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야구를 잘하는 방법 (5)
나는 정인규와 함께 세 명의 부모와 다시 만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여러분의 자녀분들은 지난번에 말씀해 주셨던 주사를 한 번이라도 맞으신 건가요?”
“아직은 안 맞았어요. 조만간 맞으려고 하는 건데요…….”
“그럼 그 주사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모두 잠시 주저하더니, 가운데 앉은 부모가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아직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걸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 여러분들께 연락을 드린 거고요.”
“어떤 점이 궁금하신 건데요?”
“그 아카데미에 있는 선수들 중에 몇 명 정도 그 주사를 맞은 건가요?”
“제가 알기로는 거의 다 맞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걸 안 맞으면 교육을 받을 수가 없을 거거든요.”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라는 거구나.
“아카데미에서는 주사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해 주던가요?”
“흔히 먹는 보충제 같은 개념이라고 했어요. 대신에 주사다 보니까 아무래도 효과가 먹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그걸 맞고 효과를 본 사례가 있었나요?”
“그럼요. 지금 아카데미에서 한 투수가 몇 주 사이에 구속을 10km/h나 끌어올렸다던데요. 대표님도 야구하셨으니까 잘 아시잖아요. 투수한테 구속 10km/h가 얼마나 큰 수치인지요. 그것도 몇 주 만에요.”
구속 10km/h 상승.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니…….
정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고개를 돌려 정인규의 표정을 보니 나와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낀 것 같았다.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동료 선수 중에 실제로 그런 애가 있으니까요. 눈앞에 그렇게 효과를 본 선수가 있는데 안 믿을 수가 있나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은 안 하던가요?”
“그때 설명해 주기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어요. 도핑에도 해당되지 않는 거라고도 했고요.”
“근데 그런 주사가 도핑에 안 걸릴 수가 있을까요?”
“아카데미에서 절대 걸릴 수가 없는 거라고 하던데요……. 설마 거기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요?”
세 명의 표정에서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는 속마음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후…….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다고 믿는 거지.
“성분은 확인해 보셨습니까?”
“성분을요?”
“운동선수는 감기약 하나를 먹어도 조심히 먹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약에도 금지약물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몸에 주사를 넣는데 그걸 알아보지 않고 맞는 건 말이 안 되잖습니까.”
“그거야 주변에 다른 애들도 다 맞으니까요……. 당연히 괜찮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 주사에 자녀분들이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되는 성분이 들어있다면요?”
“…….”
자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부모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혹시 찜찜하지는 않으셨습니까?”
-!@x$를 맞는 게 옳은 일인지 찜찜해서 고민스럽다.
나는 정보창에 이 내용이 있는 엄마를 보며 물었다.
찜찜했다는 정보창의 내용으로만 보면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 같았으니까.
“당연히 찜찜했죠. 비용을 너무 비싸게 받으니까 상술 같기도 하고요.”
“비용……이요?”
금지약물인 것 같아서가 아니라, 상술인 것 같아서 찜찜했다는 말인 건가.
“비용 자체도 비싼 데다 여러 번 맞으라고 하니까요. 이걸 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는 했죠.”
“그럼 다른 아카데미로 가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효과가 좋은 곳에서 교육받는 게 좋으니까요. 드래프트도 얼마 안 남기도 했으니까,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그때까지 지원을 해주는 게 낫죠. 지명을 못 받아서 대학을 가게 되면 몇 년간 더 지원해 줘야 하잖아요. 차라리 지금 몰아서 낸다고 생각하면 비슷하죠.”
그래,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위해서 좋은 거라면 뭐라도 해주고 싶겠지.
“말씀해 주신 아카데미를 직접 찾아가서 대표하고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의심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나의 한마디에 세 명의 엄마는 거의 동시에 모든 행동을 멈췄다.
“물론 아직 확실히 밝혀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점 때문이죠……?”
“아마 지금 제안한 주사가 금지약물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그, 금지…… 약물이요?”
세 엄마는 너무 깜짝 놀랐는지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100% 확실한 건 아닙니다. 추측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건 사실이고요.”
“그, 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려고 합니다. 세 분께서 겪으신 일을 그대로 말씀해 주신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수사라는 단어가 나오자 긴장감이 밀려든 표정이었다.
세 사람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왼쪽에 있던 엄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조금 생각을 해봐도 괜찮을까요?”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 세 선수는 투약을 한 것도 아니라서 부담이 없을 것 같은데.
