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참을 수 있을까 (3)
바이킹스의 견제로 흔들릴 법도 했지만, 도널드 왓슨은 다행스럽게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소화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수비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좋은 수비를 보여주며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왓슨! 왓슨! 왓슨!”
-오늘도 왓슨 선수의 활약에 조금의 빈틈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이킹스 선수들도 분명히 외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긴 한데요. 그때마다 번번이 왓슨 선수의 수비망을 피해 가질 못하고 있어요.
8회 말.
홈 팀 재규어즈가 1:5로 앞서고 있었다.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왓슨의 타석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위협구가 날아오면 어쩌나 걱정스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주자가 두 명이라 있는 상황이라 위협적인 공은 날아오지 않았다.
바이킹스 입장에서도 4점 차면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볼 카운트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 이유도 없었다.
덕분에 왓슨은 승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까 당했던 위협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건지, 타석에 선 왓슨의 집중력은 평소보다 더욱 좋아 보였다.
펑!
“볼!”
펑!
“볼!”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공을 잘 걸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틱!
틱!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은 커트해서 파울로 만들어냈다.
승부가 길어지자 상대 투수는 한숨을 쉬며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왓슨 선수가 정말 끈질기게 승부를 해주고 있습니다. 벌써 10개째 공을 던지도록 만들었어요.
-선발 투수도 그렇겠지만, 특히 불펜 투수에게 10개의 투구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투구 수를 늘려서 또 다른 투수가 등판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상대 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지난 타석에서 위협구가 날아왔던 것에 대한 복수일까요?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지칠 대로 지친 투수는 거친 숨을 몇 번 고르고 나서야 투구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투수의 손을 떠난 열한 번째 공.
투수가 공을 놓는 순간, 왓슨은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공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 시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왓슨의 배트가 공을 때리는 순간 홈런을 예상할 수 있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넘어갔다!”
“왓슨 나이스!”
재규어즈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왓슨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타석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손에 느낌을 받은 순간 누구보다 먼저 홈런이라는 것을 예상했을 텐데도 날아가는 공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홈런!”
공이 담장을 넘어가고 심판의 콜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배트를 하늘 높이 집어던진 건 당연히 기본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올리비아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펄쩍펄쩍 뛰었다.
나와 토마스도 함께 뛰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소식을 듣고 뛰어나온 왓슨의 아내와 딸도 우리와 즐거움을 함께 나누었다.
중계 카메라는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도널드 왓슨 선수가 시원한 홈런을 터뜨립니다! 멀리서 오신 어머니께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은데요?
-아내와 딸도 즐거워하네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왓슨은 재규어즈 팬들의 함성을 오래도록 듣고 싶은지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3루를 지나가면서는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끌어올렸다.
홈 베이스에서 기다리던 두 명의 주자들과 격한 하이파이브를 하고서,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바이킹스 선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바이킹스 선수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왓슨 선수의 홈런으로 스코어는 일곱 점 차이로 벌어집니다.
-바이킹스는 아마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승부를 걸어보려고 했을 텐데요. 왓슨 선수의 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일곱 점 차이는 멀어 보이긴 하네요.
-그래도 야구는 끝날 때까지 모르는 거니까요. 마지막까지 지켜보시죠.
하지만 이어지는 경기에서 왓슨의 홈런으로 크게 기운 승부의 저울추는 마지막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재규어즈의 깔끔한 승리로 오늘 경기는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나고 결과와 관계없이 오늘 경기에서 왓슨에게 날아왔던 위협구는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일부러 건드리는 전략으로 간 것 같은데. 왓슨 멘탈 흔들어 놓으려고.
└바이킹스 경기 더럽게 하네. 너네가 그래서 우승을 못 하는 거야. 실력으로 붙어야지 그런 식으로 하지 마라.
└그것도 전략이지. 야구는 멘탈 스포츠인데,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 아니냐?
└그럼 위협구 던져도 괜찮다고? 그러다 선수 부상당하면 책임질 거냐? 지금 제일 잘하는 선수가 경기 못 뛰면 리그 전체적으로도 그리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머리에만 안 맞추면 되잖아. 나머지는 맞아도 큰 부상 입지는 않을 텐데.
└내가 네 등으로 야구공 던져줄까? 프로 투수가 던진 거 아니더라도 야구공 맞으면 멍들걸?
└바이킹스는 팬들 마인드도 엉망이네. 동업자 마인드는 1도 없냐? 프로 선수는 몸이 재산인데, 그냥 맘에 안 든다고 위험한 상황을 만든다고?
└그래도 왓슨이 달라지긴 했나 봐. 옛날 같았으면 벌써 벤치클리어링 나왔을 것 같은데.
└벤클 수준이 아니지. 아마 바이킹스 투수는 제대로 걸어 다니지도 못했을걸.
└한 번만 더 위협구 날아오면 그때는 안 참고 달려들어도 인정이다. 다혈질적으로 반응하면 안 되는 거지 호구가 될 필요는 없잖아.
