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야구를 잘하는 방법 (7)
“왜 전화를 안 하는 거야?”
양동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는 주변에 있는 형사들을 보며 물었다.
“혹시 전화 받은 사람 있어?”
“아니요. 아무도 없습니다.”
“아직 확인이 안 된 건가? 그럼 그렇다고 연락을 했을 것 같긴 한데…….”
양동수가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용히 다가온 이수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감님, 아직 소식이 없는 건가요?”
“네, 이한승 얼굴을 확인하고 나면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죠?”
“여기서 출발한 지 30분 정도 됐으니까, 도착해서 진입한 건 20분 정도는 됐을 거 같은데요.”
양동수가 시간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요?”
이수민의 한마디에 양동수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는 주변 형사들을 향해 외쳤다.
“먼저 진입하자. 지금 바로 준비해.”
그러자 형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차에 올라탔다.
* * *
“도대체 뭐 때문에 우리 회사를 기웃거리는 거야?”
이한승이 내 눈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형사들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형사들이 있으니 잠깐 시간만 벌면 될 것 같은데.
그동안 내가 얘기하면서 이한승을 여기 잡아둘 수만 있으면 오히려 확실하게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후- 해보자, 어차피 다른 선택지도 없으니까.
“선배, 돈 많이 버셨잖아요.”
“그게 왜.”
“이제 저도 돈 좀 벌고 싶어서요.”
“뭔 개소리야. 어려운 선수들을 위해서 어쩌고저쩌고하던데.”
이한승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에는 그랬죠. 근데 이쯤 하면 충분히 했잖아요. 이제부터는 저도 돈 좀 만지면서 살아봐야죠. 남들 다 돈 버는데 저만 손가락 빨고 있는 것도 비참하고요.”
“그럼 뭐 하러 그렇게 요란스럽게 선수 위하는 척했는데?”
“이미지메이킹 하나는 확실히 됐으니까요. 이제 제가 뭐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겠어요? 이것보다 더 강력한 게 없죠.”
“…….”
이한승이 의심과 호기심이 반반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일단 지금은 하고 계신 일에만 끼워주세요. 새로 확장하는 건 차차 진행해 보고요.”
“내가 갑자기 너를 어떻게 믿고?”
“선배, 저 강현우예요. 야구팬들이면 제가 누군지 다 아는데, 어떻게 갑자기 사기를 치겠어요. 그것도 야구 선배한테.”
“…….”
-최근 아카데미 운영이 잘돼서 만족하고 있다.
-매출을 더 높일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의 정보창 내용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매출 많이 높이고 싶지 않으세요? 저랑 같이하시면 못해도 당장 매출 두 배로 올라갈걸요?”
“네가 어떻게 매출을 높일 수 있는데?”
“제 이미지 가져다 쓰세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야구판에서 선배보다는 제 브랜드 파워가 훨씬 좋은 건 팩트잖아요. 제가 참여했다고 하면 두 배가 뭐야, 아마 열 배로 뛰는 것도 가능할걸요?”
“음…….”
“하나만 맡겨봐 주시라니까요. 결과로 보여드릴게요.”
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하자 이한승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우리 아카데미로 애들 좀 더 모아봐 봐.”
“학생 수만 늘리면 돼요? 그걸로는 매출이 늘어봤자 얼마 안 되잖아요.”
“우리가 파는 거 있는데, 오는 애들한테 그거 하나씩만 팔아도 돼.”
“뭘 파는데요?”
“그런 거 있어.”
“돈이 되는 거긴 해요? 너무 자잘한 거면 제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의심스럽다는 듯 말하자 오히려 이한승이 발끈했다.
“내가 그걸로 돈 벌었어. 그거 아니면 지금 건물을 어떻게 세웠겠냐.”
“물량은 충분해요? 아마 제가 나서면 내일부터 선수들 밀려들 텐데.”
“절대 부족할 리 없으니까 걱정 마. 당장 오기만 하면 바로 맞출 수 있어.”
맞출 수 있다……라는 건.
주사가 확실하구나.
바로 그때였다.
쿵쿵쿵쿵.
드디어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분주하고도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한두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낯선 소리가 들려오자 이한승이 멈춰 섰다.
“제가 한번 올라가 보겠습니다.”
직원이 급하게 나가보려고 하는데,
텅!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경찰입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세요!”
후우-
드디어 됐다.
양동수와 함께 형사 여러 명이 빠르게 다가오자,
“저건 또 뭐야!”
이한승을 포함해 직원들이 반대편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기 요란한 금목걸이 한 사람이 이한승이에요!”
내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는 순간, 양동수와 형사들이 전력을 다해 그를 쫓았다.
번쩍이는 금목걸이 덕분에 신원은 빠르면서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숨겨진 출구가 있는지 그곳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재빠른 형사들을 짧은 시간에 따돌리기는 무리였다.
“아, 아악!”
형사들은 이한승을 거칠게 쓰러트리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힘껏 눌렀다.
다른 직원들은 뒤따라 온 형사들에 의해 모두 잡혔다.
그리고 양동수가 이한승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한승 씨. 불법 약물 제조 및 소지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하실 수 있고, 하신 말씀이 향후에 법정에서 불리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십니다.”
