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Agent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주목해야 할 선수 (2)
경기가 시작할 시간이 되자 최우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최우진의 연습 투구가 시작되자 스카우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최우진 선수가 선발 등판하는 경기인데요. 오늘 경기장에는 많은 스카우터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습니다.
-일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최우진 선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프로 구단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그랬던 선수가 어느새 1라운드 지명도 가능할 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한데요. 정말 최우진 선수가 1라운드 지명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아직 같은 나이대 선수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인 건 분명하거든요.
-만약 최우진 선수가 몇 달 후에 있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지명을 받게 된다면, 2년 사이에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를 만들어낸 선수가 되는데요. 과연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요?
최우진의 연습 투구가 끝나자 상대 팀 1번 타자가 타석으로 들어왔다.
“플레이 볼!”
심판이 콜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최우진은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자마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펑!
140km/h.
펑!
141km/h.
펑!
140km/h.
이제 140km/h를 넘는 패스트볼을 어렵지 않게 던졌다.
게다가 정교하게 코너를 찌르며 들어가기까지 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패스트볼 네 개를 모두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지며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곧바로 다음 타자와의 승부가 이어졌다.
게다가 최우진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좌타자였다.
자신감을 보여주듯 최우진의 피칭은 이번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대신에 두 번째 타자는 이미 전략을 세우고 나왔는지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틱!
공을 맞히는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는데,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정확하게 제구되어 날아오는 공을 타격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낮았다.
역시나 타구는 파울 라인을 벗어나서 떨어졌다.
0 볼 1 스트라이크.
곧바로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최우진이 던진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할 것처럼 날아오다가 살짝 떨어지면서 날카롭게 빠져나갔다.
타자가 헛스윙하지 않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최우진 선수의 슬라이더가 더 날카로워진 것 같은데요?
-원래는 좌우 변화가 좋은 편이었는데요. 이제 상하 변화도 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슬라이더로 좌우 변화에 상하 변화까지 만들 수 있다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슬라이더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던질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구종을 던질 수 있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만큼 타자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질 거예요.
0 볼 2 스트라이크.
완벽하게 불리한 볼 카운트로 몰리자 타자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반면, 최우진에게서는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포수가 사인을 보내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을 힘껏 던졌다.
이번 공은 타자의 몸쪽 높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방금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본 직후라, 타자에게는 어느 때보다 몸쪽으로 가깝게 붙어오는 공이라고 느껴질 만한 상황이었다.
역시나 깜짝 놀란 타자는 급하게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겠지만,
펑!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은 우렁차게 콜을 외쳤다.
예상하지 못한 판정에 당황한 타자가 어필을 해봤지만, 주심의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최우진 선수가 오늘 경기도 안정적으로 1회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을 던질 때 자신감이 중계석까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이제 마운드에 선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카우터들은 최우진이 공을 하나 던질 때마다 스피드건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기록하는 중이었다.
타석에는 곧바로 3번 타자가 들어왔다.
이번에도 최우진의 피칭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최우진이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타자로서도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띡!
하지만 역시나 빗맞으며 파울 라인을 벗어났다.
이어진 두 번째 공,
띡!
이번에도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다만 파울 라인을 벗어나지 않고 유격수를 향해 힘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공이 지나갈 코스에 미리 도착해 자리를 잡은 유격수가 바운드에 맞춰 글러브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바운드에 맞춰 공을 잡으려는데,
“어?”
예상과는 다르게 바운드가 낮게 튀어 오른 탓에 공은 유격수를 지나쳐갔다.
그렇게 굴러가던 공은 급히 달려온 좌익수의 글러브에 들어가고 나서야 멈췄다.
그사이 타자가 1루까지 출루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아! 여기서 실책이 나오네요. 주자는 1루에서 멈춰 섭니다.
-갑자기 바운드가 낮게 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했습니다만, 이 정도는 충분히 잡아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수비가 조금 아쉽습니다.
-이닝이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유격수 실책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전광판에는 수천고의 실책 하나가 기록됐다.
유격수는 마운드에 선 최우진을 향해 미안하다는 손짓을 보냈다.
최우진은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며 다시 피칭할 준비에 들어갔다.
2 아웃 주자는 1루.
수비수의 실책으로 인해서 마무리되었어야 할 이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다 4번 타자 앞에서 출루까지 이어졌다.
