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살얼음판 승부 (3)
고지훈과 나준호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투구와 타격을 준비했다.
고지훈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포수와 사인을 교환했다.
그리고 2루 주자를 한 번 흘끗 보고는 힘껏 공을 던졌다.
나준호는 기다렸다는 듯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배트를 힘껏 돌렸다.
하지만 공은 나준호의 스윙 이후에 지나갔다.
후웅-
“스트라이크!”
나준호가 얼마나 힘차게 스윙을 했는지, 배트를 돌리고 나서 스스로도 힘을 이기지 못해 주저앉게 될 정도였다.
-나준호 선수가 초구를 제대로 노려봤는데 아쉽게도 배트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버팔로즈 배터리의 선택은 체인지업이었어요. 초구부터 노리고 있던 나준호 선수를 속이는 데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나준호 선수가 제대로 넘어진 것 같은데요. 괜찮나 모르겠어요.
-진심을 다해서 스윙을 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네요.
바닥에 넘어진 나준호가 흙을 털고 일어나고 난 뒤에 승부가 이어졌다.
0 볼 1 스트라이크.
주자가 두 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무리해서 승부에 들어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타석에 선 타자가 나준호였으니 더더욱.
심호흡을 고른 고지훈은 신중하게 다음 공을 던졌다.
와인드업과 중심 이동부터 릴리스 포인트까지 완벽했다.
펑!
“스트라이크!”
-정말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 공을 던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준호 선수를 상대로 저렇게 공을 던지는 건 고지훈 선수가 아니면 불가능할 거예요.
0 볼 2 스트라이크.
투수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카운트가 됐다.
결정구를 던지기 전에 변화구를 보여주며 시선을 흐트러트릴 차례였다.
펑!
“볼!”
일부러 높게 던진 공 하나와,
틱!
방금 공보다 아주 미세하게 낮게 들어간 공 하나까지.
헛스윙을 유도하지는 못했지만, 원하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그렇다면 이제 나준호의 최대 약점인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질 차례였다.
후우-
고지훈은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바꿔잡고는 손가락에 힘을 힘껏 주며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한 나준호는 스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지훈의 손을 떠난 공은 그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코스대로 날아가고 있었다.
“어?”
나준호가 속았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배트가 한참 돌아가고 난 뒤였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심판은 우렁찬 콜과 함께 주먹을 옆으로 뻗었다.
“와아아아-”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선수가 나준호 선수에게 삼진 아웃을 잡아내며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냅니다! 유일한 약점을 정말 확실하게 공략했습니다.
-정말 완벽한 변화구를 던졌어요. 다승 1위 투수가 그냥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네요.
헛스윙을 한 나준호는 타석을 떠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지훈은 이어진 5번 타자와의 승부에서 땅볼을 유도해 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1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 이닝으로 이어졌다.
1 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오석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타율 3할 1푼을 기록하고 있는 오석훈 선수가 타석에 섰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타율은 조금 떨어졌지만, 상당히 좋은 활약이죠?
-오석훈 선수가 없었다면, 버팔로즈가 이런 성적을 거두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이런 페이스라면 시즌이 마무리될 때는 100타점에 도루 30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이니까요. 팀에 정말 중요한 선수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오석훈의 배트는 초구부터 힘껏 돌았다.
띡!
배트에 맞는 동시에, 오석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빗맞은 공은 유격수를 향해 힘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망했다. 병살 코스다…….’
최악의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직감이 들자 오석훈은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구를 편안하게 잡은 유격수는 2루수를 향해 던졌고,
“아웃!”
2루수는 곧바로 1루수를 향해 던졌다.
오석훈의 스피드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어봤지만,
“아웃!”
세이프가 되기에는 한 발이 모자랐다.
아쉬움을 참지 못한 오석훈이 헬멧을 집어던졌다.
-여기서 병살타가 나오네요. 오석훈 선수 타석이었기 때문에 버팔로즈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울 것 같아요.
-많이 아쉽기는 하겠습니다만, 아직 1회니까요. 남은 이닝에서 충분히 좋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닝이 교대되고 다시 고지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몸이 풀린 고지훈이 2회 초에는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깔끔하게 막아주었다.
이어지는 2회 말.
박성주의 타석으로 이닝이 시작됐다.
펑!
“스트라이크!”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쉽게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틱!
이어지는 공에도 타이밍이 늦으며 제대로 된 타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늘 경기가 중요한 만큼 박성주 선수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이 정도 코스에는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는 선수거든요.
-압박감을 내려놓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펑!
“볼!”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을 흘려보내는 데 성공했지만,
후웅-
급격하게 스피드가 줄어들며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박성주는 고개를 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던 버팔로즈 팬들도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 * *
상위권 팀들의 맞대결답게 양 팀 선발 투수들과 수비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어느 팀도 홈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있었다.
7회 초 드래곤즈의 공격이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0:0 스코어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7회 말 버팔로즈의 공격 이닝이었다.
