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참을 수 있을까 (1)
시즌 레이스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던 어느 날.
나와 이주혁은 오랜만에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오늘은 반가운 손님들이 한국을 찾는 날이었다.
비행기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입국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입국장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중에서 우리가 기다리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토마스, 여기예요!”
한 남자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지난겨울에 함께 일했던 알렉 토마스였다.
한국에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지키려는 이유도 있었고, 최근에 왓슨이 너무도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
“Kang, Lee. 잘 지냈지?”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토마스는 이주혁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는 도널드 왓슨과 똑 닮은 아이와 함께 두 명의 여성분이 있었다.
이민을 온 사람처럼 묵직한 짐들을 가지고 온 왓슨의 가족들이었다.
당분간 한국에서 지낼 계획이니 짧은 시간이나마 이민을 온 거나 다름없긴 하지.
“Kang, 이쪽은 왓슨의 어머니랑 아내야. 올리비아, 이쪽은 왓슨의 에이전시 대표님이에요.”
토마스가 나와 올리비아 그리고 왓슨의 아내를 번갈아 가리키며 소개했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나를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오, 빨리 만나고 싶었어요.”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왓슨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돕다니요. 요즘 왓슨 덕분에 저희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화기애애한 인사를 마치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로 이동했다.
우리는 트렁크에 왓슨 가족들의 짐을 가득 싣고 에이전시 숙소로 이동했다.
2시간 정도 이동하는 동안 올리비아와 가족들은 한국의 풍경을 감상하듯 바라봤다.
잠시 후, 우리는 도널드 왓슨이 기다리고 있을 에이전시 숙소에 도착했다.
원래대로라면 왓슨은 내일 있을 홈경기를 위해 이동해야 했지만, 가족들을 보고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 왓슨!”
왓슨의 가족들은 왓슨을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파파!”
왓슨의 딸은 아빠를 보자마자 반가움의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안겼다.
딸을 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왓슨은 아내, 어머니와 차례로 포옹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왓슨, 걱정했는데 얼굴이 좋아서 참 다행이다.”
“엄마, 우리 에이전시도 그렇고 재규어즈 구단에서도 메이저리거나 다름없는 대접을 받고 있어요.“
가족들과의 인사를 마친 왓슨은 이제 토마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토마스.”
“왓슨, 요즘 정말 잘하더라. Lee가 보내준 영상 봤는데, 정말 전율이 흐르는 기분이었어.”
토마스는 왓슨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Kang하고 드림 에이전시 덕분이죠. 얼마나 열정적으로 도와주는지 야구를 잘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에요.”
“요즘 타격하는 거 보니까 미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발전한 것 같더라.”
“한국 선수들한테도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예상은 했지만,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
왓슨을 보는 토마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실까요?”
나와 이주혁은 토마스와 왓슨의 가족을 안내하며 숙소로 들어갔다.
토마스와 왓슨의 가족들에게도 에이전시 숙소가 만족스러운지 다들 표정이 밝았다.
나는 앞으로 왓슨의 가족이 사용하게 될 두 개의 방을 안내해 주었다.
재규어즈 경기장 근처에 있는 왓슨의 숙소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에이전시 숙소에서 머무르게 될 예정이었다.
올리비아는 물론 왓슨의 아내와 딸은 기대에 찬 얼굴로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을 시작할 준비를 했다.
왓슨은 옆에서 짐 정리를 도우며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 더욱 좋았겠지만, 가족들과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하고 왓슨은 다음 날에 있을 홈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 먼저 구장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나와 이주혁은 토마스, 왓슨 가족과 함께 재규어즈 홈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재규어즈 구단의 협조를 받아 VIP 룸을 지원받았다.
여러 명이 함께 관람해야 해서 요청을 한 건데, 도널드 왓슨의 가족이 직접 방문한다고 하니 조금의 고민도 없이 VIP 룸으로 지원을 해줬다.
높은 층에 위치해 있어서 경기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데다 경기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서 식사까지 제공되는 곳이었다.
실내의 큰 TV로 경기를 지켜볼 수도 있고, 문을 열고 나가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볼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테라스로 나가자 재규어즈 홈경기장이 펼쳐졌다.
멋진 구장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높은 곳에서 한눈에 내려다보니 아름다움까지 느껴졌다.
토마스와 올리비아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경기장을 살펴봤다.
“와우, 정말 아름다운 경기장이야.”
토마스가 감탄사를 멈추지 못하며 나를 바라봤다.
“이제 한국 경기장도 메이저리그 구장하고 비교해도 크게 부족할 게 없어요.”
“부족한 게 없는 정도가 아니라, 훨씬 눈이 부신 거 같은데?”
