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다시 찾은 그곳 (3)
두 번째 전지훈련이다 보니 훈련 과정이 작년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정인규가 만든 탄탄한 훈련 프로그램은 선수들이 모두 만족할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게다가 전지훈련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까지 해주다 보니 더욱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석훈도 조금씩 타격과 수비 훈련을 시작했다.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정인규가 오석훈에게 맞는 프로그램까지 뚝딱 만들어주었다.
소영준과 마이클 스콧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지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신에 평소 훈련하는 동안에는 과할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쉬는 날이 작년보다 많았음에도 훈련 성과만큼은 훨씬 좋았다.
이번 훈련을 진행하면서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자유시간을 부여했는데, 자발적으로 추가 훈련을 하거나 족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어느덧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 10일 차가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우진이 나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혹시 제가 타자 선배들한테 볼 던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요?”
“배팅볼 던지고 싶어?”
“이번에 고지훈 선배한테 체인지업 배웠는데요. 혼자서만 연습하다 보니까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혹시 타자 선배들이 괜찮으시면 한번 테스트해 보고 싶어요.”
“배팅볼이 아니라 실전 피칭처럼 해보고 싶다는 거지?”
“네.”
최우진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번에 배운 거면 연습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지훈 선배님이 꽤 괜찮은 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던질 때 느낌이 좋은데, 이게 진짜 통하는지가 궁금해요.”
최우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가득 느껴졌다.
“오호. 그래, 한번 해보자. 타자들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까.”
“나이스!”
최우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행복함을 드러냈다.
나와 최우진 옆을 지나가던 마이클 스콧이 우리의 대화를 알아들었는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마이 보스, 나도 던져볼래요.”
“스콧, 컨디션 괜찮아? 무리할 필요는 없어. 피칭은 천천히 해가도 되잖아.”
“지금 컨디션 충분히 좋아요. 전력투구만 안 하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했거든요.”
나의 걱정스러운 눈빛과는 다르게 스콧의 표정은 밝았다.
“대신에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바로 얘기해야 해.”
“오케이, 마이 보스.”
스콧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답했다.
“포수는 제가 보겠습니다.”
한교진이 어느새 포수 장비를 갖춰 입고 다가와 있었다.
“이제 우리 에이전시에 프로 포수까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네요.”
나의 한마디에 한교진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워밍업 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타자들 데려올게요.”
내가 자리를 떠나자, 최우진은 한교진과 함께 불펜 피칭장으로 이동해 실전 피칭을 위한 워밍업에 들어갔다.
최우진의 표정에서는 설렘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 * *
정인규와 이주혁이 타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마운드를 세팅하는 동안, 나는 타자들에게 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박성주, 소영준, 서성민, 도널드 왓슨이 배트와 장비를 들고 경기장으로 나왔다.
오석훈은 다른 훈련장에서 재활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어느새 워밍업을 마친 최우진과 한교진이 마운드와 홈 베이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온 소영준이 마운드에 선 최우진을 보며 말했다.
“오, 우진이랑 대결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수천고 에이스 실력이 어떤지 한번 봐볼까?”
“선배 저 봐주셔야 해요. 아직 학생이에요.”
“에이, 야구에 학생이 어딨어.”
소영준이 최우진을 향해 익살스러운 미소를 날렸다.
그사이 선수들이 다 모이자 나는 손뼉을 한 번 치고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타격 훈련을 진행할 건데요. 참고로 우진이가 변화구도 섞어서 던질 거예요. 투구 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제 판단에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멈추게 하겠습니다.”
“네.”
최우진과 함께 타자들이 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누가 먼저 타격해 보실래요?”
“제가 먼저 해볼게요. 우진이랑 한번 해보고 싶었어.”
가장 먼저 배트를 들고 나온 선수는 박성주였다.
배트를 힘차게 몇 번 휘두르고는 타석으로 다가갔다.
“오오, 버팔로즈 4번 타자랑 붙어본다.”
이 모습을 본 최우진은 입을 벌리며 흥분을 드러내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박성주가 타석에서 준비하는 동안 나는 최우진에게 다가갔다.
“우진아, 지금은 전력투구로 던지면 안 되는 거 알지? 아무리 컨디션 좋아도 무조건 여유 있게 던져야 해.”
“물론이죠. 몸에 무리 안 되게 하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세요.”
나는 최우진이 씩씩한 답을 듣고 난 후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타석에 선 박성주의 입가에는 미소가 여유 있게 흐르고 있었다.
한교진이 최우진에게 사인을 보냈다.
최우진은 실전 경기 마운드에 선 것처럼 눈빛을 반짝였다.
그리고 이제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리며 첫 번째 공을 던졌다.
박성주는 첫 번째 공은 때릴 생각이 없었는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
펑!
“스트라이크!”
주심이 없기 때문에 한교진이 직접 콜을 외쳤다.
“와. 방금 공이 정말 스트라이크였다고?”
박성주가 지나간 공의 궤적을 지켜보고는 입을 떡 벌린 채로 한교진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걸쳐 들어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한교진의 답에는 확신이 느껴졌다.
“장난 아닌데?”
“선배, 제가 연습하면서 우진이 공 받아봤는데요. 쉽게 보시면 안 될 거예요.”
“오, 그래? 재밌겠는데.”
아직까지 박성주의 입가에 미소는 그대로였다.
이제 두 번째 공.
펑!
“볼!”
