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내년을 위한 준비 (2)
이번 겨울에는 FA 선수가 없었던 탓에 연봉협상만 진행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대신에 이번에는 내년 시즌에 메이저리그 계약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내년 시즌이 마무리되면 오석훈과 박성주가 FA가 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지금 국내 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 선수가 이적 시장에 나오는 셈이기 때문에 역대급 FA 계약이 탄생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자유계약 선수이다 보니 오석훈과 박성주는 자유롭게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도널드 왓슨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준비해야 했다.
아무리 한국 생활에 만족을 하고 있다 해도, 언제까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리고 최고의 선발 투수로 발돋움한 마이클 스콧도 빠트릴 수 없지.
만약 풀타임 선발 2년 차 시즌에도 이번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는 것 자체로도 훌륭한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느 구단에 갔을 때 더 적합할 것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국내 야구 구단이 10개인 반면에 메이저리그 구단은 30개나 되다 보니, 단순히 계산해도 세 배가 복잡한 일이었다.
이 모든 내용은 우리 에이전시의 제휴 회사인 스카이코퍼레이션과 시즌 중에도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스카이코퍼레이션 김상욱과 미팅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김상욱과 항상 만나던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났다.
“강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김상욱은 역시나 젠틀하게 나를 맞았다.
나는 김상욱과 악수를 나누고 마주 앉았다.
-도널드 왓슨의 대형 계약이 가능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큰 계약을 위해 마지막까지 기다릴 계획이다.
스카이코퍼레이션에서는 당연히 왓슨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상욱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화를 시작했다.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왓슨 선수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확실히 뛰어난 선수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문의해오는 구단이 한두 군데가 아니더군요.”
“아, 잠시만요.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떤 거죠?”
“도널드 왓슨 선수가 이번 시즌에는 한국 무대에 잔류하고 싶다고 해서요.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 시즌 미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김상욱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네? 당장 메이저리그 구단 여러 곳에서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였는데요? 오늘 자료도 드릴 계획인데, 그중에는 빅마켓 팀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얘기는 대형 계약이 가능할 거라는 의미인데요.”
“왓슨 선수가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있고, 재규어즈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뚜렷해서요.”
“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대표님께서 설득을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국내 무대에서 우승을 경험해 보는 것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왓슨 선수가 아주 어린 선수도 아니라서, 한 시즌이 더 지나면 몸값이 예상보다 더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내년 시즌에 왓슨 선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거잖습니까.”
100% 맞는 말이긴 하지.
도널드 왓슨도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니까 1년 차이가 계약 총액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선수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이라서요.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싶습니다.”
“후……. 역시 강현우 대표님이 보통 사람은 아니긴 한 것 같습니다. 눈앞에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하실 텐데요.”
김상욱이 깊은숨을 내쉬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대신에 내년에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완벽하게 매니지먼트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대표님은 왓슨 선수가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음……. 알겠습니다. 강 대표님이 직접 말씀하시니 믿고 기다려봐야죠.”
김상욱이 표정에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나는 김상욱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내년 시즌이 끝나고 도널드 왓슨 선수에 오석훈 선수, 박성주 선수가 동시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거네요?”
“마이클 스콧 선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죠. 지금 국내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들이 동시에 움직이게 되겠군요. 버팔로즈랑 재규어즈 쪽에서는 가슴이 철렁하겠는데요?”
김상욱의 표정에서 설렘과 흥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미국 쪽 반응은 어떤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우선 도널드 왓슨 선수에 대해서는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사실 실력이야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검증이 끝난 선수인데, 그동안 지적됐던 경기력 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었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많아서요. 메이저리그 계약은 무난하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이클 스콧 선수는요?”
“스콧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잖습니까. 내년에도 올해 같은 성적을 내준다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스콧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그럼 오석훈, 박성주 선수는요?”
“두 선수에 관해서도 관심은 많은 게 분명합니다. 나이로만 판단해도 내년 시즌이 끝나더라도 선수로서 전성기를 달릴 시기니까요. 다만,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긴 상황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검증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서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확실하게 성공한 사례는 여럿 있지만, 타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오석훈과 박성주가 선례가 되어 주어야 했다.
“음……. 그럼 내년에 있을 국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오, 그렇다면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에이전시에서도 준비를 잘 해보겠습니다.”
