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은밀한 유혹 (3)
“지금 당장 갈게요!”
특종이라는 한마디에, 통화가 끝나자마자 이수민이 달려왔다.
통화를 마친 지 고작 1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직 동네가 낯설어서 어디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가장 만만한 패스트푸드점이었다.
내가 햄버거를 사오자마자 이수민이 질문을 던졌다.
“특종이라는 게 뭐예요?”
“일단 좀 드시고 하시죠.”
“무슨 얘기인지만 먼저 말해줘 봐요.”
이수민은 햄버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얼굴만 쳐다봤다.
“뭐일 거 같아요?”
“현우 씨! 나 지금 진심이에요.”
목소리만으로도 조바심을 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제가 아는 선수가 승부조작 권유를 받았어요.”
“네? 승부조작이요?”
이수민의 목소리가 절로 커졌다.
순간 아차 싶었는지 뒤늦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살폈다.
“정말인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알아낸 정보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줬다.
“지금까지 정확하게 확인된 건 여기까지예요.”
“이미 진행된 건 아니고요?”
“100%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그렇긴 한데요. 혹시 모르죠. 제가 아직 모르고 있는 건지.”
“그럼…… 이건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말해줘 봤자 믿을 것 같지도 않은데.
“그건 아직 비밀입니다. 제보자는 보호해줘야 하잖아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출처이긴 한 거죠?”
승부조작 이야기를 꺼내놓고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었다.
“그건 의심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검증이 충분히 끝난 거거든요. 만약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다 책임질게요.”
“음……. 그렇다면 믿어야죠. 현우 씨인데.”
내 단호한 표정에 이수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드세요. 햄버거 다 식겠네요.”
나는 이수민에게 어서 먹으라고 손짓하며 햄버거를 한 입 먹었다.
그러다 문득 이수민이 들고 있는 햄버거를 보니 내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사이즈였다.
“근데 그걸로 되겠어요? 애들이 먹는 거 같은데.”
“사실 점심 먹다가 왔거든요.”
“아, 그럼 다 드시고 오시지 왜 이리 서두르셨어요?”
“특종이 있다는데 밥이 편하게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도 쉬운 직업은 아니네요.”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딨겠어요? 그런데…… 혹시 다른 매체에도 제보하실 건 아니죠?”
“당연하죠. 이수민 기자님이 계신데. 대신 이 조건 하나만 들어주세요.”
“뭔데요?”
“이번 주 안에 무조건 해결해야 해요.”
“네?”
“만약 그게 어렵다면 다른 곳에도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어머, 말도 안 돼.”
이수민이 헛웃음을 터트리다가, 진지한 내 표정을 보고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먹고 있던 햄버거를 내려놓았다.
“음……. 이번 주요? 무조건 해야 한다는 거죠?”
“네. 무조건이요. 가능하겠어요?”
사실 이런 제보를 듣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확답한다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한번 해보죠.”
이수민이 수첩을 넘겨보며 말했다.
“그럼 이주호라는 사람에 대해서 확실한 건 이름 뿐인 거네요?”
“그런 셈이죠.”
“이름은 확실한 거죠?”
지금까지 정보창의 내용이 틀린 적이 없었다.
이름은 더더욱.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수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 말이 잘못 나왔네요. 틀림없다는 말이었어요.”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미소로 이 상황을 넘겼다.
* * *
사무실에 도착한 이수민은 곧바로 팀장실로 향했다.
평소에는 혼자 취재를 마친 다음 기사를 컨펌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승부 조작은 국내 프로야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만큼 엄청난 이슈였다.
만약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실수로라도 포함된다면, 기사를 쓴 기자는 물론이고 회사까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이었다.
야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열성적인 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으리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이번 보도는 한 치도 오차 없이 완벽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했다.
똑. 똑. 똑.
-들어오세요.
안에서 대답이 들리자 이수민은 조심스럽게 팀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수민 씨. 무슨 일이야?”
“팀장님. 급하게 보고할 게 있어서요.”
“갑자기 무슨 보고?”
“제가 지금 엄청난 제보를 받아서요.”
