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한바탕 소동 (6)
펠리컨즈 관중들이 팔을 들어 올리자 ‘펠리컨즈의 영원한 에이스, 소영준’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자리에 선 팬들이 팔을 들었다 내렸다 할 때마다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관중들은 물론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이 카드 섹션에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장 내 전광판에는 이 모습이 잡혔다.
펠리컨즈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소영준! 가지 마! 소영준! 가지 마!”
-자, 이게 무슨 일이죠? 관중석에서 카드 섹션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펠리컨즈 팬분들이 소영준 선수에게 가지 말아 달라고 외치시는 것 같네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없습니다만,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와서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아마 모든 야구 팬분들이 알고 계실 텐데요. 펠리컨즈 팬들은 소영준 선수를 보내고 싶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수십 년간 야구를 봤지만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 소영준 선수도 생각이 복잡해지겠는데요.
-팬분들의 이런 응원을 받으면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행운일 겁니다.
공을 던지려던 마이클 스콧이 투수판에서 발을 떼고 송진 가루를 손에 묻히며 시간을 벌어줬다.
덕분에 소영준은 물론 모든 선수들이 이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길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소영준! 가지 마! 소영준! 가지 마!”
소영준이 고개를 돌려 관중석을 바라보자 펠리컨즈 팬들의 함성은 갈수록 커졌다.
중계 카메라는 펠리컨즈 관중석 이곳저곳을 비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펠리컨즈 팬분들의 함성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저희도 잠시 팬분들께서 보여주시는 뜨거운 마음을 지켜보겠습니다.
잠시 후, 겨우 마음을 다잡은 소영준이 힘겹게 타격할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야 함성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소영준의 움직임을 확인한 스콧이 다시 투수판을 밟으며 공을 던질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 번째 공을 힘껏 던졌다.
펠리컨즈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소영준의 배트는 초구부터 자신 있게 돌았다.
딱!
배트에 맞은 타구는 서성민의 키를 넘기면서 외야로 날아갔다.
“와아아아-”
“달려! 달려! 달려!”
펠리컨즈 팬들은 9회 말에 끝내기 안타라도 친 것처럼 엄청난 함성을 질러댔다.
그사이 1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고, 소영준은 2루 베이스를 밟는 데 성공했다.
-펠리컨즈 팬분들의 뜨거운 응원이 통한 걸까요? 펠리컨즈가 오랜만에 선취점을 뽑는 데 성공합니다!
-게다가 지금 리그 최고 투수인 마이클 스콧 선수를 상대로 선취점을 뽑았어요! 오늘 경기 재밌을 것 같은데요?
전광판의 스코어는 0:1로 바뀌었다.
이어진 경기에서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힘이 되었는지 펠리컨즈 선수들이 각성한 듯했다.
1회까지만 해도 흔들리던 펠리컨즈 선발 투수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소영준을 비롯한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아 기세 좋던 재규어즈 타자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닝이 교대되며 다시 돌아온 소영준의 타석.
펠리컨즈 팬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 섹션을 펼쳤다.
0:1로 펠리컨즈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2 아웃 주자 1, 2루 상황이었다.
점수가 밀리고 있는 상황에다 득점권에 주자가 위치한 위기 상황 때문인지 스콧의 눈빛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매섭게 반짝였다.
그리고 첫 번째 공을 힘껏 던졌다.
펑!
“스트라이크!”
전력을 다한 피칭을 하다 보니 패스트볼 구속은 157km/h까지 높아졌다.
펑!
“볼.”
살짝 스트라이크 존보다 높은 코스를 던지며 배트를 유인해 보려고 했지만, 소영준은 끄덕하지 않았다.
펑!
곧바로 이어진 세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1 볼 2 스트라이크.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자 펠리컨즈 팬들의 목소리는 다시 커지고 있었다.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펠리컨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뚫고 스콧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스플리터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처럼 날아가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듯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떨어지는 각이 크지 않았다.
소영준은 이번에도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코스와 타이밍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했는지, 완벽한 타이밍에 스윙이 이루어졌다.
따아악!
스콧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타구는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갔다.
무조건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도널드 왓슨조차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정도였다.
“와아아아아아-“
큰 타구를 날려 보낸 것만으로도 행복한 펠리컨즈 팬들은 타구의 위치와 관계없이 펄쩍펄쩍 뛰며 즐거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홈런!”
예상대로 타구는 펜스를 넘어갔다.
-호오오오옴런! 여기서 소영준 선수가 쓰리런 홈런을 터뜨립니다. 외야수들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확실한 홈런이었어요.
-컨디션 좋은 마이클 스콧 선수를 상대로 이렇게 큰 홈런을 터뜨릴 수도 있네요!
-게다가 마이클 스콧 선수에게 이번 시즌 처음으로 한 경기에 4실점을 안겨주는 홈런이었습니다.