└타팀 팬인데, 그냥 바이킹스가 한 번 더 던져서 벤클 보면 안 되냐? 라이브로 보고 싶은데.
* * *
다음 날도 우리는 경기장을 찾았다.
어제 경기가 재밌기는 했는지 온 가족이 또 한 번의 야구장 나들이를 나오고 싶어 했다.
왓슨의 활약과 홈 팬들의 엄청난 환호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게 다른 어떤 것보다 짜릿한 건 사실이니까.
게다가 오늘은 마이클 스콧이 선발 등판하는 날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토마스는 어젯밤부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에 도착해서도 설렘과 흥분은 계속됐다.
오늘도 재규어즈에서 제공해 준 VIP 룸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토마스와 왓슨 가족들이 어제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 위주로 사 와서 함께 먹었다.
음식의 맛이 나쁘지는 않은지 다들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전광판에는 오늘 경기의 선발 투수인 마이클 스콧을 소개하는 영상이 재생됐다.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나온 스콧이 천천히 마운드에 올랐다.
“와아아아-”
“스콧! 스콧! 스콧!”
재규어즈 팬들은 스콧을 보자마자 엄청난 함성으로 호응했다.
“와우!”
드디어 이 모습을 직접 확인한 토마스는 입을 떡 벌렸다.
“토마스, 장난 아니죠?”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야. 이거 꿈은 아닌 거지?”
“진짜 현실이에요.”
“와…….”
토마스는 경기장에 선 스콧을 보며 감상에 젖었다.
“플레이 볼!”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후- 스콧이 잘해야 할 텐데.”
마운드에 선 스콧보다 내 옆에 있는 토마스가 더 긴장한 것 같았다.
스콧은 자신 있게 자신의 피칭을 시작했다.
첫 타자는 오른손 타자였다.
펑!
“스트라이크!”
펑!
“볼!”
펑!
“스트라이크!”
2 스트라이크를 만들고 난 후에는 그의 결정구를 던질 차례였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날카롭게 휘어져 나가는 공에 타자의 배트는 헛돌 수밖에 없었다.
스콧의 투구 레퍼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150km/h가 넘는 패스트볼을 본 직후에는 적응하기가 쉬울 리 없었다.
깔끔하게 첫 타자를 삼진 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와우, 공 하나하나가 정말 흠잡을 곳이 없었어.”
스콧이 헛스윙으로 타자를 아웃시키자 토마스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뼉을 쳤다.
“요즘 잘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대단해! 좌타자를 상대로도 많이 좋아졌으려나?”
“물론이죠. 2점대 평균자책점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나는 토마스를 향해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침 2번 타자가 왼손 타자였다.
틱!
틱!
틱!
타자가 볼 카운트가 밀리기 전에 승부를 하려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러 봤지만, 정타를 만들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던진 결정구,
후웅-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공에 타자의 배트는 여지없이 헛돌았다.
142km/h!
“와우!”
토마스는 손뼉을 치며 입가에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타석에 선 세 번째 타자까지 완벽하게 아웃 시키며 완벽한 1회를 마무리했다.
“스콧, 정말 멋지다!”
올리비아는 스콧의 활약에도 펄쩍펄쩍 뛰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1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에서는 출루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세 타자로 이닝이 마무리됐다.
이에 질세라 2회 초에 마운드에 오른 스콧도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며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오늘도 스콧 선수의 컨디션은 좋아 보입니다. 아마도 바이킹스가 많은 점수를 뽑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게다가 스콧 선수가 기본적으로 6이닝 이상은 소화해 주는 투수거든요. 바이킹스가 오늘 경기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일단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2회 말.
재규어즈의 공격 이닝이 돌아오며 왓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팬들은 또 하나의 시원한 안타를 기대하며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왓슨의 이름을 외쳤다.
투수가 공을 던질 준비를 마친 듯하자 왓슨도 배트를 쥐며 스윙할 자세를 취했다.
드디어 투수의 첫 번째 공이 날아오는데,
“억!”
투수가 던진 공은 왓슨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왓슨은 깜짝 놀라 몸을 낮추다가 넘어졌다.
이를 본 재규어즈 선수들은 깜짝 놀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상당히 위협적인 공이 날아왔어요.
-어제 경기에서도 재규어즈에서 오해할 만한 공이 있었거든요.
-이번 시리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 팬들도 보고 있어요.
“우우우-”
재규어즈 팬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바이킹스 투수는 특별한 표정 없이 공을 만지작거리며 준비할 뿐이었다.
다시 타석에 선 왓슨은 이를 꽉 깨물며 배트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났다.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과는 거리가 있는 코스로 향하고 있었다.
퍽!
결국 투수가 던진 공은 도널드 왓슨의 등을 강타했다.
“아악!”
듣기만 해도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는 왓슨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찰나의 시간 동안 경기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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