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힘겨운 성장통 (6)
더블즈의 다음 맞대결 상대는 재규어즈였다.
6, 7위를 오고 가는 더블즈와는 달리, 최근 재규어즈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게다가 5위보다 3위 버팔로즈와의 승차가 가까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 중심에는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클 스콧은 물론이고, 조금씩 타격감을 찾아가는 도널드 왓슨이 있었다.
매일 정인규가 꼼꼼하게 만들어서 보내주는 자료가 효과가 있는지, 왓슨이 조금씩 한국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2루를 주 포지션으로 하면서 1루와 좌익수까지 커버해 주는 서성민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경기 초반에는 2루수로 출전을 했다가, 중후반 대타 카드를 활용하고 나서 수비를 재정비해야 할 때는 팀이 필요한 포지션에 가서도 무난한 수비를 보여줬다.
타격에서도 2할 7푼과 8푼 사이를 오고 간 데다 하위 타선에서 종종 타점도 뽑아주며 나쁘지 않은 감각을 보여줬다.
감독이 출전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선수였다.
오늘 경기에서는 왓슨이 6번 타자, 서성민이 7번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5월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왓슨의 타격감이 좋아지며 6번으로 타순을 조금 앞으로 당기게 됐다.
“플레이 볼!”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타자들의 배트가 무섭게 돌아갔다.
딱!
딱!
양 팀 타자들은 상대하는 선발 투수들을 잘 공략해 내며 점수를 뽑아내고 있었다.
다만, 대량 득점이 나오지는 않으며 어느 한 팀이 크게 앞서지는 못했다.
끊임없이 스코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리드하는 팀이 바뀌었다.
양 팀 벤치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입이 마르는 심정이었겠지만, 이 경기를 보는 팬들에게는 쫄깃쫄깃한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순간이 있었다.
4회 재규어즈의 공격 이닝.
2:3으로 재규어즈가 뒤지고 있었다.
2 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는 도널드 왓슨이 서 있었다.
다음 타자인 서성민은 대기 타석에서 투수의 피칭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널드 왓슨 선수의 타율이 이제 딱 2할이긴 합니다만, 최근 다섯 경기만 놓고 보면 2할 8푼이에요. 게다가 장타가 2루타 이상의 장타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4월 한 달 동안 1할 중반의 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어떤 카운트에서도 도루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라서요, 출루를 허용한다면 정말 힘들어질 겁니다.
왓슨은 매서운 눈빛으로 집중하며 타격을 준비했다.
펑!
“볼.”
투수는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씩 벗어나는 공을 던졌다.
볼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충분히 타자를 헷갈리게 만들 수 있을 만한 공이었다.
펑!
“볼.”
펑!
“볼.”
계속되는 변화구 승부에도 왓슨은 투수가 던질 공을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조금도 끄떡하지 않았다.
펑!
“스트라이크.”
투수가 겨우 스트라이크 하나를 던지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펑!
“볼넷.”
마지막 공까지 왓슨의 배트를 끌어내지 못하며 왓슨에게 출루를 허용했다.
-왓슨 선수에게 볼넷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인데요.
-투 아웃 상황이기는 합니다만, 발 빠른 주자가 나가 있다는 게 투수에게 편할 리가 없죠.
그리고 이제 대기 타석에서 준비하던 서성민이 배트에 끼워두었던 배트링을 빼서 던지고 타석으로 다가왔다.
왼손 투수였기 때문에 서성민은 오른손으로 타격을 준비했다.
투수의 발이 투수판에서 떨어지는 순간,
“달린다! 달린다!”
왓슨은 초구부터 도루를 시도했다.
포수가 공을 잡자마자 2루를 향해 던져 보지만,
“세이프!”
-지금은 왓슨 선수가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네요.
-포수가 공을 잡고 던질 때는 이미 2루에 거의 도착해 있었어요.
게다가 방금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도 못했다.
1 볼 0 스트라이크 주자 2루 상황.
투수는 포수와 오랜 시간 사인을 주고받고 나서야 다음 공을 던졌다.
결국,
딱!
서성민의 타구에 맞은 공은 우익수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타구가 아웃인지 세이프인지 판단할 필요가 없는 2 아웃 상황이었기 때문에, 왓슨은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자마자 3루를 향해 달렸다.
-타구가 아주 멀리 날아가지는 않았어요. 우익수가 달려오면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 3루 작전 코치가 계속 팔을 돌리고 있어요! 왓슨 선수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립니다!
전력 질주를 하던 왓슨은 3루 코치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더욱 스피드를 높이며 홈까지 내달렸다.
그사이 타구를 잡은 우익수가 온 힘을 다해 홈 베이스에서 기다리는 포수를 공을 향해 던졌다.
우익수가 던진 공은 한 번의 바운드도 없이 곧장 포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포수가 공이 든 글러브를 쭉 뻗어 슬라이딩하며 밀고 들어오는 왓슨의 몸에 갖다 댔다.
하지만,
“세이프!”
주심은 양팔을 벌리며 콜을 외쳤다.
-세이프! 세이프! 왓슨 선수의 손이 먼저 홈에 도착했어요!
-한 점 차 상황이었기 때문에 작전 코치가 과감하게 주루를 한 것 같은데요. 왓슨 선수의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왓슨! 왓슨! 왓슨!”
