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참을 수 있을까 (4)
등을 강타당한 선수가 다름 아닌 도널드 왓슨이었기 때문에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도널드 왓슨은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이번 공은 분명히 의도가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제 경기부터 바이킹스에서 왓슨 선수를 자극하는 듯한 플레이들이 있었거든요. 이쯤에서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투수는 왜 저러는 거지?”
올리비아는 왓슨에 대한 걱정과 투수를 향한 원망스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보고 있었다.
“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는 바이킹스 더그아웃을 원망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왓슨이 당장이라도 투수에게 달려들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를 진정시킨 건 서성민이었다.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던 서성민이 급하게 다가와서 왓슨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다독였다.
왓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성민의 말에 흥분을 가라앉힌 듯했다.
몸에 맞은 공이 걱정되어 달려 나온 트레이너에게도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마운드에 선 투수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1루 베이스로 걸어갔다.
“왓슨! 왓슨! 왓슨!”
그런 왓슨을 향해 재규어즈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다.
-왓슨 선수가 특별한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상황을 마무리하네요.
-신경전을 펼치는 것보다 야구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멋있죠.
왓슨이 1루에 도착하고 서성민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경기는 다시 시작됐다.
해프닝이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왓슨이 주자로 들어선 상황에서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펑!
“세이프!”
투수가 1루로 공을 던지며 왓슨을 견제했다.
펑!
“세이프!”
펑!
펑!
이후로도 상대 투수는 다섯 번 연속으로 1루 주자 왓슨을 견제했다.
이 정도면 주자 입장에서도 2루로 향하는 발걸음을 줄일 법했는데, 왓슨은 처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리드폭을 유지하고 있었다.
왓슨의 자존심도 보통은 아니었다.
“우우우우-”
“언제까지 견제만 할래!”
“쫄리냐? 쫄리면 그냥 집에 가!”
재규어즈 팬들은 투수를 향해 끊임없이 야유를 퍼부었다.
주심마저도 경기를 빨리 진행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서야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공을 던지려고 하는데,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왓슨은 2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포수가 공을 잡았을 때는 이미 왓슨이 2루로 절반 이상 달린 상황이었다.
“세이프!”
포수는 공을 던져보지도 못한 채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결국 도루를 성공시키며 통쾌하게 복수하자 재규어즈 팬들은 아낌없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왓슨은 이에 화답하듯 평소보다 과한 액션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딱!
이후 서성민이 깔끔한 적시타를 터트리며 왓슨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왓슨은 재규어즈 팬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경기는 이후로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4회 초.
0:1의 상황에서 재규어즈의 수비가 진행될 차례가 되자 마이클 스콧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닝의 첫 타자로 바이킹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섰다.
동시에 스콧의 눈빛이 이전과는 다르게 날카로워졌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데 평소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는데,
“어?”
스콧이 던진 155km/h 짜리 패스트볼은 타자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바이킹스 타자가 넘어지며 피하지 않았더라면 머리를 정통으로 맞췄을 만한 공이었다.
날카롭게 마운드를 노려보는 타자와는 달리, 스콧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로워 보였다.
이어지는 스콧의 두 번째 공,
이번에는 타자 등 뒤로 날아갔다.
타자는 깜짝 놀라 몸을 낮추다 또 한 번 넘어졌다.
이번에는 바이킹스 관중석에서 야유가 들렸다.
하지만 재규어즈 관중석에서는 응원이 터져 나왔다.
“스콧! 스콧! 스콧!”
“스콧아 그냥 맞춰버려!”
“어차피 쟤네들도 왓슨 맞췄잖아! 한 판 붙어.”
넘어진 타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스콧을 바라보다 주심에게 고개를 돌려 어필했다.
결국 주심이 재규어즈 통역을 불러 함께 마운드로 향했다.
-스콧 선수의 패스트볼이 연속으로 몸 쪽으로 향했습니다. 게다가 하나는 머리를 맞출 뻔했어요. 혹시라도 맞추면 스콧 선수는 자동 퇴장을 당하게 되거든요.
-심판이 상황을 조금 진정시켜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스콧 선수가 4회에 퇴장을 당하면 재규어즈의 마운드 운영도 어려워질 테고, 스콧 선수의 다승왕 경쟁에도 지장을 주게 될 텐데요.
스콧은 주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첫 번째 공을 던질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세 번째 공을 던지는데,
스콧이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부터 평소와는 달랐다.
157km/h 짜리 패스트볼은 타자의 등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악!”
스콧의 공을 날개뼈에 맞은 바이킹스 타자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배트를 집어던지며 스콧을 향해 다가갔다.
-스콧 선수의 공이 타자의 몸 쪽으로 향했어요. 날개뼈를 제대로 맞췄습니다.
-아까 왓슨 선수가 몸에 맞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이는데요.
-아, 경기장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있던 스콧은 제대로 한 판 붙을 기세로 글러브를 집어 던지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타자에게 달려들었다.
급하게 달려온 재규어즈 1루수와 3루수가 스콧을 막으며 보호했다.
이 모습을 확인한 바이킹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이에 질세라 재규어즈 선수들도 더그아웃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불펜에 대기 중이던 양 팀 투수들도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어어,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습니다. 선수들이 모두 마운드 쪽으로 모이고 있어요!
