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힘겨운 성장통 (1)
어느덧 5월을 앞둔 시점이 되면서 정규 시즌은 20경기 정도 진행됐다.
탄탄한 전력을 갖춘 울프스와 드래곤즈는 역시나 상위권에 위치해 있었고, 고지훈을 영입한 버팔로즈도 못지않은 순항을 하고 있었다.
펠리컨즈는 올해도 하위권으로 추락을 막지 못했다.
다만, 소영준만큼은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원래도 강점이 있었던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이전과는 다르게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반면, 고지훈을 잃은 더블즈는 꾸역꾸역 힘겹게 승수를 추가하고 있었다.
최정환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서 9회를 책임져준 덕분이었다.
더블즈의 불펜이 안정되었다고 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난 시즌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가 없어서 매 경기 흔들리던 시기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리고 재규어즈 소속 선수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마이클 스콧이 지난 시즌보다 진화하듯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새롭게 영입한 서성민이 쏠쏠한 장타는 물론이고 2루와 1루 수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덕분에 나와 정인규, 이주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도널드 왓슨이었다.
아직까지 한국 투수가 던지는 공에 적응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시범경기 때는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즌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났음에도 어려움을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점점 위축이 됐는지, 스윙에서 더더욱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타석에서 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삼진! 왓슨 선수가 이번에도 삼진 아웃으로 물러납니다.
-지금 공에 스윙을 하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것 같은데요.
-정말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 맞나요?
-지금 스윙만 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돼요.
-중견수 자리의 약점을 보강하려고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을 텐데요. 이럴 거면 국내 선수들을 육성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이름값만 보고 선수를 쓰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 한국 리그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에요.
-재규어즈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지는 타석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인데도 왓슨은 꼼짝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왓슨 선수가 또 하나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이번에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는 공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투수들의 공에 전혀 적응을 못하는 것 같은데요.
-몇 년 전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보여줬던 기량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무리일까요?
타석에서 느끼는 부진은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딱!
타자의 배트에 맞은 공은 중견수 왓슨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왓슨은 공의 위치만 바라보며 전력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하지만,
턱!
-어? 여기서 왓슨 선수가 슬라이딩을 하네요.
-볼이 왓슨 선수 글러브에 들어가지 않고 뒤로 빠졌어요. 타자는 계속 달립니다!
-2루까지는 무난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대로면 3루까지 무난하게 들어갈지도 모르겠어요.
왓슨이 뒤로 빠트린 공이 굴러가는 사이, 주자는 1루를 지나 2루 베이스를 밟자마자 3루를 향해 달렸다.
중견수 뒤로 커버에 들어갔던 우익수가 전력을 다해 달려가 공을 잡고 3루로 던져보지만,
-결국 3루까지 편안하게 들어갑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슬라이딩은 너무 무리죠. 만약에 안정적으로 수비를 해줬다면 1루타로 끝났을 텐데요. 무리한 수비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게 되네요.
-왓슨 선수의 적극성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자주 만들어진다면 팀 입장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책을 저지른 왓슨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그가 실책을 만회하는 한 방을 터트려주기를 기다렸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왓슨의 시원한 한 방을 볼 수는 없었다.
4월 타율이 0.158로 저조한 데다 홈런은 하나도 없었고 타점도 3점에 불과했다.
퇴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성적이었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하나 있긴 했다.
딱!
왼손 타자로 선 서성민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날아갔다.
-잘 맞았습니다. 2루까지 무난하게 들어가겠는데요.
-2루에서 세이프! 시원한 안타가 터졌습니다.
-서성민 선수가 또 하나의 장타를 추가하는 데 성공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오른손으로도 안타를 치고 왼손으로도 안타를 때려주네요. 이제 양손 홈런만 남았는데요?
-그 진기록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서성민은 시즌 개막전부터 20경기를 7번 타자 2루수로 경기를 뛰며 타율을 0.273까지 끌어올리고, 11타점과 홈런 2개를 기록하며 알짜배기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상대 투수에 맞춰 왼손과 오른손으로 타석에 서게 되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재규어즈는 주전 중견수인 왓슨의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시즌 초반 순위 레이스에서 뒤처지지는 않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이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딱딱하게 굳어있는 왓슨의 얼굴에서는 힘을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나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메이저리거였다고 해서 기대했더니 진짜 노답이더라.
└수비에서 너무 오버하는 것도 그렇지만, 타격은 진심 답이 안 보인다.
└100만 달러 아깝긴 한데 빨리 바꿔라.