-이번 이닝 버팔로즈의 타순이 아주 좋습니다.
-그렇죠. 3번 타자 오석훈 선수로 시작해서 4번 타자 박성주 선수로 이어지니까요. 버팔로즈에서는 이번 이닝에서 승부를 걸어봐야 할 거예요.
“오석훈 안타! 오석훈 안타!”
버팔로즈 팬들은 간절하게 그의 안타를 기다리는 듯했다.
오석훈이 스윙을 몇 번 하고는 타석에 섰다.
아직 안타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인지 오석훈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투수가 첫 번째 공을 던지는데,
초구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오석훈의 배트가 힘껏 돌았다.
딱!
오석훈의 배트에 맞은 공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와아아아-”
-안타! 이닝의 선두 타자가 출루했습니다. 오석훈 선수가 깔끔한 안타를 터트렸습니다.
-초구부터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린 걸 보면 오석훈 선수가 이미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나온 것 같아요.
-역시 팀의 중심 타자가 꽉 막힌 팀 타선을 뚫어주네요.
동시에 드래곤즈 투수 코치가 타임아웃을 외치며 더그아웃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투수와 포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넸다.
-지금은 드래곤즈에서 분위기를 잘 끊어준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제 4번 타자 박성주 선수와 상대를 해야 하는데요. 드래곤즈 입장에서는 고민을 잘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박성주 선수는 지난해 홈런왕이기도 했고, 이번 시즌에도 32홈런을 때리면서 2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거든요. 언제든지 홈런을 터뜨려줄 수 있는 타자예요. 드래곤즈 입장에서는 한 방을 조심해야 할 겁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노 아웃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서 희생 번트를 해서 주자를 2루로 보내려고 할 것 같은데요. 타자가 박성주 선수이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서 고민은 될 거예요.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박성주가 타석으로 다가갔다.
“플레이 볼!”
경기는 다시 시작됐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포수에게 사인을 받고는 1루에 있던 오석훈을 흘끗 바라봤다.
오석훈은 언제라도 2루 베이스를 훔칠 기세로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투수는 1루에 있는 오석훈을 힐끔 쳐다보며 견제를 했다.
펑!
“세이프!”
펑!
“세이프!”
두 번 연속 견제를 해봤지만, 재빠르게 1루 베이스로 돌아가는 오석훈의 스피드가 만만치 않았다.
“야, 빨리하라고!”
“견제만 하다가 끝낼래!”
버팔로즈 팬들은 드래곤즈 투수를 향해 야유를 쏟아부었다.
드디어 투수가 박성주를 향해 첫 번째 공을 던졌다.
펑!
“볼!”
분위기가 주는 압박 탓인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다.
1 볼 0 스트라이크.
곧이어 투수가 두 번째 공을 던지는 순간,
오석훈이 2루 베이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2루! 2루! 2루!”
드래곤즈 포수도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당황하지 않고 공을 잡자마자 2루를 향해 힘껏 던졌다.
하지만 송구가 살짝 벗어나며 태그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세이프!”
2루심의 시그널을 확인한 포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포수가 피치아웃에 가깝게 바깥쪽 빠른 공을 요구한 걸로 봐서는, 오석훈 선수가 뛸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좋은 판단이었습니다. 만약 포수의 송구가 살짝 벗어나지만 않았더라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었을 만한 상황이었어요. 버팔로즈에 운이 조금 따라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노 아웃에 주자는 2루입니다. 1루 베이스가 비어있기 때문에 만약 여의치 않다면 박성주 선수를 거르고 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박성주 홈런! 박성주 날려버려!”
오석훈이 득점권으로 이동하자 버팔로즈 팬들은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2 볼 0 스트라이크.
볼 카운트가 이미 불리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포수는 사실상 고의사구로 내보내기 위해 완전히 박성주의 반대편으로 빠져 앉았다.
이를 확인한 투수가 힘껏 공을 던지는데, 생각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가까운 코스로 향하고 있었다.
타격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박성주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딱!
“와아아아-”
안타를 직감한 버팔로즈 관중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시원하게 뻗어나가던 타구는 우익수 나준호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수의 공에 힘이 가득 실려있던 탓에 아주 멀리 뻗어가지는 못했다.
오석훈은 3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홈까지 달려도 된다는 주루 코치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3루 베이스를 앞두고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구가 아주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오석훈 선수라면 홈까지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계속 달립니다! 오석훈 선수의 스피드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나준호 선수의 송구가 과연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번 승부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은데요!
“와아아아-”
“오석훈 달려! 달려!”
전력을 다해 달리는 오석훈을 향해 버팔로즈 관중들은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사이 나준호가 타구를 잡기 위해 앞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오석훈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3루 베이스를 밟고 이제 홈으로 향하려는데,
뚝!
낯선 소리와 함께 허벅지 뒤쪽에서 극한의 통증이 밀려왔다.
“아악!”
동시에 오석훈의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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