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주목해야 할 선수 (1)
프로야구 개막과 동시에 고교 야구의 시계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최우진은 수천고의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에이전시 전지훈련을 마치고 난 후에도 선발 등판 일정에 맞춰서 정인규의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이어서 피칭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최우진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펑!
펑!
이제까지 주력 구종으로 활용하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기본이고,
펑!
펑!
타이밍을 뺏기 위한 커브와 지난 전지훈련 때 고지훈에게 배운 체인지업까지.
골고루 훈련하며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공을 던지면서 조금이라도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정인규의 피드백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30구쯤 던지고 나서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최우진과 정인규에게 다가갔다.
“우진이는 이 정도면 내년에 프로 무대 가도 충분히 1군으로 올라갈 수 있겠는데?”
“정말요?”
“지난번에 타석에 섰을 때도 느꼈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
나는 전지훈련 직후에 최우진의 공을 상대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가 실전 타격 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최우진의 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깜깜했다.
에이전시 전지훈련 때도 확인했듯이 프로 선수들도 쉽게 적응하기 어려워할 정도였으니까.
“근데 왜 구속이 높아지다가 멈춘 걸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속이 조금씩은 빨라졌는데, 갑자기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최우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열심히 훈련하고 있잖아.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분명히 점점 다져지고 있을 거야.”
“그래도 드래프트 지명하는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전에 확실하게 구속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에는 투수가 구속이 안 빠르면 잘 안 뽑으려고 하던데요.”
드래프트에서 구속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평가 지표는 아니었다.
“프로 선수가 되고 난 이후에 구속이 빨라지는 경우도 많잖아. 프로 입단하고 나서 체계적으로 훈련받으면 구속은 분명히 높아질 거야. 프로 구단에서 그걸 모르고 있을 리도 없고.”
단숨에 마이클 스콧이나 최정환처럼 155km/h가 넘는 구속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더라도, 구속 향상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
“그럴 수 있겠죠……?”
여전히 최우진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 느껴졌다.
“그럼. 우진이 너도 얼마 전까지는 140km/h도 나오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최고 구속이 145km/h까지 나오잖아.”
“그렇긴 한데…….”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걱정하지 말고 프로그램대로 훈련 열심히 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최우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난 후에 최우진의 훈련은 다시 시작됐다.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에서도 정인규와 최우진의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고교 야구가 다시 시작되면서 몇 달 후에 있을 드래프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벌써부터 어떤 선수들이 어느 구단으로 가게 될 것인지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최우진도 자주 거론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확실히 작년처럼 안범석 급 선수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네.
└안범석이 그냥 사기였던 거지. 당장 한국 고교 야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할 수 있는 선수가 매년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지 않냐.
└정석대로만 가면 이번에도 드래프트 지명 3번까지는 정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다. 150km/h 넘기는 오른손 파이어볼러에 홈런 타자, 잠재력 있는 포수가 먼저 안 뽑힐 리는 없을 듯.
└혹시나 하위권 팀에서 미친 척하고 뜬금없는 선수 지명하는 팀 나오면 멘붕이긴 하겠다.
└아무리 미쳐도 그렇게까지 미치면 당장 병원부터 보내라.
└최우진도 드림에이전시 소속이니까 믿을 만하지 않나? 하위권 세 팀 중에서 도박 걸어볼 만할 것 같은데.
└왼손 투수에다가 제구력도 수준급이라 최우진도 나쁜 선택지는 아닌데 솔직히 최대어라고 하기는 무리지. 패스트볼 평균이 141-142km/h에 최고 구속이 145km/h이던데. 이 정도 구속으로는 프로에서 통할지 의문이다.
└그래도 제구력 좋은 왼손 투수라서 괜찮을 거 같은데?
└이번 시즌에도 좋은 모습 보여주면 1라운드는 거의 확실할 거 같은데 3번까지는 무리다.
└그렇지. 좋은 선수인 건 분명한데, 150km/h 넘는 파이어볼러에 당장 30홈런 때려줄 만한 잠재력 있는 타자들을 제치고 먼저 뽑기에는 부담이긴 할 듯.
└최우진이 TOP 3 안에 들기는 무리고, 그다음 순번에 있는 구단에서 뽑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재규어즈가 4번째 지명인데 가장 가능성 높은 건가?
└최우진 입장에서는 그게 더 나을 거 같다 ㅋㅋㅋ 괜히 만년 꼴찌 펠리컨즈 가서 커리어 꼬이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팀 가야지.
└최우진이 버팔로즈 팬이라던데 버팔로즈에서 뽑아줘라.
└버팔로즈가 6번인데 거기까지 순서가 넘어갈까? 만약에 버팔로즈까지 넘어오면 무조건 뽑아야지.
