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3)
버팔로즈의 공격 이닝이 되며 오석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오석훈의 눈빛은 매서웠다.
-버팔로즈 공격이 꽁꽁 묶여있는 상황에서는 오석훈 선수가 해결해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타격감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요. 스콧 선수의 컨디션이 워낙 좋은 상황이라서요. 최대한 끈질기게 승부를 해서 투구 수를 늘려가면서 실투를 유도하는 방법이 현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이클 스콧과 재규어즈 내야수들은 기습 번트를 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런 뒤에 스콧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첫 번째 공은 완벽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펑!
“볼!”
오석훈이 유인구 하나를 걸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틱!
“아…….”
배트에 맞자마자 빗맞았다는 것을 예상한 오석훈은 아쉬움에 배트를 집어던지며 1루를 향해 달렸다.
타구는 3루수가 안전하게 잡으며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1루로 달리던 오석훈이 이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제 4번 타자 박성주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렇게 상대 투수의 컨디션이 좋은 경기에서는 연속해서 안타를 때리기 어렵기 때문에 홈런 한 방이 터져줘야 할 것 같은데요.
-과연 박성주 선수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후우-”
박성주는 평소보다 때보다 더욱 신중하게 타격 준비를 했다.
반면, 스콧의 피칭에는 여유가 느껴졌다.
펑!
“스트라이크!”
파워가 좋은 4번 타자를 상대로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곧바로 두 번째 공을 던지는데,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듯하자 박성주는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딱!
시원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외야로 쭉쭉 뻗어나갔다.
손맛을 느낀 박성주는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1루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홈런을 예감한 버팔로즈 팬들이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에 타구가 떨어질 위치를 판단한 중견수 도널드 왓슨이 몸을 뒤로 돌려 펜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박성주 선수의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드디어 오늘 경기 버팔로즈의 첫 번째 득점이…….
모두가 홈런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펜스로 달려가던 왓슨은 벽을 밟고 뛰어오르며 글러브를 쭉 뻗었다.
왓슨의 글러브는 담장을 넘어가려던 타구를 건져 올리듯 잡아채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고 나서 자신 있게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설마 왓슨 선수가 이 타구를 잡은 건가요?
-잡았네요! 정말 잡았어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가만히 있었다면 홈런이었을 타구였는데요. 이걸 날아서 잡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왓슨 선수가 수비로 1점을 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1루를 지나 2루로 가려던 박성주는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 자리에 멈췄다.
2루수 서성민이 다가오자 박성주는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듯 왓슨을 가리키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반면, 재규어즈 팬들은 경기장이 떠내려갈 것 같은 엄청난 함성을 질러댔다.
낙담하던 버팔로즈 팬들도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는 왓슨을 향해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마이클 스콧이 모자를 벗어 왓슨을 향해 들어 올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동료 선수들의 호수비에 힘을 얻은 스콧의 피칭에서는 점점 더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남은 아웃 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아직까지도 버팔로즈 선수들은 1루 베이스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규어즈의 공격 이닝으로 넘어가며 다시 왓슨의 타석이 돌아왔다.
-오늘 정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왓슨 선수입니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정말 엄청납니다. 오늘 무슨 날인가요?
-게다가 사이클링 히트까지 이제 1루타 하나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기습번트를 대서라도 안타를 때려줬으면 좋겠는데요.
-오늘 경기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이 완성될 수 있을까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타석입니다.
펑!
“볼!”
펑!
“스트라이크!”
왓슨은 신중하게 공을 골라내며 투수와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코스의 공이 날아온다고 판단하자,
왓슨의 배트는 매섭게 돌아갔다.
딱!
이번 타구는 좌익수를 향해 날아갔다.
“와아아아-”
-안타! 왓슨 선수가 또 하나의 안타를 추가하며 4안타 경기를 펼치는데요.
-하지만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서요 1루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1루타를 기록해야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할 수 있을 텐데요. 과연 왓슨 선수가 1루에서 멈출까요?
이번에도 왓슨은 전력을 다해 1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좌익수가 펜스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공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왓슨은 1루를 지나 2루를 향해 달릴 수 있었다.
슬라이딩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여유롭게 도착했다.
“세이프!”
-여기서 2루타를 터뜨리네요. 1루타 하나가 모자란 상황이었는데요.
-만약에 1루에서 멈췄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2루타성 안타를 때려도 1루에서 멈추면 1루타가 됐을 텐데요.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이 예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만약 그런 상황이 생겼다면 아무리 왓슨이라고 해도 바로 2군으로 보냈을 거예요.
-사이클링 히트가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도 있네요.
-한 타석 정도는 더 설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왓슨에게도 아쉬움이 남는지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재규어즈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동료 선수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후속타가 터지지 않으며 왓슨의 출루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7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지금까지 마이클 스콧 선수가 퍼펙트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어? 그런 얘기가 나오면 기록이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설마…… 제가 정말 실수한 걸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석훈의 배트가 돌아갔다.
