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다시 찾은 그곳 (2)
전지훈련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모두 모여서 기본적인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한 이후에 체력훈련으로 돌입했다.
오전에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시작했다.
선수들이 시즌을 마치고 떨어진 체력을 다시 높이는 과정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즌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였기 때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훈련이었다.
전지훈련 초반에는 체력훈련 위주로 진행하다가, 일주일쯤 지나서부터는 조금씩 기술 훈련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기술 훈련에 돌입하면서부터는 투수조와 야수조로 나누어서 훈련을 진행했다.
내가 타자조 훈련을 맡았고, 정인규가 투수조 훈련을 진행했다.
타자들의 훈련은 타격으로 시작했다.
괌까지 피칭 머신을 가져오기는 어려워서 내가 공을 직접 던져야 했다.
내가 몸을 푸는 동안 소영준이 타석에 서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충분히 몸을 푼 다음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탕!
“오우, 나이스 볼!”
탕!
“지금 스윙 너무 좋았다!”
소영준이 날려보낸 타구를 보니 자연스럽게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20개 정도 스윙을 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소영준의 스윙은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일 때와 크게 다름없이 날카로웠다.
나는 잠시 어깨를 쉬어주기도 할 겸 소영준에게 다가갔다.
“영준아, 타격 컨디션이 아직도 살아있는데?”
“하……. 중심이동할 때 느낌이 살짝 달라진 거 같은데?”
소영준이 다시 스윙하는 자세를 취해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날아가는 각도나 힘 실어서 보내는 거나 다 좋아 보이는데?”
“확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좀 다른 것 같아. 지난 시즌에 진짜 좋았을 때 느낌을 찾아야 할 텐데 말이야.”
“그럼 스콧한테 던져달라고 해야 하나?
“그래야겠다. 스콧 공이 배팅볼로 딱 좋거든.”
소영준이 당장이라도 스콧을 불러오려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못 살겠다. 어서 들어가서 다른 훈련해.”
나는 소영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그를 돌려보냈다.
곧이어 박성주와 나준호, 서성민, 도널드 왓슨이 타석에 섰다.
서성민은 왼손 타석에서 10개, 오른손 타석에서 10개의 타격을 했다.
모든 타자들의 타격 훈련을 마치자 나는 팔이 빠질 것처럼 힘들었다.
각자에게 공을 20개씩만 던져줘도 나는 100개나 던져야 했으니까.
다음번 전지훈련에는 피칭 머신을 가져올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반대편 경기장에서는 투수조가 가볍게 캐치볼을 하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두 명의 선수들이 짝을 지어 서로에게 공을 던져주었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어깨를 풀어주는 데 집중했다.
거기에 고지훈이 지난 훈련 때 투수들에게 알려주었던, 제구력과 밸런스를 강화하는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잠깐 휴식하다가 다시 훈련 이어가겠습니다.”
정인규의 한마디에 선수들이 편하게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에 최우진이 고지훈에게 다가가 물었다.
“선배님, 저 체인지업 던지는 법 알려주실 수 있어요?”
“체인지업? 구종 추가하려고?”
고지훈이 최우진을 보며 물었다.
“지금 던지는 구종만 가지고는 어려운 상황이 꽤 있더라고요. 던질 수 있는 구종이 하나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 던지는 구종이 슬라이더 커브지?”
“네, 맞아요.”
“두 개 다 각이 큰 변화구니까, 체인지업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긴 하네.”
고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제가 오른손 타자한테 조금 약한 편인데요. 왼손 타자한테는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데, 오른손 타자한테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없어서 힘들더라고요. 슬라이더를 백도어로 던져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던데요. 실투가 나오는 경우도 많고요.”
“아무래도 그렇지. 그건 프로 선수들한테도 어려운 거니까.”
고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선배님처럼 체인지업 던지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
“나도 언더핸드 유형이라서 왼손 타자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면서부터는 승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어. 아마 우진이한테도 어울리는 구종이 될 것 같아.”
“네, 지금 저한테 딱 필요한 구종인 것 같아요.”
최우진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고지훈이 발걸음을 옮기더니 공을 두 개 들고 돌아왔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을 던질 때랑 똑같은 투구 폼에 똑같은 팔 스윙 스피드로 던지는 게 가장 핵심이야. 타자가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니까.”
최우진은 고지훈의 설명을 토시 하나 놓치지 않을 기세로 집중했다.
“그리고 체인지업은 낮은 코스로 던져야 해. 패스트볼보다 구속이 느리다 보니까 높은 코스로 날아가면 장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어. 그래서 반드시 낮게 던지도록 연습해야 해.”
“네. 명심하겠습니다.”
최우진이 고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고지훈이 자신의 서클 체인지업 그립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공을 이렇게 잡으면서 던지고 있어. 체인지업도 정확하게 파고 들어가면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이렇게 잡고 던지면 슬라이더랑 반대 방향으로 휘어지거든. 그러면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유리하기도 하고, 손목에 무리도 적은 편이기도 하고.”
“오호. 딱 제가 원하는 구종이에요.”
“직접 한번 잡아봐.”
최우진이 고지훈의 손가락 위치를 보며 똑같이 공을 쥐어보았다.
“이렇게 쥐면 될까요?”
“기본은 이건데, 직접 던져보면서 가장 편한 그립을 찾아가 봐. 우진이 손에 가장 잘 맞는 게 있을 거야.”