내야 다이아몬드를 돌던 소영준은 펠리컨즈 팬들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펠리컨즈 팬들은 목청이 찢어질 만큼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소영준! 소영준! 소영준!”
홈 베이스를 밟은 소영준은 다른 두 명의 주자와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후로도 소영준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펠리컨즈 팬들은 간절하고도 절박한 목소리로 카드 섹션을 펼쳤다.
그들의 진심이 전해졌는지, 경기 후반에는 재규어즈 팬들마저도 펠리컨즈 팬들과 함께 ‘소영준 가지 마’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하나 된 응원 덕분에 펠리컨즈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늘 경기에서 승리했다.
오늘 경기의 MVP는 마이클 스콧을 상대로 홈런을 포함해 안타 3개를 때려낸 소영준이었다.
* * *
경기가 끝나자마자 경기 MVP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곳으로 펠리컨즈 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잠시 후, 준비를 마친 소영준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 다가가자 이를 본 팬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소영준 선수, 가지 마요!”
“남아 주세요! 정말 팬이에요!”
펠리컨즈 팬들은 소영준을 향해 애절하게 외쳤다.
소영준은 팬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게 느껴졌다.
잠시 후, 캐스터의 질문을 시작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소영준 선수, 오늘 경기에서 이제까지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던 마이클 스콧 선수를 상대로 안타에 홈런까지 때려내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늘따라 운이 많이 따른 것 같습니다. 평소랑 크게 다를 것 없이 스윙을 했는데 넘어가서 저도 얼떨떨하네요.”
“요즘 야구 커뮤니티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식인데요. 재규어즈로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캐스터의 질문이 나오자마자,
“가지 마요!”
“제발 남아 주세요!”
“소영준 선수 때문에 펠리컨즈 응원하고 있다고요!”
관중석 펜스에 매달려 인터뷰를 지켜보던 팬들이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보내기 시작했다.
소영준은 물론 캐스터와 카메라맨도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소영준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영준 선수, 괜찮으세요?”
캐스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소영준이 아무렇지 않은 척해 보지만 어느덧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급하게 몸을 돌려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펠리컨즈에 남겠습니다.”
“네? 정말 이적하실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예상 못 한 그의 말에 캐스터가 깜짝 놀라며 눈동자가 커졌다.
“네. 저 안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인 걸로 아는데요? 혹시라도 체결이 되면 선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트레이드는 진행될 텐데요.”
“지금 강현우 대표님 보고 계시죠? 저 안 가고 싶습니다. 트레이드 아직 체결 안 됐으면 멈추게 해주세요. 진심이에요!”
소영준은 카메라 너머에 있을 강현우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우와아아!”
“고마워요!”
“소영준 파이팅!”
소영준이 하는 말을 들은 펠리컨즈 팬들은 기다렸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환호성을 내질렀다.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마 오늘 경기 보셨으면 다들 아실 것 같은데요…….”
소영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며 응원해 주고 있는 팬들을 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 같은 놈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데. 그냥 이렇게 떠나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요.”
“지난번 인터뷰에서 우승 반지를 갖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다고 하셨는데요. 그 목표는 이루지 못해도 괜찮으신가요?”
“아니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죠. 우승 반지를 가지고 싶다는 건 진심이니까요. 그래서 펠리컨즈가 우승할 수 있도록 만들어 봐야죠.”
소영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답했다.
“그럼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항상 변함없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시는 응원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펠리컨즈가 우승하는 그날까지 제가 가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펠리컨즈 사랑합니다!”
소영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소영준은 응원해 주는 팬들을 향해 하트를 그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의 인터뷰를 보자마자 곧바로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내가 전화를 걸었던 순간은 협상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단계였다.
나는 조광훈 단장에게 전후 상황을 이야기하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조광훈 단장은 코앞에 둔 빅딜 트레이드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결국 내 부탁대로 트레이드 협상을 철회했다.
타결 직전까지 갔던 트레이드 협상은 그렇게 종료됐다.
└와! 내가 가서 부탁하니까 진짜 통했다. 참고로 카드 섹션 하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빅딜 나올 뻔했는데 아깝네.
└내가 야구 20년 가까이 봤지만, 경기장에서 한 선수한테 저렇게까지 응원해 주는 건 처음 봤다.
└솔직히 팬들이 저렇게까지 해주는 거 보고도 마음 안 흔들리기는 어렵지.
└TV로 보던 나도 소름이었는데, 선수 본인은 어땠겠어.
└이번 트레이드 확정됐으면 재규어즈 우승인데, 아깝네.
└재규어즈 너네 너무한다. 우리는 당장 소영준 없으면 경기장 문 닫아야 해 ㅠ
└근데 소영준이 계속 펠리컨즈에서 선수 생활하려면 김석원 단장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
└도대체 뭐 때문에 소영준하고 원수진 사람처럼 저러는 거지?
└김석원 단장! 소영준 FA 때 혹시라도 못 잡기라도 하면 구단 엎어질 각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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