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준비는 끝났다 (1)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다음 시즌의 전망에 관한 내용이었다.
주로 많은 기사의 비중을 차지한 선수는 오석훈과 박성주 그리고 한교진이었다.
오석훈은 부상을 당한 이후에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펼쳐질 FA 시장의 최대어라는 것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였다.
└지금도 타격 실력은 국내 톱클래스인데 여기서 집중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건가?
└몸을 많이 키운 거 같던데? 스피드를 살리기 어려우니 내년에는 장타로 승부 보려는 듯.
└그럼 이제 20 홈런 20 도루 달성은 못 보는 건가 ㅠ
└이전처럼 스피드를 보여주는 건 솔직히 어려울 것 같고, 대신에 시원시원하게 장타 때려주는 거 보는 맛도 괜찮겠지.
└근데 괜히 벌크업했다가 햄스트링 부상 재발하는 거 아니냐??
└그냥 벌크업만 하면 그럴 수 있는데, 밸런스 좋게 몸 만들면 충분히 괜찮을걸?
└야, 강현우랑 버팔로즈에서 그거도 모르고 있겠냐. 다 알아서 잘하겠지.
└만약 이번 변화가 성공하면 예상대로 FA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네.
└내년에 정말 메이저리그 갈 수 있을까?
└국내 야구팬으로는 진출했으면 좋겠는데, 버팔로즈 팬으로서는 그냥 남아줬으면 좋겠다 ㅠㅠ
오석훈과 함께 이번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박성주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느 팀으로 가더라도 4번 타자를 맡을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가진 데다, 내년 시즌을 마치더라도 30대 초반이기 때문에 나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보니 모든 구단이 탐낼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오석훈에 박성주까지 FA라니……. 최소 총액이 100억 원은 넘어갈 텐데. 버팔로즈에서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둘 다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유력한 썰쟁이에 의하면 다른 에이전시랑 컨소시엄 해서 준비 중인데, 이미 몇몇 구단에서는 집중 관찰 중이라고 함.
└3, 4번 타자 빠져나가면 버팔로즈는 답이 없는데 ㄷㄷㄷ 우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하는 건 얼마든지 응원해 주고 싶은데,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동시에 떠나는 건 버팔로즈한테 너무 하잖아 ㅠㅠ
└이번만큼은 버팔로즈 모기업 차원에서 나서야 할 것 같다. 평소 예산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듯.
└아무리 모기업에서 나서도 메이저리그랑 돈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을 것 같은데?
└대신에 이기려면 초장기 계약이라도 때려야지. 메이저리그에서 6년 이상 제안할 가능성은 낮잖아.
이에 못지않게 한교진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갑자기 한교진에 관한 내용이 많이 등장한 이유는 마이클 스콧 덕분이었다.
마이클 스콧도 편안함을 느끼는지 이번 시즌부터 한교진과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추기로 했다.
에이전시 전지훈련을 하는 동안 한교진이 직접 공을 받아주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친해졌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교진은 본인이나 마이클 스콧이 부상을 당하거나 타격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는 게 아니라면 1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한교진, 이름 오랜만에 듣네. 입단할 때는 자주 들었던 거 같은데, 최근에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군대 갔다 왔을걸. 전역하자마자 드림 에이전시 들어갔음.
└포수 유망주로 드래프트에서도 상위 지명받았던 거 같은데. 몇 년째 성장이 없는 건가?
└원래 포수 포지션이 성장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데뷔하고 4-5년 만에 1군 라인업으로 올라올 정도면 훌륭한 거지. 게다가 마이클 스콧이 전담 포수로 같이 하겠다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근데 스콧이 굳이 전담 포수를 두는 이유가 뭐냐? 작년에는 그때그때 맞춰서 했던 거 같은데.
└스콧 공이 기본적으로 빠르고 제구도 정교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포수가 놓치는 경우가 많았음. 그리고 볼 배합에서 호흡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고.
└그리고 한교진이 타격으로는 2군 폭격했어. 주자 견제도 좋고. 참고로 도루 저지율 4할에 팝 타임 1.8초 중후반 찍힘.
└그럼 이제까지 왜 1군에서 안 썼던 거지? 타격 툴만 봐도 충분히 본전 뽑을 거 같은데.
└입대 전까지는 프레이밍이랑 블로킹이 별로였음. 그렇다고 지명타자로 쓰자니 반쪽짜리라 가치도 떨어지고.
└그럼 그냥 포지션 변경하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포수를 고집하나 몰라.
└원래 포수 보던 애들이 포지션에 애착이 많잖아. 구단에서 변경하라고 해도 못 받아들이고 은퇴한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모든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만큼이나 우리 에이전시의 다른 선수들도 주목받았다.
