다! 왓슨 선수가 펜스에 돌격하듯이 달려가서 잡아냈어요.
-혹시라도 바로 잡지 못했다면 2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 만한 타구였는데요. 왓슨 선수가 좋은 수비로 실점을 막아줬습니다.
마운드에 있던 스콧은 주먹을 들어 올리며 좋은 수비를 보여준 왓슨을 향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직 재규어즈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어요. 다음 타자가 4번 타자 소영준 선수입니다. 펠리컨즈에서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타자를 한 명 꼽으라면 바로 이 선수거든요.
-재규어즈에게는 최대 위기지만, 펠리컨즈 입장에서는 반드시 지금 기회를 살려서 득점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소영준이 타석으로 다가오는 동안 스콧은 글러브에 담긴 공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중요한 상황답게 두 선수의 표정에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펑!
“스트라이크!”
펑!
“볼!”
틱!
틱!
소영준은 끈질기게 커트를 하며 스콧을 힘들게 했다.
10구에 가까운 승부가 이어지더니 결국,
딱!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타구가 스콧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발사 각도는 낮지만, 바닥에 바운드되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스콧은 마운드에서 글러브를 뻗어 타구를 잡아보려고 했는데, 아쉽게 공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사이 1루, 2루 주자는 동시에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스콧을 지나친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선수가 있었다.
-오! 2루수 서성민 선수가 몸을 날려서 타구를 잡아냈어요.
서성민은 넘어진 상황에서 2루 베이스를 밟은 유격수에게 공을 던졌다.
“아웃!”
그리고 유격수는 1루수를 향해 공을 힘껏 던졌다.
소영준이 전력을 다해 1루로 달려보았지만,
“아웃!”
아슬아슬하게 공이 먼저 베이스에 도착했다.
-재규어즈가 여기서 더블아웃을 만들어내네요!
-서성민 선수가 2루 베이스에 가까운 위치에 있기는 했지만요. 타구 속도가 빨라서 잡기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이걸 잡아낸 것도 대단한 건데 아웃 카운트까지 올려주네요.
-오늘 경기에서 서성민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네요.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주는 것도 모자라서 좋은 수비로 실점 위기를 넘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줬습니다.
소영준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원더풀 나이스!”
위기를 극복한 스콧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공수교대가 이루어지고 다시 돌아온 왓슨의 타석.
-왓슨 선수가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직까지는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왓슨 선수의 시원한 타격을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이고 국내 야구 팬들이 모두 기대하고 있을 텐데요. 과연 이번 타석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펑!
“볼!’
펑!
“스트라이크!”
왓슨이 신중하게 승부를 해봤지만,
띡!
“아웃!”
빗맞은 타구가 아웃으로 연결되며 이번에도 왓슨의 안타를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서성민의 타석이 되었는데,
“선수 교체입니다.”
갑자기 전광판 라인업에서 서성민의 이름이 빠지고 다른 선수로 바뀌었다.
-어? 서성민 선수가 교체됐어요. 무슨 일이죠?
-부상이 있나요? 지금까지 전혀 이상한 점을 느낄 수는 없었거든요.
-그러게요. 저희도 확인이 되는 데로 바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는 서성민이 빠진 채로 이어졌다.
“뭐야? 갑자기 교체라고?”
경기를 보고 있던 나는 조광훈 단장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위이잉-
잠시 후, 조광훈 단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서야 서성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있었다.
경기가 한참 치열하게 진행 중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서성민을 만나기 위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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