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참을 수 있을까 (2)
오늘 4위 재규어즈는 6위 바이킹스와 3연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실내에 있던 TV를 켜자 중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되자 나와 이주혁, 올리비아, 토마스는 테라스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왓슨의 아내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딸을 보느라 경기를 볼 여유는 없어 보였다.
오늘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는 재규어즈의 에이스이자 리그에서도 에이스로 인정받는 양현재였다.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답게 많은 재규어즈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1회 초 시작을 앞두고 양현재가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왓슨의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것이 미리 전달이 됐는지 중계 카메라가 우리를 비추었다.
TV 중계는 물론이고 경기장 전광판에도 우리의 모습이 등장했다.
-오늘 경기에는 도널드 왓슨 선수의 가족들이 함께했다고 합니다. 저기 강현우 대표 옆에 계시는 분이 어머니이신 것 같은데요.
-재규어즈 팬분들이 정말 좋아하실 거 같아요.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이번 시즌의 재규어즈도 없었겠죠.
중계 멘트와 함께 전광판에 자막으로 왓슨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리자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와아아아-“
재규어즈 팬들은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커다란 함성을 질러댔다.
올리비아가 이에 화답하듯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함성은 아까보다 훨씬 커졌다.
올리비아를 향한 함성은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겨우 잦아들었다.
“플레이 볼!”
경기는 양현재의 피칭으로 시작됐다.
펑!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남아낸 것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투 타자에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재규어즈의 1회 수비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 이닝.
두 명의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며 2 아웃 주자 1, 2루가 만들어졌다.
이제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타석에 설 차례였다.
드디어 전광판에 소개 영상이 재생되며 왓슨이 타석으로 다가왔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흥겨운 응원가까지 이어졌다.
이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본 토마스와 올리비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우. 언빌리버블.”
특히 올리비아는 아들의 이름이 경기장에 가득 울려 퍼지자 한껏 흥이 오른 것 같았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재규어즈 팬들과 하나라도 된 것처럼 끓어오르는 흥을 즐겼다.
이런 모습을 놓칠 리 없는 중계 카메라가 우리를 비추자, 중계 화면은 물론 전광판에도 다시 우리의 모습이 비쳤다.
-왓슨의 어머니께서 흥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아들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있으니 신이 나실 수밖에 없겠죠.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장면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전혀 모르고 있을 왓슨은 타석에서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부가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펑!
“볼!”
왓슨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볼을 골랐다.
그리고 드디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던 코스의 공이 날아오자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딱!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며 깔끔한 1루타가 되었다.
2루 주자는 홈을 밟는 데 성공했고, 1루 주자는 2루까지 진루했다.
전광판에는 재규어즈의 1점이 기록됐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팬들은 응원봉을 흔들어대며 왓슨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와우! 왓슨, 정말 대단해!”
올리비아는 펄쩍펄쩍 뛰며 즐거워했다.
나와 토마스도 올리비아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함께했다.
그 정도로 끝난 줄 알았지만, 올리비아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않을 왓슨의 한국 응원가를 흥얼거리더니 어느새 열창까지 하기 시작했다.
중계 카메라는 여지없이 올리비아를 비추었다.
“와아아아-”
흥이 가득 오른 올리비아가 전광판에 다시 등장하자 재규어즈 팬들은 환호성으로 응답했다.
올리비아는 두 손을 쉬지 않고 흔들어대며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토마스, 올리비아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신가요?”
나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얼떨떨했다.
“글쎄……. 사실 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서.”
토마스의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동안의 열광을 뒤로하고 모두의 시선은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타석에는 6번 타자 서성민이 서 있었다.
심호흡을 한 번 내쉰 투수가 힘껏 공을 던지는데,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왓슨은 투수의 피칭이 시작되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2루 베이스를 보며 달렸다.
바이킹스 포수가 볼을 받자마자 유격수를 향해 던져봤지만,
“세이프!”
아슬아슬하게 왓슨이 먼저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찰나의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투수와 포수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가득 느껴졌다.
-왓슨 선수가 또 하나의 도루를 성공합니다!
-아직 80경기도 소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홈런 12개를 때려낸 것도 모자라서 도루를 15개나 성공했습니다. 이러다 20-20 클럽도 달성할 수 있겠는데요?
도루 이후에도 서성민은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갔다.
결국,
딱!
타구는 2루수 키를 넘어갔다.
2루에 있던 왓슨은 어렵지 않게 홈 베이스를 밟을 수 있었다.
서성민은 발 빠른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어진 재규어즈의 수비.
딱!
바이킹스 타자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외야로 멀리 뻗어갔다.
중견수 왓슨은 타구가 떨어질 곳을 단숨에 판단하고는 몸을 돌려 펜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왓슨의 스타트가 빨랐음에도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는 건 어려워 보였다.