특히 소영준과 최정환의 인터뷰도 펠리컨즈와 더블즈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소영준이 작년에 보여줬던 수비에다가 타격에서 3할 20홈런까지 해주면 유격수로는 국내 원 톱 아닌가?
└그렇게만 되면 골든글러브 줘야지.
└소영준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팀이 펠리컨즈 라는 거 ㅠ 다른 팀 선수였으면 커리어 자체가 달라졌을 텐데.
└트레이드는 본인이 거절했다고 해도 FA 때는 제발 다른 팀으로 가라. 펠리컨즈 팬들도 인간적으로 이해해 줄 거야.
└더블즈는 다른 건 몰라도 이제 9회는 편하게 본다. 최정환이 마무리 투수로 전환한 건 신의 한 수였다.
└150km/h 넘는 패스트볼 던지는 거 보고 있으면 시원하다는 건 인정. 그냥 가운데로 패스트볼 던져서 헛스윙 삼진 잡아낼 때는 속이 뻥 뚫린다.
└지난 시즌 보니까 패스트볼 제구는 완전히 잡혔다고 봐도 되겠던데? 이 정도면 국가대표 팀 승선은 거의 확실할 수밖에 없다.
└근데 솔직히 150km/h 중후반 패스트볼 하나만 믿고 세이브 기록하는 건 한국이니까 가능한 거지. 다른 나라 선수들한테는 익숙한 구속이야. 변화구 없이는 분명히 얻어맞을걸.
└뭐 다 안 된대. 이번 시즌에 발전시켜가면 되는 거지. 그럼 지금 우리나라 리그 어린 선수 중에 마무리 투수로 최정환보다 더 잠재력 보여주는 선수는 누가 있는데?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우리 선수들과 관련된 기사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도널드 왓슨이 다음 시즌에는 얼마나 화려한 성적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과연 이번 시즌의 우승을 거머쥘 팀은 어디일지도 주요 관심사였다.
리그 3연패를 노리는 울프스와 최근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드래곤즈는 물론이고, 오석훈과 박성주의 FA 로이드의 혜택을 받게 될 버팔로즈, 한국 무대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을 마이클 스콧과 도널드 왓슨의 재규어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2월을 지나 3월에 접어들자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한 구단들이 하나둘 귀국길에 올랐다.
* * *
시범경기를 앞둔 어느 날.
나는 오석훈과 함께 박정준 교수를 찾았다.
오석훈이 지난겨울부터 지금까지 재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도 했고 훈련하는 동안 통증을 느끼지도 않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법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박정준의 표정에서 어느 정도 답을 예상할 수 있었다.
“석훈이 이번에 재활 훈련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박정준이 오석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교수님, 저 재활 훈련하는 동안 진짜 힘들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미치도록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아주 훌륭해.”
박정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번에는 내가 물음을 던졌다.
“그럼 이제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해도 괜찮을까요?”
“일단 지금 몸 상태는 부상당하기 전하고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아.”
“휴우- 다행이네요.”
나는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대신에 햄스트링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알고 있지? 괜찮다가도 경기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통증이 올라올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해.”
“알겠습니다.”
“훈련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칭 충분히 하는 거 절대로 잊지 말고. 이제는 무리해서 플레이하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어. 승부욕이 발동하면 쉬운 일이 아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조절해야 해.”
박정준은 걱정스러움을 숨기지 않으며 신신당부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오석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박정준이 이번에는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강 대표님이 구단 코치한테 이야기해서, 혹시라도 석훈이가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충분히 휴식을 달라고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구단에서도 도와줘야 하는 일이니까.”
“제가 잘 전달해두겠습니다.”
내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안심이 됐는지 박정준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석훈이 내년에 메이저리그 갈 수 있도록 해봐야지.”
“후- 저도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오석훈이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즌에 부상 없이 잘 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박정준이 오석훈을 향해 깊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와 오석훈은 진료가 끝나자 박정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 * *
나는 오석훈과 함께 에이전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오석훈의 걷는 모습에서는 조금의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석훈아, 몇 달 동안 재활하느라 고생 많았다.”
“후- 진짜 다시는 안 다칠 거예요. 재활이 훈련보다 몇 배는 더 힘드네요.”
오석훈이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 경기 전에 준비할 때 스트레칭 잘하고, 경기하면서도 몸조심하면 큰 문제 없을 거야. 그리고 혹시라도 시즌 중에 몸이 지친 것 같으면 바로 얘기해야 해. 한 경기라도 더 뛰는 것보다 안 다치고 풀타임 소화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네, 꼭 이야기할게요.”
내가 주기적으로 정보창을 확인하면서 관리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는 편이 훨씬 나을 테니까.
나와 오석훈이 병원 문을 나서려고 하는데,
“어!”
무언가에 내 다리가 부딪치는 느낌이었다.
쿵.
누군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아!”
분명히 어린아이가 내뱉은 소리까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나와 부딪친 한 아이가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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