└그리고 조광훈 단장이 강현우 광팬이잖아. 재규어즈 순번에서 무조건 뽑을 거 같은데.
└아무리 에이전트 대표랑 친분이 있어도 그렇지. 구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택을 그렇게 한다고?
└조광훈과 강현우의 사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 * *
드디어 고교 야구가 다시 시작하는 날이자 최우진이 선발 등판이 예정된 날이었다.
나는 경기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중앙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최우진의 피칭을 보는 것과 동시에 스카우터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양 팀 학생들의 가족들이 가장 많았고, 프로 구단 스카우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다음이었다.
점점 더 많은 스카우터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경기장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강현우 대표님.”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재규어즈 구단 점퍼를 입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 윤석이 형.”
그는 재규어즈 스카우트 팀에 근무하고 있는 황윤석이었다.
선수 생활을 할 때 나름 잘 알고 지냈던 선배이기도 했다.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
일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윤석과 악수를 나누었다.
-1라운드 지명 선수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스럽다.
-최우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에이전시 대표님이신데 왜 이런 곳에서 경기를 보세요.”
황윤석이 내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조용히 보려고 했지. 굳이 눈에 띄어봤자 피곤해지기만 하니까. 근데 형은 나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오늘 분명히 와있을 거 같았거든. 왠지 이쯤 앉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네.”
“대단하네. 형, 그동안 별일 없었지?”
“나야 뭐 특별할 게 있나.”
“고교 야구 보러 온 것 보니까 요즘에 스카우트 팀으로 옮겼나 본데?”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정보창으로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 물었다.
“어. 전력분석팀에서 일하다가 이번에 자리 옮겼다.”
“일은 할 만해?”
“전력분석 몇 년 했으니까 스카우팅 하는 건 조금 수월할 줄 알았더니, 완전히 다른 분야더라고.”
“그렇긴 하지. 요즘에 만족스러운 선수들 좀 찾았어?”
“열심히 뛰고 있긴 한데 이게 진짜 어렵다.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건 그나마 쉬운데,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거 같아. 게임에서처럼 선수를 보자마자 잠재력을 바로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황윤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우진이 어때? 우리 에이전시 소속인데. 그래도 우리 에이전시 선수면 믿을 만하잖아?”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안 그래도 구단 스카우트 팀 내부에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긴 하거든. 분명히 좋은 선수이기는 한데……. 약간 긴가민가해서 말이야.”
“구속 때문에 그래?”
“아무래도 무시하기는 어렵지. 투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구속이라는 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니까.”
구단 스카우트 팀 입장에서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제치고 최우진과 같은 선수를 가장 먼저 지명하자고 주장하는 데는 부담이 있을 게 분명했다.
“우진이 제구력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는 않을 거잖아. 그리고 고등학생 선수 중에서 이 정도 경기 운영할 수 있는 선수 찾기 힘들걸?”
“그거야 잘 알지. 안 그랬으면 고민할 이유도 없었지.”
“형, 150km/h 넘게 던지면서도 프로 1군 데뷔도 못 해보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아. 그리고 작년에 우진이 140km/h도 안 나왔어. 1년 만에 이렇게 성장한 거니까 앞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거야.”
“현우 네가 보기에는 앞으로도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거지?”
“그럼, 당연하지.”
나는 확신을 가득 담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지만 황윤석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마디 더 덧붙여봐야지.
“어차피 이번에 재규어즈에서 상위 지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부담이 적지 않아?”
재규어즈의 지명 순번이 4번이다 보니 이번 드래프트에서 최고 유망주라고 평가받을 선수를 데려올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긴 한데 1라운드 지명은 제일 중요하잖아. 가장 안전하게 확실하게 증명된 선수를 뽑아야 하니까.”
“우진이가 2라운드까지 밀릴 일은 없을걸? 게다가 다시 재규어즈 순번까지 돌아올 가능성은 더더욱 없을 거고.”
“하……. 그렇겠지?”
황윤석의 머릿속이 복잡한지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절대 후회 안 할 거라니까. 앞으로 10년은 국내 선발 투수 한 자리를 누가 채워야 할까 고민 안 해도 될 거야.”
“정말 괜찮을까? 단장님까지 설득하려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1라운드라서 특히나.”
황윤석이 여전히 확신이 서지는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반면, 내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형, 조 단장님이 절대 반대하실 리가 없어. 우리 에이전시 선수면 믿고 볼 수 있잖아.”
“아무리 왓슨이랑 스콧이 드림 에이전시 소속이라고 해도 이건 다르지 않을까?”
황윤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형, 내 말 믿어. 그리고 절대 후회 안 한다니까 그러네.”
나는 황윤석을 향해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