프로 투수라고 해도 조금은 흔들릴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최우진은 포수의 사인을 받은 뒤에 1루 주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눈을 마주쳤다.
직접 공을 던지지 않더라도 왼손 투수가 1루 베이스를 직접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견제 효과는 확실했다.
그러고는 깊은숨을 한 번 내쉰 다음에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펑!
138km/h.
“스트라이크!”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슬라이드 스텝에서도 작년보다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데요?
-이 부분도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슬라이드 스텝으로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어요.
-대신에 확실히 구속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빨랐다면 주자를 더욱 압박할 수 있을 텐데요.
최우진이 1루를 향해 견제를 한 번 하고 난 후에 타자와의 승부를 이어갔다.
펑!
“스트라이크!”
타자는 처음부터 배트를 돌릴 의사가 없어 보였다.
혹시 최우진이 흔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켜본 것 같았는데, 역시나 의미 없는 일이었다.
0 볼 2 스트라이크.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최우진은 조심스럽게 커브 그립으로 바꿔 잡았다.
그리고 중지에 힘을 줘서 회전을 만들며 공을 던졌다.
공은 바닥에 바운드될 정도로 뚝 떨어졌다.
자신이 기다리던 공이 아니라고 판단한 타자가 배트를 멈춰보려고 했지만 이미 타이밍이 늦은 상황이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최우진 선수가 1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이닝이 마무리될 수 있을 상황에서 유격수의 실책이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실점 없이 1회를 마쳤습니다.
-수비수들의 실책이 나와도 최우진 선수의 좋은 제구력은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스카우터들의 뒷모습을 살폈다.
방금 이야기를 나눴던 재규어즈의 황윤석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들은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1회 말 수천고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수천고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격에도 득점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2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최우진이 피칭을 시작했다.
이닝의 첫 타자로 만난 5번 타자는 오른손 타자였다.
최우진은 패스트볼 그립을 잡고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틱!
틱!
타자는 던지는 공마다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다.
틱!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어떻게 해서든 공을 맞히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투 스트라이크 상황이기 때문에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공을 던질 필요가 있었다.
결국 최우진의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스트라이크처럼 들어가다가 오른손 타자가 서있는 곳을 파고드는 코스를 머릿속에 그렸다.
지난 전지훈련에서 바깥쪽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더만큼 열심히 훈련한 코스였다.
하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가운데로 몰리거나, 몸에 맞는 볼이 나올 수 있는 공이었다.
슬라이더 그립을 잡은 최우진은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날아가고 있었다.
타자는 이번에도 공을 맞히기 위해 배트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공은 타자의 몸쪽으로 날카롭게 휘어들어 갔다.
게다가 살짝 떨어지기까지 하자 공을 도저히 맞힐 수 없었다.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와! 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변화구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냅니다!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프로 선수들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코스인데요. 저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제구력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배짱도 있어야 하거든요. 최우진 선수가 정말 좋은 공을 던졌습니다!
헛스윙을 한 타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훈련의 성과가 직접 체감이 되자 최우진은 얼굴에 지어지는 미소를 감추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살짝 들뜬 탓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걸까.
딱!
이어진 6번 타자와의 승부에서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며 안타를 허용했다.
1 아웃 주자 1루.
이어지는 7번 타자와의 만남에서 최우진이 변함없이 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을 던지는데,
딱!
타구가 2루수 키를 넘어가며 깔끔한 안타가 만들어졌다.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 베이스를 밟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두 타자 연속으로 안타를 허용하게 됐다.
“나이스 배팅!”
기회가 만들어지자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는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최우진 선수가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게 됐습니다.
-상위 타선을 상대로는 좋은 피칭을 보여줬는데, 오히려 하위 타선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최우진 선수와 수천고에게는 그나마 위기를 하위 타선에서 맞았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 아웃 주자는 1, 2루.
아무리 경기 초반이라고 해도 선취점을 내주는 건 유쾌할 리 없었다.
게다가 이제 만나게 될 타자는 8번, 9번 타자.
혹시 추가로 출루를 허용해서 1번 타자로까지 연결된다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었다.
반드시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오른손 타자.
상대적으로 왼손 타자보다 피안타율이 높은 유형이었다.
공을 쥔 최우진은 투수판을 밟고 포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최우진은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두 번째 사인에도 역시나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보낸 사인을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진은 심호흡을 하며 글러브로 손을 가린 채로 그립으로 바꿔 쥐었다.
실전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공이었다.
<