왓슨은 재규어즈 팬들을 향해 킹콩처럼 손으로 가슴을 때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자신의 안타가 타점으로 연결되자 1루에서 지켜보던 서성민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이후에도 많은 점수가 터지며 잠시도 여유를 가지기 어려웠다.
어느덧 9회 초.
스코어는 6:7로 더블즈가 아슬아슬하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최정환의 등판으로 이어졌다.
-역시 더블즈는 마운드에 최정환 선수를 등판시킵니다.
-지난 경기에서 끝내기 역전 홈런을 맞으면서 첫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는데요. 과연 오늘 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블론세이브라는 게 절대 기분 좋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특히 마무리 투수의 블론세이브는 팀의 패배로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요.
-오늘 경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텐데 상황이 또 쉽지는 않네요.
-한 점 차 타이트한 상황인 데다, 타순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타순이 4번부터 시작되는 데다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6번 타자 도널드 왓슨 선수까지 만나야 합니다. 두 타자 모두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거든요. 실투 하나만으로도 동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최정환 선수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지난 경기 블론세이브의 악몽을 깨트릴 수 있을까요?
마운드에 선 최정환은 연습 피칭을 시작했다.
펑!
펑!
패스트볼의 구위가 오늘도 변함없이 좋다는 확신을 갖고 나서는,
‘마지막은 몸 쪽으로 던져볼까?’
펑!
완벽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각각 한 번씩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하고는 연습 피칭을 마쳤다.
이제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왔다.
상대하는 첫 타자부터 4번 타자.
언제든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였다.
‘바깥쪽 패스트볼.’
틱!
타자가 의외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을 했다.
당연히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거라고 예상한 듯했다.
조금이라도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던졌다면 위험할 뻔했다.
0 볼 1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최정환은 그립을 바꿔 잡고 힘껏 공을 던졌다.
이번에도 타자가 배트를 휘둘렀다.
틱!
빗맞은 타구는 1루수가 있는 곳으로 굴러갔다.
편안하게 공을 잡은 1루수는 최정환에게 자신이 직접 베이스를 밟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아웃!”
일단 아웃 카운트 하나는 무난하게 잡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5번 타자의 승부도 비슷했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세이브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제 6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타석으로 다가왔다.
-도널드 왓슨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도 안타를 터뜨리면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는데요.
-왓슨 선수만큼이나 다음 타자인 서성민 선수의 타격감도 결코 나쁘지 않아서요. 이번 타석에서 확실하게 승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 후반의 주요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최정환은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높은 코스를 향해 힘껏 던졌다.
후웅-
156km/h!
“스트라이크!”
-왓슨 선수 같은 타자에게 높은 코스 승부는 효과적이면서도 위험한 측면도 있죠?
-높은 공을 어퍼스윙으로 걷어 올리면 얼마든지 홈런을 만들 수 있는 타자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공을 봤을 테니, 타이밍을 맞춰서 배트를 휘두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
최정환은 글러브 안에서 검지와 중지를 벌려서 공을 쥐었다.
그리고 힘껏 던지는데.
후웅-
135km/h.
-높은 코스 패스트볼 다음으로 날아오다가 뚝 떨어지는 포크볼. 헛스윙을 안 할 수가 없는 공이죠.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슬라이더.
펑!
“볼.”
스트라이크처럼 들어가다가 나가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빠져나가버렸다.
이 정도 공으로 왓슨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이 공의 목적은 다음에 던질 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공이었다.
‘이제 몸 쪽으로 한번 노려보자.’
홈런 타자를 상대로 몸 쪽 승부를 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다.
타자가 체중을 실어서 타격을 하기가 좋은 데다, 혹시라도 실수로 가운데로 몰리기라도 한다면 홈런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타석에 서 있는 왓슨은 몸 쪽으로 날아오는 패스트볼을 그리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컸다.
이제까지 최정환이 그런 코스의 공을 보여준 적은 없었으니까.
가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한 번에 제대로 던져야 했다.
후우.
깊은숨을 내쉰 최정환은 이제 피칭을 시작했다.
들어 올린 다리를 힘껏 뻗으며 자신의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았다.
‘됐다!’
최정환이 던진 공은 원했던 몸 쪽 낮은 코스로 날아가고 있었다.
구속은 151km/h.
제구력을 생각하다 보니 최고 구속으로 던지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후웅-
왓슨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몸 쪽 공이 날아온 탓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찰나의 타이밍을 빼앗기다 보니 배트가 힘없이 돌아갔다.
결국,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의 화려한 손동작과 함께 콜을 들을 수 있었다.
“와아아아-”
“최정환! 최정환! 최정환!”
환호하는 더블즈 팬들과 선수들과는 달리, 왓슨은 아쉬움이 감춰지지 않는 듯 타석을 떠나지 못했다.
-최정환 선수가 결국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더블즈의 승리를 완성합니다!
-마지막 공은 정말 몸 쪽으로 기가 막히게 꽉 찬 공이었어요. 저런 코스로 151km/h 짜리 공이 날아온다면 어떤 타자도 배트에 맞추기 어려울 거예요.
-최정환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는 완벽하게 1이닝을 막아줍니다! 이 정도면 지난 경기의 블론세이브 기억을 완벽하게 지워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최정환은 주먹을 불끈 쥐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더블즈 동료 선수들과 한데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움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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