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야구를 잘하는 방법 (1)
요즘은 프로야구 말고도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경기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수천고의 경기였다.
지난 선발 등판에서 최우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덕분인지, 선발 투수로 또 한 번 등판을 하게 됐다.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선발 등판을 통보받자마자 최우진과 함께 지난 경기를 다시 보면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이 부족한 경기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고지훈의 경기 영상이 좋은 교재가 되어주었다.
물론 거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구속과 구위를 강화하기 위한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곳을 찾은 많은 스카우트들 때문이었다.
지난 첫 번째 등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스카우터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물론 아직 안범석이 등판할 때처럼 메이저리그 구단이나 국내 구단 팀장급 스카우터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지난 경기보다 관심이 높아졌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아마 최우진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내년 시즌에는 모든 구단의 스카우터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이곳에 모여 경기를 지켜볼 게 틀림없었다.
그때가 되면 최우진을 인터뷰하려는 매체도 엄청 많아지겠지.
인터뷰를 잘하기 위한 연습도 미리 시켜둬야 할 것 같다.
나는 상상만으로도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힘겹게 끌어내리며 최우진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자 중계를 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 수천고의 선발 투수로 최우진 선수가 다시 한번 등판하게 됐는데요. 어떤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까요?
-첫 번째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동안 2실점을 했거든요. 단순 지표 이외에도 세부 데이터까지도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경기에서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까요?
-선발 투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5이닝보다 더 많이 던져줘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효율적으로 투구 수 관리를 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최우진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시죠.
드디어 최우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하는 모습에서 제법 선발 투수다운 여유가 느껴졌다.
“플레이 볼!”
심판의 콜과 함께 최우진의 피칭이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최우진이 첫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진 비율은 78%.
일단 승부의 시작은 스트라이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첫 단추부터 잘 끼우고 들어가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펑!
138km/h.
“스트라이크!”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르며 타자와 승부를 이어갔다.
틱!
139km/h.
가만히 있었으면 볼이었겠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아주 살짝 벗어난 탓에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펑!
타자는 지나가는 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방금 공과 거의 비슷한 코스의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콜을 받는 데 성공했다.
타자가 주심에게 억울함을 드러내 보지만 분명히 코너를 정확하게 찌른 스트라이크였다.
이어지는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최우진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펑!
“스트라이크!”
펑!
“스트라이크!”
최우진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다 보니 타자들은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틱!
결국 볼에도 배트를 돌리면서 빗맞는 타구가 나오게 됐다.
수천고 내야수들이 힘없이 굴러가는 공을 편안하게 잡아 아웃 카운트로 연결시켜 주었다.
최우진이 1회의 세 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데는 딱 10개의 공만 있으면 충분했다.
변화구를 사용하지 않고 패스트볼을 여러 코스로 던지는 것만으로도 타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충분했다.
-최우진 선수를 보면서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그렇죠. 제구력이 기본으로 갖춰진 선수들은 확실히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보통 구속이 빠른 투수들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진짜 보물은 이런 선수들이거든요.
-내년 드래프트에서 구단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될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요, 최우진 선수를 주목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선발 등판을 몇 번 더 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거 같아요.
2회 초의 수비에서도 최우진의 투구는 안정적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상대 팀 4번 타자를 상대로도 첫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건 변함이 없었다.
틱!
틱!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패스트볼이 135km/h에서 140km/h을 오고 가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 보더라인을 걸치고 들어오는 공을 제대로 때려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몸 쪽과 바깥쪽, 높은 코스와 낮은 코스를 자유자재로 오고 가며 승부를 하다 보니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여러 구종을 던지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3회까지 상대 팀의 타순이 한 바퀴 도는 동안 단 한 번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최우진 선수가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줬습니다!
-지금까지 가끔 보여준 슬라이더를 제외하고는 거의 패스트볼 하나로 승부를 했는데요. 정말 완벽한 피칭이었습니다.
