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한바탕 소동 (2)
다음 날 이른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재중 전화가 수백 통이 찍혀있었다.
왠지 모를 직감이 들어 곧바로 포털 사이트 스포츠 페이지에 접속했다.
첫 화면부터 소영준과 펠리컨즈 구단 로고를 메인으로 한 기사가 한가득이었다.
└혹시 단장이 정신 나간 거 아닌가? 소영준이 필요한 선수인지 모르겠다고? 그럼 지금 펠리컨즈에서 누가 필요하신데요.
└어제 경기 클러치 에러가 크긴 했지만, 이건 좀 너무 나간 거 같은데?
└솔직히 소영준이 중요한 상황에서 에러를 많이 한 건 사실이잖아. 유격수한테 제일 중요한 게 수비인데. 아무리 공격 잘해서 홈런 때려도, 에러 하나로 실점하면 오히려 심리적으로는 대미지가 더 클 텐데.
└근데 그것도 잘 따지고 보면 횟수 자체는 얼마 안 돼. 임팩트가 커서 기억에 남은 게 많았을 뿐이지.
└그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지 ㅋㅋㅋ 중요한 상황에서 에러가 많았다는 거잖아.
기사를 읽어보니 김석원 펠리컨즈 단장의 인터뷰였다.
어제 실책을 빌미 삼아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이런 기사 하나로 나에게 이 정도의 전화가 와있지는 않았을 텐데.
이어진 기사를 읽어보니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 밑에는 소영준의 인터뷰도 있었다.
└하……. 우승하러 떠나고 싶다는 거네.
└FA도 3년인가 남았을 텐데. 최소한 그때는 무조건 떠나겠구만.
└소영준 떠나면 진짜 펠리컨즈 답 없지 않나?
└당장 빠진다고 하면 노답이지. 그냥 10위가 아니라 압도적인 10위 할 것 같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10위라서 더 떨어질 곳도 없다는 거다.
└보강을 하긴 해야 할 텐데. 팀 해체할 생각 아니면 FA 지르겠지?
└FA 선수들도 펠리컨즈는 안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이 있던데. 펠리컨즈로 이적하면 우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거의 매년 드래프트 1번으로 지명했는데, 그 선수들 지금 다 어디 갔냐?
두 기사만 본다면 펠리컨즈와 소영준 모두 강한 어조로 인터뷰를 했다.
소영준의 인터뷰 내용과 영상을 보니 감정적인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는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번 연봉조정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적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상황이니, 김석원 단장의 인터뷰를 보고 감정이 격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나는 곧장 소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우- 뚜우- 뚜우-
한참을 기다려도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생각이 복잡해서 안 받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직접 가서 만나볼 수밖에.
* * *
나는 급히 펠리컨즈 홈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경기가 끝나는 대로 소영준과 만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참이었다.
관중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경기장을 보니 몸을 풀고 있는 소영준의 모습이 보였다.
거리가 멀어서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동료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한 액션 없이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소영준의 이름은 오늘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4번 타자 유격수에 올라가 있었다.
-어제 경기에서 펠리컨즈가 리드를 잘 끌고 갔음에도 아쉽게 마지막에 실책이 나오면서 패배를 하게 됐는데요.
-많이 아쉽죠. 실책이 정말 나오지 않았어야 하는 타이밍에 나오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게 됐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펠리컨즈가 어제 패배의 설욕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로 경기가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펑!
“스트라이크!”
어제 경기와는 달리 마운드에 있는 펠리컨즈 외국인 투수가 팀 내 선발 투수 중에서 가장 경기력이 좋은 선수답게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펑!
“스트라이크 아웃!”
펠리컨즈 선발 투수는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려가고 있었다.
-두 타자 연속 삼진! 호크스 타자들의 배트가 여지없이 돌아갑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안타를 낸 타자들과 같은 선수들인데요. 하루 만에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느낌이네요.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깔끔한 투구를 보여줬다.
“펠리컨즈! 펠리컨즈! 펠리컨즈!”
펠리컨즈 팬들은 삼자범퇴 이닝만으로도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행복해 보였다.
1회 말.
펠리컨즈의 공격.
앞선 3번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며 2 아웃 주자 1루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소영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제 소영준 선수의 타석입니다. 어제 중요한 상황에서 실책을 범하면서 팀이 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죠?
-게다가 김석원 단장이 조금은 강한 어조의 인터뷰까지 했거든요. 소영준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을 거예요.
-선수들도 사람이다 보니 실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습니다. 어제 경기는 이미 지나갔으니까요, 빨리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영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매섭게 반짝이고 있었다.
투수가 첫 번째 공을 던지는데,
소영준의 배트는 곧바로 힘껏 돌았다.
딱!
소영준의 스윙에 맞은 타구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날아갔다.