이번에는 날아오다가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박성주는 배트를 살짝 움직이려다가 급하게 멈춰 세웠다.
1 볼 1 스트라이크.
이제 세 번째 공.
최우진은 한교진의 사인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그립을 바꿔 잡았다.
높은 패스트볼이 날아오자 박성주의 배트는 힘차게 돌았다.
틱!
빗맞은 타구는 뒤로 날아갔다.
1 볼 2 스트라이크.
“와, 제대로 맞추기가 힘드네.”
어느새 불리한 카운트로 몰리게 되자 박성주의 표정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진 공.
이번에도 패스트볼이라고 판단하자 박성주는 배트를 힘껏 돌렸다.
하지만 공은 날아오다가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들며 박성주에게 먼 코스로 떨어지고 있었다.
후웅-
배트가 완전히 돌고 난 이후에야 공이 미트에 박혔다.
“스트라이크 아웃!”
한교진이 우렁차게 콜을 외쳤다.
“이야! 나이스 피칭!”
이를 지켜보던 선수들이 입을 떡 벌리며 손뼉을 쳤다.
“나이스!”
최우진은 마운드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즐거워했다.
반면, 박성주는 얼떨떨할 표정으로 공이 지나간 궤적을 다시 살폈다.
“방금 던진 공 뭐야?”
“이번에 서클 체인지업 배웠는데요. 처음으로 던져봤어요.”
최우진이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투구폼도 패스트볼이랑 완전히 똑같고, 떨어지는 각도도 큰 편인데?”
여전히 박성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던 한교진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진이 패스트볼 구속이 여기서 조금만 더 빨라지면 아마 공략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아요.”
“다시 한번 하자. 제대로 해야겠어.”
고개를 끄덕이던 박성주가 승부욕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내며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소영준이 박성주에게 외쳤다.
“성주야, 일단 나와.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많아.”
“선배, 한 번만 더 해볼게요.”
아쉬움이 가득한지 박성주는 타석을 떠나지 못했다.
“한 바퀴 돌고 나서 해. 우진이 투구 수 제한 있다잖아.”
결국 소영준이 다가와서 그를 데리고 나왔다.
“후- 내가 우진이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
박성주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타석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도널드 왓슨의 타순이 돌아왔다.
왓슨이 배트를 휘두르며 타석에 섰다.
“와, 내가 메이저리거랑 대결을 해보다니.”
마운드에 있던 최우진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한교진의 사인을 받으면서부터는 실전 경기를 하는 것처럼 눈빛이 돌변했다.
최우진의 손을 떠난 공은 왓슨에게서 먼 쪽으로 가는 듯하더니 날카롭게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었다.
펑!
“스트라이크!”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아웃코스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데 성공했다.
왓슨이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놀란 기색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공.
최우진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날 정도로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해 보려고 한 것 같은데.
공은 생각보다 높지 않게 날아가고 있었다.
이를 놓치지 않은 왓슨이 배트를 힘껏 돌렸다.
따아악!
타구는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갔다.
“오오오!”
지켜보던 선수들이 탄성을 내뱉으며, 날아가는 공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
최우진은 자신의 실수를 직감했는지 글러브로 입을 가린 채로 날아가는 공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타구는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홈런!”
왓슨은 배트를 들어 올리며 잠시 즐거움을 드러내고는 마운드로 다가갔다.
“Choi, 공이 정말 좋아. 실투만 아니었으면 충분히 스트라이크 아웃이었을 거야.”
“괜히 메이저리거가 아니네요.”
왓슨은 감탄을 멈추지 못하는 최우진에게 엄지를 보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곧바로 이어서 소영준과도 대결을 펼쳤다.
최우진은 이번에도 변화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던지며 테스트했다.
소영준이 볼은 골라내고 스트라이크는 커트해 내며 승부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파울 홈런까지 치며 실전 경기나 다름없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결국 체인지업에 배트를 헛돌리며 삼진 아웃을 당했다.
곧이어 서성민과의 대결과 함께 박성주와의 재대결도 곧바로 이어졌다.
구석을 찌르는 공은 인상적이었던 반면에, 종종 실투가 나오는 바람에 안타를 맞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영준이 다시 타석에 들어서려고 하자 나는 손을 흔들며 멈춰 세웠다.
“우진이는 이제 여기까지 하자. 오늘 이것보다 더 던지면 무리일 것 같아.”
“벌써 그렇게 됐어요? 조금 더 던져봐도 괜찮을 거 같은데?”
최우진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감춰지지 않았다.
“우리 전지훈련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몇 번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야.”
“더 연습해서 다음번에는 다 삼진 잡아봐야지.”
최우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번 피칭으로 최우진이 또 한 번 성장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이클 스콧이 하얀 이를 드러내는 미소와 함께 마운드로 다가왔다.
“이제는 마이 턴. 다 같이 신나게 놀아보자고.”
“오케이, 스콧 상대로는 내가 먼저 나가야지!”
소영준이 기다렸다는 듯 들고 있던 배트를 가지고 튀어나왔다.
“오우, So. 안 그래도 다시 대결하고 싶었어.”
스콧도 눈빛을 반짝이며 소영준을 바라봤다.
경기장 밖에서는 둘도 없는 절친이지만, 야구장에서는 상대 선수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스콧이 마운드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동안, 소영준은 타석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냥 연습 타격일 뿐인데 마운드와 타석에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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