-최우진 선수는 구종이 다양하지도 않고 구속이 빠른 것도 아닌데요.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놀라운 데요?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상대할 때는 투 스트라이크까지 기다리면 어려워질 겁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승부할 필요가 있어요.
3회 말 수천고의 공격.
딱!
딱!
따악!
수천고 타자들이 상대 투수를 힘들게 만든 건 물론이고 첫 점수를 뽑는 데 성공했다.
전광판 스코어는 0:3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득점 지원을 받은 상황에서 4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상대 타자들과의 오늘 경기 두 번째 승부였다.
사실 선발 투수로서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서 한 타자와 세 번 이상 상대하기 때문에 각각 다른 레퍼토리를 구사할 수 있어야 했다.
실력 있는 타자라면 똑같은 전략에 세 번 연속으로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최우진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고는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펑!
“스트라이크!”
물론 최우진의 초구 스트라이크는 거의 공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던진 두 번째 공,
턱!
“볼!”
타이밍을 뺏기 위해 커브를 던진 것 같은데 너무 일찍 꺾이며, 타자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바닥에 닿았다.
최우진은 머쓱한 표정을 애써 숨기며 다음 투구를 준비했다.
틱!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못 맞추며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3루수가 편안하게 잡아 1루로 던져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두 번째 타자와 승부.
이번에도 역시나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타자가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는지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딱!
“와아아아-”
시원하게 맞는 소리가 들리자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타자는 1루를 지나 2루까지 도착했다.
오늘 던진 공 중에서는 처음으로 가운데로 몰린 실투였는데 그게 안타로 연결됐다.
최우진의 표정에서도 아쉬움을 읽을 수 있었다.
1 아웃 주자는 2루.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맞는 위기였다.
게다가 이어지는 타자는 3, 4번 타자.
당장 한 점을 내주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훈련한 대로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과연 연습했던 대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까?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최우진은 포수의 사인을 받고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펑!
“볼!”
오늘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스스로도 힘이 들어갔음을 느꼈는지, 사인을 받은 후에도 충분히 숨을 고르고 피칭을 시작했다.
펑!
“스트라이크!”
위기 상황인 데다 초구가 볼로 들어간 탓에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침착하게 스트라이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이어진 피칭,
틱!
파울이었다.
스트라이크 존 보더라인에 걸치듯 날아오는 공을 때려서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내쉬고 던진 결정구,
펑!
타자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코스로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존 끝으로 던진 제구 못지않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142km/h!
이제까지 정식 경기에서 보여준 구속 중에서는 가장 빠른 공이었다.
그렇다고 제구가 흔들린 것도 아니었다.
나는 저절로 탄성을 내뱉으며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다.
-최우진 선수가 4번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초구에 볼을 던져서 흔들리는 건가 싶었는데 곧바로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네요.
이제 2 아웃 주자는 2루.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였는지,
딱!
상대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짧은 안타였지만 2 아웃이었던 탓에 2루에 있던 주자는 무난하게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결국 실점이 기록됐다.
다행인 건 바로 이어진 타자와의 승부는 깔끔한 피칭을 보여주며 4회를 마무리했다는 점이었다.
-이번 이닝에서 1실점이 있었지만 중심 타선을 잘 막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경기보다 경기 운영이 좋아지다 보니 투구 수도 절약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과정과 결과 모두 지난 경기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4회 초 최우진의 피칭이 마무리되자 금방 화장실만 다녀올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야구장에서 이동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 강현우 대표님!”
나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5회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을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도 잠시 참고 여러 학부모들과도 악수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함께 사진을 찍고, 그들이 가져온 야구공에 사인을 해주었다.
동영상으로 아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짤막한 인사말과 함께 응원을 보내는 한마디를 해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진 하나 찍을 때마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었는데, 이제 보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지긴 했다.
-강현우와 직접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들에게 강현우의 인사말을 전해줄 생각에 설렌다.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정보창에 보이는 내용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일행으로 보이는 세 명의 여자분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강현우 대표님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특별할 것 없이 악수를 나누고 사인을 했다.
사인볼을 건네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내가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정보창의 내용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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