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1)
어느덧 5월이 마무리되고 6월에 접어들었다.
시즌은 50경기를 치르며 초반을 지나 반환점을 앞두고 있었다.
울프스, 드래곤즈, 버팔로즈, 재규어즈가 상위권을 형성하며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사이 우리 선수들의 성적은 눈에 띌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마이클 스콧과 고지훈은 벌써 6승씩을 거두며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평균 자책점도 나란히 2.89, 3.01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한 선발 투수로 역할을 해주니 팀도 추진력을 받을 수 있었다.
두 투수의 맞대결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는데, 로테이션이 살짝 어긋나며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오석훈는 타율 0.328, 38타점 13도루. 박성주는 0.289에 12홈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페이스가 안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난 시즌 맹활약 때문인지 집중 견제를 받은 탓에 작년보다는 주춤한 모양새였다.
나준호는 역시나 올해에도 조용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0.320의 좋은 타율에 홈런도 7개, 타점도 32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최정환은 나와 피칭 훈련을 하고 세이브를 거둔 이후로는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더블즈가 리드한 상황으로 9회까지 끌고 오기만 하면 최정환이 어떻게 해서든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막아줬다.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엔젤스의 장수영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최정환이나 장수영이 상위권 팀의 마무리 투수였다면 스콧과 고지훈처럼 타이틀 홀더 경쟁을 펼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재규어즈와 버팔로즈의 경기.
3위 버팔로즈와 4위 재규어즈의 승차는 고작 2게임 차이였다.
오늘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는 마이클 스콧이었다.
이번에도 두 투수의 선발 로테이션이 엇갈리며 아쉽게도 고지훈과의 맞대결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리던 도널드 왓슨은 어느새 5번 타자까지 올라가 있었다.
왓슨의 컨디션이 좋아지며 상위타순으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상대 팀에서도 그를 견제하는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왓슨 뒤에 타석에 서는 선수에게 기회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6번 타자로 그의 뒤에 나오는 서성민의 타격감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왓슨 다음 타순에서 차곡차곡 타점을 올리다 보니 50경기 만에 22타점을 올리는 중이었는데, 지금 같은 타격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커리어 하이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늘 경기 선발 투수가 마이클 스콧이니까 편안하게 봐야지.
└스콧이나 다른 투수들 잘해주는 건 좋은데 정민우 걔 때문에 연승이 이어지질 않네.
└벌써 정민우 11연패 아니냐?
└ㅇㅇ 그냥 올라오면 지는 애라.
└다른 팀에서 5선발 아무나 좀 데려오면 안 되나.
└이번에는 재규어즈가 쭉 치고 올라갈 것 같으면서도 4등이네.
└그래도 작년보다 더 나아졌잖아. 올해 가을 야구 갈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봐도 되는데, 그럼 된 거지.
└재규어즈 너네들, 이번에 우리랑 맞대결에서 고지훈 안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고지훈 나왔으면 무조건 잡고 가는 건데.
└버팔로즈 쫄았냐. 왜 스콧 등판할 때 고지훈 안 내보내는데?
└쫄기는 왜 쫄아. 그냥 로테이션이 안 맞는 건데.
└맞대결에서 지면 고지훈이 다승왕 레이스 밀리는 데다 승차 좁혀지니까 무서워서 피하는 거겠지.
└피하기는 ㅋㅋㅋ 오석훈, 박성주 있는데 타격으로 밀어버리면 되는 거지.
└솔직히 두 팀이 억지로 맞춰서라도 마이클 스콧 vs 고지훈 맞대결 한 번 하긴 해라. 이렇게 완벽한 시즌 보내고 있을 때 한판 붙긴 해야지.
└다승왕 경쟁 클라이막스 때 부딪치면 대박이겠다.
“플레이 볼!”
재규어즈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재규어즈는 1회 공격에서 안타와 볼넷 하나씩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병살타가 나오며 점수까지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이제 1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마이클 스콧이 마운드에 올랐다.
-아마 재규어즈 팬분들은 오늘 경기를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보고 계실 거예요.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이번 시즌에 오늘 경기 전까지 패전이 딱 한 번이었거든요. 그것도 7이닝 2실점을 한 경기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패전으로 기록된 거라서요. 이번 시즌에는 등판을 하면 일단 퀄리티스타트는 해줄 거라고 믿어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지훈 선수와의 맞대결을 기대하시는 팬들도 많으실 텐데요. 버팔로즈가 우천으로 밀린 경기가 많아서 아쉽게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이 언제쯤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시즌에 꼭 한 번은 보고 싶네요.
연습 투구를 마친 스콧이 피칭을 시작했다.
틱!
틱!
틱!
상대 타자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려보지만, 빗맞거나 구위를 이겨내지 못해 공을 페어 존으로 날려 보내지 못했다.
후웅-
결국 헛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다.
-올해 마이클 스콧 선수가 변화구 구사력이 훨씬 좋아졌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투 스트라이크로 몰리기 전에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고 싶을 거예요.
