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다시 찾은 그곳 (1)
우리가 탄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괌에 도착했다.
올해도 역시나 괌 하늘은 보는 것만으로 푸르름이 느껴졌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차가운 바람을 맞다가 따뜻한 기운을 느끼니 더욱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지난번과 다름없이 렌트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버스에서 따뜻한 햇볕을 맞으니 노곤노곤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의 여유를 즐겼다.
잠시 후, 드디어 버스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나는 곧바로 버스에서 내려서 화물칸에 있는 선수들의 짐을 꺼냈다.
가장 먼저 내려온 선수는 소영준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소영준은 걸음을 잠시 멈추더니 두 팔을 쭉 벌리며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내가 여기를 다시 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 후우- 후우- 공기부터 너무 아름다운 곳이야.”
“영준아, 공기는 이따가 마시고 어서 가져가.”
나는 펠리컨즈 로고가 붙은 캐리어 두 개와 장비 가방을 그에게 건넸다.
“나는 확실히 괌 스타일인 거 같아. 여기 오니까 몸이 날아갈 것 같네.”
나에게 짐을 건네받은 소영준은 몇 걸음을 걸어가다 말고 또 한 번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황홀함을 한껏 느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오석훈이 박성주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버스에서 내려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달려갔다.
“석훈아, 불편한 데 있어?”
“이제 괜찮아요. 성주가 너무 오버하는 거예요. 충분히 혼자서 다닐 수 있어요.”
오석훈이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우리 팀 보물인데. 혹시라도 다치면 안 된단 말이야.”
박성주는 오석훈의 반응에도 관계없이 그의 어깨를 부축해 주었다.
“훈련하다가도 안 좋다 싶으면 바로 얘기해. 지금 시기에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씩씩하게 대답하는 오석훈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다음으로는 고지훈과 최우진에 이어 나준호와 서성민, 최정환과 장수영도 버스에서 내렸다.
마지막으로는 마이클 스콧과 도널드 왓슨 그리고 왓슨의 가족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올리비아,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가장 편한 자리를 올리비아에게 주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게 쉬울 리는 없었다.
“별말씀을요, 정말 좋아요. 무엇보다 오랜만에 영어 표지판을 보니까 새롭네요. 한국어가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어도, 영어가 더 편한 건 사실이거든요.”
올리비아가 힘든 기색 없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아하, 그렇네요. 올리비아는 여기가 더 편한 곳이겠네요.”
“그럼요. 여기서는 우리 가족을 걱정해 주지 않아도 돼요. 다들 영어 잘하거든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그렇게 우리 에이전시 식구들이 모두 버스에서 내렸다.
화물칸에 실려있는 짐이 모두 비워졌음을 확인하고는 나도 숙소로 들어갔다.
마당에 모여 있는 선수들의 앞에는 정인규가 서 있었다.
그러고는 종이 한 장을 들어 올리며 말을 시작했다.
“미리 예고한 대로 2인 1실로 방 배정이 되어있고요. 방 번호 확인하시고 들어가시면 되겠습니다.”
“네!”
“자, 그럼 다들 들어가셔서 짐 정리하시고 한 시간 후에 여기서 다시 모이겠습니다.”
“네!”
선수들이 씩씩하게 답하고는 각자 짐을 들고 하나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정인규는 짐을 들고 들어가려는 소영준과 눈을 마주치자 그에게 다가갔다.
“소영준 선수, 오늘 컨디션 괜찮죠? 간단하게 몸 푸는 정도로만 훈련할 건데?”
정인규가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물었다.
그러자 소영준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정인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코치님, 나 오늘 훈련 빡세게 할 겁니다.”
“응? 네가?”
소영준의 한마디에 정인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작년에 이 자리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놀라울 수밖에.
“나 이번에 괌에서 화끈하게 놀 거거든. 그래서 훈련할 때 제대로 할 거야. 그래야 내년에도 여기 와서 즐길 수 있을 거 아냐. 대표님, 내년에도 자유시간 늘려주는 거 동의하죠?”
소영준이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작년 성적보다 더 잘할 수 있지?”
“그럼. 내년에는 타율 3할도 한번 해봐야지. 홈런 치는 것도 짜릿하긴 한데, 타석에 들어설 때 타율 3할이라고 딱 찍혀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더라고.”
“타율 3할에 20홈런 때려내면 내년에도 장난 아니겠는데?”
나는 소영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렇게 해야지. 아니 무조건 그렇게 만들어야지, 여기 괌이 얼마나 놀기 좋은데.”
“너 여기서 놀고 싶어서 커리어 하이 찍으려는 거 같다?”
“아주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야. 내가 지금 이 시기 아니면 언제 괌에서 놀아보겠어. 여기는 날씨부터 바다까지 나를 위해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후우- 맑은 공기 봐.”
소영준이 두 팔을 벌려 숨을 들이마시며 답했다.
“이러다가 골든글러브까지 타는 거 아닌가 몰라.”
“까짓것 그것도 타보지 뭐. 선수 생활하면서 찍어볼 수 있는 곳은 다 찍어봐야지.”
“정말 좋은 각오다. 이대로만 하면 충분히 받을 거야.”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나저나 나 쉬는 날 우리 대표님이랑 코치님도 같이 놀러 가자. 오랜만에 진한고끼리 뭉쳐봐야지.”
