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경기장 밖의 셀럽 (3)
늦은 밤에 돌아온 탓에 오랜만에 평소보다 오래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알람도 끄고 잠들다 보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12시에 가까운 대낮이 되어있었다.
“확실히 몸이 무겁긴 하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처음 들어보는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쓱싹쓱싹.
무언가 닦는 소리인 것 같은데.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따라가 봤다.
이런 소리가 왜 나는 거지?
화장실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화장실에 도착해 고개를 돌려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올리비아가 화장실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올리비아! 왜 청소를 하세요? 여기 청소해 주시는 분도 계신데. 그만하시고 편하게 쉬세요.”
“Kang, 내가 청소하는 일을 오래 했거든요.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에요. 평소에는 건물 전체를 청소하는 데 이 정도 공간이면 금방이죠.”
“아무리 그래도 올리비아는 손님이잖아요.”
“Kang이랑 에이전시 사람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지더라고요. 그냥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재밌잖아요. 나는 청소하는 게 정말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그래도 그냥 쉬시지…….”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멈출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따가 Kang이랑 Lee한테 부탁할 것도 있거든요. 잠깐 알려줄 수 있죠?”
“필요하신 거라면 뭐든지 도와드려야죠.”
“SNS에 재밌는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쓰는 건지 조금 헷갈리더라고요. 이따가 그것 좀 알려주세요.”
SNS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그럼요. 도와드릴게요.”
“그럼 금방 청소하고 나갈게요. 어제도 우리 때문에 고생했는데, 푹 쉬고 있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우리 둘 사이의 포지션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가봤는데,
헉!
이게 무슨 일이지?
평소와 다른 반짝임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서 빛이 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오늘에야 정확하게 알 것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반들반들한 촉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너무 번쩍번쩍해서 걷다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와……. 이게 진짜 말이 된다고?”
TV 위는 물론이고 주변 곳곳에 손으로 쓸어봐도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냥 보기에 깨끗한 정도가 아니라 디테일까지 완벽했다.
우리 거실 정도면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이곳을 청소해 주시는 이모님들 실력도 만만치 않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올리비아와 비교해서는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내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이게 무슨 일이죠?”
이주혁도 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크게 뜬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혁 씨, 우리 이제 막 이사 온 거 같지 않아요?”
“청소 업체에서 왔다 간 건가요? 평소랑은 많이 다른 거 같은데?”
“올리비아가 아침에 청소하셨대요.”
“이걸 올리비아 혼자서요?”
“네, 그리고 지금은 화장실 청소 중이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주혁이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대단하신데요? 어떻게 하면 이 정도로 청소할 수 있는 거죠?”
“올리비아랑 청소 사업을 해볼까요?”
다시 고개를 돌려 먼지 하나 없는 모습을 보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청소를 마친 올리비아가 거실로 나왔다.
이제 쉬시려는 건가 싶었는데 올리비아는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올리비아,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차 한 잔 마시면서 쉬어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한데요. 이것만 만들어두고 쉬려고요.”
“뭘 또 만들어요?”
“조금 있으면 왓슨하고 재규어즈 동료들이 오잖아요. 그냥 있을 수는 없죠.”
아이고…….
음식 준비까지 한다니.
어제 그렇게 돌아다니고도 몸이 힘들지도 않나?
올리비아는 자연스럽게 재료와 몇 가지 조리 도구들을 꺼냈다.
어떤 게 어디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 또 저렇게까지 파악을 해둔 걸까?
“뭐 도와드릴까요?”
나는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괜찮아요. 요리는 충분히 혼자 할 수 있거든요.”
“그래도 같이 하는 게 좋죠. 혼자서 하는 것보다 금방 할 텐데요.”
“그럼 몇 가지만 도와주세요.”
곧이어 다가온 이주혁까지 합류해서 요리가 시작됐다.
올리비아는 능숙하게 나와 이주혁에게 필요한 일을 맡겨줬다.
그녀의 지휘 아래에서 나와 이주혁은 정신없이 음식 준비를 했다.
올리비아는 음식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금세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냈다.
청소는 물론 음식 준비까지, 정말 만능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잠든 딸을 두고 밖으로 나온 왓슨의 아내도 합류해서 함께 만들다 보니 금방 완성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햄버거를 비롯해서 미국식 홈파티에 어울리는 음식들이 완성됐다.
그리고 잠시 쉬는 동안 아까 올리비아가 물었던 SNS의 새로운 기능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올리비아는 SNS의 라이브 모드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조만간 라이브 방송까지 할 기세였다.
* * *
띵동. 띵동.
에이전시 숙소를 찾은 이들은 재규어즈 선수들이었다.
오늘이 휴식일인 데다 바로 이어 수도권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서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날이었다.
도널드 왓슨은 물론이고 마이클 스콧, 서성민도 함께 왔다.
나와 이주혁 그리고 올리비아는 대문까지 나가 선수들을 맞았다.
