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내년을 위한 준비 (1)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시즌이 마무리되고, 나는 각 구단들과 연봉협상을 진행했다.
소속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최정환과 장수영을 시작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평균자책점 2.20에 28세이브를 기록한 최정환.
초반에 흔들렸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마무리 투수로서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더블즈 팀이 흔들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최정환이 지키는 9회만큼은 확실했다.
1억 3천만 원에서 거의 100% 가까이 인상된 2억 3천만 원으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평균자책점 2.03에 21세이브를 기록한 장수영의 연봉협상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4억 원을 받았던 지난 시즌에서 1억 원 인상해서 5억 원으로 계약을 완료했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소영준의 연봉협상.
김석원 펠리컨즈 단장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번 협상에서는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이번에도 연봉 조정 신청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를 하고 있었다.
타율 0.289에 25홈런 85타점을 기록했는데, 단순 지표만 봐도 지난 시즌 0.268 16홈런 68타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작년 시즌과 다르게 초반에 부진의 시기가 없다 보니 모든 세부 데이터도 훨씬 좋아졌다.
성적이 좋았다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이었고, 중요한 건 펠리컨즈에서 어느 정도 연봉을 제안하느냐였다.
지난 시즌 소영준의 연봉은 연봉 조정 신청으로 받게 된 1억 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소영준의 연봉협상은 김석원 단장이 아닌 펠리컨즈 운영팀장이 대신 진행했다.
김석원 단장의 최종 결재를 거치기는 하겠지만, 그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펠리컨즈 운영팀장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먼저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운영팀장이 결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인지 협상의 키를 쥐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 연봉보다 더 높은 수준을 불렀다.
1억 원에서 200% 인상된 3억 원을 제안했다.
작년의 상황을 돌아보면 말도 터무니없는 제안처럼 보였지만, 지금 팬들의 여론은 김석원 단장이 아닌 우리 편이었다.
혹시라도 또 한 번 연봉 조정 신청까지 하게 된다면 김석원 단장의 경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영준의 FA가 어느새 2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좋은 협상의 키가 되어주었다.
운영팀장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다른 협상과는 다르게 진행 속도가 아주 느렸다.
다행인 건 지난 시즌처럼 삭감이나 동결 제안을 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번에도 10위를 거둔 건 마찬가지지만 소영준의 성적이 월등하게 좋았기 때문이겠지.
여러 번 만나 의견을 조율한 끝에, 최종적으로 150% 인상된 2억 5천만 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 시즌에 연봉 조정 신청까지 거쳐서 힘겹게 3천만 원을 올렸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엄청난 변화였다.
버팔로즈가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하는 순간부터 오석훈과 박성주의 연봉협상도 진행됐다.
지난 시즌 오석훈의 연봉은 3억 5천만 원, 박성주는 3억 3천만 원이었다.
오석훈은 부상 직전까지 타율 0.336 13홈런 28도루 85타점을, 박성주는 타율 0.293 35홈런 104타점을 기록했다.
두 시즌 연속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내년에 FA 계약을 앞두고 있었던 탓에, 버팔로즈 구단에서는 첫 제안에서부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들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느껴졌다.
혹시라도 두 선수가 국내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받게 될 보상 금액을 높이려는 전략이기도 했을 테고.
최종적으로 오석훈과 박성주는 5억 5천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FA가 아닌 상황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었다.
이미 FA 계약을 체결한 나준호와 고지훈은 따로 연봉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성적에 관계 없이 높은 연봉을 보장받은 상황이었지만, 이번 시즌 성적을 보면 두 선수와 FA 계약을 체결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제 남은 팀은 마지막까지 한국시리즈를 치르던 재규어즈였다.
도널드 왓슨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니 재규어즈와 논의할 부분은 없었고,
마이클 스콧과 서성민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대폭 인상이 확실했다.
조만간 조광훈 재규어즈 단장을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 * *
한국시리즈가 마무리된 다음 날.
오랜만에 에이전시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시즌도 마무리된 데다 연봉협상도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이라 바쁠 일이 없었다.
오석훈과 박성주를 포함한 소속 선수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어제까지 시즌을 치렀던 재규어즈 소속 선수들만 제외하고 말이다.
도널드 왓슨과 마이클 스콧 그리고 서성민 모두 오늘 에이전시로 오기로 한 상황이었다.
에이전시 숙소 마당에는 왓슨의 딸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치지 않고 뛰어주는 루피가 딸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나는 올리비아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리비아, 벌써 시즌이 끝났어요. 당분간 야구 없이 지내야 한다는 게 정말 아쉽네요.”
