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경기장 밖의 셀럽 (1)
나는 왓슨의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를 찾았다.
알렉 토마스는 며칠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고 이제는 왓슨의 가족들만 한국에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함께하지 못하는 날에도 왓슨의 가족들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계속하고 있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만 아니면 거의 대부분 직접 경기장을 찾아서 관람하고 있었다.
오늘은 엔젤스와의 원정 경기였는데, VIP 룸이 아닌 경기장과 가까운 테이블 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재규어즈의 요청을 받은 엔젤스에서도 VIP 룸을 제공해 주겠다고 했는데, 올리비아 왓슨의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경기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관중석에 앉은 올리비아를 알아본 팬들이 올리비아에게 다가왔다.
“올리비아 팬이에요!”
“웰컴, 컴온. 어서 와요.”
올리비아는 다가오는 팬을 향해 자연스럽게 손짓을 했다.
게다가 분명히 또렷하게 한국말까지 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주혁이 나에게 다가왔다.
“대표님, 올리비아 인기가 엄청나요.”
“올리비아가요?”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지?
“요즘에 중계방송에 자주 등장해서 재규어즈 팬들 말고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거든요.”
“네?”
고개를 돌려보니 올리비아 주변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이 끊이질 않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여러 번 잡혔거든요. 조금씩 커뮤니티에서도 알려지더니 이제는 거의 셀럽이 됐어요.”
“정말요?”
왓슨을 응원할 때의 모습을 보니 보통은 아니긴 했는데.
그 정도라고?
“그리고 올리비아도 이런 게 즐겁나 봐요. 경기장 오실 때마다 설레하시는 게 느껴져요.”
“성격이 좋아서 그런가, 팬분들하고 대화가 잘 되나 보네요.”
“요즘에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서요. 웬만한 대화는 저 없이도 혼자서 가능해졌어요.”
“벌써요? 한국에 온 지 고작 한 달도 안 되지 않았나요?”
“거의 밤새우면서 공부하시던데요. 한국 팬들하고 소통하려면 한국어가 필수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일상생활하시는 건 이제 혼자서도 가능할걸요?”
“와우. 이렇게까지 잘 적응을 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혹시나 타지 생활이 불편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마음에 든다면 정말 다행이지.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팬들과 사진을 찍는 동안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조금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수많은 팬들과 사진을 찍다 보면 지칠 법도 한데도 그녀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팬사인회나 다름없는 행사는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 * *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됐다.
나와 이주혁이 테이블 하나에 앉고, 왓슨의 세 가족이 또 다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저녁으로 먹을 만한 간단한 음식들을 사 와서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항상 그렇듯 올리비아와 가족들은 밝은 미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널드 왓슨과 서성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5, 6번 타자에 이름을 올렸다.
재규어즈의 수비 이닝.
딱!
중견수 왓슨에게로 타구가 향하고 있었다.
곧바로 타구가 어디로 떨어질 것인지 판단한 왓슨은 어느새 그 위치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웃!”
역시나 어렵지 않게 떨어지는 타구를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우, 나이스! 왓슨 원더풀 캐치!”
두 손을 입으로 모아 소리를 외치며 펄쩍펄쩍 뛰었다.
옆에 앉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중계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왓슨 어머니, 오늘도 신나셨네.
└세리머니만 보면 한국시리즈 우승한 줄 알겠다 ㅋㅋㅋ
└그래도 올리비아가 승리 요정이야. 계산해 보면 직관 승률이 꽤 높을걸.
└테이블 석은 엔젤스에서 제공해 주는 건가?
└엔젤스에서 안 해주면 재규어즈에서 표 사서라도 제공해 드려야지. 지금 도널드 왓슨이 보여주는 거 생각하면 먹을 것까지 챙겨서 보내줘도 모자랄 판인데.
└어머니, 제발 왓슨하고 내년까지 남아주세요. 우리 여기서 왓슨 없으면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고요!!!
└재규어즈 뭐 하냐, 빨리 재계약부터 해야지. 어머니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드려.
└요즘 반응 보면 한국 생활 만족스러운 것 같은데 ㅋㅋㅋ
재규어즈의 수비가 마무리되고 이닝이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왓슨이 타석에 들어설 차례가 됐다.
“왓슨! 왓슨! 왓슨!”
재규어즈 팬들은 왓슨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에 발맞춰 올리비아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며 함께 응원가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한국어는 아니었지만 한국어로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중계 카메라는 가장 먼저 올리비아를 향했다.
-도널드 왓슨의 어머니께서 역시나 오늘도 경기장을 빛내주고 계시네요.
-원정 경기도 거의 빠지지 않고 매일 경기장에 오시는 것 같은데, 지치지도 않으시나 봅니다.
-요즘 야구팬들 사이에서 정말 유명한 분이시거든요. 아마도 재규어즈 팬분들 중에서는 왓슨의 어머니를 모르실 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도널드 왓슨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가 어머니의 힘찬 기운을 받은 덕분인 것 같은데요.
