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변화의 시작 (4)
2 아웃, 주자는 아무도 없는 상황.
오석훈의 타석에서 득점권에 주자가 없다는 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팀 배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냥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었으니까.
오석훈은 생각을 정리하며 배트를 쥐었다.
유격수 위치에 서 있는 소영준도 반짝이는 눈빛으로 날아올 공에 집중했다.
상대 투수가 와인드업을 시작하자, 오석훈의 배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틱!
하지만 타이밍이 살짝 빨랐던 탓에 아슬아슬하게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아아.”
버팔로즈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석훈의 표정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오석훈 선수의 타구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습니다.
-충분히 위협적인 타구가 나왔을 만한 스윙이었습니다. 펠리컨즈 배터리가 신중하게 승부를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투수도 이를 의식하고 있는지 표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두 번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많이 벗어난 높은 코스로 향하고 있었다.
펑!
“볼!”
하지만 오석훈의 헛스윙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했다.
1 볼 1 스트라이크.
투수가 이어지는 공을 던지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힘이 들어갔는지 아까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더 벗어난 코스로 공이 날아왔다.
펑!
“볼!”
오석훈이 어렵지 않게 골라낼 수 있는 공이었다.
2 볼 1 스트라이크.
이제 오석훈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볼 카운트였다.
다음 타순이 홈런 타자인 박성주였기 때문에 오석훈과의 승부에서 쓰리볼로 밀리게 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네 번째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오석훈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신 있게 배트를 돌렸다.
따악!
타구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갔다.
마운드에 있던 투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고개를 푹 숙였다.
오석훈은 무리가 오지 않도록 천천히 속도를 올리며 1루를 향해 달렸다.
타구는 마지막까지 스피드를 잃지 않고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홈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담장을 넘어가기에는 아주 살짝 모자랐다.
턱!
외야 펜스를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이를 확인한 오석훈은 2루 베이스를 밟고 멈춰 섰다.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홈런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어도 시원한 장타가 터지자 버팔로즈 팬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펜스 상단을 직접 맞추는 대형 안타가 터졌습니다! 거의 홈런이나 다름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5cm만 더 날아갔어도 충분히 담장을 넘어갔을 것 같은데요?
-오석훈 선수가 타격과 장타에 집중할 거라고 했는데요. 벌써부터 그 위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하네요.
-그리고 확실히 햄스트링 부상이 신경은 쓰이나 봅니다. 작년의 오석훈 선수였다면 이 정도 타구에 충분히 3루까지 갔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오석훈 선수가 빠른 발로 만들어내는 3루타를 보기는 어렵겠지만요. 방금과 같은 호쾌한 장타는 자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곧바로 버팔로즈의 4번 타자 박성주가 타석으로 다가왔다.
“박성주 홈런! 박성주 홈런!”
버팔로즈 팬들은 이번에도 시원한 한 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의 홈런 타자 박성주 선수가 타석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2년 연속 30홈런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줬죠?
-지금 우리나라 리그에서 최고의 홈런 타자를 꼽으라면 당연히 박성주 선수의 이름이 나올 겁니다. 내년 FA 시장에서 장타력을 보강하고 싶은 팀이라면 영입 제안을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겁니다.
-3년 연속 3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투수는 와인드업을 하기 직전까지 2루에 있는 오석훈을 의식했다.
오석훈이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고는 슬라이드 스텝으로 공을 던졌다.
펑!
“볼!”
펑!
“볼!”
주자가 오석훈이라는 것을 의식한 탓인지 제대로 된 제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펠리컨즈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힘을 빼라는 신호를 보냈다.
투수는 힘겹게 숨을 고르고는 투수판을 밟았다.
2 볼 0 스트라이크.
1루가 비어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승부할 필요는 없었다.
펑!
“볼!”
이번 공도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상 고의사구로 박성주 선수를 내보내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요?
-경기 초반이기는 하지만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박성주 선수와 무리해서 승부할 필요는 없죠. 1루가 비어있기도 하고요.
투수의 손에서 네 번째 공이 떠났다.
역시나 예상대로 박성주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코스였다.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도 볼넷으로 출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성주는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딱!
“와아아아-”
박성주가 날려 보낸 타구는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2루에 있던 오석훈은 3루를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3루에 있던 코치는 머리를 빠르게 돌려야 했다.
오석훈이 비슷한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것과, 중요한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저울질해야 했다.
우익수가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하자, 코치는 팔을 세차게 저으며 홈으로 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를 확인한 오석훈은 3루 베이스를 밟고 난 후에 홈을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홈 베이스를 향했다.
홈 베이스에 거의 도착한 오석훈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세이프!”
우익수의 송구가 정확하지 못했던 탓에 주심이 어렵지 않게 판정을 내릴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난 오석훈은 1루를 밟고 서 있는 박성주를 가리키며 선취점의 순간을 즐겼다.