-타자의 전략이 좋은 판단이기는 했는데, 1회라서 그런지 스콧 선수의 힘이 최고조예요. 쉽게 안타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2번 타자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해봤지만, 결국 땅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제 3번 타자 오석훈의 타순이 되었다.
-마이클 스콧 선수가 가볍게 두 타자에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습니다. 이제 지난 시즌 타격왕 오석훈 선수가 타석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조금 떨어지는 성적이긴 합니다만, 올해도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 마이클 스콧 선수를 상대로 출루율이 좋은 편이기도 하고요.
스콧과 오석훈은 마운드와 타석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승부를 할 타이밍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스콧은 앞선 타자들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신중하게 피칭을 준비했다.
그리고 첫 번째 공을 힘껏 던졌다.
오석훈은 배트를 절반쯤 돌리다가 겨우 멈춰 세웠다.
펑!
“스트라이크!”
방금 지나간 공을 확인한 오석훈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마이클 스콧 선수가 초구를 커브로 던졌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스콧 선수가 지난 시즌과 달라진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에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능력이 확실히 좋아졌어요. 타이밍을 뺏는 것은 물론이고 초구 스트라이크까지 잡아내는 수준으로 올랐네요.
-이런 공을 보고 난 다음에는 타자 입장에서 머리가 복잡해지겠는데요?
-방금 같은 커브를 보고 난 다음에는 패스트볼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질 거거든요. 과연 승부가 어떻게 이어질까요?
커브의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스콧이 재빠르게 두 번째 공을 던졌다.
동시에 오석훈은 배트를 짧게 쥔 채로 날아오는 공의 방향에 갖다 댔다.
툭.
-기습 번트가 나왔어요! 지금 같은 코스라면 스콧 선수가 직접 잡아야 할 것 같은데요.
-과연 누구의 스피드가 앞설까요?
오석훈은 전력을 다해 1루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스콧은 예상했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굴러가는 공을 잡자마자 1루를 향해 던졌다.
거의 같은 타이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찰나였다.
심판이 잠시 고민하더니 주먹을 들어 올렸다.
“아웃!”
오석훈이 아쉬움에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회 초.
다시 재규어즈의 공격 이닝.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첫 타자로 타석에 섰다.
“왓슨! 왓슨! 왓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재규어즈 팬들은 왓슨의 이름을 연호하며 함성을 질렀다.
-최근에 가장 뜨거운 타자를 만날 시간입니다. 도널드 왓슨 선수는 4월까지만 해도 1할대 타율에 장타율도 크게 떨어지는 성적을 거두면서 교체 이야기까지 나왔는데요. 지금은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었죠?
-만약에 첫 달 성적만 보고 방출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5월 중반부터 지금까지 정말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펑!
“볼!”
펑!’
“볼!”
버팔로즈 투수가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나가는 변화구를 던지며 헛스윙을 유도해 봤지만, 왓슨의 배트는 꼼짝하지 않았다.
-왓슨 선수의 타격감이 좋은 상황이라서요. 웬만한 변화구로는 배트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승부를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왓슨 선수가 언제든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라는 게 신경 쓰이겠죠?
-물론 너무 정직하게 들어가는 건 피해야겠지만요. 왓슨 선수가 스피드까지 좋기 때문에 볼넷으로 출루시켜도 피곤해지거든요. 쓰리볼까지 가기 전에 승부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요.
투수는 공을 던지려다 말고 투수판에서 발을 떼고는 손에 송진 가루를 다시 묻혔다.
“우우우우-”
“빨리 던져라! 이러다 집에 언제 갈래?”
재규어즈 팬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버팔로즈 투수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겨우 다시 준비를 마친 투수는 다시 투수판을 밟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한 것 같은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원하는 만큼의 각도로 꺾이지 않으며 날아갔다.
타격감 좋은 왓슨에게 밋밋한 변화구는 먹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딱!
“와아아아-”
배트에 맞은 공은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며 펜스까지 빠른 속도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왓슨은 순식간에 1루 베이스를 밟고 주저하지 않고 2루까지 내달렸다.
“세이프!”
공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왓슨이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왓슨 선수가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합니다!
-게다가 시원한 장타예요. 요즘 왓슨 선수 타석에서는 1루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장타력이 좋네요.
-지금 컨디션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어떻게 승부를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겠는데요?
동시에 인터넷으로 중계를 보던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와 진짜 요즘 왓슨이 타석에 서 있으면 무조건 때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빗자루 들고 나와도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듯 ㄷㄷㄷ
그리고 곧바로 6번 타자 서성민의 타석으로 이어졌다.
-최근 서성민 선수도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무난하게 서성민 선수의 개인 커리어에서 최대 타점을 올릴 시즌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스위치 타자로는 완전히 적응했다고 봐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단순히 타율만 봐도 2할 8푼이나 되니까요. 아마 더블즈에서는 이 모습을 보면서 배가 많이 아플 거예요.
투수는 2루에 선 왓슨을 흘끗 쳐다보며 견제를 하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왼손 타석에 선 서성민은 초구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딱!
타구는 외야를 향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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