“엄청난 제보?”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잠시 후, 이수민이 설명을 마쳤다.
“정말 확실한 거지? 승부 조작은 어설프게 건드릴 사안이 아니야.”
“그럼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강현우 씨잖아요.”
“음……. 그렇긴 한데, 조금 고민해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만 가지고는 짧은 시간 안에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던 팀장은 마침내 결심한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활용할 수 있는 건 다 지원해줄 테니까. 제대로 한번 붙어봐.”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머지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스포츠팀. 하던 일 다 멈추고 바로 회의 준비해!”
“어……? 네!”
갑작스러운 팀장의 외침에 밖에 있던 팀원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사이 팀장은 수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김 팀장. 지금 급하게 좀 봐야겠는데, 자리에 있지?”
이내 팀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오케이, 바로 갈게. 어디 가지 말고 자리에 있어.”
통화를 마친 팀장은 곧바로 수트 상의를 챙겨입더니 뛰어나가듯 밖으로 향했다.
“우리 팀 전부 사회부랑 미팅하러 갈 거야. 최대한 빨리 챙겨서 따라와!”
그 말에 이수민도 급히 팀장을 따라나섰다.
* * *
그날 밤. 나는 이수민과 다시 만났다.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내 질문에 이수민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지금 저희 회사 사회부에서 취재 진행 중이에요. 관련된 자료는 업데이트되는 대로 보내줄 거예요.”
“오! 빠른데요?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뭘요. 아참. 경찰 쪽에도 연락했어요.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괜찮겠죠?”
“저야 환영이죠.”
그때였다.
위이잉-
이수민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수민이 전화를 받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벌써 도착하셨대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예요!”
오기로 한 경찰을 발견했는지 이수민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다가왔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잘못한 건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양 형사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수민이 먼저 그 남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현우라고 합니다.”
나 또한 인사를 보냈다.
“반갑습니다. 서울청 광역수사대 양동수 경위입니다.”
그러면서 내게 악수를 청하는 양동수 경위.
일부러 힘을 주며 악수를 하는지 악력이 만만치 않았다.
아쉽게도 야구 관계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그의 머리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바쁜 상황이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얘기는 어느 정도 듣고 왔습니다.”
“그전에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뭐죠?”
내 질문에 양동수가 날 힐끔 쳐다봤다.
“브로커와 접촉은 했지만 돈도 받지 않고 아직 승부 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공범이 아니라면 처벌은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만약 선금은 받았지만 실행하지 않고 돌려줬다면요?”
혹시 최정환이 돈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글쎄요.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는데요. 돈이 오고 갔다면 처벌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그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요?”
“범인을 검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선처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나쁜 놈을 잡아보시죠.”
최정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말이죠.”
갑자기 양동수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저희 쪽에서도 여러 경로로 첩보를 입수하고 있습니다만. 말씀해주신 사람과 관련된 건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스포츠 이외에도 다 뒤져봤지만 한 건도 없었어요.”
“한 건도 없다니요? 그럴 리가 없는데. 이주호 씨로 확인하신 거 맞나요. 이. 주. 호 씨요.”
“맞게 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확보하고 있는 정보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뜻밖의 대답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번엔 제가 하나 여쭤보죠. 강현우 씨는 어떤 증거를 가지고 그분이 범인이라고 제보하시게 된 겁니까?”
“그게…….”
이걸 어떻게 해야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날 정보창에서 봤던 또 다른 내용이 뇌리에 떠올랐다.
-최근 비밀리에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최근에 시작한 탓에 아직 정보가 없던 게 분명했다.
“아! 사이트를 최근에 개설해서 자료가 없을 거예요!”
“최근이라……, 그럼 그 말씀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현재로선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잠시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양동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양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강현우 씨. 지금 당신이 던진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봤습니까?”
“그게…….”
“만약 얼굴이 알려지신 분이 아니었다면, 아무 증거도 없이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하신 거라고 간주했을 겁니다.”
말을 마친 양동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그게…….”
나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반박할 말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
상황이 묘하게 꼬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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