“오, 어서 와요. 이렇게 보니 정말 반갑네. 우리 재규어즈 선수들.”
왓슨의 아내가 왓슨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올리비아는 먼저 다른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올리비아, 요즘 SNS에서 자주 보고 있어요. 굉장히 인기가 폭발적이던데요.”
스콧이 밝은 미소로 올리비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호호. 스콧, 요즘 피칭이 너무 완벽해. 이러다 MVP 받는 거 아니야?”
“하하하.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스콧은 호탕한 웃음과 손뼉을 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스콧과의 인사를 마친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서성민을 바라봤다.
“퍼펙트 스위치히터, 요즘 스윙이 굉장히 날카로워 보여요.”
“감사합니다.”
“Seo, 요즘 아이는 잘 크고 있죠?”
“네, 하루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어요. 매일 못 보는 게 정말 아쉬워요.”
“하루하루가 원더풀 하겠어요. 나도 왓슨 키울 때 그랬거든요.”
서성민과의 인사도 마친 올리비아는 드디어 도널드 왓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올리비아와 도널드는 포옹을 하며 반가운 마음을 나누었다.
“도널드, 밥은 잘 먹고 다니지?”
“그럼요. 구단에서 얼마나 잘 챙겨주는데요. 그리고 홈경기장 숙소에서도 스콧하고 Seo가 있어서 아주 잘 먹고 다녀요.”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엄마, 한국에서 지내는 건 괜찮아요?”
“물론이지, 도널드.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데. 매일이 즐거워.”
올리비아가 표정에서 행복함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내가 끼어들어 한마디를 던졌다.
“왓슨, 놀라운 얘기 하나 해줄까요?”
“뭔데요?”
“올리비아 SNS 팔로워가 얼마나 되는 줄 알아요?”
“엄마가 SNS를 한다고요?”
왓슨이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어제 처음으로 만드셨어요.”
“그럼 1천 명쯤 되려나요? 아니지, 하루 만에 1천 명은 너무 많은 것 같고, 오백 명쯤 되려나요?”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팔로워가 1천 명이 됐다는 것도 사실 대단한 일이긴 하지.
“에이, 그 정도였으면 제가 얘기 꺼내지도 않았죠.”
“그럼…… 얼마나?”
“1만 명이 넘었어요.”
“에에? 엄마 SNS를 1만 명이나 팔로우한다고요?”
왓슨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올리비아를 번갈아 바라봤다.
“지금 보니까 1만 1천 명이네요. 계속 늘어가고 있어요.”
“왜 굳이 엄마 SNS를 팔로우하죠?”
왓슨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올리비아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조만간 왓슨보다 더 유명해질지도 몰라요.”
내 말을 들은 후에도 왓슨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왓슨, 너도 SNS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재밌는 건 줄 이제 알았다.”
올리비아가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엄마, 그거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하는 거예요?”
“모르는 건 하나씩 배워가면 되지. 해보니까 어려운 것도 없던데.”
올리비아가 또 한 장의 셀카를 찍으며 답했다.
“한국어 읽을 수 있어요?”
“왓슨,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번역만 누르면 바로 영어로 말해준단다. 영어로 한 것도 한국어로 바로 번역되고.”
“허허.”
왓슨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스콧은 흥미로움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와우, 올리비아. 저도 해야겠어요.”
“스콧, 정말 훌륭한 결정이야.”
“우리 에이전시 SNS도 있긴 하지만, 한국 팬들하고 직접 소통하면 더 재밌겠죠?”
스콧이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물었다.
“당연하지. 일단 사진 한 장 찍자. 재규어즈 팬들이 정말 좋아할 거야.”
올리비아는 스콧과 함께 사진을 찍더니 금세 업로드를 진행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팬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컷이다.
└도널드 왓슨은 어디 갔냐. 우리 재규어즈 보물들.
└드림 에이전시 포에버!!!
“일단 들어가서 음식부터 먹죠. 아침부터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데요.”
나는 선수들과 왓슨 가족을 데리고 숙소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선수들은 깔끔해진 숙소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식사까지.
선수들의 탄성이 멈출 틈이 없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올리비아의 도움을 받아 만든 마이클 스콧의 SNS 계정을 팬들에게 공개했다.
올리비아만큼이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팔로워 수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었다.
* * *
구단이 소화한 정규 시즌 경기가 100경기를 넘어가면서 순위가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팀은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반면에, 가을야구의 가능성이 있는 팀들은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소영준의 펠리컨즈와 장수영의 엔젤스 그리고 최정환의 더블즈가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을 확률은 거의 없어졌다.
장수영과 최정환이 세이브 타이틀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면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겠지만,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1-4위를 달리고 있는 울프스, 드래곤즈, 버팔로즈, 재규어즈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확정됐다.
그중에서도 드래곤즈, 버팔로즈, 재규어즈의 2, 3, 4위 싸움이 아주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시즌 내내 격차가 거의 벌어지지 않으며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시즌 최종전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이들의 순위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알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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