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피할 수 없는 맞대결 (2)
4위 재규어즈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다 보니 재규어즈 팬들의 설렘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기세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티켓 예매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모든 티켓이 매진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팬 중 한 명인 정인규가 직관하겠다는 열정으로 광클을 시도했는데 아쉽게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힘겹게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5위 유니콘즈와의 대결로 가을야구의 문을 열었다.
재규어즈는 국내 에이스 선발 투수인 양현재를 1차전 선발 투수로 올렸다.
이번 시즌 성적만 보면 마이클 스콧이 훨씬 뛰어났지만, 아직 와일드카드 같은 초단기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선발 순번을 조금 조정해 주었다.
만약 재규어즈가 와일드카드 1차전을 패배한다면 곧바로 2차전에 등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
초단기전이었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선취점을 뽑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애썼다.
유니콘즈 팬들은 기적 같은 5위의 역전을 기대했을 텐데, 역시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재규어즈의 에이스 양현재는 큰 경기의 경험이 많은 투수답게 배짱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정규 시즌보다 훨씬 힘을 들여서 투구를 한 덕분인지 구속이 2-3km/h 빨라졌다.
대신 투구 수가 90개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지친 기색이 느껴졌다.
양현재는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선취점은 6회에 터진 도널드 왓슨의 행운의 안타로 나왔다.
2아웃 주자 2루의 득점권 상황.
왓슨이 힘있는 타자였기 때문에 장타에 대비해서 유니콘즈 외야수들이 펜스에 가깝게 서 있는 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틱!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왓슨의 배트에 빗맞은 타구가 애매하게 떠올라 외야로 날아갔다.
만약 정상 수비를 하고 있었다면 큰 문제 없이 잡을 수 있을 만한 타구였지만, 너무 뒤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달려와야 했다.
뒤로 달려가는 내야수, 앞으로 달려오는 외야수 모두 잡기가 애매한 코스였다.
결국 타구는 그라운드에 떨어지며 안타가 되었다.
그사이 2루에 있던 주자는 여유 있게 홈 베이스를 밟았다.
“왓슨! 왓슨! 왓슨!”
드디어 터진 선취점에 재규어즈 팬들은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함성을 터트렸다.
7회로 넘어가면서 승부는 불펜 투수전으로 넘어갔다.
고작 한 점 차였기 때문에 승부의 결과를 아직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오늘 경기를 이겨야만 하는 유니콘즈는 물론이고, 1차전으로 승부를 마무리하려는 재규어즈도 모든 활용 가능한 불펜 투수진을 총동원했다.
상대 타자에 따라서 투수 교체를 가져가는 감독들의 지략 싸움도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모든 투수진을 쏟아부은 이유 탓인지 타자들이 안타를 쉽게 때려내지 못했다.
두 팀 모두 7회에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규어즈는 8회 초 유니콘즈의 공격까지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긴장감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제 8회 말.
만약 유니콘즈가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재규어즈의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이닝이었다.
재규어즈는 9회 초 수비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재규어즈 4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고, 5번 타자 도널드 왓슨이 희생번트를 대며 주자를 2루까지 보내는 데 성공했다.
2루 주자가 대주자로 교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짧은 안타에도 충분히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우- 후우-”
유니콘즈 투수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피칭을 이어갔다.
그리고 중요한 경기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 방은 역시 홈런이었다.
그 홈런은 도널드 왓슨에 가려 견제를 덜 받고 있던 서성민의 손에서 나왔다.
따악!
“와아아아-”
배트에 맞는 소리를 듣자마자 재규어즈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역시나 홈런을 예감한 서성민은 배트를 휘두르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호오오오옴런!”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자 재규어즈 관중들은 물론이고 더그아웃의 선수들은 거의 광분한 것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서성민! 서성민! 서성민!”
홈 베이스를 밟은 서성민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재규어즈 선수들은 격렬한 세리머니로 그를 맞았다.
결정적인 투런홈런으로 재규어즈가 점수 차를 0:3로 벌리며 승부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드디어 9회 초.
재규어즈의 마무리 투수는 3점의 조금은 여유 있는 점수 차이를 힘에 업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펑!
펑!
“스트라이크 아웃!”
세 개의 아웃 카운트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양현재의 호투와 도널드 왓슨, 서성민의 활약으로 재규어즈는 유니콘즈를 격파하며 한 경기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버팔로즈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재규어즈의 선발 투수는 마이클 스콧, 버팔로즈의 선발 투수는 고지훈이 예고됐다.
기다렸던 빅 매치에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야구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드디어 이 둘의 매치업을 보게 되는구나.
└클라이맥스에서 스콧, 고지훈 맞대결 보고 싶었는데, 그게 포스트시즌일 줄이야.
└시즌 내내 둘이서 로테이션 엇갈렸던 게 이번 경기를 위한 거였구나.