“네.”
최우진이 그립을 이리저리 바꿔보며 답했다.
“그럼 한번 던져봐. 자세 봐줄게.”
“오, 정말요? 바로 준비할게요.”
최우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공을 잡고 투구 자세를 취했다.
고지훈은 최우진의 옆에 서서 그의 피칭을 지켜봤다.
심호흡을 몇 번 고른 최우진은 고지훈이 알려준 그립으로 바꿔 잡고는 공을 던졌다.
펑!
펑!
펑!
최우진이 세 번을 던져보는 동안 고지훈은 그의 투구 폼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잠깐만.”
고지훈의 한마디에 최우진이 피칭을 멈췄다.
“우진아. 지금 다른 건 다 좋은데, 문제는 손목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 공을 손바닥에 더 가깝게 잡아봐. 그럼 더 힘을 뺄 수 있을 거야.”
“의식하면서 던진다고 던졌는데, 이게 아닌가 봐요.”
최우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지훈을 바라봤다.
“체인지업은 연습이 정말 많이 필요한 구종이니까. 아마 제대로 손에 익게 만들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거야.”
“근데 제가 체인지업을 잘 던지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수 있겠죠?”
“확실히 큰 도움은 될 거야. 그리고 지금 막 알려줬는데 이 정도면 감각이 있는 편인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연습하면 다음 시즌에 실전에서 던져봐도 괜찮을 거 같아.”
“오, 정말요?”
“다시 던져봐. 방금 말했던 부분을 계속 생각하면서.”
“네!”
최우진의 피칭이 다시 시작됐고, 고지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의 투구 폼을 지켜봤다.
공 하나를 던지고 나면 곧바로 고지훈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 모습을 본 최정환도 고지훈에게 변화구 전수를 받으며 함께 훈련을 이어갔다.
* * *
오석훈은 실내 훈련장에서 이주혁과 함께 재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었다.
햄스트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무리를 하게 될 수도 있어서 따로 훈련하기로 했다.
박정준 교수가 직접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덕분에 오석훈의 상황에 가장 맞는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재활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경기 전에 스트레칭도 평소보다 집중해서 한다면 햄스트링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석훈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전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얼마 전에 스카이코퍼레이션의 김상욱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왔던 이야기였지.
분명히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나는 타자조의 훈련을 마무리하고 오석훈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악! 으윽!”
훈련장에 가까이 다가가니 고통스러움이 가득 담긴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만 듣고 있는데도 내 몸이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다친 후에 재활을 한다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나는 훈련이 마무리될 때까지 옆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석훈아, 잠깐 쉬었다 하자.”
잠시 후, 이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우- 후우- 후우-”
오석훈의 거친 호흡도 들려왔다.
그제야 나는 발걸음을 옮겨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석훈아, 주혁 씨. 훈련 잘되고 있어요?”
“대표님 오셨어요?”
이주혁이 나를 먼저 발견했다.
오석훈과도 눈이 마주쳤는데, 거친 숨을 고르느라 인사를 건넬 여유는 없어 보였다.
“재활 훈련이 힘들지?”
“후우- 진짜 힘들어요. 진짜 다시는 안 다칠 거예요.”
“고생이 많다. 금방 좋아질 거야.”
나는 오석훈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러고는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석훈아, 내년 시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하는데.”
“네. 헉헉.”
오석훈이 가쁜 숨을 힘겹게 내쉬며 나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플레이 스타일을 조금 바꿔보는 건 어떨까?”
“어떤 식으로요?”
“이제부터는 스피드를 활용한 플레이는 어려울 거잖아. 혹시라도 다시 부상이 올 수 있으니까 구단에서도 자제시킬 가능성이 높고.”
“그렇죠…….”
“그리고 아무래도 햄스트링 부상이라는 게 재발 가능성이 높은 편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서.”
“후……. 그럼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스피드가 빠르다는 게 제일 확실한 강점이었는데. 그게 없어지면 경쟁력을 잃는 건 아닐까요?”
오석훈의 표정에는 걱정스러움이 진하게 내려앉았다.
“이제부터는 타격에만 집중해 보자. 석훈이 네 타격 능력 정도면 지금보다 충분히 타율을 더 올릴 수 있을 거야.”
이제 오석훈에게 3할 타율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만약 타격 자체에만 집중해서 타율을 지금보다 높여서 3할 5푼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도루는 아예 포기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20홈런 20도루는 한번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오석훈이 실망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20도루는 어렵겠지만, 20홈런은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리고 기본적으로 스피드는 좋으니까 2루타는 자주 나올 테고.”
“음…….”
여전히 아쉬움이 느껴지는지 오석훈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주혁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주혁 씨 생각은 어때요?”
“석훈이가 당장 지금도 한 시즌에 홈런을 10개 이상 때려줄 수 있는 선수니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훈련 방식도 바꾸는 게 좋을까요?”
오석훈이 나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해왔던 거랑은 달라질 필요가 있지.”
“…….”
내 말을 들은 오석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오석훈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이 말씀해 주신 거니까 맞는 말이겠죠. 말씀해 주신대로 준비해 볼게요.”
“석훈아 고맙다. 훈련 프로그램은 인규 코치가 완벽하게 세팅해 줄 거야.”
나는 오석훈의 어깨를 다시 한번 두드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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