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애착 혹은 집착 (3)
텅.
텅.
타격 기계에서 공이 멈추지 않고 튀어나왔다.
한교진은 쉬지 않고 날아오는 공을 블로킹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패스트볼의 블로킹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기계 세팅을 바꿔 공의 구속을 조금씩 높여갔다.
동시에 바닥에 바운드되는 변화구를 섞었다.
포수는 미리 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종을 미리 얘기해 주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각도는 그때그때 다르게 만들었다.
투수가 항상 일관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으니까.
텅.
텅.
구속이 빨라지고 각도 큰 변화구가 날아오자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공들이 늘어났다.
나는 잠시 기계를 멈추고 한교진에게 다가갔다.
“교진아, 주자 있는 상황에서 포수가 공을 뒤로 빠트리는 순간 한 베이스 내주는 거야. 상대팀은 아웃 카운트 없이 희생번트 하나 얻어 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맞습니다.”
“포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이 빠지지 않게 막아야 해. 만약 주자가 3루에 있는 상황이었으면 그냥 허무하게 한 점 내주는 거잖아.”
나는 한교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힘을 실어줬다.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다시 시작해 보자.”
그리고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텅.
텅.
“블로킹할 때는 주자가 있는 방향으로 보내야지!”
“네!”
한교진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씩씩하게 대답했다.
텅.
텅.
나는 잠시 기계를 멈춰 세웠다.
“교진아, 잠깐 쉬었다가 하자. 물 좀 마셔.”
“네.”
한교진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렇게 훈련한 건 오랜만이지?”
“네. 최근에 혼자서 훈련할 때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간단한 타격 훈련 정도여서요. 이렇게 날아오는 공 직접 받아 가면서 훈련한 건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훈련하고 복귀하면 구단에서도 깜짝 놀랄 거야.”
나는 한교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떨어진 공을 정리한 후에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교진아, 이제부터는 타자가 2루로 도루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송구까지 이어가 봐.”
이제 정말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었다.
“네.”
한교진의 준비가 완료된 듯하자 다시 기계를 작동했다.
처음에는 포수에게 정확하게 날아가도록 공을 날려 보냈다.
텅.
한교진은 글러브로 공을 잡자마자 반쯤 일어나 2루로 공을 던졌다.
후욱-
나는 한교진이 공을 잡아서 2루까지 던졌을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팝 타임이라고도 불리는 이 시간은 1.8초대가 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불릴 정도지만, 2초를 넘어가면 도루를 쉽게 허용한다는 의미에서 자동문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을 얻게 된다.
고작 0.2초의 찰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루에 있어서는 성공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텅.
후욱-
텅.
후욱-
한교진의 팝 타임은 대략 1.88초.
가장 오래 걸릴 때도 1.93초를 넘지 않았다.
상당히 좋은 기록이었다.
외야수 출신이라 어깨의 힘도 좋았고, 송구 정확도도 높은 편이었다.
도루 저지는 포수의 역할뿐만 아니라 투수의 투구 스타일과 경기 상황이라는 여러 요소가 합쳐져서 결정됐다.
지금 한교진이 보여주는 모습이라면 포수로서 해야 하는 역할은 온전히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점점 바운드되는 공을 날려 보냈다.
턱.
“어?”
후욱-
바닥에 튀어 오르는 공을 바운드해서 던져야 하다 보니 훨씬 난이도가 높았다.
공을 빠르게 던져야 한다는 것에 압박감을 느낀 탓인지, 방금까지 조금씩 안정되던 블로킹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턱.
후욱-
“아…….”
급하게 던지려다 보니 2루 쪽으로 송구가 제대로 가지 않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하긴, 어떻게 하루아침에 되겠어.
매일매일 훈련하는 수밖에.
훈련장에서 2시간 동안의 힘겨운 훈련을 마치고 우리는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지난 경기를 돌려보며 볼 배합을 공부하기 위함이었다.
나도 아주 잠시였지만 예전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포수로서 다른 능력은 부족했지만, 볼 배합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건 공부를 통해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이후로도 경기를 보면서 볼 배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론적인 도움을 줄 정도의 감은 잃지 않고 있었다.
우선 한교진이 당장 구단으로 돌아가게 되면 만나게 될 재규어즈 투수들의 경기부터 재생했다.
마이클 스콧이 등판한 경기였다.
-펑!
-펑!
나는 타자와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중간에서 화면을 멈췄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다음 승부를 어떻게 끌고 가는 게 좋을까?”
“1 볼 1 스트라이크 상황에서는 아직 카운트에 여유가 있으니까요. 패스트볼을 코너로 요구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패스트볼을 선택한 이유는?”
“마이클 스콧이니까요. 제일 확실한 공으로 승부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요.”
“그거 말고도 또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없을까?”
나의 질문에 한교진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 지금 타자의 약점이 몸 쪽 낮은 코스 타율이 낮으니까요. 패스트볼을 몸 쪽 낮게 요구하면 될까요?”
“다 맞는 말이야. 근데 거기에 한 가지 더 고민해야 할 게 있어.”
“……?”
“초구가 볼이었느냐 스트라이크였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접근해갈 필요가 있어. 볼 다음으로 스트라이크가 왔을 때랑, 스트라이크 다음으로 볼이 왔을 때 타자의 심리는 분명히 다를 거거든.”
“그 부분은 생각 못 했네요.”
한교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적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포수는 상대 타자의 데이터는 물론이고, 우리 투수의 스타일이랑 그날 컨디션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어야 해.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타자의 심리가 어떨지를 역이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해.”
“분석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볼까?”
나와 한교진은 여러 상황을 직접 보며 공부를 이어갔다.
