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한바탕 소동 (5)
나는 소영준과 함께 경기장으로 향했다.
재규어즈와 펠리컨즈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라,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을 보기 위해 함께 가고 있었다.
아마 조광훈 단장은 김석원 펠리컨즈 단장과 만나 트레이드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를 나눌 게 분명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정말 트레이드 카드가 맞춰진다면 당장이라도 이적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님, 진짜 트레이드가 성사될 수 있을까?”
“안 된다는 법은 없지. 당장 오늘 발표가 날 수도 있는 건데.”
“정말 그러려나…….”
소영준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막상 진짜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면 지금이라도 말해줘. 아직은 얼마든지 멈추게 할 수 있으니까.”
“…….”
소영준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결정하기가 쉽진 않지?”
“아니야. 그냥 이대로 진행해 보자.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된다면 갈 운명인 거겠지.”
“그래, 고민스러운 건 이제 그냥 하늘에 맡기자.”
나는 액셀을 밟으며 더욱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았다.
경기장에 도착해서 내릴 때가 되니 주차장에 수많은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소영준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무슨 일 있나? 여기 주차장에 이렇게 기자들 많은 거 처음 보는데.”
“설마…… 저 기자분들이 영준이 너 보려고 기다리는 건가?”
“에이, 설마?”
소영준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 나와 소영준은 기자들을 피해 조용히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우리를 발견한 기자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소영준 선수! 재규어즈와의 트레이드가 임박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임박이요? 아직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는데요.”
소영준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나에게로 돌렸다.
결국 내가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정리되는 대로 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나의 대답에도 기자들의 취재 열기는 누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펠리컨즈를 떠나고 싶은 이유가 김석원 단장과의 갈등 때문인가요?”
“지난겨울에 연봉 조정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지금 팀에서 불이익을 받고 계신가요?”
“다른 선수들과 불화가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기자들의 질문 세례는 멈추지 않자, 결국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기자님들, 소영준 선수가 지금 들어가서 경기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서요. 인터뷰는 경기가 끝나고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에이전시 차원에서 따로 준비하겠습니다.”
나의 간곡한 한마디가 통했는지 기자들이 겨우 질문을 멈췄다.
이제 소영준을 데리고 조용히 떠나려고 하는데, 한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펠리컨즈 팬들 중에는 소영준 선수의 잔류를 원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혹시 하실 말씀 없으신가요?”
“…….”
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소영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죄송합니다. 조만간 다시 자리 만들겠습니다.”
나는 기자들 사이로 길을 만들어 소영준을 데리고 들어갔다.
선수와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자 소영준이 나를 보며 물었다.
“대표님, 진짜 트레이드가 임박한 거야?”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어.”
“깜짝 놀랐네. 그사이에 진행된 건가 싶었어.”
소영준은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정하려고 애썼다.
“소식 들려오는 대로 알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경기 준비해.”
“알겠어. 그럼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그래.”
나는 멀어져 가는 소영준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소영준이 떠나고 난 뒤, 나는 이곳저곳에 수소문을 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재규어즈 관계자와도 통화를 해봤는데, 아직까지 공식적인 트레이드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제야 나도 조금 마음을 놓으며 관중석으로 향했다.
* * *
재규어즈와 펠리컨즈의 맞대결.
오늘 경기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는 마이클 스콧이었다.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의 이름도 5, 6번 선발 라인업에 올라가 있었다.
1회 초.
재규어즈의 공격을 앞두고 소영준이 유격수 자리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펠리컨즈 선발 투수의 피칭이 시작됐다.
틱!
틱!
재규어즈 타자들은 초반부터 투수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최근 분위기가 가장 뜨거운 팀답게 집중력이 좋았다.
1회부터 1 아웃 만루 상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타석으로는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다가오고 있었다.
-재규어즈의 타순이 정말 절묘하네요. 만루 상황에서 지난 6월 MVP를 차지한 도널드 왓슨 선수의 타석입니다.
-만루 상황이기도 하고, 게다가 그다음 서성민 선수의 최근 타격 페이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 갈 수도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승부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초구가 중요합니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은데요. 볼로 카운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정말 어려워질 거예요.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도널드 왓슨 선수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 정말 투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은 없을 것 같네요.
펠리컨즈 투수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힘겹게 첫 번째 공을 던졌다.
펑!
“볼!”
-초구가 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투수가 흔들리지 않기가 어렵겠죠.
