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피할 수 없는 맞대결 (3)
“지금 라이브 시작합니다!”
담당 프로듀서의 사인과 함께 경기 시작을 30분 앞두고 방송이 시작됐다.
모니터 화면에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포스트시즌 라이브 방송, 많이 기다리셨죠?”
시작하자마자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댓글을 통해 팬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중계방송이랑 드림에이전시 라이브 두 개 켜놨다 ㅋㅋ 중계방송 소리는 OFF.
└와, 오석훈도 나왔어. 화면 자체가 밝아 보인다.
└근데 실제로도 카메라가 훨씬 좋아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확실히 다른 듯. 요새 드림 에이전시 SNS에 올라오는 영상들의 퀄리티가 초반하고는 비교가 안 돼. 카메라도 그렇고 편집 수준도 엄청 높잖아.
└그리고 카메라가 한두 대가 아닌 거 같은데? 선수별로 잡아주는 카메라까지 있어 ㄷㄷ
└작년은 거의 인터넷 방송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정규방송이라고 봐도 될 것 같네.
└아 ㅠㅠ 석훈아. 왜 거기 있는 거야. 경기장에 있어야지.
└오석훈을 이렇게 보니까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신 거 같은데요. 일단 우리 선수들 먼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선수들을 바라봤다.
“우선 작년 라이브에도 함께했던 선수들이죠. 소영준 선수, 장수영 선수입니다.”
“아니,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세트로 소개한다고요?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소영준이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동의를 구하듯 장수영을 바라봤다.
“작년에도 나오셨잖아요. 올해는 이해해 주셔야죠. 시간도 부족하고요.”
“하……. 한 시즌 쉬었다 나와야 하나. 너무 억울하네.”
└소영준 진심인 거 같은데 ㅋㅋㅋ
└그래, 내년에는 펠리컨즈도 포스트시즌 갑시다!!!
└펠리컨즈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면 인정!
이제 나는 오석훈과 최정환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우리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선수죠. 바로 버팔로즈의 오석훈 선수와 더블즈 최정환 선수입니다! 와아!”
나는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박수를 유도했다.
카메라 너머의 스태프들이 손뼉을 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방금까지 억울함을 한껏 드러냈던 소영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차게 손뼉을 쳤다.
“안녕하세요, 버팔로즈의 오석훈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인데요. 오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오석훈이 인사를 마치고 꾸벅 고개를 숙이자, 댓글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팬이에요. 정말 잘 생겼어요!!!
└남자긴 한데 솔직히 잘생긴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석훈 선수 다리는 괜찮나요?? ㅠㅠ 내년에는 볼 수 있는 거죠?
└햄스트링이라는 게 재발 가능성이 워낙 높아서……. 아마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보기 어려울 듯.
└언제든지 장타에 도루까지 해줄 수 있는 선수였는데, 이제부터는 어려운 건가 ㅠ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괜히 도루하다가 다시 부상당하면 경기 못 뛰는 타격이 훨씬 크잖아.
나는 빠르게 지나가는 댓글을 읽으며 질문을 던졌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고 계신데요. 오석훈 선수,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
“이제 통증은 없는 상황이고요. 겨울 동안 열심히 재활하고 훈련해서 내년 시즌에는 문제없이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오석훈 선수 파이팅! 잘할 수 있을 거예요!
└내년에 버팔로즈 한국시리즈 우승 가자!!!
└그리고 내년에 FA잖아. 훌훌 털어버리고 잘해서 메이저리그 가야지.
나는 이제 최정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다음은 더블즈의 굳건한 마무리 투수 최정환 선수죠.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최정환입니다.
최정환이 카메라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마무리 투수로 첫 시즌부터 28세이브를 기록했는데요. 소감이 어때요?”
“솔직히 나준호 선배한테 끝내기 홈런 맞고 힘들었는데요. 그게 정말 좋은 약이 됐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더 완벽하게 9회를 틀어막겠습니다.”
└덕분에 9회는 편안하게 봤어요, 고마워요.
└이대로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까지!!
└패스트볼이 시원시원해서 좋던데, 앞으로 160km/h까지 찍어주세요.
나는 시계를 보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제 오늘 경기 이야기도 해봐야죠. 재규어즈, 버팔로즈 팬이 아니더라도 모든 야구팬분들이 오늘 경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요.”
나는 한 템포 쉬는 동안 고개를 돌려 소영준을 향해 물었다.
“소영준 선수, 오늘 경기에서 양 팀 선발 투수들의 매치업이 정말 대박인데요. 두 투수를 상대해 보신 타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 고지훈 선배야 작년에도 말했다시피 타자 입장에서 너무 짜증이 나는 투수예요. 공이 너무 지저분해요. 똑바로 날아오는 공이 하나도 없고, 제구력이 좋아도 너무 좋아요.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이닝 소화도 많았잖아요. 그만큼 상대 타자를 힘들게 했다는 거죠.”
소영준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이클 스콧 선수는 어땠나요?”
“음……. 스피드도 있고 요즘에 변화구도 좋긴 한데, 뭐라고 할까. 타이밍이 뭔가 잘 맞는 느낌이 있어요.”
“마이클 스콧 선수가 이번 시즌에서 4실점을 한 경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상대가 바로 소영준 선수였죠?”
나의 한마디에 소영준이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제어하지 못하며 대화를 이어받았다.