└지금 방출하면 그냥 100만 달러 줘야 하는 데 그게 가능하겠냐.
└얘는 한국에서도 방출되면 사실상 답 없는 거 아닌가?
└왓슨 입장에서는 방출해 주는 게 개꿀일지도 모르지. 100만 달러 꿀꺽하고 다시 메이저리그 도전 ㄱㄱ
└저래서 무슨 메이저리그야. 마이너도 어려울 듯.
└재규어즈도 마이클 스콧이 잘하고 있을 때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타자 용병이 저 모양이면 어찌할 수가 없겠다.
└여기서 사건사고 하나만 쳐주면 역대급 용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텐데.
└괜히 문제 많은 애 데려와서 시끌시끌하게 만들기만 하고, 재규어즈는 별 실속도 못 챙겼네.
└강현우가 이번에는 실수한 것 같다. 네임밸류만 믿을 게 아니라 한국 무대에 어울릴 만한 선수를 데려왔어야지.
* * *
나는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을 만나기 위해 단장실을 찾았다.
조광훈 단장의 연락이 있기도 했고, 최근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도 찾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나와 마주 앉은 조광훈의 표정은 어두운 수준을 넘어서 새까매져있었다.
“어…… 강 대표, 어서 와.”
조광훈의 말에는 힘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왓슨에 대한 비난 못지않게 조광훈 단장에 대한 비난도 엄청 많았다.
왓슨의 경기력에 실망한 재규어즈 팬들은 물론이고, 왓슨이 한국 무대에서 뛴다는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팬들도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마이클 스콧으로 겨우 끌어올렸던 팬들의 지지를 단숨에 잃어버린 셈이었다.
-도널드 왓슨의 부진에 매우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이번 시즌에 반드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내고 싶다.
정보창에서도 지금 그의 심리 상태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단장님, 괜찮으세요?”
조광훈의 얼굴을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안부를 묻게 됐다.
“후우……. 강 대표, 왓슨을 어떻게 하면 좋겠어?”
조광훈은 자신의 심정을 보여주듯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아무래도 새로운 나라에 왔으니까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여론이 너무 안 좋잖아. 당장 교체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단장님, 이제 한 달 지났습니다. 경기도 앞으로 100경기가 넘게 남았잖습니까.”
사실 조광훈 단장이 지난 3년의 계약기간 내내 열성적인 재규어즈 팬들에게 시달렸으니, 마음이 급한 것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
“더 불안한 건 말이야. 위에서 나한테 아무런 푸시가 없다는 거야. 모기업에서도 만나자고 해서 얘기할 법도 한데, 아무런 신호가 없어.”
조광훈의 표정에서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사퇴하라고 말 나와도 기분이 안 좋을 거 같은데요?”
“하…….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게 없으니까 없는 대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
“모기업에서도 아직은 믿어주시는 거겠죠. 144경기 중에서 이제 20% 넘은 거잖습니까.”
“후……. 정말 믿어주는 걸까? 나도 이제 계약기간 마지막 해잖아.”
내 말을 듣고도 조광훈의 얼굴에 내려앉은 어두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제가 단장님이 재계약하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왓슨이 몇 경기를 더 치른다고 괜찮아질 수 있겠어? 아니면 진짜 새로운 선수를 찾으러 나가봐야 하나?”
“단장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새로운 리그에 와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투수들에게 적응한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우리 스콧은 후반기에 오자마자 첫 경기부터 잘해줬잖아. 왓슨도 그러기를 바랐는데…….”
스콧 생각에 잠시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금세 다시 시무룩해졌다.
“투수보다는 아무래도 타자가 더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죠. 게다가 왓슨은 국제 대회에 많이 출전한 것도 아니라서, 아시아 선수들하고 제대로 맞붙어본 경험도 없는 선수인데요.”
어느 나라든 야구의 규칙은 같지만, 그곳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스타일은 천차만별이었다.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들과 아시아 선수들의 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투수에게 적응해야 했다.
처음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투수보다 타자가 불리할 확률이 높은 이유였다.
“그렇긴 하지.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투수들하고 상대를 해야 하니까.”
“저희도 왓슨이 최대한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거지?”
“그럼요.”
“하……. 강 대표, 잘 좀 부탁할게. 지금 우리 팀도 그렇지만 나한테도 왓슨의 활약이 정말 필요해.”
조광훈의 눈빛에서는 간절함을 넘어 애절함까지 느껴졌다.
“물론이죠. 좋은 결과 만들어낼 테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나는 조광훈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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