딱!
오석훈의 배트에 맞은 공은 2루수 서성민이 있는 방향으로 높이 날아갔다.
서성민이 뛰어오르며 최대한 손을 뻗어봤지만, 날아가는 공을 잡는 것은 무리였다.
-안타! 드디어 오늘 경기 버팔로즈의 첫 번째 안타가 터집니다.
-아이고. 제가 실수했네요.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봅니다.
-비록 대기록은 세우지 못했지만요. 강력한 타선을 가진 버팔로즈를 상대로 6이닝 넘도록 퍼펙트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드디어 전광판에는 버팔로즈의 안타 1개가 기록됐다.
스콧도 기록이 깨졌다는 게 아쉬운지 포수를 보며 살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펑!
펑!
후웅-
깔끔하게 남은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수비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닝이 바뀌며 또 한 번 왓슨이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는데,
펑!
“스트라이크 아웃!”
그에게도 기록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했는지 아쉽게도 사이클링 히트는 완성하지 못했다.
어느덧 9회 말.
스코어는 여전히 2:0 이었다.
재규어즈의 리드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야구에서는 언제든 역전될 가능성이 있는 스코어였다.
여전히 재규어즈 마운드에는 마이클 스콧이 서있었다.
-마이클 스콧 선수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투구 수가 110개를 기록하고 있어서 이번 시즌 평균 투구 수를 벌써 넘어갔는데도 9회 마운드에 올랐네요.
-아마 스콧 선수가 직접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고요. 스콧 선수의 오늘 컨디션이 워낙 좋다 보니까 재규어즈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펑!
153km/h
펑!
154km/h
펑!
152km/h
-이제 스콧 선수는 완벽한 선발 투수가 된 것 같아요. 투구 수가 110개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패스트볼 구속이 150km/h 밑으로 내려오질 않네요.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다 보니까요. 시즌 경기가 진행될수록 날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틱!
틱!
타자는 패스트볼을 힘겹게 커트해 내며 승부를 이어가 보려고 했지만,
후웅-
빠른 속도로 날아오다가 뚝 떨어지는 공에는 배트가 헛돌 수밖에 없었다.
-결국 140km/h 짜리 스플리터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오늘 경기에만 13번째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냈습니다. 국내 무대에서는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을 세우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까지도 과감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마이클 스콧 선수가 오늘 경기에 필요한 27개 아웃카운트를 혼자서 잡아내며 첫 번째 완봉승을 완성합니다!
-한국 진출 후 최초이기도 하고요, 아마 스콧 선수의 커리어 통산으로도 처음일 것 같은데요?
-요즘에는 투수들의 분업이 잘 이루어져서 완투, 완봉 기록을 보기가 어려운데요. 오랜만에 정말 멋진 경기를 펼쳐준 양 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 전해주고 싶습니다.
재규어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서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오늘 경기 승리를 자축했다.
도널드 왓슨의 사이클링 히트에 가까운 4안타에 마이클 스콧의 데뷔 첫 완봉승까지.
경기 승리를 넘어서 과정까지 완벽했다.
경기장에 있던 재규어즈 팬들은 펄쩍펄쩍 뛰며 오늘의 기쁨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 * *
사이클링 히트에 근접한 성적을 내기까지 한 왓슨은 이제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듯했다.
그날 이후로 왓슨의 타격감은 더욱 뜨거워졌다.
거의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멀티히트를 때려낸 경기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 안타들이 2루타 이상의 장타가 많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타율은 3할을 넘어 0.310까지 돌파했다.
타점, 홈런, 도루, 장타율까지 골고루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시즌 초반 한 달 동안 1할대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어있었다.
그의 활약 덕분에 재규어즈는 안정적인 4위는 물론 2, 3위를 위협하고 있었다.
└왓슨 타율 봐라, 진짜 미친 거 같다!
└시즌 초반에 왓슨 내보내라고 했던 애들 다 어디 갔냐?
└ 왓슨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야알못이었습니다.
└폼은 일시적이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진짜 진리인 것 같다.
└진짜 100만 달러가 아깝지 않네. 재규어즈 단장 뭐 하냐, 빨리 내년 시즌 재계약 발표해야지.
└이러다 진짜 내년에 바로 메이저리그 가는 거 아니냐. 왓슨 빠지면 다시 공격력 답 없을 거 같은데.
└그럼 당장 여권부터 찾아서 불태워라. 아예 한국 땅을 못 벗어나게 만들어 버려.
└메이저리그는 천천히 가도 되잖아. 왓슨, 한 시즌만 제발 더 뛰어주라 제발!
이후 재규어즈 경기에서 도널드 왓슨의 응원가는 가장 뜨겁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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