동시에 1루에 있던 주자는 전력을 다해 2루를 향해 달렸다.
날아가던 공은 3루수의 키를 넘긴 것은 물론이고, 아슬아슬하게 파울 라인을 넘지 않고 바운드되며 좌익수에게 점점 멀어지는 코스로 굴러가고 있었다.
-타구가 완벽하게 선상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멀어지고 있어요. 코스가 정말 완벽합니다!
타구는 거의 외야 펜스 왼쪽 구석까지 굴러가고 있었다.
1루 주자가 2루를 지나 3루로 향하는 동안, 타구의 위치를 확인한 펠리컨즈 3루 코치가 팔을 힘차게 돌리며 홈까지 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먼 거리를 달려간 좌익수가 공을 힘겹게 잡아 커트맨으로 서 있던 유격수에게 던졌다.
하지만 1루 주자는 이미 홈 베이스에 거의 도착한 상황이었다.
그사이 소영준도 여유 있게 2루 베이스에 도착해 있었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펠리컨즈 팬들은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시원한 장타를 터트린 순간이었는데, 소영준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장비를 벗어 코치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펠리컨즈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1회부터 깔끔한 안타로 기선제압에 성공하네요.
-역시 펠리컨즈 타선의 중심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소영준 선수인 게 분명합니다.
-정말 펠리컨즈에 이런 선수가 필요 없을까요?
4회 초.
펠리컨즈의 수비 이닝이었다.
딱!
딱!
딱!
1:0으로 펠리컨즈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크스의 연속 안타가 터져 나오며 펠리컨즈는 만루의 위기를 맞게 됐다.
-원 아웃 만루예요. 펠리컨즈 선발 투수가 3회까지 완벽하게 막아줬는데, 타순이 한 바퀴 돌면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펠리컨즈 내야수들은 내야 땅볼 상황에서 실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펑!
틱!
펠리컨즈 투수와 호크스 타자는 치열하게 수 싸움을 펼쳤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을 힘껏 던지는데,
딱!
정확하게 맞은 공은 날카로운 각도로 뻗어나갔다.
동시에 소영준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리며 공을 향해 글러브를 쭉 뻗었다.
팡!
공은 소영준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게다가 몸이 바닥에 떨어지며 충격이 있었음에도 글러브에 있는 공을 흔들림 없이 쥐고 있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3루 주자를 살폈다.
3루 주자가 곧바로 3루로 돌아간 탓에 던지지는 않았다.
-이야! 소영준 선수가 또 한 번 정말 엄청난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지금 상황은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잡아내기가 정말 어려웠을 텐데요. 대단한 순발력으로 이것을 잡아내네요.
-이제 투 아웃이라 투수에게도 조금은 여유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영준의 호수비가 투수에게 힘이 되었는지, 바로 땅볼을 유도해 내는 데 성공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영준의 타석이 돌아왔다.
매서운 눈빛만큼이나 스윙에서도 분노가 느껴졌다.
따악!
타구는 쭉쭉 뻗어가더니 결국 가장 먼 외야 중앙을 훌쩍 넘어갔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선수가 어제 이어서 오늘도 넘기네요! 이틀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립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타점을 쓸어 담네요. 요즘 정말 무섭습니다!
소영준은 1루를 지나 2루를 가는 동안에도 특별한 액션을 보여주지 않았다.
3루 베이스를 지나가면서도 3루 코치와 세리머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홈 베이스를 밟고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도 형식적인 하이파이브만 했을 뿐 입꼬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매번 볼거리에 가까운 액션을 보여줬던 소영준이다 보니, 이 상황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소영준의 기사는 실시간으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 때문에 더욱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 소영준 표정 보니까 완전히 마음 뜬 거 같던데.
└이번에 연봉 협상에서도 조율 안 돼서 갈 데까지 가고, 단장도 저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데 경기하고 싶겠냐.
└근데 요즘 소영준 하는 거 보면 트레이드 사이즈가 만만치 않게 커질 거 같은데, 가능하려나? 상대팀에서도 주전급 내보내야 될 텐데.
└소영준 에이전시 대표가 강현우다. 좌완 필승조 불펜의 트레이드를 이뤄내신 분임.
└그나저나 펠리컨즈에서 당장 소영준 빠지면 대체할 자원이 있긴 한가?
└절대 불가지. 갑자기 주전 유격수에 4번 타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 아니면.
└아 진짜 제발 가지 마라. 떠나면 나 진짜 펠리컨즈 팬 안 한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다시 보고 있더라. 어쩔 수 없어 그냥 포기해.
└경기장 가서 소영준 만나서 부탁이라도 해야겠다.
└그런다고 설득이 되겠냐 ㅋㅋㅋ
└뭐라도 해봐야지 진짜.
오늘 경기에서는 소영준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마무리되자마자 나는 소영준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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