왓슨은 맹렬하게 달리면서도 날아오는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어느 정도 캐치를 시도해 볼 만한 타이밍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점프를 하며 글러브를 쭉 뻗었다.
펑!
결국 왓슨은 타구를 글러브에 넣는 데 성공했다.
“와아아아-”
재규어즈 팬들은 이번에도 경기장이 떠내려갈 것만 같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호수비를 자축하듯 잡은 공을 내야수를 향해 힘껏 던졌다.
당연히 올리비아가 신이 나서 내지르는 함성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아…….”
반면, 당연히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장타를 예상했던 타자와 바이킹즈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도 왓슨 선수가 정말 좋은 수비를 보여줬습니다.
-외야수가 뒤로 달리면서 날아오는 공을 잡는다는 게 가장 어렵거든요. 정확한 타구 판단과 스피드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점프 타이밍도 정말 완벽했습니다.
-왓슨 선수가 타격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선수이기는 합니다만, 수비는 안정감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는데요.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왓슨의 두 번째 타석.
이번에는 1 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왓슨 선수가 첫 타석에서 깔끔한 안타로 타점을 기록했죠?
-그런 점에서 지금처럼 왓슨 선수 타석에 주자가 없다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바이킹스 투수가 포수와 오랜 시간 사인을 주고받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왓슨은 볼이 날아오는 코스가 자신이 서 있는 곳과 가깝다고 판단하자 급하게 몸을 피했다.
펑!
“볼!”
몸을 돌리며 겨우 공을 피한 왓슨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타석으로 돌아왔다.
-초구가 왓슨 선수의 몸 쪽으로 깊게 들어갔습니다.
-하마터면 몸에 맞는 볼이 나올 뻔했어요.
-왓슨 선수를 상대하다 보니까 힘이 들어갔을까요? 투수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잠시 후, 바이킹스 투수는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억!”
이번에도 공은 왓슨을 맞출 것처럼 위협적으로 날아왔다.
“볼!”
왓슨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투수를 쏘아봤다.
-두 개 연속으로 몸 쪽 깊은 공이 날아왔습니다. 제구가 잘 안되는 걸까요?
-일부러 몸 쪽 코스로 던지는 것도 전략 중 하나이기는 한데요. 방금 볼은 그런 전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선수는 왜 저러는 거죠?”
올리비아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라운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 팀에서는 왓슨의 신경을 건드리려고 하는 건가…….”
토마스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왓슨을 바라봤다.
“왓슨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도 걱정스러움을 숨기기 어려웠다.
어떤 이유든지 한국에서도 결국 거친 벤치클리어링을 했다는 유쾌하지 않은 장면을 남기지 않기를 바랐다.
2 볼 0 스트라이크.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볼 카운트였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공.
“억!”
이번 공은 왓슨의 등 뒤로 날아왔다.
아까보다 더욱 표정이 어두워진 왓슨은 그대로 선 채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투수의 의도가 무엇인지 느껴지자 재규어즈 동료 선수들은 언제라도 튀어 나갈 태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우우우-“
“경기 그딴 식으로 하지 마라!”
“왓슨 맞추면 한판 붙는 거다!”
재규어즈 팬들은 바이킹스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이 수석코치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다가갔다.
김민국 감독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심판에게 항의했다.
그사이 왓슨은 평정심을 찾기 위함인지 배트만 바라보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지금 김민국 감독이 나온 이유는 뭘까요?
-아마 지금 바이킹스 투수의 공이 위협구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액션이라고 보입니다.
-경기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충돌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김민국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심판은 바이킹스 투수에게 다가가 경고를 줬다.
잠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리되고 다시 경기가 진행됐다.
3 볼 0 스트라이크.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카운트였다.
공 하나쯤 기다려볼 만한 타이밍이었는데, 왓슨의 자존심이 이를 허락하지는 않은 듯했다.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자 왓슨의 배트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돌았다.
틱!
아쉽게도 왓슨의 배트가 공에 제대로 맞지 않으며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가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왓슨이 1루로 가려면 한참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투수나 1루수가 심각한 에러를 하지만 않으면 안타의 가능성이 없는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왓슨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어, 뭐지?”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투수가 공을 쥐고 있기만 할 뿐 1루수에게 던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더니 왓슨이 1루에 거의 도착할 때쯤 되어서야 1루수에게 공을 툭 던졌다.
“아웃!”
왓슨은 심판의 콜을 듣고 나서야 달리기를 멈췄다.
-투수가 공을 상당히 늦게 던졌어요. 의도가 담겨있는 걸까요?
-승부를 하는 동안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투구가 있었는데요. 왓슨 선수의 컨디션이 지금 최고조인 상황이라서 견제를 하는 걸까요? 왓슨 선수 입장에서는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천천히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왓슨은 투수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보냈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타자와의 승부를 준비했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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