-아슬아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상황이었다면 볼이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요. 지금 같은 공은 왓슨 선수가 컨디션 좋기 때문에 골라내기가 아주 쉬웠을 거예요.
-초구가 볼이 되었기 때문에 다음 승부를 어떻게 이어갈지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만루 상황이기 때문에요. 혹시라도 투 볼로 몰리는 상황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거거든요. 투수 입장에서는 이번에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타자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제대로 노려볼 필요도 있겠죠?
펠리컨즈 투수는 포수와 오랜 시간 사인을 주고받고 나서야 두 번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자 왓슨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딱!
생각과는 달리 볼 판정을 받을 정도로 공이 낮게 들어오며, 완벽한 타격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타구가 바닥에 강하게 바운드되며 얻은 힘을 더해 더욱 빨라진 속도로 내야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왓슨을 포함한 모든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달려! 달려! 달려!”
재규어즈 팬들과 더그아웃에서는 최소 한 점을 얻을 거라는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 기대를 가로막은 선수는 소영준이었다.
소영준은 몸을 날려 넘어지면서 타구를 글러브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평소에 수비하던 대로 송구하면 타이밍이 늦을 거 같다.’
머리로 빠르게 판단을 마친 소영준은 제대로 일어나기도 전에 글러브 토스로 2루수에게 공을 보냈다.
“아웃!”
2루심이 주먹을 들어 올린 것은 물론이고,
2루수가 1루수에게 던진 공도.
“아웃!”
1루심의 아웃 판정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펠리컨즈 팬들은 소영준을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여기서 더블 플레이가 나옵니다! 소영준 선수가 넘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재치 있게 공을 던졌어요.
-만약에 저 상황에서 정석대로 일어난 다음에 공을 오른손으로 꺼내서 던졌다면 잘해야 아웃 카운트 하나 잡았을 거예요. 그럼 당연히 한 점을 내주게 됐겠죠.
-글러브 토스라는 게 웬만한 프로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거거든요. 어쩌면 저렇게 균형을 잃은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공을 던지죠?
-화면으로 다시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품 호수비네요. 천재 유격수라는 말을 괜히 들은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줬습니다.
1루심의 아웃 판정을 확인한 왓슨은 소영준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펠리컨즈 투수는 글러브를 내밀어 소영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더그아웃으로 달려가던 소영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와 글러브를 부딪쳤다.
더그아웃에서도 동료 선수들의 환호를 받았다.
귀가 찢어질 듯한 펠리컨즈 팬들의 환호는 기본이었다.
이닝이 교대되고 1회 말 펠리컨즈의 공격이 시작됐다.
재규어즈의 마운드에는 예고한 대로 마이클 스콧이 올랐다.
-마이클 스콧 선수는 최근 경기에서 선발 5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승리 투수가 된 정도가 아니라 성적도 아주 훌륭하죠?
-이번 시즌에 한 경기에 3실점을 한 게 최다 실점일 정도니까요. 경기 내용 자체가 아주 훌륭합니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재규어즈가 오늘 경기에서 4득점을 한다면 무난하게 승리를 가져갈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이겠네요.
스콧의 피칭에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펑!
펑!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저 스플리터는 언제 봐도 위력적이네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스콧 선수가 패스트볼을 보여주고 난 후에 던지는 저 스플리터에 헛스윙이 안 나오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스콧의 위력적인 피칭으로 무난하게 이닝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띡!
펠리컨즈의 3번 타자가 행운이 따른 빗맞은 안타로 출루하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
펠리컨즈 팬들은 빗맞은 안타에도 홈런을 친 것과 같은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이제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4번 타자 소영준의 타석이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는 선수를 만날 시간입니다.
-재규어즈와 구체적인 트레이드 제안이 오가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요. 제가 듣기로는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이 지금 이곳 펠리컨즈 홈경기장에 와있다는 말도 있거든요.
-정말 소영준 선수의 트레이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이적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겠죠?
-두 팀의 맞대결이 끝날 때쯤에 트레이드 소식이 들려올지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타석에 도착한 소영준은 타격에만 집중하기 위함인지 배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운드에 서 있는 스콧과 눈을 마주쳤을 때만 입꼬리를 잠시 올렸을 뿐이다.
포수의 사인을 받은 스콧이 공을 하나 던지려는 순간,
갑자기 펠리컨즈 관중석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 펠리컨즈 관중석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지금 관중석에서 뭔가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펠리컨즈 팬들은 미리 준비해온 무언가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모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들어 올리며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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