“뭔 개소리야.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한승이 경찰들을 떨쳐내기 위해 거칠게 움직이며 매섭게 쏘아봤다.
그래도 전직 프로 선수였다 보니 힘이 만만치 않았지만, 상대하는 경찰의 힘도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두 명이 동시에 잡고 있으니 제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경찰서로 가셔서 차분하게 이야기 나눠 봅시다.”
“경찰이 국민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거야? 영장 갖고 있어?”
“물론이죠. 법적 절차 제대로 밟아서 아무 이상 없습니다.”
양동수가 이한승의 눈앞에서 영장을 흔들었다.
“이게 뭔 짓이야! 으아아악!”
여전히 분을 감추지 못하던 이한승이 괴성을 지르며 반항해 보지만 이미 형사들에게 제대로 사로잡힌 뒤였다.
“강현우 씨, 말씀하셨던 공간이 어디죠?”
“위에 수상한 방이 있어요. 같이 가시죠.”
나는 손으로 가리키며 형사와 함께 이동하려고 하는데,
“뭐야? 강현우,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이한승이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들 정도였다.
“걱정하지 말고 가시죠.”
형사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켜줬다.
고개를 돌린 나는 곧바로 지하를 벗어나 의심스러웠던 공간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역시나 문은 잠겨있었다.
“여기인 것 같은데, 문이 잠겨 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펑! 펑!
어느새 다가온 형사가 망치로 손잡이를 내리쳐서 부수며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그 공간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불을 켜자 그 의문의 공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간이침대가 하나 놓여있을 뿐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곳이었는데, 커튼으로 가려진 공간이 있었다.
분명히 야구 훈련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품이었다.
나는 곧바로 다가가 커튼을 걷었다.
“우와…….”
병원에서나 볼 법한 약품들과 주사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언뜻 봐도 수백 개가 넘어 보였다.
약품을 집어보니 이름이나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제대로 된 의료용품이었다면 박스가 있었을 텐데,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를 확인한 형사 한 명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양동수와 몇몇 형사들이 달려왔다.
양동수가 직접 다가와 확인하더니
“여기 있는 것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담아.”
“네.”
형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약품과 주사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나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형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정인규가 혼이 나간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인규야, 괜찮아?”
나는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 같아 보이는 정인규의 팔을 붙잡았다.
“내가 지금 괜찮을 수 있겠어?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을 해보네.”
“고생 많았다. 손은 어때?”
나는 아까 발로 차인 정인규의 손을 바라봤다.
“지금 손이 문제가 아니야.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오늘 이 사건 이후로 내 수명이 최소 몇 살은 줄어들었을 거야. 나 다시는 이런 거 안 한다.”
정인규가 풀린 눈동자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병원 가서 치료부터 받자.”
나는 정인규를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약물을 찾은 이후로도 경찰의 수색은 계속됐다.
금지 약물 이외에도 혹시 더 있을지 모를 다른 범죄 행위까지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아카데미를 뒤졌다.
이수민은 사회부 기자들과 함께 수사 과정을 단독으로 취재하고 있었다.
한참 수사 중인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을 바로바로 듣기는 어려웠지만, 이수민을 통해서 금지 약물 제조 말고도 그들이 저지른 다른 범죄 행위가 있다는 말을 얼핏 들을 수 있었다.
이한승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와 정인규는 간단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실 몸이 다친 건 아니었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을 뿐이지.
결국 몇 시간 후에 이한승과 직원들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 * *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세 명의 엄마를 다시 만났다.
아직 공식적인 기사가 나가기 전이라 어떤 내용도 모르고 있을 상황이었다.
나는 차분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어제 경찰하고 빅토리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수색했는데요. 그곳에서 의심스러운 약물을 발견했습니다.”
“허…….”
세 엄마가 동시에 말문이 막힌 듯 움직임을 멈췄다.
“자세한 성분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습니다만,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약물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현장에서 발견한 약품에서 이름이나 설명서를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건, 자체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자체 제작한 약품이 합법적인 약물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
“조만간 세 분께도 경찰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듣고 보신 그대로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정말 저희 아들들이 불이익을 받는 건 없겠죠?”
아직도 걱정이 해결되지는 않는지 또 한 번 나에게 물었다.
“세 분과 아드님들의 신원은 철저하게 공개되지 않을 겁니다. 경찰에서도 그렇게 해주기로 약속을 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고 되고요.”
세 엄마는 깊은숨을 내쉬고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 알겠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아드님들께서 야구를 하는 동안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으시게 된다면, 언제든 저희 에이전시로 연락 주십시오. 약속드렸던 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당장 야구를 잘하게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지원을 해주는 건 얼마든지 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 * *
힘겨웠던 며칠 간의 사건이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이번 일을 알게 되고 해결하는 데까지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몇 달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완전하게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와 우리 에이전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지 않았을까 싶다.
드디어 내가 간절하게 고대하던 우리 에이전시 숙소가 보였다.
이제 편하게 누워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함이 밀려왔다.
빨리 들어가서 씻고 누워야지.
띡띡띡띡.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 잠시만요!”
누군가 나를 향해 급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엔 또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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