“그러게요.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날씨가 추워지네요.”
올리비아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 느껴졌다.
“한국 생활은 만족스러우셨어요?”
“물론이죠. 이제 이곳을 떠난다는 게 너무 슬퍼요.”
“저도 올리비아를 보낸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에 종종 놀러 와야겠어요. 이제 기본적인 한국어는 할 수 있거든요.”
“오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우리 선수의 가족인데 당연히 나가서 제가 맞아들여야죠.”
나의 한마디에 올리비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 왓슨이 내년에 좋은 팀을 찾을 수 있겠죠?”
“물론이죠. 왓슨이 보여준 성적을 생각하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 구단이 한둘이 아닐 거예요.”
“정말 다행이네요.”
올리비아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딩동. 딩동.
드디어 기다리던 벨소리가 들렸다.
“파파!”
아빠가 왔음을 예감한 왓슨의 딸이 대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온 왓슨에게 안겼다.
왓슨은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딸을 번쩍 들어 올려 안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왓슨 뒤로는 마이클 스콧과 서성민이 보였다.
나는 세 선수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다들 고생 많았어요.”
“마이 보스, 너무 아쉬워요. 우승까지 하고 마무리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스콧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번 시즌에 이 정도 한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작해서 한국시리즈까지 간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내가 어깨를 두드려주자 그제야 스콧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리고 시선을 서성민에게로 옮겼다.
“성민 선배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대표님 덕분에 제가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아봤습니다.”
“이번 시즌에 최고의 6번 타자셨잖아요. 이제 재규어즈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이기도 하고요.”
서성민이 개인적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건 물론이고, 6번에서 활약을 해주었기 때문에 5번 타자였던 도널드 왓슨이 더욱 빛날 수 있기도 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나는 마이클 스콧, 도널드 왓슨, 서성민과 함께 시즌의 긴장감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 *
나는 도널드 왓슨과 함께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
“왓슨, 개인적으로도 올해 시즌이 만족스러웠죠?”
“정말 재밌는 야구를 해본 것 같네요. 아마 한국이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해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왓슨이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에요.”
왓슨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보낸 것은 물론이고, 어떠한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한 시즌을 마무리했다.
왓슨이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는 내가 그와 했던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그리고 우리 회사랑 제휴된 스카이코퍼레이션에서 이미 왓슨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었고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계약을 제안할 계획이에요.”
“메이저리그 팀이랑 계약을 말하는 거죠……?”
“그럼요. 하루라도 빠르게 구단을 찾아서 계약을 해야 시즌 준비를 할 수 있을 거잖아요.”
“음…….”
예상하고 많이 다르게 왓슨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혹시 특별하게 원하는 게 있어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서요.”
“마음에 걸리는 게 뭔데요?”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왓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년 시즌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게 맞을까요?”
“네?”
예상하지 못한 한마디에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네요. 이제 막 적응했는데 다시 무대를 옮긴다는 게 아쉬워서요.”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지 않아요? 이번 시즌 정도 성적이면 충분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을 텐데.”
계약 규모의 문제일 뿐, 왓슨이 내년 시즌에 메이저리그를 뛸 수 있으리라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렇긴 하죠. 그런데 우리 가족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얼굴이 정말 편해 보였거든요. 그 모습을 보니까 저도 마음이 놓이고.”
“아……. 그렇죠.”
한국에서는 시즌 중에 수없이 원정 경기를 다니는 동안에도 왓슨이 가족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어렵네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걸지 모르겠어요.”
나는 잠시 시간을 주며 왓슨의 생각이 정리되기를 기다려봤지만,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한참 동안 그 표정을 보고 난 후에 말문을 열었다.
“왓슨은 한국에 남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큰 것 같아요.”
“그런 걸까요?”
“분명히 왓슨이 한국 무대에 진출하겠다고 결정할 때는 반드시 1년 후에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단순히 생각해도 메이저리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 무대에 남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거고요.”
“그렇죠.”
“그런데도 결정하기 어렵다는 건, 한국에 남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크다는 의미 아닐까요? 메이저리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고민스러울 정도로?”
“음…….”
왓슨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왓슨은 한국 무대에서 1년 더 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스콧 또한 잔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콧이 풀타임 선발 투수로 경기를 소화한 건 이번 시즌이 처음이었으니,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난 후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내년에 우승까지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드러냈다.
무엇보다 스콧은 내년에도 아직 20대 중반으로 어린 선수니 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었다.
두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는 한 시즌을 미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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