마이클 스콧의 피칭 이외에도 국내 최고 수준의 포수라고 꼽히는 다른 팀 포수들의 플레이도 살펴봤다.
* * *
한창 분석에 여념이 없던 그때.
띵동. 띵동.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스콧! 어서 와.”
“마이 보스. 빨리 보고 싶었어요.”
마이클 스콧은 밝게 웃으며 나와 미국식 인사를 했다.
“스콧, 다른 선수들이 스콧한테 다들 난리야.”
“다른 선수들이 나한테? 무슨 일로?”
스콧은 처음 듣는 얘기에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스콧 공 때려내기 너무 어렵대. 너무한다고 좀 살살해달라던데.”
“하하하. 와우. 다들 잘하면서 엄살인 것 같아.”
스콧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옆에 있던 한교진을 가리키며 스콧에게 소개해 줬다.
“그리고 스콧, 여기는 한교진이라고 재규어즈 선수야. 교진아 이쪽은 재규어즈 투수 마이클 스콧.”
나는 스콧과 한교진을 번갈아 가리키며 소개했다.
“너무 잘 알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선수잖아요.”
스콧을 바로 알아보는 한교진과는 달리,
“재규어즈 선수라고?”
스콧이 고개를 갸웃하며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는 듯했다.
“군대를 다녀오느라 두 시즌 동안 떠나있어서 아마 오늘 처음 만나는 걸 거야.”
“아하. 군대. 코리안 남자들은 다 가야 한다는 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콧이 고개를 돌려 밝게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마이클 스콧이에요.”
스콧이 한교진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눴다.
“정말 팬이에요. 같은 팀이라는 게 너무 영광이에요.”
한교진이 우상을 만난 것처럼 스콧을 바라봤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
나는 스콧, 한교진과 함께 거실에 놓인 테이블로 향했다.
우리 세 사람은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씩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Han은 포지션이 어떻게 되지?”
“포수예요.”
“오호, 캐처. 나는 포수가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해. 경기를 하다 보면 포수들은 컴퓨터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있는지 모르겠어.”
스콧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교진이는 그냥 포수가 아니고 재규어즈에서 아주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야. 핵심 포수로 육성하고 있어.”
“와우. 언빌리버블 플레이어.”
스콧이 한교진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에이 아직은 많이 멀었어요. 앞으로 계속 훈련해 가야겠죠.”
“Han이 나랑 호흡을 맞춰 봐도 재밌을 것 같은데?”
스콧이 한교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네. 우리 에이전시 선수들이 투수랑 포수로 호흡 맞춰서 경기 이기는 것도 기분 좋겠다.”
“제가 1군에 가야 할 텐데…….”
“내년에는 갈 수 있을 거야.”
나는 시무룩해진 한교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스콧에게로 옮겼다.
“그나저나 스콧, 선발 등판할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컨디션 조절하지 왜 여기까지 왔어?”
“요즘에 공이 시즌 초반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뭐가 달라진 건가 확인을 해보고 싶어.”
“그래? 지난 경기 보니까 공 좋던데?”
“음…….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럼 한번 던지면서 데이터 확인해 보자.”
“오케이.”
나와 스콧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혹시 괜찮으면 제가 공 받아 봐도 될까요?”
한교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훈련했잖아. 오늘은 이제 쉬는 게 좋지 않겠어?”
“그렇긴 한데요……. 제가 오늘 아니면 스콧 공을 언제 받아보겠어요.”
한교진에게 좋은 기회라는 건 분명했다.
나는 한교진의 답을 듣고는 스콧을 보며 물었다.
“스콧, 교진이가 볼 받아줘도 괜찮겠어?”
“와우, 정말 좋지. 포수가 있으면 더 집중하기 좋으니까.”
스콧이 한교진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케이, 그럼 두 사람은 내려가서 준비하고 있어. 나는 인규 코치 불러올게.”
내가 정인규를 찾으러 간 사이에, 스콧과 한교진은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스콧과 한교진이 준비를 마치고 마운드와 홈 베이스에 각각 자리를 잡았다.
함께 훈련장으로 내려온 정인규는 태블릿으로 스콧의 피칭 분석을 확인하기 위해 세팅을 하고 있었다.
“Han, 지금부터 시작할게!”
“오케이. 준비됐어.”
이야기를 나눈 뒤에 호흡을 고른 스콧이 피칭을 시작했다.
펑!
펑!
공이 미트에 부딪힐 때마다 실내 연습장에 굉음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문 포수가 아닌 사람이 잡는다면 거의 대부분 손가락에 부상을 입을 만큼 위력적인 공이었다.
“와, 장난 아니다.”
한교진에게도 익숙한 공은 아닌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펑!
펑!
스콧의 피칭은 계속 이어졌다.
“스콧, 잠깐만.”
정인규는 태블릿을 들고 가서 스콧에게 지금 피칭의 데이터를 전달해 줬다.
스콧은 진지하게 정인규의 말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제 변화구를 연습할 차례였다.
스콧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던졌다.
“우와!”
한교진은 빠른 속도로 뚝 떨어지는 공을 힘겹게 막아내고는 입을 떡 벌렸다.
“교진아, 스콧 스플리터 어때?”
“지금 구속이 어떻게 돼요?”
“방금이 141km/h.”
“타자가 이걸 때려낼 수 있을까요?”
한교진은 공을 다시 스콧에게 던져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다들 헛스윙하느라 정신없잖아.”
“같은 팀인 게 천만다행이네요.”
펑!
펑!
한교진은 처음 보는 공이라 포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궤적에 적응해 가는지 블로킹을 해내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스콧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 피칭이 이어졌다.
선발 등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서 20개 정도만 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투구를 분석한 정보에 따르면 스콧의 컨디션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다음 선발 피칭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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