“저희 아들이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살아가야 할 텐데, 굳이 저희가 나서서 제보를 해야 하나 싶네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가운데 앉은 엄마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나머지 두 엄마도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계를 상대로 제보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야구 아카데미 원장일 뿐입니다. 불이익을 받으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근데 그 사람이 프로야구 총재하고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이한승이 총재님하고 아는 사이라고요?”
그냥 아는 수준이 아니라 친밀하다는 의미에서 말했겠지?
하지만 어떤 인연으로 아는 사이인지는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알기로는 먼 친척도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자기가 예전에 선수 생활을 하던 시기에 감독님이었어서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식사도 자주 하고요.”
“하…….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해요?”
나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정인규도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머님, 이한승이 선수 시절에 어떤 선수였는지 모르시나요?”
“네……?”
“지금 총재님이 감독 시절에 선수랑 가깝게 지내는 분도 아니셨고요. 이한승은 1군 선수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저희 아들이 불이익을 조금은 받게 되지 않을까요? 공익제보자들도 이슈가 터지고 언론이 관심을 가질 때는 문제없다가 조용해지면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되잖아요.”
흠……. 틀린 말은 아니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확실한 방법을 써야지.
“만약에 불이익을 받으신다면 저희 에이전시에서 직접 나서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야구 협회라고 해도 이제 저희 에이전시를 가볍게 보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나는 세 엄마의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힘을 주며 말했다.
* * *
그날 밤, 나는 익숙한 카페에서 이수민과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현우 씨, 혹시 이제까지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걸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이런 일은 저도 처음 겪어보네요.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고요.”
선수 개인의 일탈로 불법 약물에 손을 댄 사례는 몇 번 있었지만, 선수 교육을 한다는 사람이 학생들을 상대로 반강제로 불법 약물을 맞게 한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게 분명했다.
“근데 이번 사건을 기사화하는 게 맞는 거겠죠?”
이수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야구계를 위해서 뭐가 옳은 건가 싶어서요. 얼마 전에 최정환 선수가 승부조작을 한 건 아니라 해도 제안을 받은 사건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불법 약물 사건까지 터지는 거니까요.”
“음…….”
“이제 조금 야구계가 조용해지려고 하는데, 다시 야구 외적인 일로 시끄러운 일을 만드는 게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서요.”
“썩은 부분은 하루빨리 도려내야죠. 지금 당장 피하고 싶다고 넘어가면 나중에 아예 썩어버려서 회생이 불가능할지도 모르잖아요.”
“음…….”
“그냥 덮어두고 넘어갈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야구계의 미래에 달린 문제인데요.”
“……현우 씨 말이 맞네요.”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이수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잠시 후, 낯이 익은 험상궂은 남자가 다가왔다.
이미 누군지도 알고 나름 친분도 있는데도 여전히 무서움이 느껴지는 포스였다.
“현우 씨, 오랜만입니다.”
“양 경위님, 잘 지내셨죠?”
최정환이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을 때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거니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나는 양동수 경위와 악수를 나누었다.
역시나 야구 관계자가 아니다 보니 정보창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요. 현우 씨 덕분에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설마, 승진하셨어요?”
“네. 이제 경감으로 불러주십시오.”
“오호, 양 경감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양동수가 어울리지 않게 쑥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게 근황을 나누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돌입했다.
이미 관련 내용을 전달해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로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저희가 최대한 증거를 모아보려고 했는데요. 아무래도 수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좋은 첩보입니다. 증언을 해주실 부모들의 동의는 받으셨나요?”
“네, 받았습니다. 수사가 시작되면 바로 협조해 주실 겁니다.”
“아주 좋네요.”
양동수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분들의 신상이 절대 공개되지 않도록 해주실 수 있죠? 나중에라도 불이익을 받게 될까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물론입니다. 외부에는 절대 공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양동수의 단호한 말을 들으니 조금 더 안심이 됐다.
“혹시 약물이 있는 곳을 직접 보셨나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요. 의심스러운 곳은 있었습니다.”
나는 간략하게 그려온 내부 지도를 그에게 건넸다.
양동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를 더 물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준비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양동수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급하게 밖으로 달리듯 걸어갔다.
그리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늦은 밤 시간에 양동수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내일 아침에 아카데미 오픈 시간에 맞춰서 수색할 예정입니다.
후- 바로 내일이다.
잠을 푹 자기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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