“박성주! 박성주! 박성주!”
“오석훈! 오석훈! 오석훈!”
버팔로즈 팬들은 두 선수의 이름을 외치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전광판의 스코어는 0:1로 바뀌었다.
-버팔로즈가 1회부터 선취점을 뽑아내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쓰리볼 상황이었는데도 박성주 선수는 거침이 없네요.
-그리고 오석훈 선수의 스피드도 여전히 무시할 수는 없네요. 펠리컨즈 우익수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던 것도 주자가 오석훈 선수였기 때문일 거예요.
버팔로즈가 1회부터 선취점을 내자 고지훈이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제구력과 깨끗하게 날아가는 법이 없는 무브먼트까지.
펠리컨즈 타자들이 고지훈의 투구 수를 늘려보려고 했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아웃!”
그렇다고 제구가 완벽하게 되어 날아오는 공을 상대로 과감하게 승부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틱!
“아웃!”
펠리컨즈 타자들이 종종 출루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고지훈이 던지는 꿈틀거리는 공을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4회 초.
다시 한번 고지훈과 소영준의 맞대결이 이어졌다.
오늘 경기에서 지금까지 고지훈에게 깔끔하게 안타를 때려낸 유일한 선수였다.
게다가 지난 타석에서 오석훈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초반부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지훈의 머릿속에도 이전 타석에서 안타를 허용했다는 것이 떠오르는지 신중함이 느껴졌다.
-한 방송에서 보니까요, 소영준 선수가 고지훈 선수의 공을 입이 닳도록 칭찬하더라고요. 반대로 마이클 스콧 선수의 공은 치기가 편하다고 하던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요? 하하하.
-아무래도 소영준 선수가 패스트볼을 타격하는 데 강점이 있는 편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스콧 선수가 빠른 공에 힘까지 좋은 투수지만, 세밀한 피칭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반면에 고지훈 선수는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정교한 제구력에다가 무브먼트도 좋기 때문에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소영준 선수가 이유 없이 한 말은 아니었군요.
고지훈은 포수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 부담이 적을 텐데도 고지훈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펑!
“볼!”
-이번 공은 전혀 고지훈 선수답지 않은 공이네요. 스트라이크 존을 완전히 벗어났어요.
-소영준 선수가 직전 타석에서 워낙 정확한 타이밍에 타격을 했기 때문에요. 조심스럽게 승부를 할 필요는 있을 거예요.
고지훈은 조심스럽게 또 하나의 공을 던졌다.
펑!
“볼!”
두 번째 유인구에도 소영준의 배트는 꿈쩍하지 않았다.
2 볼 0 스트라이크.
오늘 경기에서 고지훈이 이렇게까지 카운트가 밀린 건 처음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하나의 공을 스트라이크 던지며 위기는 막아냈지만,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두 번째 공에는 소영준의 스윙을 피하지 못했다.
딱!
배트에 맞자마자 소영준은 배트를 던지고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영준의 배트에 맞은 공은 쭉쭉 뻗어가다 중견수 키를 넘어서 펜스까지 굴러갔다.
“와아아아-”
소영준은 펠리컨즈 팬들의 함성을 추진력 삼아 1루를 지나 2루까지 향했다.
그리고 기세를 이어 3루까지 달려보려고 했는데,
“스톱! 스톱! 스톱!”
3루에 있던 코치가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소영준은 다시 재빨리 2루 베이스로 돌아갔다.
“아아악! 내가 이겼다!”
그러고는 포효하며 고지훈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낸 자신의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놀란 고지훈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봐도 당황스러움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소영준 선수가 또 하나의 안타를 기록합니다!
-지난 시즌에는 소영준 선수가 고지훈 선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결과뿐만 아니라 타격하는 과정도 아주 좋습니다.
-이제 고지훈 선수 공도 치기 쉽다고 말할 거 같은데요?
-만약 이런 페이스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그렇게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펠리컨즈에서는 소영준이 단숨에 득점권까지 출루했기 때문에 득점을 기대했지만,
틱!
“아웃!”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이어지는 타자들이 고지훈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지 못하며 소영준이 홈 베이스를 밟을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고지훈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버팔로즈의 불펜 투수들도 깔끔한 피칭을 펼치며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에서 오석훈은 첫 타석 2루타에 이어 또 하나의 2루타를 추가했고, 박성주는 개막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며 3년 연속 30홈런 달성을 향한 출발을 알렸다.
소영준이 탄성을 부르는 수비와 활발한 출루로 버팔로즈 투수들을 힘들게 괴롭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혼자 힘으로 승부를 뒤집기는 무리였다.
9회까지 펠리컨즈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간 고지훈이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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