-선수들 흥분하면 안 됩니다! 많은 팬들이 보고 있어요!
-아, 흥분한 선수들이 많네요. 이거 상황이 복잡해지겠는데요.
흥분을 삭히지 못한 양 팀 선수들이 마운드 부근에서 엉겨 붙으며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바이킹스 타자들은 스콧을 향해 달려들었고, 재규어즈 선수들은 스콧을 둘러싸며 막았다.
동시에 나의 시선은 도널드 왓슨에게로 향했다.
외야에 있던 왓슨은 매서운 눈빛으로 바이킹스 선수들을 노려보며 마운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서성민이 급하게 왓슨을 붙잡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서성민 혼자만의 힘으로 왓슨을 막아 세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성민을 밀쳐낸 왓슨은 다시 마운드를 향해 들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왓슨 선수도 흥분한 것 같아요. 재규어즈 동료 선수들도 말리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상황이 커질 수도 있겠는데요?
어느새 왓슨이 마운드에 다다르자 그라운드에 있는 모두가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당연히 왓슨이 자신에게 빈볼을 던진 상대 선발 투수를 향해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방향은 모두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여기서 더 격한 접촉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어? 왓슨 선수가 지금 스콧 선수 쪽으로 다가가는데요?
왓슨은 스콧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바이킹스 선수들을 거칠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것도 있었지만, 지난번 몸에 맞는 볼로 쌓인 분노까지 담겨있어서 누구도 이길 수 없었다.
“어억.”
“아악!”
왓슨의 손길이 닿은 바이킹스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 덕분에 스콧에게 신경전을 걸어오는 바이킹스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양 팀 코칭스태프까지 나오고 나서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경기 진행에 필요한 선수들을 제외한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네 명의 심판은 한곳에 모였다.
잠시 회의를 하더니 재규어즈와 바이킹스 더그아웃으로 다가가 양 팀 선발 투수들에게 경기장을 나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 퇴장이 선언됐어요. 이렇게 되면 마이클 스콧 선수가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게 됐습니다.
-상위권 팀들과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재규어즈 입장에서는 큰 변수가 될 것 같은데요.
-남은 6이닝을 불펜 투수로 운용한다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스콧의 퇴장을 납득할 수 없었던 김민국 재규어즈 감독이 뛰쳐나와 심판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심은 끄떡하지 않으며 자신이 내린 판정만 재확인해 줬을 뿐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스콧은 결국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재규어즈 투수가 급하게 몸을 풀고 마운드에 서고 나서야 경기는 재개될 수 있었다.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관련 기사는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건 징계 먹여야 하는 거 아니냐? 150km/h 넘는 패스트볼을 머리로 던지는 건 죽으라는 거잖아.
└너네가 먼저 왓슨 건드렸잖아. 실력으로 붙어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그런 식으로 선수 흥분하게 해서 이기면 치사하지 않냐?
└맞어. 몸 쪽으로 던질 때 내 속이 다 시원하던데.
└이게 팀 플레이지. 우리 팀 선수가 맞았는데 가만있으면 되나.
└왓슨이 미니까 바이킹스 애들 쓸려나가던데 ㅋㅋㅋ
└아무리 팀플레이라고 해도 다승왕 경쟁 중인데 퇴장 각오하고 빈볼 던진 건 큰 거 아닌가?
└오늘 경기에서 승리 추가 못 해도 이번 시즌 다승왕은 스콧이 할 거다. 이제부터 재규어즈 타자들이 스콧 등판할 때마다 미친 듯이 때려줄 거거든.
└아무리 그래도 머리로 던지는 건 오바지. 최소한 등 맞추는 걸로 끝내던가.
└너네, 어제는 맞추지만 않으면 된다며. 머리에 안 맞았잖아. 그럼 된 거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재규어즈랑 할 때는 전쟁할 수밖에 없겠는데?
└이번에 도널드 왓슨이 참아줘서 그런 소리 하는 거 같은데. 미국에서처럼 벤클 붙으면 너네 선수들 몇 명 시즌 아웃이야. 자신 없으면 개기지 마라.
└팩트 폭격 장난 아니네. 바이킹스 덤벼봐.
이후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재규어즈 투수들은 저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실점 없이 평소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 주고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 타자들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바이킹스 타자들이 좋은 타구를 날려보내도 재규어즈 선수들이 몸을 날려 수비를 하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며 격차를 만들어갔다.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은 역시 홈런이었다.
따아악!
왓슨의 배트에 맞은 타구는 빠른 속도로 하늘을 비행했다.
“와아아아-”
“왓슨! 왓슨! 왓슨!”
이번에도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홈런!”
심판의 판정을 확인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보라는 듯 배트를 땅바닥에 내리꽂듯이 집어던졌다.
이번에도 홈 베이스를 밟은 뒤에 바이킹스 선수들을 노려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후로도 재규어즈는 똘똘 뭉쳐 경기를 펼쳤다.
그렇게 바이킹스를 0:7로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9회 초, 재규어즈 선수들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는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승리 세리머니를 했다.
도널드 왓슨은 우리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토마스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를 향해 아낌없이 손뼉을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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