소영준이 나와 정인규를 번갈아 보며 어깨동무를 했다.
“됐어 인마. 훈련 준비해야지 우리가 컨디션 떨어져 있으면 선수들이 훈련을 잘할 수 있겠어?”
“매일 그렇게 야구 생각만 하면 삶에 재미가 있냐? 한 번씩 미친 듯이 놀아줘야 야구가 더 할 맛 나지.”
“야구만 해도 충분히 재밌던데?”
나의 한마디에 소영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너네들은 학교 다닐 때도 재미없었어. 놀 줄을 모르는 거 같아. 나랑 한번 놀아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질 텐데 말이야.”
“다음에 한번 가자. 궁금하긴 하네.”
“내일 바로 갈래?”
소영준이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아니 이번에 말고 진짜 휴가로 왔을 때.”
“됐다. 내가 뭘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소영준이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들어가자. 짐 정리해야지.”
나는 정인규, 소영준과 함께 짐을 나눠 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 * *
잠시 후, 선수들이 모두 모이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야구장 전체를 우리가 예약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의 방해도 없이 우리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충분히 몸 풀어줍시다. 날씨가 따뜻하기는 해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니까요.”
정인규의 리드에 맞춰 선수들은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몸을 풀어주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진지하게 임했는데, 그중에서도 오석훈이 가장 눈에 띄었다.
부상 이후로 스트레칭을 하는 데 훨씬 집중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충분히 몸을 풀어주고 난 다음으로는 운동장을 돌 차례였다.
모두가 함께 달리기 위해서 줄을 맞춰 섰다.
“자, 이제 출발합시다!”
정인규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정인규와 함께 맨 앞에서 선수들과 함께 달렸다.
조금씩 속도를 높여가며 달리려는데,
“아자아자 열심히 달려보자!”
소영준이 과하게 높은 텐션을 보여주며 가장 앞으로 치고 나갔다.
“다들 이 따스한 햇볕을 느끼세요! 여기 아니면 맞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두 팔을 펼친 소영준은 선두로 달리며 행렬을 리드했다.
“인규야, 영준이 기분이 상당히 업된 것 같다.”
“그러게. 얘가 작년하고는 또 달라졌네.”
나와 정인규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소영준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 바퀴를 맨 앞에서 달리더니 소영준은 갑자기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가장 뒤에서 달리고 있던 최우진 옆으로 다가갔다.
“우진이, 더 뛰어야지. 이러다가 뒤처지겠어.”
“헉. 헉.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근데 다들 왜 이렇게 빠르게 달려요?”
최우진이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답했다.
“투수는 러닝을 많이 해야지. 지치지 마, 할 수 있어!”
기분이 더욱 업 된 소영준이 최우진의 등을 밀어주며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모두가 페이스를 잃지 않고 3km를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몇몇 선수들은 몇 바퀴를 더 달려 거의 5km 가까이를 달리고 나서야 멈춰 섰다.
물을 마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정인규가 앞에 섰다.
“오늘은 가볍게 이 정도만 할 거고요. 내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고생 많으셨고요. 오늘은 여유 있게 푹 쉬세요.”
선수들은 손뼉을 치며 공식 훈련의 마무리를 알렸다.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박성주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괌에 왔는데 들어가기 전에 족구 한판 하고 가죠.”
“성주야, 너 해도 괜찮겠어? 이번에도 헛발질만 하다가 끝날 거 같은데?”
나는 박성주를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저 연습 많이 했어요. 작년하고 같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치실 거예요.”
박성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성주야, 너는 야구 잘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사람이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잖아.”
오석훈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진짜 달라졌다니까 그러네. 다들 모르게 연습 많이 했다고요.”
박성주가 표정에서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성주 실력이 얼마나 늘었나 확인이나 해볼까?”
“오케이, 한 명 확보.”
박성주는 나를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을 설득하러 돌아다녔다.
그러다 지나가던 소영준과 눈이 마주쳤다.
“영준이 형, 같이 해요!”
박성주가 지나가던 소영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나중에 하자. 나 들어가서 웨이트 더 해야 해서.”
소영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 오늘 훈련 끝났잖아요. 내일부터 시작이에요.”
“나 이번에 자유시간 두 배야. 그거 다 즐기려면 오늘부터 훈련해야 해.”
“에이, 그래도 잠깐 하는 건 괜찮잖아요.”
“미안, 나중에 하자.”
소영준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박성주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영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물었다.
“저 형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아시는 분?”
“영준이랑 스콧은 빼줘야 할 것 같아. 아마 많이 바쁠 거야.”
나는 박성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데려왔다.
소영준과 스콧을 제외한 우리는 팀을 나눠 족구를 시작했다.
박성주의 호언장담이 과연 진짜일지가 궁금했는데.
작년보다 미세하게 나아진 건 사실이었지만, 구멍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사이 소영준과 마이클 스콧은 웨이트 트레이닝 장에서 미친 듯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악!”
운동복이 이미 흠뻑 젖은 것은 물론이고 괴성을 지르며 모든 근육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작년보다 훨씬 늘어난 자유시간을 확실하게 불태우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드림 에이전시의 두 번째 전지훈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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