-저렇게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으면 정말 든든할 것 같아요.
도널드 왓슨은 배트를 휘두르며 투수가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첫 번째 공을 던졌다.
펑!
“볼!”
힘이 많이 들어갔는지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볼을 던졌다.
이어지는 공도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못했다.
펑!
“볼!”
2 볼 0 스트라이크.
점점 불리해져 가는 볼 카운트 때문인지 투수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힘겹게 세 번째 공을 던지는데,
딱!
왓슨은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돌렸다.
“우와아아-”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자 재규어즈 팬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터트린 것은 물론이고,
“넘어가라! 넘어가라!”
올리비아도 벌떡 일어나 응원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파울 폴을 벗어났다.
“아아.”
경기장은 재규어즈 팬들의 아쉬움의 탄성으로 채워졌다.
다시 타석으로 돌아가던 왓슨의 표정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마이 갓! 파울 폴이 왜 저기 있는 거지?”
올리비아가 머리를 움켜쥐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발을 동동거렸다.
└왓슨 어머니가 아쉬워하시는 거 보니 내가 다 아쉽네.
└솔직히 이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건 홈런이라고 해줘도 되지 않냐.
└진짜 아주 살짝만 안으로 들어왔어도 폴 맞힐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냥 왓슨이 시원하게 홈런 하나 때려라.
왓슨이 배트를 쥐고 다시 타석에 서자 승부는 다시 이어졌다.
2 볼 1 스트라이크.
여전히 왓슨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인 데다, 홈런이나 다름없는 파울이 나온 터라 투수의 얼굴에는 더욱 긴장감이 느껴졌다.
펑!
“볼!”
펑!
“볼!”
네 번째 볼이 기록되자 주심은 왓슨에게 1루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배트를 내려놓은 왓슨은 힘차게 1루를 향해 달렸다.
“왓슨, 너무 멋져!”
올리비아는 볼넷 출루에도 홈런을 쳤을 때와 다름없는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제 타석에는 6번 타자 서성민이 들어왔다.
서성민이 타격을 하기 위해 배트를 움켜쥐는데,
투수는 왓슨을 견제하기 위해 연속으로 세 번이나 1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우우우우-”
“계속 견제만 하다가 끝낼래!”
“어차피 그런다고 해도 왓슨이 도루하는 거 못 막아 인마.”
재규어즈 팬들은 상대팀 투수를 향해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도 응원봉을 아래로 향하게 흔들어대며 재규어즈 팬들의 응원 열기에 동참했다.
이제야 투수가 처음으로 서성민을 향해 공을 던지는데,
“달린다! 달린다! 달린다!”
왓슨은 맹렬하게 2루 베이스를 향해 달렸다.
포수가 볼을 잡자마자 던져보지만,
“세이프!”
왓슨의 발이 이미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왓슨! 왓슨! 왓슨!”
이번 시즌에만 28번째로 도루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왓슨 선수가 또 하나의 도루를 성공했습니다.
-장타 능력에 더해 주력까지 좋으니, 출루를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선수예요.
왓슨이 2루까지 이동하다 보니 오히려 투수는 타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1 볼 0 스트라이크.
투수가 2루 베이스를 흘끗 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그러자 서성민의 배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갔다.
부드럽게 맞은 타구는 2루수 키를 넘어갔다.
딱!
“와아아아-”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였다.
그사이 왓슨은 3루 베이스를 거쳐 홈 베이스까지 내달리고 있었다.
“세이프!”
왓슨은 홈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며 점수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왓슨! 왓슨! 왓슨!”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깔끔한 선취점에 재규어즈 응원석은 뜨거워졌다.
“왓슨, Seo! 너무 멋져!”
올리비아도 펄쩍펄쩍 뛰며 즐거움을 드러냈다.
나와 이주혁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재규어즈 팬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응원하는 장면만 보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홈런이 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에 진짜 그런 상황에서 올리비아는 어떤 응원을 보여줄까?
살짝 궁금하긴 했다.
올리비아의 열광적인 응원 덕분인지 오늘 경기에서도 재규어즈가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가 마무리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역시나 밖으로 나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올리비아, 팬이에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셀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올리비아가 가는 곳마다 팬들이 알아봐서 한 발자국 내딛는 것도 쉽지가 않을 정도였다.
“잠시만요.”
“넘어지시지 않게 조심하세요.”
나와 이주혁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경호원 역할을 해야 했다.
“원더풀! 만나서 반가워요!”
이런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올리비아는 팬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팬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면서 나와 이주혁의 힘만으로는 제어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엔젤스 구장 관계자들까지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경기가 끝난 지 두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에이전시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연예인과 함께 다니면 이런 기분일까?
힘겨웠던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됐다.
내일은 왓슨의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유명한 곳들을 구경시켜줄 계획이었다.
분명히 내일도 조용히 하루가 지나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숙소를 떠나는 순간부터 제대로 각오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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