└과연 어느 팀이 이기려나. 포스트시즌이기도 하니까 투수전 가능성 높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재규어즈가 유리하지 않을까? 버팔로즈는 오석훈 빠진 이후로 힘 못 쓰던데.
└이러다 재규어즈가 업셋하는 거 아니냐.
└재규어즈 선발 원투펀치가 리그 최강이니까, 아예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듯한데.
└단기전이니까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그게 포스트시즌의 매력이지 ㅋㅋㅋ
└나는 두 팀 팬 아니라서 누가 이기는지는 관심 없고 그냥 명품 투수전 기대한다.
* * *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지는 날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그냥 우리 선수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보는 식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를 했다.
이닝이 끝나고 잠시 비는 시간에 보여줄 영상 제작도 진행했다.
그것 말고도 중간중간에 보여줄 광고를 유치하기도 했다.
덕분에 더 많은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방송을 준비할 수 있었다.
퀄리티는 아무래도 부족하겠지만, 방송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갖추게 됐다.
그리고 오석훈이 출연할 예정이라는 게 알려지자 여성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많이 아쉽긴 해도, 팬들과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대신 마이클 스콧이 치킨을 먹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기도 하는 데다 나도 궁금했지만, 이번에는 재규어즈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서 못 보는 게 훨씬 좋은 그림이었다.
오석훈은 물론이고 소영준, 최정환, 장수영이 출연할 계획이었다.
한교진은 나중에 1군 콜업이 되고 나서 출연하겠다며, 이번 라이브는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최우진은 고교 야구가 진행 중이라 참석할 수 없었다.
나와 정인규는 스튜디오에서 담당 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소영준이 조용히 다가왔다.
“이야, 작년하고는 차원이 다르네.”
소영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많은 스태프들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번에 준비 많이 했다. 작년에는 갑자기 하게 된 거라 어쩔 수 없었지만, 올해는 제대로 준비해서 보여드려야지. 지난번에 한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안 될 거야.”
나는 소영준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재밌는 게 많을 거야. 기대해도 돼.”
정인규가 소영준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에이전시가 매년 발전하고 있는 거 같아.”
“당연하지. 우리 선수들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는데, 에이전시도 그거랑 발맞춰서 나가야지.”
“근데 스태프들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한 거야? 작년하고 비교가 안 될 정도인데?”
“그럼. 카메라도 여러 대 써야 하고, 음향이나 조명도 해야 하잖아. 광고도 있어서 타이밍 잘 맞춰야 하고.”
“이 정도면 그냥 방송사 아니냐?”
“우리 스타플레이어 소영준 선수를 모시려면 방송사 급은 돼야지.”
“오오. 우리 대표팀은 정말 말도 잘해.”
소영준이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벅. 저벅.
등 뒤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조심스럽게 절뚝이며 다가오는 오석훈이 보였다.
“어, 석훈아. 나왔어?”
나와 정인규, 소영준은 급하게 다가가 오석훈을 부축했다.
“석훈이 고생하네.”
소영준이 힘겹게 걷는 오석훈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근데 이것도 적응하다 보니까 조금씩 괜찮아요.”
“언제쯤 괜찮아지는 거야?”
“이제 통증은 거의 없어서요. 지금부터 꾸준하게 물리 치료 받으면 아마 연초부터는 조금씩 훈련해도 괜찮지 않을까 해요.”
“그래도 다행이네. 고생이 많다.”
소영준이 오석훈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나는 소영준에게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영준아, 너도 조심해. 운동선수한테는 몸이 재산이잖아.”
“나는 뭐 많이 뛸 일이 없어. 우리 팀에서는 내가 안타 치는 거 아니면 점수가 많이 안 나거든.”
소영준의 미소에서는 쓴맛이 느껴졌다.
“그게 아니라도 유격수 포지션 자체가 무리해야 하는 포지션이니까.”
“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경기 전에 스트레칭도 열심히 할 테니까요.”
소영준이 굵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다시 오석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석훈아, 가서 편하게 앉아 있자.”
나는 오석훈을 부축해서 소파로 향했다.
방송 시간이 가까워지자 최정환과 장수영도 도착했다.
나는 두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먼저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오늘 경기와 관련된 데이터를 살펴보며 마지막까지 준비를 했다.
기존의 스포츠 방송과는 다르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할 계획이기는 해도, 구체적인 데이터를 숙지하고 있는 건 필요한 일이었다.
“자, 5분 뒤에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담당 프로듀서의 외침이 들리자 선수들이 하나둘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내 옆에 놓인 의자에 하나둘 앉았다.
작년에 비해 올해는 게스트가 한 명 늘어 다섯 명이나 되다 보니 자리가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다들 덩치도 큰 운동선수들이라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세팅을 마치고 보니 라이브 시간이 1분 앞으로 다가왔다.
또 한 번의 라이브 방송과 고지훈과 마이클 스콧의 빅 매치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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