“뭐, 다들 잘 아시겠지만 그랬죠. 경기 끝나고 보니까 제가 그날 스콧한테만 4타점을 기록했더라고요. 다른 선수들 중에는 그랬던 선수가 왜 없었을까요? 한 명쯤은 더 있을 법했는데.”
소영준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남아있었다.
“그 당시에 스콧 선수는 특히나 컨디션이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던 시기였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글쎄요……. 이유는 잘 모르겠고, 그냥 휘두르니까 넘어가던데요.”
소영준의 한마디에 옆에 있던 최정환과 장수영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냥 휘두르니까 됐대 ㅋㅋㅋ
└소속팀이 펠리컨즈인 것만 아니었으면 리그 폭격했을 거 같은데. 아쉽네.
└요즘 하는 거 보면 국가대표 선발도 가능할 거 같은데, 그때 기대해 봐야지.
└드림 에이전시 선수들만 모아놔도 공격력이 장난 아니겠는데 ㄷㄷ 기대된다.
“많이 재수 없긴 한데, 이미 경기장에서 보여준 선수라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네요.”
나는 최정환을 향해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럼 오늘 경기 결과가 어떨지 이야기 나눠보죠. 최정환 선수는 어느 팀이 이길 거라고 보세요?”
“하…….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제가 알기로는 고지훈 선배나 마이클 스콧 선수가 여전히 컨디션이 좋은 상황이라서요. 타선에서 홈런이 터져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재규어즈가 조금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오, 재규어즈요? 업셋이 가능하다고 보는 거네요?”
나의 물음에 최정환이 오석훈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버팔로즈 중심 타선의 짜임새에 조금 변수가 생겼잖아요. 단기전에서는 홈런 한 방이 아주 중요한데,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음……. 아쉽지만 그렇게 됐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후…….”
오석훈이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장수영 선수는 어때요?”
“저도 재규어즈 쪽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시즌 중에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3, 4번 중심 타선을 넘자마자 도널드 왓슨이랑 서성민 선배가 5, 6번에서 버티고 있으니까요.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쉽게 지나가기가 어려울 거예요.”
“오호 의외로 버팔로즈가 두 표를 받았어요. 소영준 선수는 어떤가요?”
나는 다시 소영준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저는 고지훈 선배가 더 까다롭더라고요. 항상 상대하면서 느끼지만, 공이 너무 지저분해서 정타를 만들기가 정말 어려워요. 특히나 컨디션 좋은 날은 살아 움직여서 들어오는 것 같다니까요.”
“스콧 선수는 안 까다롭고요?”
“뭐, 스콧 공은 칠 만하던데? 스콧이 잘 던지기는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홈런을 아예 못 칠 정도로 엄청난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에이, 진짜 너무하네.”
소영준의 한마디에 여기저기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보고 계신 팬분들 중에서 오해하실 수도 있으니까 말씀드리면. 소영준 선수랑 마이클 스콧 선수는 정말 친한 사이입니다. 영혼의 단짝이에요.”
최대한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해보려고 하는데,
“친한 거 빼고도 솔직히 그래요. 날아오는 공 보면서 타이밍 맞춰서 잘 휘두르기만 하면 넘어가더라니까.”
“아이, 진짜.”
└날아오는 공 보면서 타이밍 맞춰서 잘 휘두르기만 하면 된대 ㅋㅋㅋ 틀린 말은 아니네.
└다음 시즌에 스콧이 소영준 만나면 전력투구 해줘라 ㅋㅋ
└스콧! 160km/h까지 던져버려!!!
“마지막으로 오석훈 선수 생각까지 들어보고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데요. 오석훈 선수 생각에는 어느 팀이 이길까요?”
“저는…… 버팔로즈가 이겼으면 좋겠어요.”
오석훈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답했다.
“소망인가요? 아니면 이길 거 같다는 건가요?”
“이겨야죠. 우리 선수들이 꼭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줬으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여기 안에서도 예상이 많이 갈리네요. 그만큼 오늘 경기가 치열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경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이제 마무리하려는데, 소영준이 갑자기 끼어들어 나를 보고 물었다.
“잠깐, 대표님도 말씀하셔야죠. 누가 이길 것 같으세요?”
“저는…… 우리 선수들이 다 잘했으면 좋겠어요.”
“에이, 이런 식으로 넘어가시면 안 되죠. 무조건 한 팀이 이겨야 끝나는 건데. 어서 한 팀 골라보세요.”
그때, 카메라 너머에 있던 담당 프로듀서가 손으로 끝날 시간이 되었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광고를 봐야 해서요. 잠시 후에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함께 보면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금방 돌아올게요.”
마지막 말을 끝으로 화면이 바뀌고 광고가 재생됐다.
나의 대답을 듣지 못한 소영준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선수들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경기를 보며 대화를 이어갈 차례였다.
* * *
오후 6시 30분.
드디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3위 버팔로즈의 홈경기였기 때문에 재규어즈의 공격이 먼저 진행됐다.
“자, 드디어 경기 시작합니다!”
고지훈이 마운드로 다가가고 있었다.
-와아아아-
-고지훈! 고지훈! 고지훈!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버팔로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느껴졌다.
“포스트시즌이라 그런 걸까요? 팬분들의 응원이 훨씬 커진 것 같아요.”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고지훈을 포함한 버팔로즈 선수들은 각자 수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재규어즈 1번 타자가 타석에 서며 시작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플레이 볼!
심판이 우렁찬 콜과 함께 손짓으로 시그널을 보냈다.
드디어 고지훈이 첫 번째 공을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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