“그런가요?”
토마스의 칭찬에 왠지 모르게 내 어깨가 으쓱했다.
“이 경기장에 팬들이 가득 차면 영상에서 보던 그 열광적인 응원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요.”
“와우…….”
토마스는 한국 팬들의 응원 문화를 볼 때마다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잠시 후에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것 같았다.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고개가 문으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를 맞았다.
“단장님, 여기까지 오셨어요?”
“우리 왓슨의 가족분들이 먼 곳까지 오셨는데, 당연히 와봐야지. 하하하.”
조광훈은 껄껄 웃으며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왓슨 가족에게 조광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재규어즈 단장님이에요.”
“오, 우리 왓슨을 도와주신 분이군요. 감사합니다.”
올리비아는 조광훈과 살짝 포옹을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갑작스러운 미국식 인사에 조광훈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복덩이가 우리 팀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기분이에요. 하하하하.”
입이 찢어질 정도로 올라간 조광훈의 입꼬리를 보니 분명한 진심이었다.
“왓슨이 혹시라도 팀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될 텐데요.”
“아이고, 피해라니 별말씀을요. 지금 우리 재규어즈가 누구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잘나가고 있는데요.”
최근 재규어즈는 어느덧 2, 3위권을 달리고 있는 드래곤즈, 버팔로즈와의 차이를 거의 좁힌 상태였다.
이 기세만 유지한다면 우승도 꿈이 아니란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왓슨이 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아이고. 더도 말고 지금만큼만 해줘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조광훈은 올리비아를 향해 머리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깊게 허리를 숙였다.
“강 대표, 혹시라도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직원들한테 말해. 무조건 다 해달라고 말해뒀으니까.”
“단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조광훈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주 오시라 그래. 내년에도 여기 VIP 룸은 왓슨 가족을 위해서 항상 열어둘 테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그럼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조광훈이 왓슨 가족을 향해 입꼬리를 한껏 올려 인사하고는 문을 나섰다.
이제 의자에 편하게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는데,
“대표님, 저 잠깐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오겠습니다.”
이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게 좋겠네요. 부탁 좀 할게요.”
나는 이주혁에게 다가가 카드를 건네줬다.
그러자, 왓슨의 딸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저도 갈래요.”
“그럴래?”
나의 물음에 왓슨의 딸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같이 가자.”
왓슨의 아내도 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혁 씨, 먹고 싶다고 하시는 건 물론이고 좋아하실 만한 것도 다 사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왓슨의 아내와 딸은 이주혁의 안내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올리비아와 토마스가 다시 테라스로 나가자 나도 함께 발걸음을 옮겨 그 옆에 섰다.
그사이 관중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재규어즈 팬들 무리에서 도널드 왓슨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저쪽이 재규어즈 홈 팬들인데요. 저기 보이죠? 왓슨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에요.”
한글로 적힌 왓슨의 이름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크게 적힌 등번호가 있어서 금방 알 수 있었다.
“오호. 우리 왓슨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니, 정말 감사하네요.”
그 모습을 올리비아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아, 그리고 내일 선발 투수가 스콧이지?”
그러다 토마스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맞아요. 내일 오시면 아마 더 깜짝 놀랄 거예요.”
내일 경기도 이곳에서 관람할 예정이었다.
“정말 환상적이야. 솔직히 왓슨도 그렇지만 특히 스콧은,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앞으로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겁니다.”
내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재규어즈 관중석에는 빠른 속도로 관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문이 열리더니 왓슨의 아내와 딸 그리고 이주혁이 두 손 무겁게 맛있는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
“무슨 음식을 그렇게 많이 사 왔어?”
올리비아가 양손에 들린 음식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왓슨의 아내를 보며 물었다.
“Lee가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야구장에 처음으로 오셨는데 음식들을 안 먹어보시는 건 안 되잖아요.”
이주혁이 들고 온 치킨, 떡볶이, 햄버거, 피자를 테이블에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그렇죠. 이 음식들 안 먹어 보시면 참 섭섭하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보자 내 입가에도 군침이 돌았다.
“와우, 판타스틱!”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본 토마스의 입도 떡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에서 준비해 준 음식들도 도착했다.
사이즈가 큰 테이블이었는데도 가득 채울 정도로 푸짐한 식사였다.
“그럼 식기 전에 먹고 있을까요?”
우리는 따끈따끈한 음식을 열어 식사 준비를 했다.
향이 강렬한 음식들이다 보니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토마스와 왓슨의 가족들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일 텐데도 입맛에 맞는지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이른 저녁을 먹고 있는 사이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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