내년 시즌은 물론 국제 대회를 잘 치르기 위한 대비까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김상욱이 잠시 말꼬리를 흐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오석훈 선수가 얼마 전에 부상을 당했잖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이제까지의 오석훈은 20도루 20홈런이 가능할 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재발 가능성이 높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으니 상당한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 * *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기분 좋은 뉴스를 볼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는데 무조건 재계약해야지.
└2년 차까지만 해도 진짜 당장 잘려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그사이에 정말 바뀐 게 많네.
└솔직히 강현우가 조광훈한테 호흡기 달아준 거나 다름없지 않냐? 마이클 스콧이랑 도널드 왓슨 아니었으면 한국시리즈 문턱도 못 밟아봤을 텐데.
└한국시리즈는 둘째치고 계약 기간을 다 채울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지.
└이게 팩트긴 하다 ㅋㅋㅋ
조광훈 단장과는 친분을 넘어 충분한 신뢰까지 쌓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서 나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재규어즈 관련 일이 아니라더라도 지난번처럼 협상 진행에서 필요한 일을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조광훈에게서 연락이 왔다.
식사 대접을 할 테니 내일 밤에 시간을 비워달라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협상을 하기 위해서 조광훈 단장과 만나기도 해야 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음 날 저녁,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춰 조광훈 단장이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그곳은 고급 한우집이었다.
외관만 봐도 상당히 비쌀 거라고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여기서 파는 소고기는 엄청 비쌀 거 같은데.
나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조광훈이 기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 똑. 똑.
종업원이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어주자, 기다리고 있던 조광훈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일어난 조광훈은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았다.
“강 대표, 어서 와. 오는 데 거리가 좀 있었지?”
“시간은 좀 걸리긴 했는데, 정말 멋진 곳인데요?”
“여기가 유명한 데라서 말이야. 안 그래도 강 대표 한번 데려오고 싶었어.”
“감사합니다.”
나는 조광훈과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누었다.
-좋은 조건으로 단장직 재계약을 맺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내년 시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어서 앉아.”
조광훈이 손으로 자신의 반대편 자리를 가리켰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단장님, 재계약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고마워. 이게 다 강 대표 덕분이야.”
“별말씀을요.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번에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건 드림 에이전시 덕분이지. 하하하.”
조광훈이 실내가 울릴 정도로 호탕하게 웃었다.
곧이어 종업원이 소고기를 가지고 들어왔다.
내가 고기를 굽기 위해 집게를 집으려고 하자,
“강 대표, 그거 이리 줘.”
“제가 굽겠습니다.”
“어허, 이리 주라니까. 오늘은 내가 대접하는 거야.”
“아니, 그래도 저보다 어른이신데…….”
“어서 줘.”
조광훈은 내가 들고 있던 집게를 뺏어가듯 가져갔다.
그러고는 직접 소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고기가 불판에 올라가는 순간, 듣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판 위의 고기에서 육즙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강 대표, 많이 먹어. 부족하면 얼마든지 더 시켜도 되니까 배 터지게 먹어보자고.”
조광훈이 나에게 잘 익은 소고기 한 점을 건넸다.
“단장님, 잘 먹겠습니다.”
“어서 먹어. 어서.”
조광훈은 끊임없이 손짓을 보냈다.
나는 고기를 집어 입 안에 넣어보는데,
“오, 정말 맛있네요. 씹는 식감부터 달라요.”
“그렇지? 여기 고기가 기가 막히거든.”
“단장님이 고기 굽는 스킬도 좋으신 거 같은데요?”
“내가 이래 봬도 고기 굽기 장인이야. 하하하.”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야구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번에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니까, 모기업에서 뭔가 나서주신다는 얘기 없었나요?”
“안 그래도 말이야. 제대로 지원해 줄 생각인가 봐. 이번에 재계약하면서 사장님이 내년에 우승 한번 노려보자고 하시더라고.”
조광훈의 얼굴에서는 설렘이 한껏 느껴졌다.
일단 지금 타이밍에 조광훈에게도 소식을 알려볼까?
“단장님, 제가 빈손으로 올 수는 없어서 선물을 하나 드리려고 하는데요.”
“갑자기 선물을? 뭔데?”
조광훈이 한껏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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